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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댄스 - NBA DREAM-12화 (12/233)

012화 chapter 3 (6)

‘막시 클리바랑 경쟁하게 되겠네.’

댈러스에서 호영이 노릴 자리로는 포워드인 막시 클리바의 자리 정도일 것이다.

해리슨 반즈는 이번 시즌에도 실질적으로 에이스 노릇을 할 선수일 것이니 호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거의 없을 것이고, 릭 칼라일 성향상 호영을 가드에 둘 것 같지 않았다.

결국, 호영은 애초에 포워드로 경쟁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자며 나름대로의 결론을 지었다.

나머지 몇몇 팀도 호영에게 제의를 했지만 강팀에서 ‘한번 복권 긁는 심정으로 찔러나 볼까?’ 같은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우에는 그냥 주전 선수들의 훈련 파트너나 하다가 G리그를 왔다 갔다 하며 하염없이 희망 고문만 당하는 경우가 많으니 제외.

“후우우…….”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사이클에 매진하다가 내려온 호영은 장마철에 밖에서 비를 흠뻑 맞고 나왔나 싶은 모습으로 얼굴의 땀을 아무렇게나 닦으며 마지막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그래, 이제 연락하자.’

충분히 숙고했고,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호영은 체육관에서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 *

호영이 결정을 내리고 어딘가에 전화를 건 지도 벌써 열흘. 그간 호영에게는 두 가지 일이 생겼다.

첫 번째는 훈련 패턴 변경.

서머리그가 모두 끝난 이후 자신의 피지컬 & 스킬 트레이닝에 열을 올리던 호영은 자신이 선택한 팀에 연락을 한 후, 곧바로 비디오 분석에 상당한 시간을 쏟기 시작했다.

그 시간에 훈련을 1분이라도 더 하면 실력이 더 늘고, 체력이 더 붙지 않겠냐고 반론할 사람이 굉장히 많겠지만, 비디오 분석은 호영이 가장 필요로 했던 작업 중 하나였다.

NBA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수라 해도, 같이 뛰는 선수와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건 바로 각 선수마다 농구하는 습관이나 선호하는 플레이가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르브론 제임스 같은 선수도 혼자서 원더 플레이를 하는 걸로 팀을 우승까지 멱살 잡고 끌고 가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

호영은 그런 관점에서 팀원마다 가장 선호하는 패스, 선호하는 플레이, 선호하는 돌파 위치, 선호하는 슈팅 스팟을 모조리 암기하고 그걸 하루에 수십 번 시뮬레이션했다.

그 덕분에 누구와 호흡을 맞추더라도 선수 성향을 최대한 빠르게 파악하여 최적의 콤비 플레이를 만드는 요령을 조금씩 습득했다.

두 번째는 트레이닝 캠프 합류 확정.

-초이! 이제 SNS 확인해 보면 공식 기사 나갔을 거예요.

“오케이. 확인해 볼게요, 크리스.”

아이비리그에 속한 코넬 대학교를 졸업한 후, 스포츠 에이전트의 뜻을 가지고 곧바로 뛰어든 25살의 젊은 피, 크리스 헤임즈.

원래는 야구를 좋아해서 MLB 전문 에이전트가 되고 싶었지만 그쪽은 워낙 쟁쟁해서 차선으로 NBA를 선택했다고.

이 부분이 조금 걱정이었지만, 그래도 농구 역시 야구만큼 좋아하는 모양인지 자신의 첫 고객인 호영에 대한 일에 열성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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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영 최를 트레이닝 캠프에 초청한 댈러스 매버릭스](Randy Bones : Excel sports)

2017년 드래프트에서 낙방한 언드래프티, 호영 최는 댈러스 매버릭스 트레이닝 캠프에 초청되었다.

