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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댄스 - NBA DREAM-27화 (27/233)

027화 chapter 4 (2)

“좀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아니에요, 마크. 충분히 일찍 와 줬어요. 고마워요.”

사실, 두 사람의 관계는 썩 매끄럽진 않았다.

데빈 해리스는 댈러스가 뽑은 포인트가드 초신성이라 불릴 만큼 처음 3시즌 동안 화려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포인트가드 중 하나로 손꼽히던 제이슨 키드를 데려오기 위해 브루클린 네츠(당시 이름은 뉴저지 네츠)와 트레이드하면서 그 관계가 어색해졌다.

그렇게 댈러스를 떠났던 데빈 해리스는 다시금 2013-2014 시즌 댈러스로 되돌아왔지만, 이미 브루클린 네츠에서 보여 줬던 올스타 기량은 잃은 상태였다.

댈러스에 남고 싶었기에 트레이드 직전까지 댈러스에 남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던 데빈 해리스.

그런 데빈 해리스를 걸출한 스타를 얻기 위해 넘기게 된 마크 큐반.

누가 보면 단순한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단순한 비즈니스였음에도 충분히 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여기…… 형이 잠든 관이에요.”

“음.”

하지만 마크 큐반은 릭 칼라일 감독, 도니 넬슨 단장과의 갈등을 통해 무언가 깨달은 것이 있었는지 조금씩 자신을 바꾸기로 마음먹은 듯싶었다.

평소라면 이익 관계를 따졌을 마크 큐반이, 이번에는 고민도 안 하고 비행기를 돌려 여기로 날아온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었다.

마크 큐반 구단주는 닫힌 관 앞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끝낸 후, 마크 큐반 구단주는 잠시 데빈 해리스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데빈, 좀 먹고 쉬긴 했나?”

“하하, 네. 솔직히, 앞선 이틀 동안은 아무것도 안 먹히고 잠도 안 오더라고요. 그런데 오늘, 초이가 가장 먼저 와서 등을 밀어 주는데, 뭐랄까…… 아, 뭘 좀 먹고 쉬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초이가?”

“네. 팀에서 가장 어린 선수인데…… 언뜻, 형의 모습이 보였달까요. 참 신기하죠?”

‘초이…… 이번 일에 가장 먼저 나서고, 선수들에게 같이 가자 연락했던 것도 그라고 데이비드 단장이 그랬었지…….’

마크 큐반 구단주는 데빈 해리스의 말을 잠시 곱씹었다.

경기 내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얼음 심장을 가진 신인. 반대로 경기 외적으로는 팀원을 하나하나 세심히 챙길 줄 아는 모습도 이번에 보여 줬기에, 마크 큐반 구단주는 호영에 대한 인식이 한층 좋아졌다.

어쨌든, 그런 생각은 이 모든 것이 마무리된 후 다시 하면 되는 것이니, 마크 큐반 구단주는 생각을 정리하곤 데빈 해리스의 등을 다독여 줬다.

“고생 많았어. 여차하면, 좀 더 쉬고 오는 것도 좋으니, 복귀에 부담 가지지 말고.”

“아니에요, 마크. 초이도 그렇고, 해리슨이나 덕, J.J…… 모두 제 형을 위해 이렇게 방문해 줬잖아요. 형과의 이별을 마무리하면, 곧장 댈러스로 복귀하고 싶어요. 이런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진심으로 댈러스 동료들이 내 가족 같다고 느꼈거든요. 그런 팀의 성적을 위해서 얼른 복귀하고 싶어요.”

호영이 발 벗고 나서서 힘든 일을 겪은 데빈 해리스를 위로하러 가자고 한 것이, 이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원래라면 올 시즌, 덴버 너게츠로 이적하게 되면서 그걸 끝으로 NBA 생활을 접게 되는 데빈 해리스였으나.

이번 일을 계기로 그는 댈러스에 대한 애정이 한층 강해지면서, 댈러스를 위한 헌신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게다가, 이렇게 모여서 팀원의 슬픔을 다독여 주는 자리를 마련한 덕분에, 팀 케미스트리가 오르는 것도 당연했다.

‘초이, 초이라……. 그에게 리더십이 충분히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겠어.’

