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Chapter 23 (3)
“음…….”
“로드리고 보브와나 크리스챤 우드. 제가 보기에 두 선수가 각축을 벌이고 있으니, 내부에서도 치열하게 의견 대립이 일어나는 것 같더군요. 그러니 시장 가치가 더 비싼 선수에게 정식 계약을, 그러지 않은 선수에게 투웨이 계약을 제안하는 것이죠.”
타 팀에게 제안을 받지 못한 선수는 투웨이 계약이라 해도 기꺼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타 팀에게 주목을 받아 투웨이 계약, 혹은 그 이상의 조건으로 계약을 제의받은 선수에게는 투웨이 계약을 내밀어도 ‘내가 왜 이걸 받아?’라고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시장에서 인기 있는 선수에게 정식 계약을, 그렇지 않은 선수에게 투웨이 계약을 주자는 것이었다.
“가장…… 심플한 방법이긴 하겠네요.”
현장에서는 100% 만족할 만한 방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끝없는 평행선을 그리느니 기준을 정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기에 반대하진 않았다.
“그러면,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프리시즌 데이터를 분석해 보고, 타 팀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 관찰해 보시죠.”
데이비드 단장의 말에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 방법에 동의했다.
“아, 데이비드, 그나저나 초이에겐 연락이 왔나요? 잘 도착했는지 궁금하군요.”
회의가 끝나고, 마크 큐반 구단주는 데이비드 단장에게 호영에 대해 질문했고, 데이비드 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니코 부단장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뉴욕에 무사히 도착했다더군요.”
호영이 니코 해리슨 부단장과 함께 뉴욕으로 날아간 이유.
그것은, NBA 사무국에서 주최하는 특별 프로젝트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 * *
NBA 사무국은 미국 본토를 포함해 세계에 NBA 관련 콘텐츠를 퍼트리고, 궁극적으로 NBA의 인기를 끌어올리고자 노력한다.
특히, 아담 실버 총재 당시 그런 움직임을 활발하게 가져가면서 여러 시도가 이루어졌다.
‘그래도 이런 건 처음인데…….’
위대한 선수나, 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혹은 팀에서 기대하는 신인 선수들의 경우 가끔씩 팀 차원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의 홍보 영상을 만들곤 한다.
댈러스 매버릭스로 따지면 덕 노비츠키가 우승한 시즌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찍는다든가, 혹은 향후 스타플레이어가 될 법한 루카 돈치치에 대한 기대감을 담은 홍보 영상을 제작한다든가.
하지만 NBA 사무국에서 이런 식으로 30개 구단에서 한 명씩 선수를 소환하여 각 잡고 영상을 찍는 것은 굉장히 드문…… 호영도 본 적 없는 움직임이었다.
‘이름값 엄청 쟁쟁하네.’
이틀에 걸쳐 동부/서부 15개 팀으로 나눠 촬영이 진행될 예정이었고, 호영은 서부인 댈러스 매버릭스 소속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사무국에는 호영을 포함한 서부 15개 구단에서 몰려든 팀 내 최고의 선수들을 쭈욱 살펴보며 자신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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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컨퍼런스 참가 선수
댈러스 매버릭스 : 호영 최
덴버 너게츠 : 니콜라 요키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 스테픈 커리
휴스턴 로케츠 : 제임스 하든
LA 클리퍼스 : 토바이어스 해리스
LA 레이커스 : 카와이 레너드
멤피스 그리즐리스 : 마크 가솔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 칼 앤서니 타운스
뉴올리언스 팰리컨스 : 앤서니 데이비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 러셀 웨스트브룩
피닉스 선즈 : 데빈 부커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 데미안 릴라드
새크라맨토 킹스 : 르브론 제임스
샌안토니오 스퍼스 : 라마커스 알드리지
유타 재즈 : 도노반 미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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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내 최고 선수를 불러왔다는 컨셉이었지만, 이 중에서 호영과 도노반 미첼, 그리고 데빈 부커. 이렇게 세 선수만이 리그에서 3년 이상 뛰어 본 적 없는 ‘신인급’ 선수였다.
그렇다는 것은 팀에서 어린 축에 속한 선수가 그 팀을 이끌고 있다는 뜻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나름 타당한 기준으로 뽑은 느낌이네.’
몇몇 팀은 원투펀치의 간극이 거의 없어서 누가 에이스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긴 했지만, 그래도 사무국에서 고심하여 각 팀에서 한 명씩 선수를 골랐다는 게 느껴졌다.
특히, 단순한 ‘상징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실제로 현재 팀에 기여하는 기여도를 매우 높게 책정하여 점수를 준 느낌인지라 사무국도 새로운 시대를 준비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인선이었다.
-초이, 너무 긴장할 것 없어요. 평소 초이가 생각하고, 느꼈던 걸 그대로 말하면 돼요. 뭐…… 추가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초이가 거기서 꿀릴 게 없으니 기세 싸움에서 봐줄 필요 없어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죠?
다큐멘터리는 선수만 촬영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기에, 각 팀에서 에이스 선수들과 같이 온 관리자들은 각자 다른 곳에 삼삼오오 모여 선수들을 기다리는 구조였다.
댈러스에선 니코 해리슨 부단장이 호영을 케어하러 뉴욕에 왔고, 다른 팀 역시 부단장이나 어시스턴트 코치급 인물이 선수들과 같이 왔다.
그만큼, 여기 모인 선수들은 팀에서 중요한 위치였기 때문에 관리를 소홀하게 안 할 거라는 각 팀의 의지이기도 했다.
“지금부터 인터뷰 형식으로 촬영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인터뷰는 한 명씩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촬영장에 먼저 온 순서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이의 없으시죠?”
