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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댄스 - NBA DREAM-88화 (88/233)

088화 Chapter 16 (6)

“팀을 위한 헌신도 물론 좋죠. 17-18 시즌 댈러스는 그런 헌신이 필요했었고요. 하지만 막바지에 뭉친 멤버 중에서 옥석 가리기만 잘하게 되면, 전 굳이 초이가 그런 헌신에 집중하기보단 좀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해도 좋다고 생각해요. 슛 효율이 미쳤잖아요?”

루카 돈치치의 이번 시즌 슛 성공률은 총 야투율, 3점, 자유투 순서로 48.8% / 34.4% / 80.5%.

호영의 슛 성공률은 54.7% / 38.6% / 92.3%.

정석적인 50, 40, 90의 180클럽은 아니지만 다 합치면 180이 넘기 때문에, 현지 팬이나 댈러스 관계자들도 이번 시즌 호영의 기록을 보고 안타까워한 이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

“저도 좀 많이 아까웠거든요. 초반에 그렇게 벤치만 달구지 않았으면. 데릭 윌리엄스에게 그런 억지 부상만 안 당했으면 충분히 180클럽도 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뭐, 그건 어쩔 수 없지. 최선을 다해도 거머쥐지 못한 거라면, 올 시즌엔 내 것이 아니라는 거니까. 다음 시즌에는 잡을 수 있게 해 봐야지.”

“맞아요. 그리고 또 하나. 이런 멘탈. 되게 부럽다고 해야 할까…… 신기하다고 해야 할까.”

루카 돈치치도 NBA 입성 초기에는 심판의 판정이나 상대 선수들의 비매너 플레이에 일일이 반응하고, 얼굴이 시뻘게지거나 불필요한 제스처를 하는 것으로 ‘흥분을 잘한다’며 일부 팬에게 욕을 먹기도 했다.

“저도, 초이의 경기를 보기 시작하면서 멘탈 관리를 좀 잘하고 싶어서 여러 방면으로 훈련 중인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저랑 두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베테랑 선수보다 더 멘탈 관리를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와…… 대단하다.’ 이랬거든요.”

“어, 허흠……. 그래? 그렇게 봐 주면 나야 고맙지.”

호영은 돌직구 칭찬에 좀 약했기에, 루카 돈치치가 날리는 몸 쪽 꽉 찬 칭찬 직구에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걸로 보아, 호영도 기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아까 제가 초이한테 보답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게 바로 이런 것 때문이었어요.”

“어?”

“음…… 사실, 초이의 경기를 안 봤다면, 아마 저는 제가 하던 대로 쭉 농구를 했을 거 같거든요. 그런데, 아버지가 이 선수의 경기를 한번 보라면서 링크를 보내 주더라고요. 그걸 보는데…… 와, 뭔가 신세계인 거예요. 제가 그간 봤던 르브론 제임스의 경기 영상이나, 스테픈 커리의 경기 영상과는 또 다른…… 무언가였죠.”

루카 돈치치가 인터뷰에서 이야기할 때, 롤 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으면 르브론 제임스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몇 개월 전부터 롤 모델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여러 선수의 플레이를 참고한다며 답변이 슬쩍슬쩍 변하기 시작했다.

“어떤 포지션이든, 상대 에이스를 의도적으로 사냥하듯. 초이가 그들과 매치업을 하는 모습은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그렇게 해서 상대 에이스의 피로도를 늘리고, 대신 팀 동료가 상대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주는 거. 그 모습을 보면서 ‘와…… 내가 하고 싶었던 바로 그 플레이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도 잘하고 있는데?”

“이제 막 스타일을 정립한 거라, 초이만큼 그렇게 잘하진 못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음, 뭐랄까, 초이랑 같은 팀에서 초이에게 직접 배우고 같이 뛰면 서로 시너지가 엄청 잘 나지 않을까? 이런 꿈을 꾸고 있달까요? 어쨌든! 초이에게 많이 배웠고 영감을 얻었으니까, 초이는 잘 몰라도 저는 초이에게 꼭 보답하고 싶었다는 거죠.”

