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4화 chapter 6 (4)
“딜런, 세스한테 3점 수업 들어 보니까 좀 어때? 나도 수강 신청을 할까 말까 고민 중인데, 마침 먼저 수강한 학생이 있다길래.”
“아~ 세스요? 어…… 제가 가진 슛 메커니즘을 막 엄청 건드리진 않았어요. 근데, 사소한 것이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나쁜 습관을 보고 바로 알더라고요.”
“오오…… 그게 뭐였는데?”
“수비를 정면으로 두고 슛을 쏴서 견제를 많이 당한다는 거요. 그래서, 몸을 살짝 틀어서 슈팅이나 돌파 중 뭘 선택할지, 수비가 헷갈리게 해서…… 찬스를 좀 더 확실하게 만든다는 거죠.”
간단하지만 심오한 세스 커리의 3점 강의였다.
엄밀히 말하면 3점을 잘 쏘는 강의라기보다, 3점 찬스를 좀 더 확실히 만들 잔기술을 알려 준 셈이었다.
그래도, 그 잔기술 하나가 딜런 브룩스를 루키 시즌부터 3점 성공률 37%를 기록하게 만들었다.
“뭐, 애초에 딜런이 가진 슛 메커니즘이 나쁘지 않았고요. 대신에…… 지미는, 음 좀 특별 강의가 필요할 것 같긴 해요. 메커니즘상 고쳐야 될 부분도 보이고.”
세스 커리가 한 말은, 상대방이 일평생 했던 슛 스타일을 고쳐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 뜻은, 자칫 잘못하면 ‘네가 하던 농구는 잘못되었어!’ 정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기에, 선수 성격에 따라서 기분이 나쁠 수도 있었다.
“나야 뭐~ 그렇게 고쳐서 좋아지면 베스트지! 언제 날 한번 잡아서 제대로 알려 달라고.”
“좋아요. 어차피 경기 따라다니면서 벤치 달구고 있는 중이라, 시간은 널널하니까.”
세스 커리는 목발을 들며 자신을 희생하는 농담을 던졌고, 지미 버틀러는 그 농담에 웃으면서 ‘금방 나을 건데 뭐!’라고 대꾸했다.
어쨌든, 지미 버틀러는 미네소타에서 겪은 일과 함께, 호영과 진솔하고 깊은 대화를 나눈 것에 어떤 영향을 받은 모양인지 이전과는 꽤 다른 모습으로 팀원들과 가까워지려 노력했다.
팀에서 마련해 준 호텔로 돌아가서 댈러스뿐만 아니라 젊은 농구 선수들이 즐겨 한다는 게임이 뭔지도 좀 찾아보고, 첫 만남에서 들었던 선수들의 취미 생활도 영상으로 보면서 ‘이런 걸 즐기는구나?’라고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했다.
2017년의 크리스마스를 댈러스 선수들을 분석하는 데 할애한 지미 버틀러는 다음 날인 26일.
당당히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다들 준비됐어?! 헤이! 다들 준비된 거 맞아?!”
경기 시작 직전, 파이팅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역시나 지미 버틀러가 있었다.
이전까지는 해리슨 반즈가 메인으로 나서고 호영이 뒤를 받치는 모양새였는데, 아무래도 둘 다 확 뜨겁게 달아오르는 타입은 아니다 보니 이것보단 좀 잔잔하고, 차분한 경향이 있었다.
“해리슨! 공룡이라고 착각하는 파충류 녀석들에게 덩크 꽂을 준비되었어?! 어?!”
“물론이죠!”
“그래! 넌 할 수 있는 놈이야! 어?! 시즌 평균 20득점도 넘기는 댈러스의 메인이라고! 그리고 뱀! 카일 라우리랑 더마 데로잔에게 떡블락을 갈길 준비되었냐?!”
“당연히 준비 끝냈죠!”
지미 버틀러는 뱀 아데바요의 가슴에 레슬러가 하는 찹을 가볍게 날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그래, Shit! 바로 그거야! 너, 최근에 발목도 좀 안 좋고, 경기력도 생각만큼 안 풀렸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넌 겁날 정도로 잘하는 빅맨이라고! 자신감 가져! 저 스타들을 상대로 블락 팍팍 찍을 수 있고, 리바운드 다 걷어 내면서 골 밑은 내 존이라고 못 박으란 말야! 헤이, 딜런!”
