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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휴신 황제의 죽음, 휴전 (69/88)

제3장. 휴신 황제의 죽음, 휴전

새롭게 라트시아 왕국을 장악한 슈미트 공작은 슈미트 왕으로 등극했다. 또한 첸틀러 마법사는 첸틀러 공작이 되었다.

그 외에 슈미트 왕을 따라 갈메시아 제국에서 나온 많은 귀족들은 라트시아 왕국 각 지역을 이리저리 찢으며 나눠 가졌다.

슈미트 왕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따르는 귀족들이 지지 기반이기에 이들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귀족들 세력에 눌리다보니 제대로 왕권을 펼치기 힘든 상황이었다.

한편, 갈메시아 제국에서 몰래 빼낸 윌렌 황제는 첸틀러 공작의 간계로 깊은 잠에 빠져 왕성 지하에 마련된 비밀의 장소에 갇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쟁을 선포한 갈메시아 제국에서는 전쟁을 선포하기 전 한달 동안 대대적으로 병력 이동이 있었다.

그동안 윌렌과 휴신이 경쟁하며 많은 혼란이 있었던 제국으로서는 이참에 혼란된 국내 정세를 완전히 바꿔버릴 참이었다.

휴신 황제는 혹시라도 라온이 돌아왔을까 염려하며 작전 회의 중에 매일같이 그에 대한 생사 여부를 확인했다.

“예리엘 대마법사, 라온 왕에 대한 소식은 아직도 없는가?”

“네. 맞습니다. 아직 아무 연락이 없습니다.”

“흐음. 전쟁 중에 나타나진 않겠지?”

휴신 황제는 걱정된 표정으로 물었다.

“두 달이나 연락이 끊어진 상태입니다. 쟈데크 산맥에서요. 혹시나 나타나더라도 저와 칼릭스 후작이 막을테니 염려마십시오. 전에는 제국이 혼란 상태라 폐하께서 맞대결을 피하셨지만 이제는 마케니안 왕국의 귀족들이 모두 저희 편을 들었으니 오히려 저들의 내부 정세가 더 혼란스럽습니다. 지금이 바로 마케니안 왕국을 눌러버릴 기회입니다.”

“하하. 좋다. 준비는 잘 되고 있지. 칼릭스 후작?”

휴신 황제가 칼릭스 후작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지난 한달간 노력으로 볼튼 요새쪽으로 50기의 타이탄과 1만의 병력, 미들게이트 요새로 50기의 타이탄과 1만의 병력 그리고 마지막 레치워 지역으로 188기의 타이탄과 80만의 병력이 집결했습니다.”

“잘했다. 어차피 볼튼 요새와 미들게이트 요새는 점령보다는 혹시모를 뒷치기를 막기 위한 것이다. 우리의 핵심은 레치워 지역이야. 그런데 이곳에 188기만으로 충분할까? 저들은 359기나 보유하고 있는데 말이야.”

“폐하, 타이탄 숫자로만 치면 그렇겠지만 실력은 저희에 비해 한참 떨어집니다. 라온 왕만 없다면 문제 없습니다.”

“좋다. 그들에게 준 여유시간도 거의 끝나가니 곧바로 진격하자. 칼릭스 후작! 예리엘 대마법사! 두 사람에게 기대가 크네.”

“네. 걱정마십시오.”

“폐하. 반드시 마케니안 왕국을 무너뜨리겠습니다.”

칼릭스 후작과 예리엘 대마법사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이번 전쟁이 제국의 본래 모습을 되찾을 좋은 기회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휴신 황제는 결의를 다지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항복을 위한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 전쟁에 돌입하게 된 첫날 새벽.

아직 어두운 이 시간에 볼튼 요새의 포탈 마법진에 15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라온과 각 기사단에서 뽑은 정예 타이탄 라이더 그리고 마법사들이었다.

라온이 데리고 온 기사는 모두 1백명.

“아크히, 지그프리드.”

라온의 명령에 아공간에서 지그프리드가 나타났다. 라온은 다시 외쳤다.

“아크히, 기간테스.”

이번에는 아공간에서 대형 타이탄 나타났다. 라온은 지그프리드 가까이 간 후에 말했다.

“지그프리드, 착용!”

명령이 끝나자 지그프리드의 몸 각 부분이 분리되었다가 라온의 몸에 하나씩 달라붙은 후, 착! 착! 소리를 내며 결합했다. 라온은 이번엔 기간테스에게 가서 외쳤다.

