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화 Chapter 15 (4)
[데빈 해리스 TO 해리슨 반즈!!! 아, 엄청난 호흡입니다!!!]
[데빈 해리스가 올 시즌 들어서 제3의 전성기가 아니냐 할 정도로 물이 올랐죠?! 짧은 시간이지만 나올 때마다 과거 올스타 시절의 향기가 언뜻언뜻 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프라인에서 해리슨 반즈의 앨리웁 가능성을 보고 저런 랍 패스를 띄울 수 있는 걸까요?!]
데빈 해리스의 노련한 패스로 해리슨 반즈가 앨리웁 덩크를 작렬시키지 않나…….
[지미 버틀러의 킥아웃 패스!!! 킥아웃 패스의 주인공은 바로 덕 노비츠키입니다!!! 공을 받자마자 그대로 3점!!!]
슉!
[BAAAAANG!!!! 림도 스치지 않고 퍼펙트하게 들어가는 3점!!!]
[지미 버틀러의 게임 리딩, 볼 핸들링 역량이 이전보다 더 발전한 것 같습니다. 지금 라인업에서 지미 버틀러를 제외하면 리딩을 맡을 선수가 없어서, 실질적으로 볼 핸들러가 지미 버틀러 한 명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아주 잘 이끌고 있습니다!]
지미 버틀러가 메인 볼 핸들러로 나서서 이리저리 수비를 들쑤시더니 일순간 노마크 찬스가 난 덕 노비츠키에게 패스를 뿌려서 3점을 성공시키지 않나.
12분 4쿼터 내내 약점이랄 게 크게 없는 라인업을 구사하니, 도리어 포틀랜드 입장에서 경기가 완전 꼬이고 말았다.
꼬인 경기는 3쿼터가 지나고, 마지막 4쿼터가 되었음에도 풀리긴커녕 더더욱 꼬이는 양상이었다.
그나마 꾸역꾸역 데미안 릴라드가 24점, C.J 맥컬럼이 19점을 넣으면서 체면치레는 했으나 나머지 선수 중에 두 자리 득점을 올린 선수가 없을 만큼 팀 전체적으로는 슈팅 난조였다.
“도리안!”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가? 데미안 릴라드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수비에 가로막혀서?
댈러스의 수비력이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숨 막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렇다는 건, 지금 도리안 핀니 스미스의 이름을 힘껏 외치면서 레이저 패스를 뿌리는 호영 때문이 아닐까?
‘너무 쉽게 공격을 성공하니까, 우리는 수비할 의지를 점점 잃고…… 거기에 트래시 토킹으로 멘탈도 흔들고. 완전 바보가 되는 느낌이야 이거…….’
턱!
호영의 레이저 패스를 누구도 끊지 못한다. 분명, 스틸 시도를 하면 아슬아슬하게 닿을 수도 있는 루트였지만, 호영은 포틀랜드 선수들의 수비 의지가 많이 떨어졌음을 눈치채곤 좀 더 과감한 플레이로 공격 성공률을 높이려고 한 것이다.
[도리안 핀니 스미스, 코너 3점!!]
슉!
[깔끔합니다! 이로써 도리안 핀니 스미스도 10점째! 댈러스 매버릭스, 오늘 15분 이상 뛴 선수 모두 10득점 이상이군요! 그리고…… 와우! 호영 최! 이번 어시스트로 19어시를 기록합니다!!!]
11득점 10리바운드 19어시스트.
정말, 이렇게 놓고 보면 괴상할 정도의 스탯이었다.
벤치에서 19어시스트를 챙긴 호영을 보면서 데릭 로즈는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스탯 욕심부려도 된다니까, 진짜 어시스트를 저렇게 찍어 버리네.’
욕심을 부린 게 어시스트라니. 어시스트는 애초에 이타적이거나, 팀원에게 득점 기회를 제공해 주지 않으면 쌓을 수 없는 기록이라 욕심과는 좀 거리가 있는 스탯인 것을.
데릭 로즈는 4쿼터 3분여가 남은 상황에서 호영이 오늘 경기 20어시스트를 찍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점수는…… 109 대 94. 15점 차이면 아직 포기할 생각이 없겠지. 그러면, 우리 팀도 포기하진 않을 거고.’
