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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댄스 - NBA DREAM-139화 (139/233)

139화 Chapter 27 (4)

르브론 제임스와 드레이먼드 그린, 케빈 러브가 새크라멘토 킹스에서 빅 3를 만들지 누가 상상했겠는가.

거기에 LA 레이커스에 카와이 레너드가 갈 거라곤 또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사실 이 정도 되었으면 이제 호영이 알던 전생의 기억은 그다지 쓸모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농구 외적으로는 아직도 꽤 들어맞는 정보들이 있었기 때문에 참고서 정도로는 의지할 수 있었다.

‘오우, 새크라멘토가 확실히 강하긴 하네.’

얼핏 보면 두 팀에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두 팀 모두 20승 이상을 거뒀으니까.

하지만 3쿼터가 5분 정도 지났을 무렵, 현재 스코어는 87 대 60. 무려 27점이나 벌어진 경기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생각보다 원사이드하네…… LA 레이커스도 나쁘지 않은 멤버라고 생각했는데.”

크리스의 감상평이 대다수 팬들이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실제로 LA 레이커스도 21승은 거둔 팀이니까.

“멤버만 보면 그럴 수 있죠, 크리스. 하지만 두 팀엔 되게 큰 차이가 있어요. 이블린, 뭔지 알겠어요?”

호영이 다가와서 귓속말을 하니, 이블린은 순간 놀랐다.

호영은 히죽 웃으며 ‘자극이 너무 강했어요?’라고 물었고, 이블린은 짓궂은 장난을 치는데도 속으로는 ‘좀 더’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아니, 정신 차려! 지금, 업무 중이잖아!’

서부 2위의 경기를 보고 분석해야 할 때다. 이블린은 최대한 업무 모드로 돌아오더니 크리스에게 말했다.

“경기 보면서 알려 줄게요. 크리스, 일단…… LA 레이커스가 공격하는 것부터. 크리스가 보기에 LA 레이커스에서 공격을 시작하면 누가 공을 몰고 상대 진형으로 넘어가는지 알겠어요?”

“어…… 론조 볼이죠?”

“맞아요, 론조 볼. 좋은 핸들러고, 경기를 보는 눈도 좋아요. 근데…… 크리스가 보기에 론조 볼이 막히면 그걸 풀어 줄 선수가 누구일 것 같아요?”

이블린의 말이 나오기 무섭게, 새크라멘토에서 디애런 팍스와 르브론 제임스가 론조 볼에게 기습 더블팀을 들어간다.

“어…… 데릭 화이트겠죠? 그도 안정적으로 픽 플레이를 가져갈 수 있으니까.”

크리스 헤임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론조 볼은 데릭 화이트에게 공을 넘긴다.

“맞아요. 하지만 그다음은 없어요. 그게 문제예요.”

데릭 화이트에게 버디 힐드가 붙는다. 르브론 제임스가 수비를 위해 밖으로 빠져나갔으니, 당연히 데릭 화이트는 카와이 레너드를 1순위로 생각하고 공격을 풀 것이다.

그리고 그걸, 드레이먼드 그린이 모를 리 없다.

“크읏…….”

제아무리 카와이 레너드라고 해도, 드레이먼드 그린의 수비력 앞에서는 버겁기 마련.

드레이먼드 그린이 공격에서 점점 기량이 떨어지고, 야투 효율이 엉망이 된다 해도 그의 가치가 아직 상당한 이유는 바로 리바운드, 어시스트 그리고 전방위 수비 능력 때문이었다.

[미스!!! 카와이 레너드, 현재까지 야투 2/11로 최악의 공격을 보입니다!!!]

분명 카와이 레너드는 영리하다.

일대일에서 상당한 효율을 낼 수 있다.

슈팅도 정교하고, 돌파도 뛰어나고, 포스트 업을 통한 득점 생산도 능하다. 작은 선수 상대로는 파워를 앞세우고, 큰 선수 상대로는 기동성을 앞세운다.

문제는, 그의 상대가 드레이먼드 그린이었다는 거.

다른 팀이라면 카와이 레너드도 충분히 볼 핸들러나 개인 공격을 통한 생산…… 즉 카와이 레너드에게 공을 몰아주는 히어로 볼이 가능하겠지만. 드레이먼드 그린은 NBA 최고의 올라운드 수비수이자 ALL-DEFENSIVE TEAM에 밥 먹듯 이름을 올렸던 수비수.