“머리를 개방해라!”

라온의 명령에 따라 기간테스의 머리 부분이 둘로 나뉘며 커다란 공간이 드러났다. 라온은 지그프리드를 착용한 상태로 기간테스 가까이 다가가 높이 솟구쳤다. 그리고 머리 위에 올라선 후에 다시 명령을 내렸다.

“머리를 닫아라!”

기간테스의 머리가 닫히자 라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척척 척척.

‘잘 움직이는군.’

새롭게 지그프리드를 만든 이후로 처음으로 대형 타이탄과 결합했는데 움직임에 문제가 없었다.

라온은 몸을 돌려 등 뒤로 타이탄을 꺼내 탑승하고 있는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시간이 없다. 어서 탑승을 완료하라.”

잠시 후. 기사들이 타이탄 탑승이 끝나자 라온이 선두에 서서 이들을 이끌고 요새 밖으로 향했다.

요새 밖에는 이미 진을 치고 있는 갈메시아 제국의 진영이 눈에 들어왔다.

‘진영에는 아마 임시 포탈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겠지.’

“루이스 단장. 내가 연락할 때까지 마법사들 보호를 잘 해야 한다.”

“예! 전하. 걱정 마십시오. 후발대가 아무 문제 없이 이들을 이끌고 따르겠습니다.”

루이스 단장은 라온에게 대답했다.

그가 지휘하는 것은 후발대로 선별된 타이탄 20기로 이들은 요새에 남아 50명의 마법사를 보호하는 임무를 받은 상태였다.

“좋다. 자! 선발대는 나를 따르라. 단숨에 몰아부쳐 적을 섬멸한다. 가자!”

라온의 외침에 선발대로 뽑힌 타이탄 80기가 갈메시아 제국의 진영을 향해 뛰어나갔다.

쿵! 쿵쿵! 쿵쿵.

요란스런 타이탄의 발자국 소리에 지진이 난 듯 땅이 울리자 갈메시아 제국에서도 적의 침입을 알아차리고 비상이 걸렸다. 또, 24시간 포탈 마법진에 대기 중인 마법사들은 적의 침입을 알리기 위해 바로 이동했다.

라온은 기간테스의 검과 방패를 빼어 든 후에 마나를 주입했다.

빠지지직~ 푸슈슛, 부우웅~ 웅웅.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일으키는 하얀 오러가 검과 방패 주위에 일어났다.

다른 타이탄보다 수백미터 앞으로 먼저 튀어나온 라온을 막아서기 위해 갈메시아 제국의 타이탄 십여기가 나타났다. 그리고 십여기 뒤쪽으로 타이탄들이 아공간에서 속속 나타나고 있었다.

라온은 마나가 충만한 검을 들어 지면과 수평으로 만든 후에 자신을 막아서는 십여기의 적 타이탄 앞에서 있는 힘껏 휘둘렀다.

푸아앙~ 스갸걍, 컁컁컁.

연속된 금속성을 울림. 그리고 라온의 검을 막아나선 타이탄들은 팔이 잘리고, 허리가 두동강이 나고, 검과 방패가 잘리고 등등.

“크아아악!”

……

연속된 비명과 함께 단숨에 5기가 완파되었다.

라온은 적 타이탄들이 쓰러지는 것을 확인하지도않고 재차 공격을 퍼부었다. 마나가 충만한 검과 방패를 들고 바람처럼 움직일 때마다 적 타이탄은 산산 조각이 나며 부셔져 버렸다.

한편, 이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갈메시아 제국의 타이탄 라이더들은 순식간에 십여기의 타이탄이 맥없이 쓰러지는 모습에 두려움이 일어나 몸이 굳어 움직이질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소드 마스터라 할지라도 강철과 마광석으로 만들어진 타이탄을 쓱쓱 베어버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들이 눈으로 보고 있는 라온은 마치 맨살을 검으로 자르듯 반듯하고 깨끗하게 타이탄을 잘라버리고 있었다.

볼튼 요새에 파견되었던 50기 중에서 10기가 완파되고, 40기는 시간이 정지된 듯 서있는 상황.

라온은 다시금 검을 들고 주변에 있는 타이탄을 향해 날으듯 움직였다.