같은 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은 서로 통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같은 팀에서 뛰고 싶다, 그다음의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

미래는 어떻게 될지 호영도 알 수 없었고, 루카 돈치치도 알 수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두 사람은 속으로나마 들리지 않는 진심을 전하며 간절히 기도했다.

부디, 댈러스에서 같이 뛰는 미래가 오길.

* * *

루카 돈치치를 만나러 스페인에 간 3일은 호영에게도 상당한 자극이 된 나날이었다.

3일간 루카 돈치치와 호영은 거의 한 세트처럼 붙어 다녔고, 이블린이나 루카 돈치치의 개인 스태프들은 두 사람이 시간을 보내려 할 때마다 적절하게 빠져 주며 두 사람이 급속도로 친한 사이가 되는 데 일조했다.

서로 1 대 1을 한다든가, 경기가 끝나고 비디오를 돌려 보며 진지한 토론을 한다든가.

각자 생각해 본 적 없던 부분을 상대가 짚어 줄 때마다 두 사람은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하지만 루카 돈치치는 남은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고, 호영은 미국으로 돌아가 잡힌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저기, 한국에서는 나이가 더 많은 친한 사람에게 형님이라고 한다던데, 초이한테 형님이라고 해도 될까요?”

스페인을 떠나기 전, 루카 돈치치는 살짝 쑥스러운 표정으로 호영에게 개인적인 부탁을 했다.

그건 바로 호영에게 형님이라 불러도 되냐는 것.

호영은 그 말에 빵 터져서, 루카 돈치치에게 형님이 아니고 형이라고 불러도 된다면서 발음을 알려 줬다.

“초이 형! 꼭! 댈러스에서 보길 바랄게요! 만약, 댈러스가 아니더라도 자주 만나요!”

3일 만에 상당히 정이 든 모양인지, 루카 돈치치는 호영에게 같은 팀이 되지 않더라도 자주 연락하자는 말을 남겼다.

이미 두 사람은 사적으로 쓰는 연락처는 모두 주고받은 상태였으니 호영은 걱정 말라며 미국으로 귀국했다.

귀국해서 하루를 쉰 후, 호영은 마크 큐반 구단주가 준비해 둔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별장에서 편안한 휴가를 만끽하기 전 마지막 스케줄을 소화하고자 댈러스의 한 야외 코트에서 슬슬 몸을 풀었다.

텅- 텅-

댈러스에 위치한 한 실내 체육관. 그 안에서는 몇몇 선수들이 농구공을 튀기며 몸을 푸는 중이었고, 그중에는 호영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체육관에 도착한 두 명의 주인공. 트레이 영과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는 호영을 발견하곤 다이렉트로 와서 호영에게 인사를 건넸다.

“반가워요, 초이.”

“반가워, 트레이. 먼 길 와 줘서 고마워.”

“멀긴 멀었지만, 이런 기회도 흔치 않으니 손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트레이 영은 호영과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 그리고 기타 대학교 선수, G리그 선수와 한바탕 모여 게임을 뛸 수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낀 모양이었다.

“샤이, 댈러스까지 찾아와 줘서 고마워.”

“아니에요~ 저는 괜찮아요. 이런 기회가 흔한 것도 아니고. 초이랑 뛰면서 한 수 배울 수 있으면 무조건 이득이죠!”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 역시 호영과 경기를 뛰는 것으로 여러 측면에서 배울 수 있다고 느낀 모양인지 매우 기뻐했다.

오프시즌에 벌어지는 픽업 게임 중에서 드류 리그나 각 잡고 주최한 자선 행사 경기를 제외하면 이런 식으로 일정 수준 이상 멤버를 꾸려 경기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보니…….