6-11(210cm)의 준수한 사이즈에 여러 포지션이 소화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호영 최는 새크라멘토 킹스, 멤피스 그리즐리스 등의 구애를 받았으나 결국 서머리그부터 몸담았던 댈러스 매버릭스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 2017.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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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한 SNS 하나뿐이지만, 호영의 입장에서는 인생에서 이만큼 가슴을 울리는 SNS 게시글을 본 적이 없었다.

항상 나이, 부상, 몸값 등을 이유로 서머리그에서 프리시즌까지 한 번도 진도를 나가 본 적 없던 호영이었다.

‘두 번째 삶에서 드디어, 간신히 여기까지 왔구나.’

세상은 요지경이라더니, 정말이었다.

“확인했어요, 크리스. 좋은데요. 직접 썼어요?”

-네, 어때요? 괜찮죠?

“깔끔하네요. 괜히 제 실력에 대한 미사여구 없이 담백하니 사실 위주로 쓰여 있어서 그런지 보기도 좋고요.”

자기 몸값 올리고, 실력 뻥튀기하려고 게시글 하나에도 실력이 어쩌고, 운이 없었고…… 이런 말을 덕지덕지 쓰는 에이전트가 꽤 있다.

하지만 호영은 그런 게 도리어 팬이나 전문가에게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걸 익히 봐 왔기에 최대한 깔끔하게 SNS를 이용하자고 했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요? 사실 더 적극적인 건 새크라멘토 킹스였다고 보는데.

“네. 그레고리 스트랜튼 헤드 스카우트에겐 굉장히 미안한 일이죠. 하지만 어차피 지금 제가 어느 팀의 트레이닝 캠프에 합류하든 입지는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음…… 맞죠.

크리스 헤임즈 에이전트는 굉장히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하는 호영을 보며 ‘이게 정말 신인 선수 맞나?’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호영은 NBA 30개 구단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딱 두 가지만 비교해 봤어요. 첫 번째, 내 자리가 생길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가. 두 번째, 내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새크라멘토나 댈러스나 이번 17-18 시즌은 안식년일 가능성이 높다 예상되니 비슷하고. 결국 두 번째에서 갈렸겠군요?

“맞아요. 새크라멘토에는 그레고리 스트렌튼 헤드 스카우트 말곤 확고한 아군이 없어요. 대신 댈러스에서는 데럴 암스트롱 어시스턴트 코치, 갓 샘갓 코치를 비롯해서 직접 뛰어 본 뱀 아데바요랑 딜런 브룩스도 있고. 마크 큐반 구단주랑 리빙 레전드 덕 노비츠키 앞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으니까요.”

-그래서 새크라멘토 킹스는 1년 비보장 계약을 제의했음에도 단순한 초청인 댈러스 매버릭스를 선택한 거라면…… 이해가 갑니다. 그래도 제 입장에서는 비보장이긴 해도 정식 계약이 아깝긴 하네요.

크리스 헤임즈 에이전트가 아쉬워하는 부분을 호영도 모르진 않았다.

하지만 1년 비보장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새크라멘토 킹스에 섣불리 합류했다가 벤치만 달구고 그대로 컷 되면 어디에 하소연할 수도 없다.

댈러스 매버릭스로 합류하게 된다면 적어도 프리시즌만큼은 팀 내에서 주축이라 할 수 있는 두 코치의 힘을 빌려 꽤 많은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선택한 이상, 미련 없이 최선을 다해 봐야죠.”

-맞죠. 저도 모르게 괜히 기운 빠질 법한 이야기만 했네요. 저도 이 선택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생각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거라고 봐요! 댈러스 매버릭스가 아니라도, 프리시즌에 좋은 활약을 보이면 다른 팀에서 더 탐을 내고 좋은 계약을 제안할 거라고 봐요!

그것도 물론 고려하는 부분이지만, 어지간하면 호영은 자신의 마음속 고향과 같은 댈러스 매버릭스에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 * *

2017년 9월 말.