갈메시아 제국의 타이탄 5기가 다시금 라온에게 두동강이가 나서 쓰러지자 그제서야 나머지 적 타이탄들은 정신을 차리고 라온에게 한꺼번에 달겨들기 시작했다.

“막아! 적을 둘러쌓아 협공을 펼쳐라.”

35기의 타이탄은 당장 라온을 둘러쌓고 한꺼번에 검을 찔러왔다.

“흥! 이야아압!”

기합과 함께 검과 방패를 들고 한바퀴 회전하자, 적 타이탄이 들고 있는 검들이 댕강댕강 부러지며 땅에 떨어졌다. 라온의 방패에 맞은 검은 퍽퍽 소리를 내며 직각으로 구부러져 못쓰게 되버렸다.

적들이 당황하는 사이 라온은 자세를 낮추며 검을 휘둘러 적 타이탄들의 다리를 잘라버리기 시작했다.

휘이익, 휘이익, 휘이익….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되면서 가뜩이나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검을 수차례 휘두르자 20여기의 타이탄이 다리가 잘려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제 남은 적 타이탄은 15기 정도.

이때, 라온을 따르는 80여기의 마케닌안 왕국 타이탄들이 들이닥쳤다.

엄청난 실력자가 나타나 자신들로서는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 볼튼 요새의 총 지휘를 맡은 드리필드 백작은 급히 부하들에게 라온을 막을 것을 명령하고 타이탄에서 내려와 포탈 마법진으로 달려갔다.

‘무지막지한 놈이 나타났다. 이 사실을 알려야 해.’

드리필드 백작은 포탈 마법진에 대기한 마법사에게 급히 명령을 내렸다.

“당장 포탈 마법을 시전하라. 칼릭스 후작이 계신 레치워 지역으로 이동하자.”

드리필드 백작은 마법사와 함께 포탈 마법으로 사라졌다. 그가 포탈하며 바라본 광경은 라온에 의해 나머지 갈메시아 제국 타이탄들이 맥없이 쓰러지는 모습이었다.

타이탄 소탕이 완료되자 라온은 1만에 달하는 갈메시아 제국 병사들을 무장해제시키는 작업에 들어갔다.

믿고 있던 제국의 타이탄들이 모두 파괴되 버리자, 일반 병사들은 모두 힘없이 항복하고 말았다.

라온은 이들이 장비를 모두 탈착하게 한 후에 식량과 무기, 장비 및 군수품을 모두 놓아둔 상태에서 갈메시아 제국으로 돌아가도록 조치했다.

이들을 포로로 잡아두자는 의겨도 있었지만 라온은 반대했다.

“포로? 누가 감시할텐가? 지금은 수비하는데 전념해야 한다. 저들이 다시 무장을 하고 나타난다면 다시 뺏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감옥에 가두려면 지켜야 하고, 매일 밥도 먹여주어야 하며 탈출을 못하게 막아야 한다. 골치아픈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야. 저들을 잡는데 한나절밖에 안걸렸다. 문제를 떠안을 이유가 있나? 타이탄 라이더나 마법사라면 모를까.”

라온의 말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했다.

하루가 지나기 전에 볼튼 요새 주변에 있던 갈메시아 제국군은 처리되었다.

레치워 지역의 군용 막사.

드리필드 백작이 도망쳐 와서 볼튼 요새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하자 갈메시아 제국의 진영은 완전히

휴신 황제는 어쩔 줄 모르며 당황했다.

“라온이다. 라온이야! 그 놈은 숨죽여 우리가 마케니안 왕국을 치기를 기다렸던거야. 우리가 당했어!”

칼릭스 후작은 이미 드리필드 백작으로부터 갈메시아 제국 타이탄이 어떻게 당했는지 들었기에 곰곰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칼릭스 후작! 그렇게 생각에만 잠겨있지말고 무슨 말이든 해보게.”

“폐하. 저는 진짜 라온인지 의심이 듭니다.”

“무슨 말인가?”

“드리필드 백작의 말에 따르면 그는 타이탄을 단숨에 두동강이 내며 잘라버렸습니다. 아무리 소드 마스터라 할지라도 그렇게까지는 못합니다. 드리필드 백작이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면…..”

칼릭스 후작이 말을 흐리자 휴신 황제가 답답해 하며 물었다.

“아니라면?”

“정말 그렇다면 그건 소드 마스터의 단계를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넘어선다니?”

“그게…. 이론으로만 가능한 수준이라서…..”