마크 큐반 구단주는 한층 격상된 호영의 존재를 가슴에 새겼다.

* * *

2017년 11월 7일. 캐피탈 원 아레나에서 열린 워싱턴 위자즈와의 정규시즌 13번째 경기.

워싱턴 위자즈는 존 월, 브래들리 빌이라는 원투펀치에 오토 포터 주니어, 마키프 모리스, 마신 고탓이 주전 라인업에서 두 사람을 도와 준수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5할 승률을 맞추고 있었다.

그에 비해 댈러스는 이고르 감독 체제로 전환한 후,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곤 있으나 아직 경험이 일천한 신인 선수들이 주전으로 나와 최소 20분 이상 경기를 소화하다 보니 경기력이 들쭉날쭉했다.

게다가 공수에서 심플한 전술로 경기를 풀어 가다 보니 어느 정도 예측하고 막을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이 있었다.

그리고 그 위험 부담은 워싱턴 위자즈와의 경기에서 그대로 노출되고 말았다.

삐익-!!

“차징 파울!”

[아! 딜런 브룩스, 또 파울입니다! 1쿼터 시작 5분 만에 2파울째!]

[파울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습니다. 딜런 브룩스! 아무리 상대가 에이스인 브래들리 빌이라곤 하지만, 저런 식으로 감정적인 스틸을 해 봐야 좋을 게 없죠!]

“이게 파울이라고요?! 저, 손에 공 말고 아무것도 닿은 게 없는데…… 웁!”

딜런 브룩스는 이해할 수 없다며 심판에게 따지려 했으나, 호영이 황급히 달려가 딜런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죄송합니다.”

심판의 판정이 불합리하게 느껴질 순 있다. 하지만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선 불합리한 판정도 웃어넘기거나, 참아 낼 줄 알아야 한다.

괜히 여기서 ‘파울 아닌데?!’라고 화라도 버럭 냈다간 테크니컬파울을 받거나, 심한 경우 퇴장까지 당할 수 있다.

“딜런, 딜런! 진정해.”

자신의 손을 치우려는 딜런 브룩스에게 진정하라고 다그치듯 속삭이는 호영.

“그러다가 정말 테크니컬파울이라도 받고 싶어서 그래?! 일단 참아!”

“…….”

딜런 브룩스는 테크니컬파울이란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호영은 딜런 브룩스의 입을 막던 손을 치웠고, 딜런 브룩스는 짜증이 잔뜩 난 표정으로 머리를 긁었다.

“아니…… 진짜 파울 아니라고. 초이, 너도 봤잖아?”

“내가 그걸 봤어도 달라지는 건 없어. 화내면 우리가 더 손해니까. 지금, 5분 만에 점수 10점 벌어졌는데, 여기서 너까지 흥분해서 더 꼬여 봐. 답도 없다고.”

“젠장…….”

딜런 브룩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더니 길게 “아~.” 하는 소리를 냈다.

브래들리 빌을 막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아직 1쿼터도 안 끝난 상태에서 파울 두 개면 딜런 브룩스 특유의 적극적인 수비도 물 건너가는 것이다.

“일단, 한 포제션만 이렇게 더 막아 보자. 그러고 방법을 찾아보든가 하자고.”

호영은 짜증이 난 딜런 브룩스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었고, 딜런 브룩스도 경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에 짜증을 최대한 억누르며 다시금 경기에 집중했다.

[경기 다시 속개됩니다. 마신 고탓이 사이드라인에서 존 월에게 패스를 건네는군요?]

워싱턴 위자즈의 원투펀치 중 한 명인 존 월. 브래들리 빌과는 달리 엄청난 속도와 피지컬을 기반으로 저돌적인 돌파를 선호한다.

브래들리 빌이 정확한 슈팅 능력과 득점을 쌓는 능력이 뛰어나다면, 존 월은 반대로 공을 오래 쥐고 패스를 뿌리거나, 돌파를 통해 공간을 만드는 것에 더욱 능통했다.

다만…… 그 좋은 운동 능력과 돌파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드리블이 높아 턴오버도 많고, 슛도 부정확한 편.

이렇게만 보면 에이스라고 하기엔 반쪽짜리라고 할 수 있지만, 솔직히 호영에겐 가장 까다로운 상대 중 하나였다.