하나둘 NBA 팀에서 트레이닝 캠프 20인 명단을 발표했고, 호영이 선택한 댈러스 매버릭스도 20인 명단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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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스 매버릭스 트레이닝 캠프

-감독 : 릭 칼라일

-어시스턴트 코치 : 자말 모슬리 / 데럴 암스트롱 외 3인

가드>

J.J 바레아 / 데빈 해리스 / 세스 커리 / 웨슬리 매튜스 / 딜런 브룩스 / 지안 클라벨 / 말릭 웨인스 / 캣 바버 / 드와이트 바익스

포워드>

덕 노비츠키 / 해리슨 반즈 / 도리안 핀니 스미스 / 막시 클리바 / 호영 최 / 조나단 모틀리

센터>

너렌스 노엘 / 드와이트 파웰 / 살라 메즈리 / 제프 위디 / 브랜든 애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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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드를 선호하는 릭 칼라일 감독답게 트레이닝 캠프에도 가드가 상당히 많은 구성이었다.

솔직히, 경기 내에서 볼 흐름과 패스의 질을 챙기기 위해서라지만, 그로 인해 감당해야 할 꼬꼬마 사이즈 가드 세 명의 허술한 수비는 상당한 문제였다.

그럼에도 릭 칼라일 감독은 이 전술을 고수했고, 가드를 여전히 선호했다.

“댈러스 매버릭스에 합류해 줘서 고맙다. 나는 이 팀의 감독을 맡은 릭 칼라일이다.”

짐 캐리를 빼다 박은 외모 때문에, NBA 팬 사이에서는 ‘짐 캐리의 잃어버린 친형’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릭 칼라일 감독.

댈러스를 우승시키고, 꾸준히 강팀으로 유지시킬 때만 하더라도 사람이 여유가 넘치고 젠틀한 면모가 짙었지만, 언제부턴가 플옵 판독기, 강팀 판독기 소리를 들으며 중위권으로 추락했고…….

심지어는 작년 시즌에 바닥을 치면서 잘 숨겨 왔던 단점이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는 농구 철학은 그다지 단순하지 않아. 스마트하고, 재빠르게 내 전술을 이해할 수 있는 선수에게만 기회가 돌아갈 것이다. 이전부터 그래 왔고, 이번 시즌도 그건 변하지 않을 거다.”

저런 식으로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저렇게 말하는 게 습관이 된 듯싶었다.

공개적인 인터뷰에서는 그래도 이성을 유지하며 젠틀한 모습을 꾸준히 보여 주려 하지만, 실제로는 다소 고압적이었다.

그리고 전술에 있어서는 과거부터 쭉 써 온 것을 맹신하고 누군가가 그걸 건드리는 것조차 불허할 정도로 강박증이 있어 보였다.

“오늘은 첫날인 만큼 여러분이 과연 얼마나 스마트하게 농구를 하는지 테스트하겠다. 지금부터 호명하는 사람은 나와서 라인에 맞춰 서도록.”

한 명씩 이름이 불리는데, 코치들이 2인 1조로 선수를 묶는 걸 보니 뭔가 2 대 2 상황을 만들려는 것 같았다.

첫 조는 데빈 해리스 - 드와이트 파웰.

두 번째 조는 호영 - 브랜든 애슐리.

‘이야…… 이거 무조건 의도한 거네.’

릭 칼라일은 매우 똑똑한 감독이다. 그러니 서머리그의 선수 관계라든가, 각 선수의 기량을 빠삭하게 기억하고 호영에게 일부러 브랜든 애슐리를 붙였겠지.

-서머리그에서 이만큼 무색무취한 선수도 없었죠. 슈팅 없었으면 컷이었습니다.

프리시즌에 합류한 건 순전히 슈팅 능력 하나 덕분이었다.

댈러스가 전통적으로 슈팅 능력이 있는 선수를 선호하다 보니, 어차피 애매모호한 기량을 가진 후보군 중에서 그나마 슈팅이 정확한 빅맨인 브랜든 애슐리를 뽑았다.