“오!”
“3점, 수비! 그리고 스틸! 매치업 상대로 더마 데로잔일 텐데, 녀석 상대로 쫄지 않을 자신 있지?!”
“그럼요! 당연히…… 아니…… 잠깐만…… 더마 데로잔은 좀. 아…….”
파앙!
“쫄았어도 그냥, 이럴 때는 분위기 타서 자신 있다고 하면 돼! 누가 뭐 쫄지 말래?!”
“아, 어…… 예! 뭐, 안 쫄았어요! 네! 쫄지 않을 거예요!”
지미 버틀러가 있으니 딜런 브룩스의 의식 중 하나였던 엄살 부리기는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 버리고 말았다.
“……헤이, 초이.”
마지막으로 호영의 차례. 하지만 지미 버틀러는 호영에게 방금 전처럼 높은 텐션으로 뭐라고 크게 소리치며 기운을 북돋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잘 부탁한다.”
짧게 한마디만 남겼다.
‘이 팀의 중심은, 결국 초이가 될 거야. 나는, 이 녀석이 완전한 중심이 될 때까지만, 잠시 바통을 건네받은 거니까. 그 역할에 충실하면 돼.’
지미 버틀러가 생각하는 댈러스의 리더는 호영이었다.
다만, 언드래프티 출신의 신인이라는 것 때문에 활약한 기간이 길지 않고, 언드래프티라는 것 때문에 다소 저평가하고 그를 주축감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선이 있기에 지미 버틀러가 그 역할을 자처했을 뿐.
벤치에서 시작하는 베테랑 선수들, 특히 덕 노비츠키 역시 지미 버틀러와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호영에게 자신의 자리를 넘겨주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였는데, 지미 버틀러는 호영과 알고 난 후, 며칠 지나지도 않았지만 덕 노비츠키의 기분을 200% 알 것만 같았다.
“내가 잘하는 건, 열심히 뛰어다니고, 끈질기게 수비하고, 찬스 나면 안 놓치게 몸을 날리는 거니까, 잘 이용해 봐. 그래야 어, NBA 최초 언드래프티 신인왕도 타고 그러지.”
툭-.
지미 버틀러는 호영의 가슴에 주먹을 가볍게 맞대곤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호영은 지미 버틀러가 주먹을 댄 위치를 잠시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
‘제대로 보여 달라는 거겠지?’
대충이나마 지미 버틀러의 의중을 파악한 호영은, 기대에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첫 포제션부터 화끈하게 달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삐이익-!
심판의 휘슬과 함께 공이 높게 떠오른다.
요나스 발렌슈나스와 뱀 아데바요의 점프볼 경합. 승자는 뱀 아데바요였다.
공이 퉁퉁 튀겨 데니스 스미스 주니어의 앞에 떨어졌고, 데니스 스미스 주니어는 공을 쥐고 하프라인을 넘더니 호영에게 패스를 뿌렸다.
퉁- 퉁-.
‘16승 18패. 어찌어찌 5할 승률 근처를 유지하고 있지만, 솔직히 강팀에게는 접전패를 너무 많이 당했어. 그렇다 보니, 강팀 상대로는 과연 이길 수 있을지…… 그런 고민을 하는 선수들도 있단 말이지.’
호영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채, 낮은 자세로 수비하는 서지 이바카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했다.
토론토 랩터스는 현재 23승 8패의 강팀. 이런 팀을 잡아낸다면 분명, 팀 분위기를 좀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면…… 초장부터 기선 제압을 좀 해야지.’
호영은 오른발을 슬쩍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서지 이바카는 노련하게 왼발을 반보만 빼며 스텝에 과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역시 서지 이바카.”
다만, 호영은 서지 이바카가 노련하게 수비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오른발을 슬쩍 내민 건 페이크도 뭐도 아닌 무의미한 것. 하지만 서지 이바카는 반보라도 뒤로 물러났다.
호영은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끼긱-!
“헉!”
큰 키에서 나오는 긴 보폭의 스텝백(stepback : 뒤로 물러나는 스텝).
순식간에 거리가 한참 벌어진 서지 이바카는 황급히 앞으로 뛰어나왔지만, 호영은 이미 스텝백 3점을 쏘기 위해 뛰어오른 상황이었다.