‘클러치 라인업 정도는 베스트 멤버를 기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 데릭 로즈. 그리고, 그 생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데릭, 지미, 마지막 3분, 화려하게 들쑤시고 오도록.”
원래라면 지미 버틀러와 해리슨 반즈가 나섰겠지만, 오늘이 데릭 로즈의 10일 계약 마지막 날이라는 걸 안 이고르 감독은 센스 있게 데릭 로즈를 클러치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이렇게 되면, 데릭 로즈-딜런 브룩스-지미 버틀러-호영-뱀 아데바요 라인업.
‘와우.’
데릭 로즈는 사이드라인으로 나가서 호영이 수비를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가…… 초이의 20어시스트를 달성해 주면 좋겠네.’
덕 노비츠키의 3만 득점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데빈 해리스처럼.
호영의 커리어 첫 20어시스트를 달성하는 득점의 주인공이 된다면 꽤나 짜릿할 것이다.
“잘하고 와.”
“그럼요.”
데빈 해리스와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코트로 나서는 데릭 로즈.
오늘 경기에서 16분간 9득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
나쁘지 않은 기록이고, 컨디션도 꽤 좋았기에 데릭 로즈는 슬쩍 욕심을 부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 이 멤버로는 처음인데, 한번 제대로 해 보죠. 뭔가 기대가 되는데요?”
데릭 로즈와 지미 버틀러가 들어오자마자 역시나, 가장 먼저 호영이 그들을 반기며 잘해 보자는 말을 한다.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벤치에서 대기하다가 코트로 들어 온 선수에게 말을 붙이는 것으로도 그 선수의 긴장을 풀어 줄 수 있는 법.
‘지미가 했던 말이 이해되네.’
댈러스의 리더는 초이가 될 것이다.
데릭 로즈도 그 의견에 동의했고, 기왕이면 오늘 경기에서 차기 리더의 20어시스트를 돕는 조력자가 되는 걸 목표로 하자며 결의를 다졌다.
아마 지미 버틀러 말고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댈러스 매버릭스가 경기를 뛰는 목표는 선수들의 경험치 축적, 그리고 호영의 기념비적인 언드래프티 신인왕 도전. 딱 두 개였으니까.
하나, 그런 걸 의식하면 더 안 된다는 걸 입증이라도 하듯, 댈러스 선수들은 호영의 꿀 같은 패스를 받고도 2분 30초 내내 슛을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차라리 수비를 달고 슛을 쏘거나, 우당탕탕 골 밑을 파고들어서 어거지로 쏜 서커스 샷은 요상하게 다 들어가는데, 유독 호영이 패스를 주면 ‘이건 꼭 성공해야지!’라는 의욕이 앞서서 힘이 더 들어가는 듯싶었다.
물론, 호영이 만든 찬스가 전부 외곽에서 쏘는 3점 혹은 롱2가 대부분이었기에 슛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호영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 오히려 본인이 직접 공격을 풀어서 마무리를 짓기도 하고, 리바운드에 좀 더 집중하기도 하면서 노련하게 경기를 이끌고 갔다.
[자, 이제 댈러스 매버릭스의 마지막 공격! 남은 시간은 22초인데요. 사실상 경기는 거의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맞습니다. 118 대 107. 22초 동안 4포제션을 좁히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죠. 다만, 포틀랜드 입장에서는 끝까지 주전 멤버를 기용하면서 마지막 공격만큼은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 줍니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승리와 돈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다음으로 중요한 건 역시나 자존심이다.
특히, 한 팀을 책임지는 주전 선수라면 약팀에게 패배는 할지언정 최후의 자존심까지는 지키기 위해서 끝까지 노력하는 선수들이 있기 마련이고, 사자의 심장이라 불리는 데미안 릴라드가 딱 그런 유형의 선수였다.
16득점 12리바운드 19어시스트.
아무리 신인왕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호영이라고 하지만 언드래프티 신인에게 트리플 더블을 내줬고, 그로 인해 경기도 내주기 직전이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막을 수 있는 건 호영의 첫 20어시스트.
이거라도 막아 내는 것이 데미안 릴라드, 나아가 포틀랜드 주전 선수들이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초이, 픽 플레이 해서, 내가 한번 돌파해 볼게. 핸드오프로 건네줘. 그리고, 노마크 존에 가 있어.”
