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4화 Chapter 13 (2)
르브론 제임스의 덩크로 점수는 38 대 24.
NBA 리거인 호영과 르브론 제임스가 한 팀이다 보니, 그 팀은 세 명, 대학 & 고교 선수로 이루어진 상대 팀은 다섯 명이었다.
이렇게 핸디캡을 두고 경기를 벌였는데도 세 명인 팀이 점수를 앞서나간다.
그렇다고 세 명인 팀이 빡빡하게 게임을 굴리는 것도 아니었다.
르브론 제임스나 호영은 지금처럼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드는 데 좀 더 집중하며 쇼맨십을 선보이고 있는데도 점수 차이가 점점 벌어진다.
그것만 해도 NBA 리거가 얼마나 대단한 기량을 보유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휴우…….”
전후반 10분씩 총 20분의 이벤트 게임.
그 이후 간단한 영화 소개와 시사회. 마지막으로 팬 미팅까지.
6시간이 넘는 강행군에 호영은 경기장을 빠져나오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많이 힘들었죠? 초이, 마지막까지 붙들린 탓에…….”
이블린은 행사가 끝났음에도 지친 호영에게 추가로 사인이나 사진을 마구잡이로 요구하는 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요. 이것도 다 거쳐야 하는 과정이니까요.”
“그렇긴 한데…….”
팬 서비스가 좋은 스타는 분명 팬들의 호의를 등에 업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이면에는 스타의 사생활이 없어지는 건 물론이고, 지금처럼 휴식기인데도 쉴 수가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컨디션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었다.
앞서 총 5시간의 행사 중 경기로 20분, 잡담으로 10분, 팬 미팅의 일환으로 사인과 사진을 찍는 데 무려 3시간.
행사에 왔던 거의 모든 사람들의 요구를 흔쾌히 들어줬는데 행사가 끝난 후에도 와서는 추가로 요구하는 건…… 퍼스널트레이너 입장에서 속 쓰린 일이었다.
“걱정 말아요. 무관심보단 압도적인 관심이 무조건 좋기도 하고. 뭐, 비시즌에 푹 쉬면 되니까.”
“어련하시겠어요. 제가 초이랑 일한 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초이가 잘도 비시즌에 푹 쉬겠네요. 비시즌 다음 날부터 바로 훈련하자고 연락하실 거 같은데요?”
“에이, 설마요~. 이블린도 쉬어야 하는데, 한 일주일 정도는 혼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 정도만 하면서 쉴 생각이었거든요. 그 기간에 이블린은 푹 쉬면 되죠.”
“거봐요. 쉰다는 말은 죽어도 안 하고. 혼자서 가볍게 하는 운동도 결국 훈련이잖아요~.”
이블린은 운전대를 잡고 운전을 하면서 이런 담화가 퍽 재미있었는지 미소를 지었다.
“하여간, 남은 휴식일엔 푹 쉬세요. 어떻게든 초이를 쉴 수 있게 만들어 줄 테니까.”
“오~ 믿고 맡기면 되는 각이죠?”
“그럼요. 믿고 맡기면 되는 각이니까 좀 자요. 숙소 도착하려면 30분 정도 더 가야 하니까.”
이블린의 말에 호영은 운전하는 사람 옆에 앉아서 혼자 편히 잘 수 있냐고 말했지만, 야속한 눈꺼풀은 시간이 지날수록 1톤씩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음.”
결국, 5분 정도 지나니 호영은 완벽하게 잠에 빠져 버렸다.
이블린은 그런 호영을 힐끗 보더니 핸들을 돌려 조금 돌아가는 길로 차를 몰았다.
“수고 많았어요, 초이.”
* * *
르브론 제임스는 NBA의 스타플레이어였고, 그 주변에는 핵심 인원 세 명이 든든히 버티고 있는 구조였다.
첫 번째, 르브론 제임스의 에이전트 리치 폴.
두 번째, 르브론의 보디가드 겸 서포터 크리스 밈스.
세 번째, 르브론의 농구 외적인 사업을 담당하는 매버릭 카터.
