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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댄스 - NBA DREAM-133화 (133/233)

133화 Chapter 26 (8)

“레이커스에서 제안이 오긴 했습니다만, 다른 제안이 있으면 좀 더 듣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다만, 팀 사정상 사치세를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 것이니, 선수를 트레이드 칩으로 활용할 거라면 레지보다 더 싼 선수로 부탁합니다.”

클리블랜드와 디트로이트의 팀 상황 때문에 댈러스에서 예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입장 차이가 발생하고 말았다.

카일 코버가 더 싸게 먹힐 거라 생각했는데, 도리어 유타 재즈에서 다른 팀은 관심도 보이지 말라는 식으로 노장 선수를 웃돈 얹어 살 생각을 하고 있으니, 레지 불록이 상대적으로 더 저렴해 보이는 착시 현상이 일어났다.

그렇게 된 이상, 더 젊고 활용도가 더 높은 레지 불록으로 선회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이미 상황을 주시 중이던 호영도 댈러스가 결국 레지 불록을 선택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디트로이트의 단장, 에드 스테판스키는 댈러스의 부흥을 이끈 데이비드 그리핀 단장이 꼼꼼하지만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지를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나름대로 그 부분을 이용해서 디트로이트의 사치세 절감이라는 목적을 이루고자 했다.

“데이비드께서 생각하시는 레지 불록 트레이드 골자는 어떻게 되는지요?”

“음……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서로가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인지 투명하게 오픈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에드, 제 목적은 당연히 레지 불록이다 보니, LA 레이커스보다 더 좋은 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에드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알아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데이비드 그리핀 단장의 제안에, 에드 스테판스키 단장 역시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라 생각했는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디트로이트가 가장 원하는 건 역시 사치세 감면이겠죠. 현재 어정쩡한 성적으로는 플레이오프 진출도 불투명한데, 그런 상황에서 사치세까지 내며 팀을 운영하는 것은 낭비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사치세 감면에 초점을 맞추면 되겠군요.”

데이비드 그리핀 단장은 잠시 고민하더니 넌지시 제안을 하나 던졌다.

“레지 불록과 헨리 엘렌슨으로 살라 메즈리를 제안하고 싶은데, 어떠신가요?”

“흠…… 헨리 엘렌슨 말입니까?”

“네. 듣기로 LA 레이커스는 스비 미하일룩과 2라운드 픽 한 장을 제시한 것 같던데, 2라운드 픽은 저도 맞춰 드릴 수 있으니 선수에 관한 것만 이야기를 해 보죠. 스비 미하일룩과 레지 불록의 몸값 차이가 1m(한화 약 14억) 정도이더군요. 하지만 이 딜의 경우 1.3m(한화 약 18억)까지 감면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현재 디트로이트의 센터진은 자자 파출리아와 안드레 드루먼드 둘뿐이지 않습니까?”

자자 파출리아는 사실상 올 시즌이 마지막이다 보니 뛰더라도 존재감이 공기와 비슷했다. 그렇다 보니 안드레 드루먼드 혼자서 평균 33~34분 동안 개고생하는 그림이 계속 반복되었다.

그걸 좀 막아 보려고 방금 전 데이비드 단장이 말한 ‘헨리 엘렌슨’이나, 쏜 메이커, 블레이크 그리핀, 존 루어 등 파워포워드가 주 포지션인 선수들을 어떻게든 센터로 땜빵을 해 봤으나.

다들 신통찮은 상황이었기에 디트로이트도 센터에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거기에, 벌써 3년이나 기회를 줬는데 부상이니 뭐니 신통찮은 헨리 엘렌슨을 받아 주겠다고 하니 LA 레이커스보다 더욱 매력적인 제안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알겠습니다, 데이비드. 잠시……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군요. 며칠 내로 제가 확답을 드리겠습니다.”

“네. 충분히 숙고해 보시고, 이야기하실 게 있다면 언제든 연락 주시죠, 에드.”

데이비드 그리핀 단장은 꽤 만족스러운 답을 얻은 모양인지 쿨하게 일어났고, 에드 스테판스키 단장은 처음 생각처럼 데이비드 그리핀 단장의 ‘공격적인’ 면모에 휘둘린 듯하여 자신도 모르게 긴 한숨을 내쉬었다.

