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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댄스 - NBA DREAM-73화 (73/233)

073화 Chapter 13 (1)

올스타전이 있는 주는 NBA 선수들에겐 휴식기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올스타전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그 휴식이 다른 선수에 비해 짧은 편이고, 올스타전에 참여하는 선수들 중에서도 흔히 ‘스타’라고 불리는 선수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편이다.

자신의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 남보다 더 많은 노력을 투자하니, 리그 중에는 도저히 시간이 날 수가 없다.

이건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지만, 스타플레이어는 아무리 ‘악마의 재능’이니 뭐니 해도 남들보다 더 시간을 쪼개서 훈련에 임하기 때문에 그 정도 기량을 유지하는 것이니까.

그렇다 보니, 이래저래 밀린 일정을 올스타전 주간에 모조리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르브론 제임스 역시 그런 스타플레이어였다.

-농구를 몰라도 마이클 조던은 안다.

-농구를 몰라도 르브론 제임스는 안다.

과거, NBA의 아이콘은 마이클 조던이었다. 아니, NBA를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마이클 조던의 이름은 들어 봤고,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는 알았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23번 등번호를 달고 제2의 조던, 제1의 르브론이라는 소리를 듣는 르브론 제임스.

그는 명실상부 현 NBA의 최고이자, 농구를 모르는 사람이라 해도 르브론 제임스라는 이름은 들어 봤을 정도의 글로벌 인지도를 지니고 있었다.

“와, 크리스, 힘 좀 썼네요. 이 자리를 어떻게 구했지?”

“그러게요…… 그냥 행사인데도 경기장이 꽉 찼는데…….”

호영과 이블린은 LA 근교에 위치한 대학교 체육관에 5천 명이 넘는 팬이 꽉 찬 것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 모든 게 바로 ‘르브론 제임스’라는 이름 하나로 모은 사람들이었다.

아마, 표를 팔자마자 한 5초 만에 매진이 되었을 만큼 불티나게 팔렸을 텐데, 크리스 헤임즈 에이전트는 무슨 수를 쓴 것인지 그런 행사에서 1열 자리 두 개를 척! 얻어 낸 것이다.

‘뭐, 대충 예상이 되긴 하지만…… 아직 크리스가 이런 걸 해낼 에이전트는 아닐 테고. 그렇다면…….’

호영은 이 표의 출처가 어딘지 대충 예상했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는 한 단정 짓진 않기 위해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오오! 초이다, 초이!”

“초이! 올스타전 잘 봤어요!”

호영의 등장에 주변에 있던 팬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행사에서 1열에 앉는 사람들은 대부분 셀럽이거나, 돈이 많거나, 근성이 충만한 찐팬인 경우가 많았는데, 르브론 제임스를 보러 온 팬이라면 대부분 ‘농구’를 좋아하는 편이니.

그런 이유로 다른 셀럽에 비해 호영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호영은 그런 팬들에게 한 명씩 대답해 주며 고맙다고 했고, 수도 없이 날아오는 사인과 사진 요청에도 흔쾌히 임했다.

‘와…….’

저렇게까지 팬 서비스에 몰두하면 피곤하지 않을까?

이블린 앳킨스는 바로 옆자리에서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팬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는 호영을 대단하다 생각했다.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호영은 자신의 주변에 앉은 팬이라면 그가 단순한 관객인지, 인플루언서인지, 인터넷 방송을 업으로 삼는 사람인지 상관없이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팬 서비스를 이어 나갔다.

-이 자리에 와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체육관의 불이 팍! 꺼지고, 경기장 중간에 핀 조명 하나가 내려왔다.

이블린은 그제야 자리에 앉아 행사를 즐길 수 있게 된 호영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 르브론 제임스…….”

다른 MC도 아니고, 르브론 제임스가 직접 마이크를 손에 쥔 채 등장한 모습에 호영은 내심 감탄했다.

‘간혹 평가가 갈리긴 하지만, 스타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니까.’

팬 앞에서는 그 누구보다 ‘팬을 위한 자세’를 보이는 남자.

물론, 과거에 ‘리얼 월드’라는 희대의 막말을 내뱉는 바람에 확고한 안티 팬을 양산했지만…… 그 사건으로 뭔가 느낀 게 있었는지 이후로는 팬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은 절대 하지 않았다.