이 중에서 크리스 밈스와 매버릭 카터는 르브론 제임스가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형 동생 했던 친한 사이이고, 리치 폴은 르브론 제임스가 에이전트로 키워 준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르브론 제임스는 이 셋을 가장 신뢰했고, 셋은 르브론 제임스의 성공을 위해 똘똘 뭉친 공동 운명체와 같았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이름 앞 글자를 따 LRMR이라는 사업체를 설립했고, 그들은 르브론 제임스의 힘을 극대화하여 NBA 판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다.
이번 행사는 매버릭 카터가 기획부터 진행까지 도맡았는데.
그로 인해 르브론 제임스가 마이클 조던의 영화라는 상징성이 있던 SF 바스켓볼 2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언론으로 정보를 흩뿌리는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이런 행사를 진행한 것이다.
“헤이, 르브론, 행사는 좀 어땠어?”
“좋았지. 예상보다 더 값진 이득을 얻은 느낌이야, 리치.”
그런데 르브론 제임스는 심드렁했던 맨 처음에 비해, 마치 재미난 장난감을 발견한 듯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며 리치 폴과 커피를 마셨다.
“뭔데?”
“응?”
“초이가 그렇게 재미있는 친구야?”
“야…… 역시. 리치는 내 마음을 너무 잘 안단 말야.”
“모르면 에이전트 자격 실격이지. 그래서,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던 거야? 어지간한 선수에겐 큰 흥미 못 느끼면서.”
리치 폴의 말에 르브론 제임스는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모든 선수들을 존중한다고. 그들에게 나름대로 흥미를 느끼고.”
“아~ 왜 이래. 우리끼리 이럴 거야? 올스타전에서도 상대 팀 주장이 스테픈 커리니까 좀 열심히 한 거지, 다른 선수에게는 큰 관심 없었잖아. 아! 맞네. 올스타전 후보 뽑을 때, 초이를 가장 먼저 뽑을 것 같더니 라마커스 알드리지를 뽑아 놓고, 갑자기 그한테 왜 관심이 생긴 거야?”
“뭐어…… 그건 내 실수였지. 아주 큰 실수였어.”
르브론 제임스의 입에서 순순히 실수였단 말이 나오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다.
리치 폴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만지작거렸고, 르브론 제임스는 그의 귀에 ‘내 실 수 라 고!’라는 말을 확실하게 때려 박았다.
“그 전부터 흥미는 있었지만, 솔직히 약팀에서 뛰니까 그 정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고 생각했었어. 거기에, 나도 모르게 언드래프티라는 편견에 잡혀서 라마커스보다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지. 근데, 아니더라고.”
“호오…….”
“생각해 봐. 6-11의 빅맨인데, 공을 길게 쥐든 짧게 쥐든 팀 내에서 윤활유 역할을 그렇게 잘 수행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냐. 나랑 같이 뛰었던 크리스 바쉬도 못 했고, 지금 같이 뛰는 케빈 러브도 못 했어. 그들은 각자 팀 에이스였다 보니, 조각이 되어서 팀을 뒷받침하는 역할이 서툴렀고, 롤을 분할해야 한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어.”
“그럼…… 초이는 그걸 할 수 있다는 거야?”
르브론 제임스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 어떤 빅맨보다 그걸 잘할 거야. 나는, 가솔 형제보다도 초이가 더 잘한다고 생각해. 그런 친구야말로 바로, 나와 함께 우승 반지를 차지하기 위한 ‘반지원정대’의 일원이 될 자격이 있다고 봐.”
올 시즌을 끝으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의 계약이 끝나는 르브론 제임스.
그는 올 시즌 시작 전부터 내년 시즌 계획을 구상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어느 팀으로 갈 것인지, 어떤 선수를 데려올 것인지……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끊임없이 물밑 작업을 했고, 라마커스 알드리지를 선택한 것도 그런 작업의 일환이었다.
“초이가 합세한다면 난 그에게 원투펀치의 ‘투’ 자리까지 줄 용의가 충분히 있어. 카이리 어빙하고 뛰었을 때, 솔직히 그를 컨트롤하기 어려웠지만, 초이는 굉장히 성실하기로 유명한 친구거든. 그 키에 카이리만큼의 안정적인 볼 핸들링, 빅맨답지 않은 여러 스킬 장착. 게다가 슛 정확도까지. 정말 탐난다니까?”