“정확히 뭔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죠. 하하, 하지만 말이 안됩니다. 인간으로 도달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절대로요.”

칼릭스 후작은 자신있게 대답했다.

“좋아, 그렇다면 저번에 두 사람이 나에게 자신있게 말했듯이 그를 막도록 해보게. 내 예상이 맞다면 아마 그들은 내일 미들게이트 요새를 칠 것이 분명하다.”

휴신 황제는 칼릭스 후작과 예리엘 대마법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두 사람이 대답을 못하고 가만히 있자 휴신 황제는 다시 말을 덧붙였다.

“라온은 혼자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전쟁에 들어갔어. 이건 돌이킬 수 없는 결투다. 두 사람은 이번에 확실한 자기 몫을 해주어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폐하.”

“예. 폐하.”

두 사람의 대답을 들은 휴신 황제는 그제야 미소지었다.

‘결판을 내야 한다. 더이상 피해가 나기 전에. 만약 칼릭스 후작과 예리엘 대마법사가 패한다면 얼른 납작 엎드려야겠지. 그리고 두 사람이 라온에게 이긴다면 그땐 마케니안 왕국을 얻는거다.’

휴신 황제는 조속한 결과를 내야만 지금의 위기에서 제국을 지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황제의 지시에 따라 그 밤에 칼릭스 후작과 예리엘 대마법사 그리고 타이탄 라이더 기사 150여명이 마법사들과 함께 미들게이트 요새로 이동했다.

한편, 첫날 볼튼 요새에서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라온은 다음 목표를 위해 밤새 고민에 빠졌다. 라온은 올바른 결정을 위해 2천년이 넘게 산 렉스를 불러 상의에 들어갔다.

“렉스?”

“왜?”

“첫날은 멋지게 저들의 허를 찔렀어. 하지만 둘째날은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 분명 이 밤에 갈메시아 제국에서는 나를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을꺼야. 그들에게는 소드 마스터인 칼릭스 후작과 7서클 마법을 구사하는 예리엘 대마법사가 있어. 난 사실 두사람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기사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어. 솔직히 예리엘 대마법사가 나에게 무슨 마법을 펼칠지 전혀 예상을 못하겠어. 전에 암흑 마법에 당해봤는데 마법의 힘은 다양해서 검만 잘 다룬다고 이길 수 없거든.”

라온의 말이 끝나자 렉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똑똑해.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면 겁없이 날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군. 그치 힘만으로 마법을 모두 누른다는건 힘들지.’

“으음, 그 말은 내 도움을 원한다는 말이야? 내가 예리엘 대마법사를 막아주길 바래?”

렉스는 조심스레 물었다.

“아니. 난 너의 조언이 필요해.”

“무슨 조언?”

“난 말이야. 칼릭스 후작과 예리엘 대마법사와 직접 대결하고 싶지않아. 솔직히는 그 둘이 서로 싸우게 만들고 싶어.”

“호! 완전 예상밖인데?”

렉스는 놀라며 라온을 바라보았다.

“그래? 고마와.”

“하지만 어떻게 두 사람을 싸우게 하지?”

“내 생각에는 말이야. 흠, 휴신 황제만 없으면 돼.”

“없앤다니?”

“휴신 황제는 아직 미혼이며 자식도 없어. 동생인 휴버스 왕자는 죽었지. 갈메시아 제국의 황족 서열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만 아마 칼릭스 후작과 예리엘 대마법사는 서로 지지하는 황제 계승자가 다를꺼야. 왜냐면 휴신 황제가 없어진다면 그 두사람은 2인자 자리를 두고 확실하게 경쟁할테니깐 말이야.”

“하!”

렉스는 다시한번 감탄하며 탄성을 터트렸다.

“그런데 황제를 죽이는 것은 아주 큰 일이야. 물론 전쟁 중이긴 하지만 말이야.”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얻는게 더 많다고 생각해.”

“라온. 넌 이미 모든 계획을 세운거 같은데 도대체 나에게 무슨 조언을 구한다는거지?”

렉스는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첫째는 칼릭스 후작과 예리엘 대마법사가 휴신 황제가 같이 있을 것인가야.”

“흠, 내 생각에는 아마 아닐껄. 왜냐하면 니가 나타남으로 갈메시아 제국은 큰 타격을 입었지. 아마 휴신 황제는 둘 중에 하나 선택을 해야 해.”

“뭔데?”