* * *

2018년 12월 10일, 올랜도 매직과의 경기.

이고르 코코스코프 감독은 주전으로 살라 메즈리를 올렸고, 그 순간, 댈러스 선수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침묵 속에서 살라 메즈리를 보는 선수들.

살라 메즈리는 왜 그런 표정을 짓냐며 도리어 먼저 웃은 모습을 보였다.

“오랜만에 주전이라 엄청 기쁜데, 다들 왜 죽상이야? 오늘 경기도 화끈하게 이겨 보자고!”

살라 메즈리도 이미 알고 있다. 최근 프런트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데이비드 그리핀 단장이나 마크 큐반 구단주와의 개인 미팅을 가졌으니, 소문이 안 퍼질 수가 없었다.

결국, 이고르 코코스코프 감독은 살라 메즈리를 위해, 오늘 경기는 그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 것이다.

“살라의 말대로, 오늘 경기는 꼭 잡아 내야 한다. 올랜도 매직은 상대적으로 약팀이고, 다른 서부 팀의 추격을 떨쳐 내기 위해선 약팀에게서 승리를 따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지.”

선수들도 이고르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 오늘 경기는 무조건 잡겠다는 각오로 임해 주기 바란다.”

어찌 보면 결연하기까지 한 이고르 감독의 말에, 선수들도 마른침을 삼키더니 정신을 무장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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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스 매버릭스 vs 올랜도 매직

Pg : 루카 돈치치 vs D.J 어거스틴

Sg : 지미 버틀러 vs 조나단 시몬스

Sf : 해리슨 반즈 vs 애런 고든

Pf : 호영 최 vs 조나단 아이작

C : 살라 메즈리 vs 니콜라 부셰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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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의 에이스라고 하면 역시 니콜라 부셰비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빅맨은 에이스인데 가드진이 초토화 상태라서 주전 가드로 D.J 어거스틴과 조나단 시몬스가 나오는 형국이다.

D.J 어거스틴은 이번 시즌 전까지 한 번도 ‘주전’으로 한 시즌을 돌아 본 적 없는 식스맨급 선수였고, 조나단 시몬스는 작년의 활약이 반짝이었나 싶을 정도로 올 시즌 하염없이 죽을 쑤는 상황.

그나마 에반 포니에가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하필! 오늘 경기에서 감기 증세로 빠지게 되면서 조나단 시몬스가 주전으로 나오는 참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어쨌든, 오늘 경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가드 쪽에서 얼마나 올랜도를 공략할 것이며, 살라 메즈리의 마지막 경기를 어떻게 장식할 것인가였다.

“살라, 합 좀 맞춰 볼까요?”

“오~ 좋지.”

살라 메즈리가 현재 팀에서 다들 두루두루 원만한 관계를 유지 중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친한 선수를 꼽으라면 호영과 루카 돈치치라고 할 수 있었다.

루카 돈치치는 과거, 살라 메즈리가 스페인 리그 레알 마드리드 팀에서 두 번째 센터로 뛰었을 당시 이미 교류가 있던 상황이었다.

2014-2015 시즌, 딱 한 시즌이긴 하지만 루카 돈치치가 최연소 1군 데뷔를 했을 당시 벤치 타임에 서로 합을 맞추면서 친해진 케이스였다.

그에 비해, 호영은 댈러스에 살라 메즈리가 넘어온 후 모든 게 어색하고 힘들 당시 스페인어로 유창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였다. 거기에 살라 메즈리와 여러모로 취향이 비슷했다는 점 덕분에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럼, 내가 수비 봐줄게요.”

그렇다 보니, 살라 메즈리의 마지막 경기에 가장 의욕적으로 나서는 것도 바로 두 선수였다.

루카와 호영은 오늘 경기의 주인공을 살라 메즈리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경기 시작 전까지 강도 높은 픽 훈련을 통해 호흡을 맞춰 나갔다.

삐이이-!