“흐음…… 그런데 댈러스가 초이를 포기하겠어? 언드래프티에서 대박 난 거라 몸값도 엄청 저렴할 거 아냐.”
“그렇지. 하지만…… 내년에 루카 돈치치를 진심으로 얻으려 하면, 지금 성적으론 힘들 거야. 아마, 루카 돈치치라면 1라운드 5픽 내에 100% 뽑히겠지. 댈러스가 지금 성적을 계속 유지하면, 1라운드 10~14픽 사이를 얻게 될 확률이 가장 높잖아?”
리치 폴은 르브론 제임스가 슬슬 꺼내는 이야기의 주제가 뭔지 정확히 파악한 듯,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루카 돈치치냐, 호영 최냐.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할 상황이 올 것이고. 그러면…… 호영 최를 매물로 내놓을 수도 있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갈 바로 그 팀이, 루카 돈치치를 뽑을 수 있는 순번의 픽을 가진 팀이어야 한다는 거지.”
올 시즌 성적을 꼬라박고 있는 약팀.
그런 팀이라면 루카 돈치치를 뽑을 수 있는 픽을 가지고 호영과의 트레이드를 이끌어 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었다.
“헤이, 르브론, 정말이야? 지금…… 어떤 팀하고 이야기 오고 가는지 알고 하는 말이지?”
“당연하지. LA 레이커스랑 뉴욕 닉스. 그 이외에 뭐 대도시를 홈타운으로 가진 곳은 전부 달려들고 있는 것쯤은 충분히 알고 있어. 그런데…… 한 번쯤은 좀 돌발 행보도 보이고 해야 인생이 재미있는 거 아니겠어? 완전무결한 강팀을 만드는데 지역이 뭐 그렇게 중요한가 싶기도 하고.”
르브론 제임스는 양손을 가볍게 포갠 뒤, 평온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어느 팀이든, 내가 가는 팀이면 자연스럽게 다들 따라오잖아. 안 그래?”
“그렇긴 하지. 으…… 그러면 지금 상황에서 가장 가능성 높은 건 피닉스, 새크라멘토, 애틀랜타야. 이 셋이 내년 1라운드 1~3픽 강력 후보니까. 이들하고도 이야기 좀 나눠 볼게. 르브론, 너는 어디가 좋겠어?”
“흐음…… 밀레니엄 킹스의 우승 실패를 내가 대신 이뤄 주면 NBA 역사에 또 하나의 족적을 남길 수 있겠네. 초이하고 같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 같고.”
리치 폴은 호영과 함께 한 팀으로 우승을 노릴 수 있다면, 대도시에 위치한 팀 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르브론 제임스의 말에 ‘이거 진심이다.’라는 걸 짙게 느낄 수 있었다.
* * *
스테픈 커리, 르브론 제임스.
NBA의 투 탑이라고 불려도 손색없는 두 아이콘이 호영에게 매료되어, 본인의 팀으로 데려오고자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동안.
댈러스 매버릭스의 수뇌진도 가만히 손 놓고 호영이 떠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볼 생각은 1%도 없는 듯 보였다.
“초이는 복귀했습니까?”
“네, 어제 복귀 후에 컨디션 조절을 위해 회복 훈련을 진행 중입니다.”
“음,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초이의 몸 상태는 신경 써 주시면 좋겠어요, 케이시.”
케이시 스미스 팀닥터는 고개를 끄덕이곤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후우…….”
데이비드 그리핀 단장. 그는 얼음을 띄운 아메리카노를 벌컥 들이켜곤,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의 맞은편으로 이동해 자리에 앉았다.
“미안해요, 니코. 초이에 관한 일 때문에 미팅을 멈춰서.”
“하하, 괜찮습니다. 댈러스에서 초이의 존재가 얼마나 큰지 알고 있으니까요.”
데이비드 그리핀 단장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바로 니코 해리슨. 이번에 새롭게 댈러스 프런트로 합류하게 된 인물이었다.
라스트 댄스 - NBA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