“계속 전쟁을 할 것인가? 아니면 어떤 댓가를 치루든 전쟁을 끝낼 것인가지. 그런데 휴신 황제는 그 전에 알고 싶은게 있을꺼야.”

“칼릭스 후작과 예리엘 대마법사가 나랑 붙어서 이길 것인가?”

“그래. 라온은 정확히 알고 있군. 전투의 결과가 승리로 끝난다면 모를까, 만약 두 사람이 라온을 막지 못한다면 다음 차례는 바로 황제 자신이 될꺼야. 그러니 같이 있으려 하질 않겠지.”

렉스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 그럼 둘째 질문. 휴신 황제는 어디에 있을까야.”

“흠, 아마 갈메시아 제국의 좀 똑똑하단 놈들은 라온의 다음 행보를 미들게이트 요새로 생각하겠지. 하지만 휴신 황제는 니가 예상을 깨고 레치워 지역으로 올 수도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둘꺼야.”

“그래서?”

“아마 그는 갈멘 수도로 피해있지 않을까?”

“흠. 갈멘 수도라. 좀 모험을 해야겠군. 사실 갈멘 수도 부근에 비밀리에 만들어둔 포탈 마법진이 있어. 그런데 수도에서 한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지.”

“한시간이라. 멀군. 하지만 대단해. 그런 비밀 장소를 만들어두다니. 놀랍군.’

“몇년간 아주 애용한 곳이지. 흐흐.”

라온은 견습 기사단 창고에 만든 포탈 마법진이 이렇게 몇번이나 유용하게 쓰일 줄은 몰랐다.

“라온! 내가 마지막으로 조언한다면 니가 생각하는 일을 추진하려면 바로 시작해야 해. 밤을 이용하란 소리야.”

렉스의 조언이 끝나자 라온은 결심한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당장 타이탄 라이더 기사들과 마법사들을 불러오도록 지시했다.

볼튼 요새에서의 승리가 잠잠해지기도 전에 한밤 중에 소집된 마케니안 왕국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라온이 알려주는 포탈 마법진의 좌표로 이동해야 했다.

창고에 온 라온은 감회가 새로웠다.

‘여기에 벌써 몇번째인가. 이번이 마지막이면 좋겠군.’

플로랑스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에 라온은 괴로웠다.

포탈을 다 마친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라온에게 나아왔다.

“전하, 전부 포탈을 마쳤습니다.”

“좋다. 지금부터 소리없이 이동해야 한다. 내 뒤를 잘 따라와라.”

견습 기사단 지리에 밝은 라온은 타이탄 라이더 기사 100명과 마법사 100명과 함께 창고를 나와 이동하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을 많이 데려온 이유는 각종 마법 시전 때문이었다. 마법사들은 각각 자신이 맡은 기사에게 사일런트 무브 마법을 걸었고, 기사들은 마법사를 업은 채로 견습 기사단을 이동했다.

다행히 발각되지않고 견습 기사단을 나온 라온과 일행은 이때부터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새벽에 가까운 시간. 아직 동이 트지 않아 어둠에 잠긴 갈메 수도가 저멀리 눈에 들어왔다.

라온은 성벽에서 최대한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하자 루이스 단장을 불렀다.

“루이스 단장. 매번 뒤에 남으라고 해서 미안하다.”

“괜찮습니다. 목숨을 잃을 일이 없어서 좋은데요. 하하하.”

루이스 단장은 크게 웃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직접 나가서 싸우고 싶다고 얘기하는 것을 라온은 느낄 수 있었다.

“단장. 미안하다. 자네밖에 맡이 사람이 없어서 그래.”

라온은 미안해 하면서 루이스 단장과 30여명의 기사들에게 마법사들을 맡겼다. 그리고 마법사들에게 지시해 라온과 함께 할 70명의 기사들에게 한번 더 사일런트 무브 마법을 걸어주도록 했다.

“루이스 단장, 마법사들 호위하며 잘 따라와라.”

“네!”

“아크히, 지그프리드!”

라온은 지그프리드를 아공간에서 불러내 착용했다. 그리고 사일런트 무브 마법을 건 후에 기사들을 데리고 외성 성벽으로 접근했다.

“클라임 클리프!”

지그프리드의 손바닥에 까만 가시 수백개가 나타났다.