거기에, 입담도 상당히 준수해서 이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본인이 직접 MC를 맡는 능력은 호영이 봐도 배워서 나쁘지 않을 것 중 하나였다.

-‘SF 바스켓볼 2 : 새로운 시대’에서 주최하는 농구 자선 행사는 여러분의 성원으로 인해 만들어진 자리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이 없었다면, 이 행사는 시작조차 못 했겠죠. 여러분이 이 경기장을 꽉 채워 주신 덕분에, 난치병을 앓는 아동이 있는 취약한 가정에 한 줄기 희망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행사에 앞서,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르브론 제임스의 정중한 인사와 함께, 핀 조명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 조명은, 르브론 제임스가 언급했던 난치병 아동 가정을 비추었고, 팬들은 그들을 보면서 뜨거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자, 뜻깊은 자리이긴 하나, 이런 행사는 본디 재미있어야 하고, 참석하신 여러분이 즐길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YEEEE~~~~.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한 명을 더 초청해 보고자 합니다. 물론, 그 친구의 동의를 받진 않았지만. 이 자리에 참석했고, 어떤 뜻을 지닌 행사인지 알고 있다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흔쾌히 참여해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왜? 나는 그가 프로이고, 팬을 위할 줄 아는 기적의 선수라는 걸 경기를 통해 느꼈거든요.

‘아.’

호영은 이거 무조건 나다 싶어 속으로 준비를 했다.

사실, 호영뿐만 아니라 그가 여기에 왔다는 걸 아는 사람이라면 르브론 제임스가 언급한 ‘친구’라는 게 호영이라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몇몇 고교/대학 농구 선수가 참석하긴 했지만, NBA에서 실제로 뛰는 선수 중에선 어쩌다 보니 호영이 유일하게 참석한 상황이었으니까.

-그 친구는 바로, 댈러스 매버릭스에서 33번을 달고 뛰는, 호영 최입니다! 초이, 잠깐만 나와 주겠어?

호영의 예상은 정확했다. 핀 조명은 순식간에 호영 쪽을 비췄고, 이블린은 ‘읏!’ 하는 소리와 함께 눈을 찡그렸다.

“이블린, 미안해요. 같이 즐기고 싶었는데, 좀 다녀와야 할 것 같네요.”

“……괜찮겠어요? 휴가 중인데.”

“어쩌겠어요.”

호영은 싱긋 웃더니 이블린에게 이렇게 말하곤 경기장으로 나섰다.

“제가 또 힘들면, 이블린이 돌봐 줄 거잖아요. 믿고 다녀올게요.”

“…….”

이블린은 자신을 믿는다는 호영의 말에 알 수 없는 고양감이 차올랐다. 그 영향 때문인지, 그녀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지만,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기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초이! 이렇게 나와 줘서 고마워. 여러분, 초이를 아시죠? 댈러스 매버릭스의 언드래프티 신화! 제가 본, 여기 팬분들이 본 최고의 언드래프티 신화!

YEEEE!!!!!

-이런 멋진 친구가 발 벗고 나서 주니 정말 기쁩니다. 초이, 여기 계신 분들에게 인사를 부탁해도 될까?

호영을 불러낼 때만 해도 ‘반강요’에 가까운 말로 끌어냈으면서, 정작 호영이 나오니 ‘흔쾌히 나와 줬다’고 말하는 르브론 제임스.

하나, 호영은 애초에 르브론 제임스가 그런 태도로 나올 거라 생각했기에 별 타격이 없었다.

‘이미지에 죽고 사는 남자니까.’

호영은 비즈니스 스마일을 장착한 뒤, 그에게 여분의 마이크를 받곤 미소를 지었다.

-아, 감사합니다. 여러분에게 이렇게 인사를 드릴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이런 기회를 마련해 준 르브론에게도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아, 이미 전하고 있군요.

YEEEE~~!!

관객들의 환호성에 호영은 네 방향 모두 꾸벅꾸벅 인사를 하곤 그 뒤의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아직 무슨 행사를 할 것인지는 전달받은 게 없어서, 제가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팬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호영의 깔끔한 인사에,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호영의 이름을 연호했다.