미스매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 주는 게 바로 드레이먼드 그린이 가진 최고의 가치였다.

“카와이 레너드는 분명 혼자서 공격을 마무리 지을 정도의 공격력을 갖추고 있어요. 하지만 그가 가진 진정한 가치는 공수겸장이라는 것. 다른 슈퍼스타에 비해 수비에 좀 더 강점이 있고 공격은 ‘스타’ 반열로 따졌을 때는 특출 나다고까지 보긴 어렵죠. 그래서, 공격을 풀고 휘저어 줄 수 있는 핸들러가 더 필요한 거예요.”

“음…….”

“그에 비해, 새크라멘토 킹스는 스타일은 달라도 공격의 흐름을 리드하고, 조율할 수 있는 확실한 선수가 세 명 있어요.”

디애런 팍스는 퀵니스를 바탕으로 엄청난 속도로 수비를 찢어발길 수 있는 드리블 돌파를 가지고 있다.

드레이먼드 그린은 드리블 능력이 특출 나진 않지만 넓은 시야와 포인트가드 뺨치는 패스 센스가 있다.

르브론 제임스는 홀로 공격을 전개하고, 조립하고, 픽 플레이를 구사하고, 심지어 본인이 직접 돌파해서 마무리까지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LA 레이커스와 새크라멘토 킹스는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하긴, 전생에서 카와이 레너드는 이번 시즌, 토론토 랩터스에서 우승하는데, 거긴 이블린 말처럼 카와이 레너드 말고도 핸들러가 꽤 빵빵했지.’

토론토 랩터스도 정확히 ‘볼 핸들러’라고 할 수 있는 주전은 두 명이었다.

프레드 밴블릿, 카일 라우리.

문제는, 론조 볼과 데릭 화이트의 기량이 저 둘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렇다 보니, 카와이 레너드가 볼 핸들러를 맡는 시간이 토론토 때에 비해 더 길어지고, 그게 평소에도 많은 잔부상이 더 많아지게 하는 원인이 되면서 경기를 결장하는 것도 더더욱 많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중이었다.

‘새크라멘토는 공 잘 도네.’

그에 비해, 새크라멘토는 물 만난 고기였다.

디애런 팍스는 공격 조율보다는 본인의 가진 ‘스피드’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돌파 위주로 플레이하고, 전반적인 조율은 르브론 제임스가 하고, 공 흐름이 막힐 때 드레이먼드 그린이 패스의 혈로를 뚫는다.

셋이 삼위일체로 딱딱 맞물려 돌아가면 외곽에서는 버디 힐드가, 골 밑에서는 케빈 러브가 찬스가 나는 것을 잘 받아먹는다.

새크라멘토 농구의 주인공은 르브론 제임스이지만, 서브 주연으로 디애런 팍스와 드레이먼드 그린이 뒤를 받쳐 주는 그림으로 착착 짜여 있었다.

“호오…… 카와이 레너드가 저런 식으로 고전하는 건 또 신선하기도 하고…… 확실히, 히어로 볼로 빡빡 몰아줘도 드레이먼드 그린하고 르브론 제임스가 전담 수비수로 나오면 엄청 고전하긴 할 거 같네요.”

크리스 헤임즈 에이전트도 고개를 끄덕이며 흥미롭게 경기를 지켜보았다.

새크라멘토 킹스의 홈구장 골든 1 센터는 이미 관중의 환호성이 가득했고, 그 경기장에서 불행을 느끼는 건 LA 레이커스의 선수들뿐이었다.

‘나름 밸런스는 잘 맞췄는데…… 카와이 레너드한테 딱 맞는 느낌은 아니네.’

카와이 레너드의 최고 약점은 내구성. 그렇기 때문에 카와이 레너드를 주축으로 경기를 꾸릴 것이라면 그가 험한 플레이를 덜하게 만들어야 한다.

공수겸장인데 역설적으로 그를 금이야 옥이야 써야 하는데, 지금 멤버로는 그게 어렵다.

그래서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카와이 레너드가 관여하는 게 많아진다.

“후…….”

벤치에서 팔짱을 끼고 경기를 지켜보던 루크 윌튼 감독은 결국 카와이 레너드와 주전 선수들을 3쿼터가 끝나기도 전에 불러들이고, 벤치 멤버들을 내보냈다.

