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화 Chapter 32 (2)
점수는 단 2점 차이.
공격은 옐로팀. 뱀 아데바요는 코치라는 직함에 어울리게 열심히 선수들의 수비 위치를 조정하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오케이…….’
슬슬 힘이 빠질 타이밍이다. 옐로팀이 아무리 선수 체력을 잘 관리했다 쳐도, 아마추어인 사람들이다 보니 이쯤 되면 다 진이 빠질 법하다.
“헤이!”
호영은 큰 소리로 불특정한 누군가를 불렀다. 그러자 블루팀 전원이 호영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좋아.’
작전대로다. 누구를 호명하지 않고, 일단 소리가 들리면 고개를 돌리라는 작전.
이것만 해도 상대방은 호영이 누구에게 작전을 지시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하다못해 사인이라도 똑같이 쓰면 모르겠는데, 호영은 마지막 경기 직전에 사인을 바꾸는 승부수를 띄웠다.
‘어차피 합의된 내용이고, 다들 숙지는 완벽히 했으니까.’
문제 될 건 없다.
호영은 무의미한 제스처 사이에 33번을 가리키는 사인을 냈다.
33번의 주인공은 바로 저스틴 비버.
다른 선수들도 저스틴 비버의 작전인 걸 알지만, 약속대로 끝까지 사인을 주시하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고!”
모든 사인을 끝마친 호영은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자, 과연, 호영 최 감독. 어떤 작전을 보냈을까요?]
[글쎄요…… 이번 경기 들어서 이전과 다른 사인으로 바꾼 것 같거든요. 거기에, 사인을 낼 때 모든 선수들이 호영 최 감독에게 고개를 돌리니까, 상대 선수들은 읽어 낼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 공격을 제대로 성공시키고, 수비에 집중을 해야죠?]
마이클 조던 해설의 말대로, 사인을 읽지 못하겠다면 본인의 플레이를 성공시키는 게 가장 확실한 길이었다.
공격도 수비도 어정쩡하게 했다가 거의 다 따라잡은 경기, 그대로 밥상 엎듯 엎어 버릴 수도 있었으니까.
[옐로팀의 공격으로 경기 속개됩니다. 사이드라인에서 패스가 들어가고, 블루팀은 역시나 심플한 맨투맨 수비로 응수하네요.]
호영은 수비하는 선수들에게 침착하게 자리를 지킬 것을 요구했다. 그 이상 더 바랄 것도 없었다.
야투율이 다들 고만고만한 상황에서 들어가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수비만 잘해 주면 공격 성공 확률은 확 떨어질 터.
“응?”
그때, 옐로팀의 포인트가드 역할을 맡은 셀럽은 자신을 찰거머리처럼 따라다니던 저스틴 비버가 없다는 것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헤이!!!”
하지만, 그 찰나의 두리번거림이 문제가 될 줄이야.
외곽에 있던 선수가 옐로팀의 포인트가드에게 공을 투입시켰지만, 두리번거리는 것 때문에 공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더듬거리다가 결국 공을 놓친 상황. 골 밑에서 한참 경합이 일어나고, 결국 승자는 블루팀이었다.
“저스틴!!”
그리고 이어지는 호영의 작전.
저스틴 비버는 블루팀이 공을 뺏은 순간, 이미 3점 라인보다 두 발자국 더 뒤의 위치에서 상대 골대를 향해 달려들 준비가 끝난 상황.
“던져!!!”
호영의 외침이 들렸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여러 작전을 연습했던 것이 몸에 새겨져서 그런가, 호영이 소리친 것을 듣기라도 한 듯, 스틸을 성공한 블루팀 선수는 딱 맞게 하프라인으로 공을 냅다 던졌다.
“우아아앗!!”
저스틴 비버는 꽤 빠른 발로 한참 앞으로 떨어진 공을 따라잡았다. 간신히 오른손으로 공을 잡은 후, 유려하게 스텝을 밟아서 그대로 레이업 성공!
“그렇지!!!”
호영이 노린 작전이 바로 이것이었다. 상대의 공격 실패 이후, 역으로 찬스를 만들어 내는 작전.
프로에서는 이런 식으로 하면 포인트가드가 수비를 안 한 자리에 구멍이 생겨서 훌훌 털리겠지만, 아마추어 단계에서는 충분히 시도해 볼 법한 플레이였다.
[58 대 54! 4점 차이로 경기가 벌어집니다!!!]
[저스틴 비버, 정말 농구 좋아하는 셀럽이라더니 오늘 유감 없이 실력을 발휘하네요. 언제 한번, 같이 농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추어 중에서는 최상급 중 한 명이라고 불리는 앙투완 그리즈만도 흥미를 가진 저스틴 비버의 플레이.
올스타전 셀럽 바스켓볼의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 * *
호영의 아이디어로 시작해서, 올스타전 최초의 소형 리그전 형태로 진행된 이벤트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NBA에서 그다지 인기 있는 구단이 아닌 샬럿 호네츠의 홈구장, 스펙트럼 센터에서 진행된 올스타전 3일간 평균 관중은 마지막 날로 갈수록 상승했다.
첫날에는 12,000명, 둘째 날에는 14,000명. 그리고 마지막 셋째 날에는 18,000명.
셋째 날을 좀 더 유심히 살펴보자면, 급작스럽게 추가된 3, 4위전까지 생겨서 총 8경기가 진행되었는데, 8경기 모두 18,000명가량의 관중이 찾아왔다는 뜻이었다.
-아담 실버 총재께서도 이번 올스타전에서 거둔 성과를 보고 수익성과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아마, 내년부터 올스타전을 3일로 늘리고 셀럽 바스켓볼 리그를 정식으로 운영할 것 같더군요.