휘익-!
3점 라인에서 한참 뒤, 누가 봐도 딥 쓰리라고 할 만한 위치에서도 망설임 없이 깨끗한 폼으로 쏘아 올린 호영의 스텝백 3점은.
철썩!!
림도 닿지 않고 빨려 들어갔다.
“오케이. 오늘 감 좋네.”
호영은 별 대수롭지 않은 거라는 듯, 덤덤한 표정으로 관중을 향해 손가락 세 개를 들어 올렸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처음부터 원정팀 토론토 랩터스의 기세를 팍 죽여 버리는 호영의 유려한 스텝백 3점.
그 3점은 팬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을 이끌어 낸 것도 모자라, 댈러스의 벤치를 방방 뛰게 만들었고…….
“이 미친놈!!! 잘 부탁한다니까 처음부터 스텝백 3점이냐?!”
지미 버틀러를 포함한 주전 선수들의 환호도 이끌어 내기 충분했다.
* * *
토론토 랩터스의 드웨인 케이시 감독.
그는 과거, 댈러스 매버릭스의 우승 당시 릭 칼라일 감독 밑에서 어시스턴트 코치를 했던 이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당시의 릭 칼라일 사단은 이름값이 엄청 화려했는데, 테리 스토츠는 댈러스의 공격을 맡았고 드웨인 케이시는 댈러스의 수비를 맡았다.
드웨인 케이시 감독은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토론토 랩터스를 스위치 디펜스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수비팀으로 만들어 냈다.
23승 8패라는 동부 탑급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수비의 퀄리티 향상 덕분이었다.
그런데, 그 수비를 보란 듯이 농락하며 깨부수는 댈러스의 공격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호영 최, 탑에서 공을 쥔 채 공격 조율에 한창입니다. 아! 지미 버틀러, 또 한 번 시동을 거나요?!]
토론토의 수비를 깨고, 쏠쏠하게 노마크 3점을 만들어 낸 아주 간단한 전술.
그건 바로 다섯 명 중 네 명이 참여하는 일종의 ‘스크린’ 전술이었다.
“헤이!!!”
지미 버틀러가 큰 소리로 외치며 우측 코너에서 골 밑으로 잽싸게 파고드는 척한다.
그렇게 골 밑에 다다랐을 때, 지미 버틀러는 오히려 속도를 더 내서 반대편인 좌측 코너까지 냅다 달린다.
마크맨인 O.G 아누노비는 지미 버틀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집요하게 따라붙었지만.
“웃차!”
지미 버틀러가 좌측 코너로 빠지는 순간, 마치 엘리베이터의 양쪽 문이 닫히듯 해리슨 반즈와 딜런 브룩스의 스크린이 O.G 아누노비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퍽!
“억!!!”
닫힌 엘리베이터에 돌진하다가 부딪힌 꼴이 된 O.G 아누노비는 그대로 가로막혔고, 호영은 좌측 코너에 지미 버틀러가 도착할 시간을 계산하여, 그가 딱 목표 지점에 도착했을 때 패스를 받을 수 있게 한 타이밍 앞서 패스를 뿌렸다.
탁!
‘크! 손맛 죽이네!’
좌측 코너에 딱 도착해서 양발을 자연스럽게 정돈할 때 기가 막히게 도착하는 호영의 패스.
거기에, 잡자마자 바로 3점을 올라가기에 전혀 무리 없는 각도로 패스가 날아오니, 3점이 약점이라 지적받던 지미 버틀러도 평소보다 좀 더 자신감이 붙은 채로 과감하게 뛰어올랐다.
호영은 탑에서 공을 뿌리자마자 공격 리바운드 가담을 위해 골 밑으로 파고든다.
자신을 막는 서지 이바카의 수비를 뚫기 힘든 건 맞지만, 그래도 그보다 1인치는 더 크기 때문에 자리싸움만 잘하면 공격 리바운드 찬스가 올 가능성이 있다.
가능성이 있다면, 그 가능성이 1%라 하더라도 달려들어서 쟁취해야 하는 게 프로 선수의 자세였다.
“박스 아웃!!!”
호영의 외침에 뱀 아데바요, 해리슨 반즈, 딜런 브룩스까지 공격 리바운드 찬스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자리다툼을 벌였다.
라스트 댄스 - NBA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