LA 레이커스 팬들은 벌써 경기를 포기했냐며 화를 낼 수 있었지만, 루크 윌튼 감독의 판단은 나름 정확했다.

‘벌써 34점 차이인데, 여기서 카와이 레너드를 더 쓰겠다고 굴리는 건, 플레이오프 때 카와이 레너드가 쓰러지는 것도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보일 수 있지.’

주전을 기용했는데도 점수가 벌어지면 답이 없다. 작전타임, 전술 변경 등으로 흐름을 바꿔 보려 해도 안 된다면? 그때는 정말 선택해야 한다.

주전을 믿고 끝까지 뛰게 할 것인지, 아니면 다음 경기를 위해 과감히 포기할지.

루크 윌튼 감독은 과감한 포기를 선택했다.

삐이익-!

경기가 끝났다는 휘슬과 함께, 새크라멘토 킹스는 29점 차 승리를 거두며 서부 2위 자리를 지켜 냈다.

경기가 끝난 후, 새크라멘토 선수들은 홈 관중을 향해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드는 것으로 화답했다.

“…….”

그리고 르브론 제임스는 1쿼터 시작 전부터 발견했던 호영과 눈을 마주쳤다.

호영이 막무가내로 찾아온 건 아니다. 댈러스 매버릭스의 감독, 프런트에게 사전에 허가를 구했고, 크리스 헤임즈를 통해 엑셀 스포츠의 허가도 구했다.

시즌 중,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호영이 하고자 했던 ‘시나리오’를 듣고, 오히려 호영의 선택을 존중하거나 그런 수고를 한다는 것에 고마워했다.

“어땠어?”

“강하네요.”

“그래. 물론, 네가 왔으면, 더 강했겠지만.”

호영은 별말 없이 미소 지었고, 르브론 제임스는 손을 내밀었다.

호영도 자리에서 일어나 르브론 제임스의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눴다.

관중은 오오오~ 하며 두 팀의 에이스가 만난 것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이후, 르브론 제임스의 인터뷰와 마무리까지 모두 끝난 후.

크리스와 이블린은 숙소로 먼저 돌아갔고, 호영은 르브론 제임스와 만나기로 한 식당에 도착했다.

‘좀 일찍 오긴 했네.’

호영은 약속 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왔으니, 느긋하게 르브론 제임스를 기다렸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시나리오’를 곱씹으며 여러 생각을 거듭했다.

“아~ 내가 너무 늦었나?”

“아뇨, 르브론. 딱 맞춰 왔네요.”

르브론 제임스 역시 혼자 왔다.

호영은 르브론 제임스가 그 정도 눈치는 있구나 싶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르브론 제임스가 미리 예약한 음식을 먹으며 간단한 근황 토크를 했다.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고, 그저 지인끼리 나눌 수 있는 시시콜콜한 대화.

그렇게 음식을 모두 먹고 디저트가 나오자, 호영이 먼저 본론을 꺼냈다.

“제가 했던 이야기는 생각해 보셨어요, 르브론?”

“아, 그 시나리오 말이지?”

“네, 저랑 르브론, 나아가서 서부 1, 2위 팀 간의 라이벌 구도를 만들자는 시나리오요.”

르브론 제임스와 스테픈 커리, 둘 중에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한참을 고민하던 호영은 더 높은 순위로 팀을 이끈 르브론 제임스를 선택했다.

팀 순위와 별개로 스테판 커리가 르브론 제임스보다 위라고 평가하는 팬들도 분명 있겠지만, 결국 농구에서 ‘팀 순위’는 이슈 몰이를 하는 가장 큰 척도 중 하나가 된다.

순위가 높다는 건 결국, 그만큼 농구를 잘하고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한다는 것,

추가로, 이미지라든가 화제성이라든가, 이런 것을 고려했을 때 스테판 커리보다 르브론 제임스가 앞서나가는 것도 호영이 이런 선택을 내린 이유 중 하나였다.

“흐음~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할 정도로 똑똑한데, 새크라맨토로 올 생각은 왜 안 했을까?”

“그러면, 르브론하고 이런 이야기도 못 나누잖아요~. 르브론도, 기왕이면 리그 재미있게 치르고 싶지 않아요?”

르브론 제임스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라스트 댄스 - NBA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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