트레이 영과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 입장에서는 꽤나 접하기 힘든 자선 행사 경기에 초청된 느낌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호영의 이름을 걸고 하는 픽업 게임은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면 엑셀 스포츠가 주관하여 벌인 행사였지만, 엑셀 스포츠가 호영의 의중을 파악하고 이 둘과 농구 한 경기를 하면서 기량은 어떤지, 두 사람의 성향은 어떤지 호영이 알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서로 어느 정도 균형은 맞아야 찾아온 수천 명의 관객에게 좋은 게임을 선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호영은 자신의 동료를 한 명 더 초빙했는데.

“아, 미안해. 차가 좀 막혀서.”

최근 차를 한 대 뽑은 뱀 아데바요가 경기 시작 20분 전에 경기장에 도착하여 호영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괜찮아. 20분이나 넘게 남았는데 뭘.”

“그래도, 웜업하는 데 시간이 걸리잖아. 좀 더 일찍 올 거라 생각했는데.”

호영만큼은 아니지만, 댈러스에서 센세이션한 첫 시즌을 보낸 뱀 아데바요의 등장에 경기장은 또 한 번 후끈 달아올랐다.

자잘한 발목, 손목 부상으로 결장한 경기가 좀 되었지만, 그래도 호영과 똑같은 69경기를 소화. 평균 25분가량을 뛰며 8.9득점에 10.2리바운드. 거기에 2.2어시스트는 덤으로 기록한 뱀 아데바요.

신인왕 레이스에선 탈락하긴 했으나, 루키 세컨드 팀에는 충분히 들어갈 만한 활약을 펼쳤다.

호영의 전생에서는 첫 시즌 6.9득점, 5.5리바운드, 1.5어시스트를 기록하는 것에 비해 확실히 발전한 모습이었고, 특히 리바운드에 있어서 훨씬 빠르게 눈뜬 느낌이었다.

BAM! BAM! BAM!!!

호영이 등장했을 땐 CHOI를 연호하던 관객들이 이제는 뱀 아데바요를 연호한다.

호영은 그런 관객들을 보며 좀 더 뱀 아데바요의 이름을 불러 달라며 손짓했고, 관객들은 호영의 뜻을 이해하곤 좀 더 큰 목소리로 ‘BAM!’을 연호했다.

뱀 아데바요까지 도착하고 난 후, 오늘 경기에서 뛸 열 명의 선수들은 본격적으로 웜업에 들어갔다.

선수들이 몸을 푸는 동안,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엑셀 스포츠 측에서 초빙한 MC는 다양한 이벤트 진행과 함께 화려한 언변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며 선수들에게 시간을 벌어 줬다.

삐이이이-!!!

드디어 약 6천 명의 관객들이 기다렸던 본게임이 시작된다는 버저가 울리고, 선수들은 각자의 벤치로 이동했다.

[오늘 경기에 앞서, 간단한 룰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오늘 자선 경기는 총 2게임이 열리게 될 예정으로, 게임당 2쿼터. 쿼터당 10분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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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경기>

TEAM CHOI (주요 선수 : 트레이 영 / 호영 최)

TEAM BAM (주요 선수 :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 / 뱀 아데바요)

2경기>

TEAM CHOI (주요 선수 :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 / 호영 최)

TEAM BAM (주요 선수 : 트레이 영 / 뱀 아데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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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게임을 두 개로 쪼갠 이유. 그건 호영이 트레이 영,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와 각각 호흡을 맞춰 보고, 두 선수의 스타일이 어떤지 직접 느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뱀 아데바요를 초청한 것도 호영뿐만 아니라, 뱀 아데바요 같은 스타일의 빅맨을 둘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어떻게 호흡을 맞출 것인지 관찰하고 싶었기 때문.

‘재미있겠는데?’

대학 스타들이 얼마나 분전해 줄 것인지,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는 호영이었다.

[자! 그러면, 1경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선수들, 입장해 주세요!!!]

TEAM CHOI의 유니폼은 하얀색.

TEAM BAM의 유니폼은 파란색.

열 명의 선수가 각자 팀에 맞는 유니폼을 입고 코트 위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적절한 타이밍에 스포트라이트가 내리쬐고, 관객들은 코트에 입장하는 선수들을 향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다.

라스트 댄스 - NBA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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