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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댄스 - NBA DREAM-49화 (49/233)

049화 chapter 7 (4)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전체적으로 경기력이 일정 수준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는 거죠. 내가 생각하는 강팀의 조건은 바로 그런 것이거든요. 긴 시즌을 흔들림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으로 소화하는 것.”

“그렇다는 건, 댈러스는 아직 그런 모습이 없다는 걸까요?”

“예, 그쵸. 물론, 댈러스가 못한다는 게 절대 아니에요. 그들은 나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케니, 찰스 그리고 여러 전문가와 팬들의 예상을 뒤엎고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요. 그렇지만, 고점이 높은 만큼 저점도 한없이 낮다 보니, 좀 들쭉날쭉하죠.”

“나도, 샤크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평소에는 서로 으르렁거리는 샤킬 오닐과 찰스 바클리지만, 이번 이야기에서는 서로 뜻이 통한 모양이었다.

“다만, 샤크의 의견에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 건, 지미 버틀러의 합류 이후 그 들쭉날쭉함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보면 댈러스 쪽에서도 시작하기 전부터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그렇군요. 샤크와 찰스의 의견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퀄리티가 높고 꾸준한 건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예상치 못하게 고점을 찍지만, 반대로 저점도 찍는 댈러스 매버릭스. 이 두 팀의 경기에 대해서, 오늘 초청한 게스트의 이야기도 들어 보면 좋겠네요. 게스트, 나와 주시죠.”

케니 스미스의 이야기에 무대 뒤에 있던 호영은 스태프의 사인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곤 무대로 나섰다.

진짜, 불과 5시간 전만 해도 이런 식으로 방송에 데뷔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던 호영이었지만…….

‘기왕 나온 거, 즐겨야지.’

청심환도 하나 먹었겠다. 의외로 무대로 나서니 뒤에서 벌벌 떨었던 때에 비하면 훨씬 속이 편했다.

‘아무래도 난 무대 체질?’이라는 실없는 생각이 드니 긴장이 좀 더 풀렸는지 표정도 많이 부들부들해졌다.

“오! 댈러스의 초이! 반가워요! 몇 시간 전에 섭외되어서 막 급히 비행기 타고 오느라 피곤하지 않았어요?”

“조금 피곤했지만,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Inside the NBA에 출연해 보겠어요. 냉큼 가겠다 하고 날아왔죠.”

샤킬 오닐이 가장 먼저 호영에게 말을 붙여 줘서 그런지, 호영은 샤킬 오닐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패널들부터 어색해서 딱딱하게 반응하면 게스트도 얼기 마련인데, 그런 걸 잘 아는 모양인지 호영이 나오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말을 붙이며 호영을 살갑게 반겨 준 것이다.

“오늘의 게스트는 바로 댈러스 매버릭스의 언드래프티 신화를 쓰고 있는 선수죠. 호영 최입니다. 방송을 시청하시는 시청자분들께 인사 한마디 해 주시겠어요?”

“네. 음…… 안녕하세요. 댈러스 매버릭스의 33번. 드레이먼드 그린의 상위 호환이라고 생각하는 올라운더, 호영 최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호영은 첫인사부터, 드레이먼드 그린의 SNS를 저격하는 말을 꺼냈고. 그러자 세 명의 패널은 깔깔 웃으며 당찬 호영의 모습을 매우 좋아했다.

“이야! 역시, 루키라 그런지 패기가 장난 아니네요!”

“케니, 루키라 패기가 있는 게 아니라, 드레이먼드 그린이 먼저 선제공격을 했으니 초이는 그에 대해 반격한 거라고요. 그치 않아요, 초이?”

“찰스, 어…… 죄송하지만 전 그냥 사실을 말한 것뿐이라서요.”

찰스 바클리는 순간 벙찐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에 샤킬 오닐이 박장대소를 하며 호영의 등을 두드렸다.

“아! 그럼, 당연하지. 내가 봐도 초이는 드레이먼드 그린의 상위 호환이라고 자신 있게 말해도 충분한 선수라고 생각해요. 거, 루키 시즌만 비교하고 봐도 초이가 압도적이고. 지금 드레이먼드 그린의 스탯이나, 경기 영향력을 비교해 보면 초이가 꿀릴 게 없지!”

올 시즌 드레이먼드 그린은 31경기 동안 평균 10득점 7리바운드 7어시스트 남짓. 야투율은 45%, 3점 32%, 자유투 77%에 1.5스틸, 1.4블락, 3턴오버를 기록 중이다.

