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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댄스 - NBA DREAM-47화 (47/233)

047화 chapter 7 (2)

“사실, 당시에 한국이 어딘지도 모르고 어떤 곳인지도 몰랐는데,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친부모가 한국인이라서 이래저래 특별 귀화가 된다는 거예요. 근데 저는 갈 생각이 전혀 없었거든요. 당시에 노아가 쇠약해지던 상황이라…… 놓고 갈 수도 없다 생각했고. 근데, 노아가 노발대발하면서 저한테 한국으로 꺼지라고 했죠.”

“…….”

“알고 보니까, 노아는 저한테 암인 걸 숨겼던 거였어요. 폐암 말기였다는데…… 제가 화내는 걸로는 한국에 특별 귀화를 안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니까, 한국에서 네 뿌리를 찾아보라고 했죠. 태어난 곳이 한국이니까 그곳에서도 살아 보며 경험해 보는 게 옳다고. 그런 식으로 진지하게 설득을 하니까…… 멍청하게 그 말을 듣고 특별 귀화로 한국 국적을 얻게 된 거예요.”

그렇게 한국에서 고등학교 농구부로 생활하고,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최연소 선수로 가서 날고 기는 활약을 했지만, 결국 호영은 3년간의 고등학교 생활을 청산하고 곧장 G리그 도전장을 내며 미국으로 되돌아왔다.

“언제부터 노아가 연락이 안 되길래 한번 가 봐야겠다고 했는데, 중요한 대회가 있고 중요한 대표팀 경기가 있으니까 그것만 하고 가라고 계속 붙잡는 거예요. 노아는 뭐, 어른이 되려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으니까. 농구 선수로 책임질 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대회도, 국가 대표 경기도 다 하고 나서야 미국에 왔죠.”

“음…….”

“그런데, 노아는 이렇게 되어 버렸고. 중간에 좀 더러운 일도 많았는데, 그냥 다 정나미가 떨어져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G리그 핑계 대면서 미국에 날아온 거예요. 노아가 맨날 술 마시고 담배 피울 때면 제가 핀잔을 줬거든요. 내가 NBA에서 뛰는 걸 볼 때까지는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근데, 정말로 그 모습을 못 보고 가 버린 거죠.”

호영의 이야기가 끝났다. 세 사람 앞에는 미적지근하게 식은 커피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래서, NBA에서 뛰는 모습은 못 보여 줬지만. NBA에서 같이 뛰는 동료들은 소개시켜 주고 싶어서 이렇게 데려온 거예요. 같이 와 줘서 고마워요.”

웃으면서 고맙다 말하는 호영에게, 둘은 별일 아니었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자~ 그래서, 이제 뭐 하면서 놀까요? 아직…… 12시도 안 된 시간인데. 이런 금 같은 휴가를 그냥 날릴 순 없잖아요?”

다소 진지하고 마음을 찡하게 만드는 분위기는 여기까지. 호영은 잽싸게 화제를 바꾸었고, 지미 버틀러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손가락을 딱 튀겼다.

“친한 친구 중에서 콜라 광고를 찍은 녀석이 있는데, 그 광고 컨셉이 꽤 재미있더라고. 첫날부터 빡세게 훈련하기보단, 팬하고 같이 호흡하면서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해 보는 건 어때?”

지미 버틀러의 두루뭉술한 이야기에 호영을 포함한 두 사람은 그게 뭔 소리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지미 버틀러는 설명 대신 행동으로 보여 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면 알아, 보면! 다들 가자!”

* * *

댈러스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가 뭐냐고 한다면, 바로 미식축구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댈러스를 연고지로 하는 스포츠 팀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팀이 ‘댈러스 카우보이스’였기 때문이다.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찬란한 업적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

짤막하게 나열해 보자면…….

-슈퍼볼 최다 출전 기록 2위

-통산 우승 횟수 공동 3위

-2016, 2017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50개 스포츠 팀 1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LA 등 빅마켓을 연고지로 하는 미식축구 팀도 댈러스 카우보이스를 제치지 못했다.)

미식축구의 수요가 북미에 집중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50개 스포츠 팀 1위를 2년 연속 거머쥐었다는 것만으로도 수익 규모와 명성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오죽하면, 미국 내에서는 미국의 팀(America’s Team)이라고 불릴 만큼 상징적인 팀이었다.