이제 경기를 시작할 테니 준비하라는 휘슬이 울리고, 오늘 주전으로 나온 다섯 명의 선수들은 스크럼을 짜듯 어깨동무를 한 채 경기 전 마지막 이야기를 나눴다.

“살라, 하고 싶은 이야기 없어요?”

호영의 제안에 살라 메즈리는 피식 웃었다.

“뭐…… 괜히 우울하게 만들고 싶진 않지만, 음…….”

살라 메즈리는 잠시 망설이더니, 정말 솔직한 한마디를 꺼냈다.

“이 순간이 정말 그리울 거야. 그러니까, 잊지 않도록. 오늘 경기는 꼭 이겼으면 좋겠어.”

살라 메즈리의 덤덤한 한마디에, 해리슨 반즈는 미리 준비라도 해 온 모양인지 이렇게 말했다.

“te extrañaré.(널 그리워 할 거야.)”

“어?”

다른 선수들도 해리슨 반즈의 뒤를 이어 ‘te extrañaré.’라고 말하는 모습에 살라 메즈리는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팀에서 스페인어를 할 수 있는 루카 돈치치나 호영이 먼저 꺼내지도 않았는데 스페인어로 자신에게 답하는 선수들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하…… 아니, 이런 건 경기 끝나고 이야기해도 되는데.”

“먼저 코를 찡하게 만든 게 누군데 그래요?”

지미 버틀러의 너스레에 살라 메즈리는 큰 손바닥으로 눈가를 한번 슥- 닦더니 힘차게 소리쳤다.

“좋아! 오늘은 꼭 이기자!”

살라 메즈리의 함성과 함께, 선수들은 ‘오!’ 하고 외친 후 떨어졌다.

[오늘 댈러스 매버릭스의 스타팅 멤버를 보면, 살라 메즈리가 주전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걸 보면, 여러 루머 중에서 트레이드 칩으로 올라갔다는 루머에 힘이 더 실리는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현재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 연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벤치 선수였던 살라 메즈리가 주전으로 나온 것은 여러 해석이 가능한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살라 메즈리라는 선수가 얼마나 팀에 공헌할 수 있는지 보여 줄 수 있길 바랍니다.]

FOX SPORTS에서 수년간 댈러스 매버릭스의 경기 해설을 이어 온 마크 폴로윌 캐스터와 데릭 하퍼 해설도 이미 구단에게 전달받은 소스가 있었기에 살라 메즈리의 주전 출격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대충은 예상하고 있는 뉘앙스였다.

댈러스 팬들도 그걸 모르진 않았기에, 평소보다 더 많은 살라 메즈리의 유니폼이 관중석을 수놓고 있었다.

[이제 점프볼이 시작되려 하는군요. 살라 메즈리와 니콜라 부셰비치. 서로 마주 본 채 심판의 손 위에 올려진 공을 주시합니다.]

삐익-!

심판의 휘슬과 함께 공이 높게 떠오른다.

‘어쩌면, 이게 댈러스에서 마지막 점프볼일지도.’

살라 메즈리는 이를 악물고 뛰어올랐다.

그간 팀을 위해서 여기 깨지고, 저기 박살 날 각오를 하면서 몸을 날려 왔던 나날들.

욱하는 성질 때문에 간혹 허슬과 더티 플레이의 경계선에서 왔다 갔다 하며 비판도 받았지만, 그걸 인정하고 심신을 단련하면서 하드 파울 논란도 서서히 사라져 갔다.

자신이 동경하던 진짜 NBA 선수가 되어 가는 과정을 경험한 멋진 팀.

살라 메즈리에게 댈러스 매버릭스는 그만한 의미와 가치가 있는 팀이었다.

탁!

[살라 메즈리! 점프볼은 살라 메즈리의 승리입니다!]

[니콜라 부셰비치가 약점으로 지적받는 것이 점프력과 탄력이다 보니, 살라 메즈리가 손쉽게 점프볼을 따낸 모습입니다.]

7-2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높이.

호영은 공을 잡은 뒤 루카 돈치치에게 건넸고, 루카 돈치치는 첫 작전부터 살라 메즈리의 픽 플레이를 활용한 공격을 만들고자 사인을 보냈다.

라스트 댄스 - NBA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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