라온은 준비한 밧줄을 어깨에 짊어지고 성벽을 빠르게 올라갔다. 그리고 맨 위에 올라가자 밧줄을 늘어뜨린 후에 히든 셀프, 히든 마나로 자취를 감췄다.

잠시 후. 외성 성벽에 마케니안 왕국의 기사들이 올라오고 성벽을 빠르게 점령해 나갔다. 그 사이 라온은 지그프리드를 타고 내성으로 내달렸으며 등 뒤로 소란스런 소리가 울려퍼지자 스톰 미사일을 쓰며 왕성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라온이 왕성에 도착하자 드디어 침입자가 있음을 깨닫고 비상이 걸렸다.

라온은 왕성 입구를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남은 것은 휴신 황제를 찾아 없애는 것. 그랜드 소드 마스터 경지에 오른 라온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왕성 입구부터 거침없이 검을 휘두르며 뛰어올라간 라온은 황제의 침실까지 5분도 안되어 도착했다. 하지만 휴신 황제는 이미 피한 상태.

라온은 그를 찾고자 온 몸의 감각을 집중하고 황제의 침실 벽을 조사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 라온은 마나에 대한 감각이 더 민감해져 사람이 방금 지나간 흔적 정도는 금새 찾아냈다.

‘흠, 저쪽이군.’

라온은 휴신 황제가 도망친 비밀벽을 주먹으로 힘껏 내리쳤다.

쾅! 쾅쾅!

몇번 내리치자 금새 비밀 통로가 나왔다.

라온은 통로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불과 1분도 안되어 비밀의 장소에 마련된 포탈 마법진을 통해 도망치려는 휴신 황제와 마법사 한명을 잡을 수 있었다.

휘이익!

“크아악!”

마법을 시전하려던 마법사가 피를 흘리며 즉사했다.

“사, 살려주게. 살려줘. 날 포로로 잡아. 제국의 절반을 주겠다. 절반!”

휴신 황제는 두려움에 떨며 소리쳤다.

“미안.”

라온은 짧게 말하고는 검을 휘둘렀다. 다시금 비명이 이어졌고 라온은 황제의 침실로 다시 나왔다.

‘운명이란 기구하군. 황제에 오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불쌍한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 라온은 후퇴할 시점이었다.

즉시 왕성 밖으로 나가 기간테스를 불러내 탑승한 후에 타이탄끼리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달려갔다.

갈멘 수도의 비상 사태가 미들게이트 요새와 레치워 지역에 알려져 타이탄 라이더 기사들이 몰려오기 시작하자 접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어서 왕성 안으로 들어가라! 왕성 안에 비밀 포탈죤이 있다. 루이스 단장! 왕성 안에 있는 황제의 침실로 가라. 거기에 비밀 통로가 있다. 마법사들과 기사들을 데리고 가라.”

“네!”

루이스 단장은 부하들과 마법사들을 왕성 안으로 인도했다.

원래 황제만 없애고 나면 바로 견습 기사단 창고를 향해 도망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왕성 안에 포탈 마법진이 있으니 그걸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라온은 마케니안 왕국 기사들을 왕성 안으로 들여보내며 자신이 선두에 서서 갈메시아 제국 타이탄을 막았다.

‘칼릭스 후작과 예리엘 대마법사가 나타나기 전에 떠야하는데.’

라온은 마음이 초조했다.

한편, 한참 잠을 자다가 보고받은 칼릭스 후작과 예리엘 대마법사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막 막사에서 나온 칼릭스 후작을 예리엘 대마법사가 불러세웠다.

“칼릭스 후작님! 잠깐 이쪽으로 오세요.”

“네? 예리엘 대마법사 님. 지금 갈멘 수도의 왕성에 마케니안 왕국이 쳐들어 왔습니다. 당장 가야 합니다.”

“잠깐만요. 그렇게 급하게 움직일 일이 아닙니다.”

“네?”

“우선 이쪽으로 오시죠.”

예리엘 대마법사는 칼릭스 후작을 이끌고 자신의 막사로 갔다.

막사에 들어온 칼릭스 후작은 예리엘 대마법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한시가 급한데 왜 부르신겁니까?”

“이미 때가 늦었기 때문입니다.”

“네? 늦다니요?”

“보고 듣기로 이미 왕성에 적이 침투했다더군요. 황제는 이미 죽으셨다고 봐야 합니다. 지금 저희가 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

“마케니안 왕국은 건들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후회가 되는군요. 두달입니다. 라온 왕은 우리가 오해하고 쳐들어가게 만들 정도로 두달간 완전히 연락을 끊어버리고 잠적하다니….. 정말 무서운 놈입니다.”