그에 비해 호영은 32경기 동안 평균 14득점 6리바운드 8어시스트 남짓, 야투율은 52%, 3점 38%, 자유투 87%에 1스틸, 1블락, 1.5턴오버를 기록 중이다.

근 몇 경기 동안 득점하고 어시스트에서 미친 수치를 찍으며 평균 수치가 쫙 오른 감이 있었고, 그 상승세는 여전히 지속 중이었다.

뭐, 여기에 스탯에 포함되지 않는 공/수 영향력을 따져 봐도 호영이 드레이먼드 그린에게 밀릴 게 전혀 없었으니 패널들도 호영의 주장에 충분히 공감해 준 것이다.

“방금 전까지 우린 내일 있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댈러스 매버릭스의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일단, 드레이먼드 그린은 골든스테이트의 승리가 당연할 것이라 했는데, 초이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못 먹어도 고’다. 호영은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차분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걱정이에요.”

“걱정이요? 어떤 걱정인가요?”

“드레이먼드 그린이요. 그분 보면, 마치 패배하는 게 두려워서 괜히 더 강한 척, 쿨한 척 하는 거 같거든요. 근데, 그게 본인의 흑역사로 남을 수 있다는 걸 왜 아직 깨닫지 못한 건지……. 나름 머리는 똑똑한 거 같은데, 그런 점에선 참 둔하신 거 같아요.”

호영의 말에 케니 스미스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럼, 초이는 댈러스의 승리를 예상하나요?’라고 되물었다.

“‘제가 소속된 팀이니까.’라는 걸 배제하고 말하면, 저는 50 대 50이라고 생각해요. 스테픈 커리, 클레이 탐슨, 케빈 듀란트. 이 세 선수의 실력과 업적은 NBA에 뛰는 누구라도 인정하니까요. 다만.”

“다만?”

“NBA 30개 팀 중에서 작년에 비해 가장 많이 성장한 팀이 어디냐고 하면, 전 망설임 없이 댈러스 매버릭스라고 말할 거예요. 거기에 지미 버틀러까지 가세했으니까 제대로 한판 붙어보기 전까지는 경기는 알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호영의 진중한 대답에 패널 셋은 의외로 달변가 기질이 있으면서, 분위기에 따라 진지할 땐 진지하게 대답할 줄 아는 호영을 눈여겨보았다.

“아, 근데 드레이먼드 그린에 대한 이야기는 없나요?”

“네? 아, 그 선수는 뭐, 빅 3의 사이드 메뉴 정도죠.”

방금 전까지 진지하게 말했다가, 가볍게 ‘드레이먼드 그린은 사이드 메뉴’ 드립을 날리는 호영의 반전 매력은 Inside the NBA에 신선한 바람을 불게 하기 충분했다.

* * *

-드레이먼드 그린 사이드 메뉴설 어떻게 생각함?

-팩트 아냐? ㅋㅋㅋㅋㅋㅋ 내 댓글에 ‘댈러스 약팀 팩트 아님?’이라고 하던데, 디 그린이 정말 팩트를 사랑하는 선수라면 사이드 메뉴라는 ‘팩트’도 받아들일 줄 알아야지!

-다재다능하고, 가자미 스타일에 팀의 살림꾼 역할인 건 인정하는데, 빅 3의 사이드 메뉴인 건 맞지. 솔직히 디 그린 없어도 저 셋이면 우승권 팀이니까.

호영의 ‘드레이먼드 그린은 사이드 메뉴다.’라는 발언은 경기 전, 양 팀의 팬덤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기 충분했다.

경기 이틀 전, 호영의 Inside the NBA 데뷔는 성공적이었고, 호영은 샤킬 오닐, 찰스 바클리, 케니 스미스의 개인 연락처를 받으며 비시즌 때 방송 패널로 나와 달라는 부탁까지 받기도 했다.

솔직히, 방송에 나가서 댈러스를 무시했던 드레이먼드 그린에게 한 방 먹여 준 건 정말 통쾌한 경험이었지만, 이젠 다시 농구 선수로 돌아와서 ‘댈러스는 만만치 않다’는 걸 경기로 보여 줄 때였다.