촬영 스태프의 말에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온 사람부터 촬영하는 편이 가장 형평성이 좋고, 먼저 온 사람이 그만큼 많은 시간 기다렸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반대하는 선수는 없었다.
맨 처음은 유타 재즈에서 떠오르는 신성으로 각광받는 도노반 미첼.
그는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인터뷰실 안으로 들어갔고, 15분 정도 인터뷰를 끝마친 뒤 긴 한숨을 내뱉곤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뭔가, 굉장히 긴장을 할 법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나오는 리액션이다 보니, 남은 선수 14명은 도대체 무슨 인터뷰를 하길래 저러나 싶은 궁금증이 들었다.
“초이? 준비되셨나요?”
두 번째는 호영의 차례. 도노반 미첼보다 3분 정도 늦게 도착한 호영이 2순번이었다.
호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고, 촬영 스태프의 뒤를 따라 인터뷰실로 이동했다.
“초이, 솔직한 심정으로 인터뷰에 응하면 돼요. 너무 좋은 사람인 척, 나쁜 사람인 척 연기할 것 없이. 날것의 초이를 보여 준다고 생각해 줘요.”
“알겠습니다. 너무 날것은 좀 어렵겠지만, 최대한 노력해 보죠.”
이런 자리에서 100% 날것의 모습을 보여 주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호영은 어느 정도 본인을 포장하고,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팬에게 오랜 기간 사랑받는 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심지어, 호영뿐만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도 굳이 본인의 팬이 아니라 주변인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본인의 모습을 포장하기도 하는데. 촬영 스태프의 말처럼 완전 꾸밈없는 ‘쌩얼’의 호영을 보여 줘 봐야, 오히려 팬들이 가지고 있던 호영의 좋은 이미지만 작살날 가능성이 있었다.
“후우.”
호영은 조심스럽게 노크를 한 후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매끈한 민머리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호영에게 환하게 미소 지었다.
“아! 초이, 반가워요.”
‘뭣?!’
호영은 순간, 자신이 잘못 본 건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게, 인터뷰실 안에 있던 남자는 바로 NBA 총재, 아담 실버였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 NBA 시장 확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건 맞지만, 이런 식으로 엔터테인먼트에서 모습을 자주 드러내진 않는 편이다 보니…… 이번 다큐멘터리의 인터뷰 진행자가 아담 실버 총재라는 것에 호영이 놀랄 법도 했다.
“편하게 앉아요. 그냥, 경기 끝나고 인터뷰한다는 생각으로 가감 없이 질문에 대답해 주면 되니까, 너무 부담 가지지 말아요.”
아담 실버 총재의 말에, 호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곤 마련된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촬영감독의 큐 사인에 맞춰, 아담 실버 총재는 인터뷰를 시작했다.
“아, 댈러스 매버릭스의 호영 최. 팬들은 호영 최를 보고 ‘초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편이죠. 혹은, 초이의 등번호 33번을 기념하며 ‘THE 33’이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팬들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처음부터 대뜸 질문을 던지는 걸 보니, 인터뷰 전에 선수 소개는 자막이나 이미지, 하이라이트 영상 등으로 대체할 생각인 듯싶었다.
호영은 당황하지 않고 질문에 차분하게 대응하자는 생각으로 인터뷰에 돌입했다.
“아무래도,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여서 그랬지 않았을까요?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큰 법이란 말이 있는데, 반대로 기대를 아예 안 했던 선수가 터지면 기쁨이 곱절이 되는 게 아닐까 싶네요.”
“그렇죠. 그게 바로 팬들이 언더독에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초이는 작년 시즌, 철저히 ‘언더독’의 입장이었죠. 팀도 그렇고, 본인도 그렇고. 언드래프티로 시작하여 한 시즌 만에 팀의 중심이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언더독이던 본인의 위태로운 입지를 어떻게 넓혔나요?”
아무래도 언드래프티로 시작해서 신인왕, 올스타 선정까지 이룩한 케이스는 처음이다 보니 그쪽으로 포커싱하여 질문을 던지는 아담 실버 총재.
호영은 아담 실버 총재가 본인에게는 좀 다이나믹한 인터뷰를 바라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원래의 생각보다 좀 더 격정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지옥에서 수련을 하는 심정으로 뼈와 살을 깎아 내려고 노력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초에는 경기당 5분도 기회를 받지 못하면서 좌절했던 시기도 있었고요. 하지만 누굴 탓해서 얻는 건 없으니, 내 능력이 아직 부족해서 선택받지 못한 거라고 끝없이 채찍질을 한 것 같습니다.”
“좋은 자세네요. 누굴 탓해 봐야 도움이 안 된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입지를 바꾸기 위해 끝없이 노력했다. 그런 워크에씩이 지금의 초이를 만든 것 같군요. 그럼, 좌절을 겪었던 시즌 초를 지나서, 이고르 코코스코프로 감독이 바뀌고 난 후, 초이의 입지는 완전히 달라졌어요. 그건 역시나 초이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네요. 이고르 감독님이 부임하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까지 농구에만 미쳐 살면서 주변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채, 제 입지를 넓히려고 전전긍긍하는 사람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이고르 감독님이 저를 믿어 주시고, 제게 기회를 부여해 주신 덕분에 좀 더 폭넓은 시야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어요.”
농구만 잘하는 선수가 있고, 농구를 잘하면서 팀의 중심이 되는 선수가 있다.
여러 사건으로 팬도 많지만 안티도 상당한 르브론 제임스가 농구를 잘하면서 팀의 중심이 되는 선수의 유형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슈퍼스타임에도 불구하고 팀원에게는 거만하지 않으며, 먼저 다가가면서 팀을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할 줄 아는 선수였다.
라스트 댄스 - NBA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