“하긴 4년이나 갈메시아 제국에서 버틴 놈인데…. 그럼, 예리엘 대마법사 님은 어쩌실 생각입니까?”

“흠, 우선 저도 라온 왕을 상대로 이길 자신은 없으니 피해야죠. 안갈 수는 없지만 좀 늦게 가시자구요.”

예리엘 대마법사의 말에 칼릭스 후작은 급했던 마음을 추스렸다. 그리고 예리엘 대마법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마케니안 왕국과 전쟁 종결을 해야겠는데 어떻게 하는게 좋겠습니까?”

“휴우~ 일단 저들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봐야겠지요. 헌데…..”

“헌데요?”

“다음 황제는 누굴 뽑아야 할지….”

휴버트 2세 황제와 그 직계 왕손이 모두 죽으면서 황위를 이을 계승자들간에 서열 다툼이 필연적이 되었다.

“아무래도 휴버트 2세 황제의 조카가 되시는 티모르 백작이 가장 적합하리라 봅니다.”

칼릭스 후작은 자신과 친분이 강한 티모르 백작을 내세웠다.

“칼릭스 후작님. 하지만 서열로 따진다면 하워드 백작이 더 앞설거 같습니다.”

“흐음……”

예리엘 대마법사는 고민에 쌓인 얼굴로 칼릭스 후작을 바라보았다.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라온이 걱정하는 것처럼 칼릭스 후작과 예리엘 대마법사와 만나는 일은 없었다. 무사히 갈멘 수도의 왕성에서 빠져나온 라온은 미들게이트 요새로 향했다.

멕베인 후작이 사건이 터진 다음날 바로 라온에게 왔다.

라온은 미들게이트 요새의 성벽에 서서 멕베인 후작이 성벽에 올라오도록 했다.

“전하, 갈멘 수도로 쳐들어가셨습니까?”

“그랬네.”

“휴신 황제를 그럼?”

“이미 알고 왔잖는가? 맞네.”

“휴우, 새로 점령한 지역에는 아직 갈메시아 제국의 추종자들도 있는데 황제가 죽은 사실을 알면 격렬히 저항할 수도 있습니다.”

“멕베인 후작. 지금은 전쟁 중이야. 저들이 날 죽인다 하더라도 이상할게 하나도 없다. 안그런가?”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기다려야지.”

라온은 성벽 밑으로 보이는 갈메시아 제국 진영을 바라보았다.

“전하, 어떤 걸 기다리신다는 겁니까?”

“저들이 계속 전쟁을 하려고 할까? 내 생각에는 아닐꺼 같아서 말이다. 난 저들이 휴전 협정을 맺자고 오기를 기다리네.”

“맞습니다. 저들로선 전쟁을 더 유지하고 싶지 않을껍니다. 불과 하루만에 볼튼 요새 병력이 묵사발이 나고, 또 어제 밤에는 황제가 죽었으니…..”

“이번에는 어떤걸 요구할까? 제국 땅의 절반을 또 달라고 할까?”

“글쎄, 이미 반으로 줄어든 땅을 또 반으로 나눈다면 이제 제국이라고 불리긴 힘들겠군요. 대신….”

“대신?”

“저희가 제국으로 불려야 하지않을까요? 갈메시아 제국 땅의 4분의 3을 차지했고, 아르니아 왕국 땅까지 차지했는데 말입니다.”

멕베인 후작의 말이 끝나자 라온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이 참에 마케니안 왕국에서 마케니안 제국으로 바꿔야겠다.’

“멕베인 후작. 이번 전쟁이 끝나면 마케니안 왕국에서 마케니안 제국으로 바꿔야겠다.”

“제국이요?”

“그래, 뭐 문제있나?”

“아닙니다. 불과 몇년만에 너무나 커버려서 그렇습니다. 전하, 이번에는 어디든 떠나지 마시고 왕국 일에 신경써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적어도 10년 정도는 기반을 닦아야 합니다. 그래야 제국이 되더라도 안정이 될 겁니다. 전하가 두달동안 자리를 비우시니 당장 적들이 전쟁을 걸어오잖습니까?”

“알았네. 이번에는 좀 신중하게 행동하지.”

“그리고 전하.”