[안녕하십니까! FOX SPORTS에서 보내 드리는 댈러스 매버릭스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경기! 오늘 경기의 캐스터를 맡은 마크 폴로윌입니다. 해설에는 데릭 하퍼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반갑습니다. 데릭 하퍼입니다.]

[자, 오늘 경기. 17승 17패의 댈러스 매버릭스와 29승 8패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만났습니다. 양 팀의 라인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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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스 매버릭스] vs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Pg : 지미 버틀러 vs 스테픈 커리

Sg : 딜런 브룩스 vs 클레이 탐슨

Sf : 해리슨 반즈 vs 케빈 듀란트

Pf : 막시 클리바 vs 드레이먼드 그린

C : 호영 최 vs 자자 파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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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스 매버릭스의 이고르 코코스코프 감독이 강수를 들었습니다. 지미 버틀러가 1번이고 딜런 브룩스, 해리슨 반즈, 막시 클리바. 거기에 센터로 호영 최가 출격합니다?]

[네. 아마 올 시즌 처음으로 센터 주전으로 나서는 호영 최인데, 그 근거는 이런 듯싶습니다. 스테픈 커리와 클레이 탐슨의 공격력이 워낙 매서운데. 특히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스테픈 커리를 아예 봉쇄하겠다는 듯 지미 버틀러를 1번으로 내세운 듯싶군요.]

[그렇군요.]

[거기에 막시 클리바는 빅맨 사이즈에 수비력으로는 이미 정평이 나 있기 때문에 어시스트나 보조적인 역할을 착실히 수행할 수 있는 드레이먼드 그린 역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중이 보입니다. 아마, 자자 파출리아는 페이크 주전일 가능성이 높다 보니 추후 등장할 조던 벨이 코트로 올라오면, 그에 맞춰 뱀 아데바요를 센터로 내보내겠죠.]

[그렇게 되면 호영 최는 다시 파워포워드나 포인트가드로 이동할 수 있겠군요?]

해설의 말이 정확했다. 결국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빅 3를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했고, 현재 댈러스의 자원으로는 빅 3를 모조리 꽁꽁 제어할 순 없으니 선택을 한 것이다.

공격의 시발점, 혹은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는 스테픈 커리와 드레이먼드 그린에게 팀 내 가장 수비력이 좋은 두 선수를 붙인다.

그게 바로 이고르 감독이 선택한 수비 전술이었다.

공격이야, 워낙 댈러스 선수들이 잘하고 있으니 이번 경기에선 수비 조율에 좀 더 신경을 쓴 듯싶었다.

삐이익-!

[점프볼로 경기 시작됩니다! 점프볼의 주인공은 호영 최군요!]

[하하, 신선하네요. 호영 최가 점프볼을 뛰니까 말이죠. 그래도, 의외로 피지컬 능력도 괜찮죠? 호영 최.]

점프볼을 기분 좋게 따내며 시작한 경기. 1쿼터는 서로 관찰이라도 하듯, 조심스럽게 공격과 수비에 임하며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더 집중한 12분이었다.

드레이먼드 그린은 호영과 매치업이 될 때마다 입에 걸레를 문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더티한 트래시 토킹과 밀착 마크를 감행했고, 냉정히 봐서 1쿼터는 서로 반반 싸움을 가져갔다고 할 정도로 팽팽했다.

다만, 2쿼터부터는 조금씩 경기 양상이 달라졌다.

투둥-!

[호영 최! 컨트롤 타워 역할도 잘했지만, 역시 포인트가드 역할을 할 때가 공격적으로는 가장 파괴력이 있어 보입니다! 눈앞에 드레이먼드 그린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고 현란하게 드리블을 하는군요!]

호영이 1번으로 오면, 스테픈 커리가 호영을 막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그렇다 보니 드레이먼드 그린이 골 밑에서 외곽으로 나와 호영을 막았는데, 그러면 골 밑이 헐거워진다.

‘골 밑이 헐거워지면, 당장 뱀을 제어할 사람이 없지.’

드레이먼드 그린이 자신을 막아 선다면 완전 땡큐다.

“들어와 봐. 그 잘난 드리블 어떻게 하나 보자.”

지치지도 않는지 조잘조잘 계속 말을 하며 호영의 신경을 건드리려는 드레이먼드 그린.

호영은 상큼하게 미소 짓더니 그 도발을 깔끔하게 맞받아쳤다.

“그래. 잘 봐야 돼, 깜빡하면 놓친다?”

라스트 댄스 - NBA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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