그리고 그런 무색무취한 빅맨을 호영의 파트너로 선정한 것은 상대하는 팀에게 호되게 깨져 보라는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었다.

“1조, 2조. 각자 공/수를 교환하면서 상황에 맞는 2 대 2 플레이를 진행한다. 공격 측은 점수를 넣을 시 1포인트. 수비는 공격 측을 막고 실점을 막으면 1포인트. 총 5번씩 10회 합산 점수로 평가할 테니, 긴장 바짝 하도록.”

호영과 브랜든 애슐리의 상대는 올스타 출신의 베테랑 가드 데빈 해리스 그리고 댈러스 내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팀 전술을 확실히 이해하는 드와이트 파웰.

두 사람을 호영과 브랜든 애슐리의 파트너로 붙이고 평가하겠다는 건 ‘너네는 절대 이길 수 없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웃기지도 않아.’

하지만 그런 부당한 평가를 누가 인정할까.

호영은 기왕 이렇게 된 거, 릭 칼라일 감독 표정이나 한번 똥 씹은 것처럼 구겨 버리자고 생각했는지 ‘연륜’을 발휘했다.

“헤이, 브랜든.”

“어, 어?”

먼저 말을 붙인 호영. 그러자 브랜든 애슐리는 호영이 먼저 말을 걸 줄 몰랐는지 매우 당황한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머리그에서 둘 간의 교류는 거의 없었고, 경기에 뛰는 것도 호영은 주전, 브랜든 애슐리는 벤치 멤버여서 접점도 전혀 없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뭘 그렇게 당황해. 우리 같이 서머리그에서 경기도 뛰고 한 사이잖아.”

친근한 척 말을 붙이니, 브랜든 애슐리는 금세 ‘그런가……?’라며 호응했다.

호영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짓더니 브랜든 애슐리를 자극하는 한마디를 던졌다.

“그나저나,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억울하거든. 넌 안 그래?”

“…….”

“생각해 봐. 저쪽은 데빈 해리스랑 드와이트 파웰이라고. 우리보다 몇 년이나 이 팀에 머물러 있었으니 전술도, 호흡도 상당할 텐데. 우리보고 그냥 지라는 거잖아.”

“그……렇지.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 조금이라도 열심히 해서 포인트 따는 모습을 보이는 수밖에…….”

호영은 그것보다 더 좋은 생각이 있다며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포인트를 따는 것보다, 우리가 저 둘을 이기면 완전 눈도장 찍을 수 있는 거 아니겠어?”

“그, 그게 가능해? 너도 저 둘이 전술이나 호흡 면에서 압도적일 거라고…….”

“그렇지. 하지만 우리는 저 둘보다 더 좋은 걸 두 개나 가지고 있잖아.”

툭-.

호영은 브랜든 애슐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키랑 슛.”

데빈 해리스는 6-3(191cm), 드와이트 파웰은 6-10(208cm).

그에 비해 호영은 6-11(210cm), 브랜든 애슐리는 6-9(206cm).

데빈 해리스나 드와이트 파웰은 슛에서 강점이 있는 타입이 아닌데, 호영하고 브랜든 애슐리는 꽤 정확한 점퍼를 장착한 타입.

“그러니까, 복잡하게 하지 말고 단순하게 가자고.”

호영은 브랜든 애슐리에게만 들리도록 무언가를 쑥덕거렸고, 브랜든 애슐리는 자신감이 생긴 모양인지 방금 전보다 확연히 결연해진 표정을 지은 채 골대로 걸어갔다.

“잘 부탁드립니다.”

호영이 먼저 차분하게 말하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브랜든 애슐리는 분기탱천한 장수처럼 호탕하게 소리쳤다.

“시작!”

퉁- 퉁-.

코치의 휘슬과 함께, 데빈 해리스가 공을 튀기며 호영 앞에서 슬슬 시동을 걸었다.

라스트 댄스 - NBA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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