호영의 피지컬이 탈동양인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존 월같이 리그에서 가장 빠르고 피지컬 좋은 선수를 속도로 쫓아가면서 막는 건 무리다.

그러니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면서 수비를 하거나, 아니면 뱀 아데바요 같은 센터가 존 월의 돌파를 먼저 한 번 몸으로 막아 내서 공격 템포를 늦추는 헷지 디펜스 같은 걸 구사해야 하는데, 팀 수준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끼기긱-!

[또다시 존 월이 돌파를 시도합니다! 댈러스는 호영 최를 포인트가드로 내세웠는데, 존 월과 매치업이 되면서 수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죠!]

[호영 최도 사이즈 대비 스피드가 상당히 좋은 편인데, 존 월에 비할 바는 아니죠! 오늘 존 월이 호영 최 앞에서 총 두 번의 돌파 시도를 했는데, 한 번 성공하고 한 번은 파울을 얻어 냈죠! 아마 자신감이 붙었을 겁니다!]

호영도 알고 있었다. 제아무리 열심히 훈련을 했고, 전생에서 유럽 무대를 누비던 유럽의 르브론 제임스 소리를 들었다지만, 어쩔 수 없는 유럽 리그와 NBA의 격차는 분명 존재했다.

날고 기는 선수가 즐비한 NBA에서도 최상급의 피지컬 능력을 지닌 존 월을 락다운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렇다면, 호영이 포인트가드로 그와 마주할 때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몇 개로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최선의 수비를 하자!’

결국, 존 월의 움직임을 예측하거나, 그의 손에서 공을 빼앗는 것뿐이었다.

“들어와. 들어와.”

호영은 앞선 두 번의 수비를 실패한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존 월에게 오른손을 까딱이며 도발했다.

물론, 이런 모습이 존 월의 눈에는 허세처럼 보여 그는 풋- 하고 비웃었지만, 호영은 그런 비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앞선 두 번의 돌파 모두 오른손을 메인으로 드리블하고, 돌파 루트도 오른쪽이었어.’

“수비! 여기에 붙지 마!!!”

호영은 큰 소리로 존 월에게 추가 수비를 붙지 말라고 소리쳤다.

방금 전에 했던 ‘들어와~’는 장난으로 받을 수 있어도, 헬프 수비도 오지 말라고 하는 호영의 말은 존 월에게 다소 선 넘는 발언이었다.

“뭔 자신감인지 모르겠는데, 어디 한번 해 봐. 그러다가 또 뚫려야 정신 차리지.”

존 월은 자신만만하게 퍼스트 스텝을 밟았다.

호영은 역시나, 오른발을 퍼스트 스텝으로 밟고 총알 탄 사나이처럼 오른쪽으로 튀어 나가려는 존 월의 모습을 보자마자 사이드스텝으로 존 월의 예상 돌파 동선을 가로막았다.

퍼억!!!

“억!!”

[먼저 자리를 선점해서 몸으로 막아 내는 호영 최!!!]

[이야, 두 번은 당해도 세 번은 당하지 않는다는 거죠! 존 월, 돌파가 처음으로 무산됩니다!]

호영의 예상은 다행히도 적중했다.

앞선 두 번의 도발로 다소 기분이 상한 존 월은 앞서 호영을 두 번이나 털어먹었던 방식을 그대로 사용해서 세 번째 굴욕을 주려고 했는데, 그게 결국 호영이 존 월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는 크나큰 단서가 된 것이다.

“뭐야, 바보도 아니고. 세 번이나 똑같이 돌파하면 그걸 누가 당해 주나?”

‘엄청 빠르네……!’

호영은 존 월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을 했지만, 속으로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어 순간 섬뜩해졌다.

분명 예측하고 먼저 움직였음에도, 1초만 늦게 판단했으면 존 월은 자신이 가진 미친 피지컬로 호영을 뚫어 버렸을 것이다.

그만큼, 존 월의 속도는 말이 안 되는 수준이라는 걸 호영은 속으로나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어쨌든 이번 돌파는 막았으니 기세를 조금 반전시킬 순 있었다.

라스트 댄스 - NBA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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