그렇다 보니 2010-2011 시즌 덕 노비츠키를 중심으로 뭉친 노장 선수들의 조합, 흔히들 ‘노키테챈매바’라고 불리는 덕 노비츠키, 제이슨 키드, 제이슨 테리, 타이슨 챈들러, 션 매리언, J.J 바레아를 앞세워 기적의 우승을 거머쥐었음에도 아직 댈러스 카우보이스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

게다가 최근 몇 시즌은 점점 성적이 떨어지기만 해서 농구에 대한 지역 내 관심이 많이 죽은 상태였다.

다행스럽게도 올 시즌에 감독이 교체되면서 댈러스 매버릭스의 성적이 기대보다 더 좋게 나오기 시작하자, 댈러스 지역 내 농구 인기가 다시금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였다.

작년에 한 끗이 아쉬웠던 해리슨 반즈의 각성.

기대보다 몇 배나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루키 3인방.

중간에 합류하여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하는 이적생…….

이런 것이 한데 모여 이전의 콩가루 같던 팀워크가 개선되고, 팬 서비스도 훨씬 좋아졌다.

퉁퉁-!

“슛! 슛!!”

“아오! 거기서 왜 더듬어! 그냥 기회 나면 쏴!”

“야, 말이야 쉽지!”

이전엔 한산했던 야외 농구 코트도, 다시금 사람들이 찾아와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남녀노소 불구하고 농구에 관심이 있다면 길거리 농구를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즉석에서 픽업 게임을 열여서 서로 실력을 겨뤘다.

그러다 보니 지역 사회에서도 야외 농구장의 조명을 다시 고치고 림을 수리하는 등 여러 긍정적인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

2018년 1월 1일. 칼바람이 부는 새해 첫날에도 야외 농구장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두꺼운 파카나 코트를 입은 채 김이 나는 음료를 손에 쥐고 즐겁게 관람했고, 직접 경기를 뛰는 사람들은 한 꺼풀 얇은 옷차림으로 농구에 몰두했다.

“응?”

한창 뜨거워지는 저녁쯤의 야외 농구장에 나타난 괴상한 무리.

머리가 휑하니 벗겨진 세 명의 노인이었는데, 무릎이 툭 튀어나오고 여기저기 늘어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터덜터덜 걸어왔다.

거동도 좀 불편해 보이는 노인들 중, 가장 큰 키의 동양인 노인은 손에 농구공 하나를 쥔 채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어쨌든, 농구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노인은 마침 비어 있는 코트 반쪽에 옹기종기 모여 힘겹게 공을 던졌다.

“어구구…….”

머리에 파란 띠를 맨 흑인 노인은 공을 주으려고 어기적거리며 뛰다가 입에서 곡소리를 냈다.

그 반대에서 공을 어정쩡하게 튀기던 빨간 띠를 맨 흑인 노인은 힘없이 아리랑볼처럼 슛을 던지며 홀홀홀~ 웃었다.

“아…… 뭐야. 이제 픽업 게임 하려고 했는데.”

“그러게.”

반대 코트에서 다른 팀이 오길 기다렸던 텍사스 대학교 1학년인 존 볼트와 친구들은 괴상한 노인들을 보더니 표정을 슬쩍 구겼다.

최근에 이 야외 농구장에서 픽업 게임 12연승을 기록 중이었는데, 겁도 없이 반대 코트로 들어온 게 괴상한 노인 셋이라는 데 김이 팍 샌 것이다.

“야, 그냥. 우리 빨리 저 할배들 밀어내고, 다른 팀 들어오게 하자.”

“그럴까?”

“그래. 코트에 들어왔으면 경기하겠다는 거잖아. 밀어내기 해야지.”

친구들의 이야기에 존 볼트도 그게 맞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말하고 올게.”

“오케이.”

1월 1일부터 야외에 나와 농구를 할 정도로 최근 농구에 미친 존 볼트와 친구들은 할배들을 빨리 밀어내고, 제대로 한 게임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다급한 목소리로 노인 무리에게 소리쳤다.

“할아버지!”

“어…… 어?”