마지막 22초를 앞두고, 데릭 로즈는 호영에게 슬쩍 다가가 본인이 돌파를 해 보겠다고 했다.
호영은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경기는 속개되었다.
휙-.
뱀 아데바요의 패스를 받은 데릭 로즈가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빠른 속도를 앞세워 순식간에 하프라인을 넘었다.
데미안 릴라드는 22초를 남겨 두고 기어를 올리는 데릭 로즈를 보며 깜짝 놀라 그에게 수비를 들어갔다.
“초이 수비를 허술히 하지 마! 저기서 패스가 뻗어 나가지 않도록 해!”
데미안 릴라드의 외침에, 알 파룩 아미누는 이번만큼은 호영의 수비를 허술히 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그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하지만 호영은 피식 웃더니 데릭 로즈에게서 온 패스를 받자마자 슬쩍 공을 내밀었다.
턱!!!
“억!”
[유려한 핸즈 오프 플레이! 그리고 이어지는 호영 최의 스크린! 데미안 릴라드, 꼼짝없이 막혀 버립니다!]
[알 파룩 아미누가 호영 최 대신 데릭 로즈를 마크하고, 아! 데미안 릴라드가 호영 최를 막는 게 아니고, 에반 터너와 스위치를 하는군요! 이제 호영 최의 마크맨은 에반 터너입니다!]
핸즈오프로 공을 넘겨줬다. 그리고, 데릭 로즈가 돌파를 한다.
여기서 호영은 데릭 로즈가 말했던 작전을 떠올리며 재빨리 노마크 찬스가 날 법한 곳으로 움직였다.
‘이쯤에 있으면 보겠지…… 어?’
호영은 데릭 로즈가 분명 볼 수 있는 자리에서 에반 터너를 떨쳐 내고 자리를 잡았다.
약 1초 정도의 노마크 찬스였으나, 데릭 로즈라면 이미 진즉 보고 호영에게 패스를 내줬어도 이상하지 않은 찬스.
씨익-.
하지만 데릭 로즈는 돌파를 하던 와중 호영과 눈빛이 맞으니 짙은 미소를 지었다.
‘MVP 출신은, MVP 나름의 고집이 있는 법이거든.’
NBA 역사상 최연소 정규시즌 MVP의 주인공, 데릭 로즈.
그도 그 나름대로의 고집이 있었고, 그 나름대로 팀원을 위하는 방식이 있었다.
“흐읍!!!”
알 파룩 아미누의 밀착 마크에도 불구하고 데릭 로즈는 단 두 번의 드리블과 급제동으로 알 파룩 아미누와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데릭, 자네의 그 원더풀한 플레이는 나 역시 정말 감명 깊게 봤어. 하지만 부상 이후에도 그런 플레이를 고집한다면, 자네는 결국 스스로 자신의 몸을 갉아먹게 될 거야.
댈러스에 합류한 후, 이고르 감독과 진지하게 면담을 가졌던 데릭 로즈.
그는 짧은 시간이지만 댈러스에서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고, 단 10일뿐이긴 하지만 댈러스에 합류한 후 데릭 로즈에 대한 상대 팀의 수비가 달라지고 있었다.
그건 바로, 약점이던 슛의 개선.
데릭 로즈는 슛이 좋은 타입은 아니었고, 슬래셔 성향에 돌파를 기반으로 한 선수였다.
그렇다 보니 돌파만 막으면 되고, 그의 슛은 상대적으로 덜 막아도 된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댈러스 합류 후 슈팅 개선을 위해 핀 포인트 훈련을 거듭한 결과, 데릭 로즈의 인생에서 가장 정확한 슛을 댈러스에서 선보이고 있었다.
‘간다.’
살짝 뒤로 뛰어올라 페이드어웨이를 구사하는 데릭 로즈. 거기에, 댈러스의 레전드 덕 노비츠키를 기념하듯 한쪽 다리 무릎을 90도가량 구부리는 one-legged fadeaway로 홈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데릭 로즈의 페이드어웨이!!!]
텅!
림의 앞쪽을 맞은 공은 림 위를 몇 번 통통거리더니…….
슉-.
잘 놀았다고 인사라도 하는 듯, 림 안으로 쏙 들어갔다.
라스트 댄스 - NBA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