르브론 제임스는 갑작스레 불려 나온 루키 선수가 말도 더듬지 않고, 적당한 길이에서 인사를 멋지게 마쳤다는 것에 이전보다 좀 더 유심히 지켜보는 듯했다.

-좋습니다. 초이도 도움을 주겠다고 했으니, 오늘 행사는 더더욱 즐겁겠군요!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봅시다! 들어오세요!

르브론 제임스의 외침과 함께,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는 인형 옷. 회색 토끼, 노란 참새, 갈색 코요테…….

‘아……!’

저건, 누가 봐도. SF 바스켓볼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옷이었다.

‘설마…… 저거 입고 경기 뛰는 건…….’

-뽑기를 통해 본인이 무슨 캐릭터로 SF 바스켓볼 2의 연습 게임을 치를 건지! 한번, 뽑아 봅시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불길한 예감은 맞아도 너무 잘 맞는다.

호영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최대한 덜 우스꽝스러운 캐릭터가 되길 바라며 뽑기에 임했다.

‘큐티 버드…… 저 샛노란 참새만은 아니길…….’

호영이 애니메이션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글로벌 히트를 친 저 캐릭터들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은 안 빼놓고 다 봤을 정도로 좋아한다.

하지만, 본인이 생각했을 때 가장 안 어울리는 캐릭터가…… 작고, 소중하고, 귀여운 노란 참새. 큐티 버드였다.

그렇다 보니, 6-11(210cm)짜리 큐티 버드가 되고 싶진 않았다.

-오우!!! 초이, 큐티 버드!!!!

YEEEEEE~!~!~!~!

하지만. 또다시. 슬픈 예감은 빗나가질 않았다.

호영은 결국, 샛노란 털옷에 주황색 신발을 신고…… 그 캐릭터의 명대사를 마이크에 대고 날릴 수밖에 없었다.

“방금, 아웅이를 본 거 가타…….(I tot I taw a puttytat.)”

‘I thought I saw a pussycat.’을 ‘I tot I taw a putty tat.’이라고 말하는 심하게 혀 짧은 캐릭터.

큐티 버드의 명대사를 완벽하게 내뱉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호영.

팬들은 환호성을 내질렀고, 이블린은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사진과 영상 촬영에 몰두했으나…….

‘으아아아아아아아[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호영은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을 만큼 쪽팔렸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 보니 쪽팔린 건 쪽팔린 거고,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호영도 더 부끄러워해 봐야 뭐 하겠냐는 생각으로 태도가 돌변했다.

그러곤 이벤트 게임이 시작된 후로는 그야말로 ‘큐티 버드’에 빙의라도 한 듯 펄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삐이익-!!!

휘파람을 불어 신호를 주면, 인형 탈을 쓴 같은 팀 선수가 곧장 눈치채곤 림을 향해 돌진한다.

호영은 그 타이밍에 맞춰 높은 패스를 띄우고, 피지컬이 쌩쌩한 대학 선수는 훌쩍 날아 앨리웁 덩크를 성공시킨다.

“아주 좋았어, 아웅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혀 짧은 소리를 직접 구사하면서 캐릭터에 몰입한 호영.

같은 팀으로 뛰던 르브론 제임스에게도 아낌없는 하이라이트 패스를 뿌리면서 이 행사의 주인공은 ‘르브론 제임스’라는 걸 관객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투웅!!!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

아무도 없는 노마크 찬스인데, 호영은 림 앞에서 갑자기 공을 바닥에 패대기치듯 힘껏 던진다. 그러자 공은 텅! 소리와 함께 림 앞으로 높게 떠올랐고…….

콰아앙!!!

한껏 수그린 호영의 위로 힘차게 날아오른 르브론 제임스가 공을 두 손으로 붙잡곤 림에 그대로 메다꽂는다.

호영은 샛노란 옷을 입은 채 양팔을 벌려 날갯짓하듯 파닥거렸고, 르브론 제임스는 영화의 주인공답게 멋지구리한 유니폼을 입은 채 림을 두 손으로 마구 흔들며 괴성을 질렀다.

라스트 댄스 - NBA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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