가장 키가 큰 동양인 노인이 쇠 갈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존 볼트는 어디서 들어 본 목소린데 싶었다가도 저런 주름 짜글짜글한 사람은 평생 본 적도 없었기에 착각을 한 모양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픽업 게임을 제안했다.

“픽업 게임 하시겠어요?”

“픽업…… 게임?”

“네! 서로 숫자가 얼추 맞으면 픽업 게임을 하거든요. 그렇게 해서 밀어내기를 하는 거예요. 그러면 더 많은 친구들이 농구를 할 수 있으니까 좋고요.”

밀어내기를 하면 한 무리가 독식하지 않고 진 쪽이 나가 줌으로써 계속 로테이션이 된다는 설명에 노인 셋은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뭔가를 쑥덕거렸다.

“좋아…… 그럼…… 우리는 세 명이 주전으로 뛰고…… 그쪽은, 다섯 명 다 나오게.”

“네?”

본인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던 존 볼트는 재차 되물었으나, 노인 무리의 뜻은 변함없었다.

노인 무리 쪽이 세 명 그리고 젊은 친구들이 다섯 명.

경기를 구경하던 사람들도 노인 무리가 좀 미친 게 아닌가 싶어 깔깔 웃었지만, 존 볼트는 친구들과 본인이 좀 무시당한 느낌이 들어 표정을 와락 구겼다.

“저랑 친구들이 프로 선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서 픽업 게임 12연승 했거든요. 정말 괜찮으세요?”

“으응…… 그 조건 아니면…… 픽업 게임 안 하겠네.”

지독히도 5 vs 3 경기를 고집하는 노인 무리를 보며 존 볼트는 속으로 5분 만에 처리해 버리겠다며 칼을 갈았다.

“좋아요! 그럼, 21점 내기로! 단판! 좋으시죠?”

“으응…… 그래…….”

존 볼트는 노인들이 제안한 걸 친구들에게 전했고, 친구들도 뭐 저런 노인들이 있냐며 빨리 정리해 버리자고 했다.

“자아…… 그러면…… 시작해 볼까?”

마침, 관람하던 사람 중에서 아마추어 경기 심판을 보는 사람이 흥미를 느껴 자신이 심판을 보겠다고 자처했다.

존 볼트의 친구들과 노인 무리는 좋다며 그를 이번 픽업 게임의 심판으로 고용했다.

삐익!!!

호루라기를 불며 공을 높게 위로 띄우는 심판. 점프볼을 따려는 존 볼트, 그리고 파란 띠를 두른 흑인 노인.

‘무시하고 있어!’

존 볼트는 친구들 중에 가장 큰 6-9(206cm)였는데, 가장 작은 흑인 노인은 기껏해야 6-7(201cm) 정도였으니 무시당했다고 느낄 법했다. 하지만…….

“후으읍!!!”

방금 전까지 기력이 하나도 없이 흐들대던 가장 작은 흑인 노인은 갑작스럽게 기합을 내뱉더니 인간을 초월한 듯한 엄청난 점프력으로 존 볼트의 한계 높이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타악!

“허억…….”

“뭐, 뭐야?!”

관객들은 웅성거렸고, 존 볼트와 친구들은 당황했다. 쓰러지기 직전이던 노인이 갑자기 저렇게 뛰어 버리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알 길이 없었던 것이다.

“짜아아…….”

파란 띠를 두른 흑인 노인이 빨간 띠를 두른 흑인 노인에게 공을 넘긴다.

그러자 엉성하게 드리블을 치며 하프라인을 넘는 그를 마크하던 존 볼트의 친구는 가볍게 스틸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달려들며 손을 뻗었지만…….

퉁-!

“악!”

빨간 띠를 두른 노인은 달려오는 존 볼트 친구의 이마에 공을 맞히곤, 되돌아오는 공을 잡은 뒤 유려한 스핀 무브로 그 친구를 스쳐 지나갔다.

“우와아악!!!”

“저게 뭐야아!!!”

“헐헐…… 기본 중에 기본이지…….”

그 노인은 너스레를 떨며 3점 라인 앞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더니, 동양계 노인에게 쭉! 뻗는 패스를 뿌렸다.

“어이구…… 노마크구먼…….”

라스트 댄스 - NBA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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