“응?”

“결혼을 하시는게 좋겠습니다. 왕자 전하가 계셔야 왕위를 누가 이을지 확실해지니깐요.”

“결혼이라…..”

‘플로랑스가 없는 이 마당에 누구와 결혼하지? 에띤느? 너무 자유 분방해. 왕비를 시켜주면 격식에 맞게 행동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날 좋아하는거 같지만 장난기도 심해서 믿을 수가 없어. 그럼, 헤이프론? 날 사랑하는거 같기는 하지만 왕비가 되려고 할까? 그녀는 날 데리고 모험을 즐기고 싶어할꺼야. 두 사람이 아니라면 누가 있지? 쥬니끄? 그녀는 귀족 자제라 격식도 잘 알고 이쁘긴 하지.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별 감정도 없을테고. 휴우~ 다른 왕국의 공주? 쳇, 내가 무슨 정략 결혼이냐. 얼굴도 모르는 공주 따위는 필요없어.’

라온은 갑자기 골이 아파왔다.

전쟁은 마케니안 왕국과 갈메시아 제국이 휴전 협정에 동의하면서 끝이 났다.

갈메시아 제국은 전쟁을 일으킨 댓가로 레치워 지역 북쪽 땅을 내놓았다. 이는 남아있는 갈메시아 제국 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였다. 이 지역을 마케니안 왕국에 넘김으로 갈메시아 제국은 더이상 라트시아 왕국과 국경을 마주하지 않게 되었다.

라온은 땅뿐만이 아니라 갈메시아 제국의 타이탄도 100기나 요구했다.

갈메시아 제국으로서는 굴욕적인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짧았던 이번 전쟁으로 갈메시아 제국은 보유한 타이탄이 288기에서 118기로 줄어들었다.

100기는 마케니안 왕국에 넘겼으며 70기는 라온과 마케니안 왕국 기사들에 의해 파괴되었다.

한편, 마케니안 왕국은 보유한 타이탄이 459기로 늘어났다. 갈메시아 제국이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 보유한 타이탄이 700기가 넘었던 것에 비하면 적은 숫자지만, 불과 몇년전에 28기였던 마케니안 왕국으로서는 엄청난 성장이었다.

다리오 상왕은 휴전 협정이 끝나자 라온을 부른 후에 빨리 결혼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상왕의 좌우에는 멕베인 후작과 크림슨 후작이 서있었다.

“라온아, 난 니가 어떤 여자를 데려오든 반대하지않겠다. 갈메시아 제국의 왕족만 아니라면 말이다. 평민이나 노예라도 좋으니 얼른 결혼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네?”

‘상왕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다니.’

라온은 평민이나 노예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솔직히 니가 노예를 데려온다고 하더라도 누가 반대할 수 있겠느냐? 멕베인 후작과 크림슨 후작을 제외한 모든 귀족들이 식솔들까지 데리고 갈메시아 제국에 넘어간 마당에 말이다. 이제 관리제 시행에 반대할 자가 하나도 없는게 한편 기쁘기도 하구나.”

“감사합니다. 상왕 전하. 귀족들이 소유했던 땅과 재산은 모두 왕국 재산으로 편입시키고자 합니다.”

“그래, 그래. 좋다. 결혼은 꼭 올해 안에 했으면 좋겠다. 흠, 크림슨 후작이 아주 좋은 의견을 내놓았는데 들어볼테냐?”

“네. 그러죠.”

라온은 크림슨 후작을 바라보았다.

“전하. 저는 왕비가 되실 분을 뽑기 위해 각지의 아름다운 여성들을 모두 불여들여 성대한 파티를 여는게 어떨까 합니다.”

“왕비 선발을 위한 파티 말인가?”

“맞습니다.”

“휴우, 내가 그들에 대해 뭘 안다고 그중에서 신부감을 뽑는단 말인가?”

“글쎄요. 그건 전하께서 정하실 일이겠죠. 다만 마케니안 왕국은 왕비를 절실하게 원하고 있답니다. 게다가 앞으로 제국의 명칭을 쓰려면 황후의 존재가 더욱 필요하구요.”

“흐음. 알았네. 하지만 지금은 신경쓸 것이 너무 많으니 올해는 더이상 얘기하지 않는게 좋겠다.”

라온은 이렇쿵 저렇쿵 얘기하면 골이 아파지기게 그냥 이렇게 지시하고 얼른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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