제프 슈왈츠 사장은 호영의 아이디어 덕분에 현 리그의 큰 이벤트 하나를 만드는 데 기여한 인물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최근, 아직 프로 데뷔를 하지 않은 유망주들이 이전보다 더욱더 엑셀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싶었다.
‘이게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호영도 얻은 게 참 많은 하루였다.
호영은 뱀 아데바요와 딜런 브룩스, 두 명의 코치와 머리를 최대한 쥐어짜 낸 덕분에 블루팀을 셀럽 바스켓볼 리그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시키는 데 성공했다.
최대한 단순하고, 간결하고, 많이 뛰는 농구.
어차피 아마추어 수준에서 잘하고 못하고는 백지장 한 장 차이라고 해도 무방하니, 어려운 전술 설명하면서 셀럽들 멘탈 터트리느니 ‘심플 is 베스트’의 명언을 그대로 따랐다.
그렇게 우승을 시키니, 요 며칠 유소년 농구 시설이나 청소년 농구 시설에서 이번 시즌이 끝나면 아이들을 지도해 줄 수 있는지 문의가 쇄도 중이었다.
덤으로, 투자금 회수뿐만 아니라 짭짤한 부수입까지 생겼으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였다.
-초이는 남은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동안, 이전에 이야기하신 대로 쉬실 생각입니까?
호영은 자신의 옆에 기대서 책을 읽는 이블린을 슬쩍 보곤 미소를 지었다.
“네, 1분 1초가 소중해서요.”
오래간만에 휴식이다.
호영은 이블린과 같이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블린이 본가로 돌아가기로 시즌 초부터 약속을 잡아 둔 상태라서 아쉽지만 보내 주었다.
“여어.”
“여어.”
“하, 결국 칙칙이 3인방인가.”
호영은 소파에 늘어져 있는 빨래 같은 뱀 아데바요와 딜런 브룩스를 보며 피식 웃었다.
올스타전에서 오랜만에 모인 동기 조합. 내친김에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같이 휴가를 떠나자고 해서 셋은 지금, 스페인에 와 있다.
스페인에 와서 하는 건 뜨끈한 스파 즐기고, 밖에 산보 한번 다녀오고, 스페인 음식 먹는 게 전부.
그 이외에는 셋이 워낙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이래저래 취미도 하도 많이 즐기다 보니 딱히 할 게 없었다.
“크하아암…….”
“딜런, 또 자려고?”
“어으…… 야, 시간 남을 때 자는 게 최고야. 또 리그 시작해 봐. 생존한다고 잠도 제대로 못 자요.”
머리를 긁적이다가 벌렁 누워 버리는 딜런 브룩스.
그의 말대로, 리그에서 생존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집중에 집중을 거듭하다 보면 잠을 설치는 건 익숙해지기도 한다.
호영도 초반에는 불면증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2시간 자고 일어나고, 제대로 5시간 이상 이어서 잔 적이 없었다.
“그래도 요샌 둘 다 덜하지 않아?”
“그렇긴 하지. 나름대로 식스맨에 자리 잡기도 했고. 그런데, 나는 내 친구들이 한발 앞서 나가는 것 같아서 좀 초조하고 그렇더라~.”
“…….”
“라고 할 뻔. 난 지금도 좋아.”
“야, 거기서 ‘라고 할 뻔~.’이라고 하면 누가 믿냐?”
“너네가. 이런 말 해도 믿어 주니까 너네가 친구인 게 좋은 건데?”
생각해 보면, 뱀 아데바요는 완연한 주전이 되었고, 호영은 주전급 중에서도 없어선 안 될 스타플레이어가 된 반면. 딜런 브룩스는 경쟁자가 너무 빡세다 보니 아직 식스맨에서 머물고 있었다.
물론, 댈러스에서 딜런 브룩스를 제외하거나, 트레이드할 생각은 1%도 없는 게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동기는 이미 주전이고 스타가 되었는데, 본인만 식스맨이면 좀 처량하다고 느껴질 법도 한 상황.
“근데, 진짜 많이 나아졌어. 뭐랄까,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오히려 조급해지니까 중간에 한번 크게 삑사리 났잖아?”
딜런 브룩스의 말대로, 시즌 20경기 언저리에 딜런 브룩스는 초조함 때문에 밸런스가 완전 망가져서 야투율이 나락 간 적이 있었다.
5경기 3점이 3/25.
진짜 이렇게 안 들어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지독하게 안 들어갔었는데, 그래도 작년 시즌과 달리 본인의 힘으로 시련을 극복했다.
“어쨌든, 나도 내 스스로 잘하고 있다 최면을 걸고 있어. 그건 뱀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다 똑같을 거 같아. 아무리 팀 위상이 다르고 성적이 달라도, 다들 불안한 건 하나씩 가지고 있잖아?”
“이야, 딜런 이제 다 컸네.”
뱀 아데바요의 농담에 딜런 브룩스는 ‘애초부터 내가 너보다 더 컸어.’라고 대꾸했다.
뱀 아데바요는 피식 웃더니, ‘조그만 꼬맹이가 뭐래?’라고 응수했다.
“하아…… 그나저나. 서부 1위. 뭔가 대단하면서도 엄청 부담된다.”
“그러게.”
세 사람 모두 서부 1위는 인생에서 처음이다 보니, 부담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주변에서 끊임없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와중에도 댈러스 매버릭스는 어쨌든 서부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니,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적을, 이번 시즌에는 꼭 내고 싶다는 욕심이 점점 커져 갔다.
“우리는 우리가 하던 대로, 열심히 하면 돼. 지금 우리 셋 모두 커리어 하이 시즌이잖아.”
“그렇지.”
“일단 난 내년 생각은 안 하려고. 뱀, 딜런, 너네도 내년 생각보다는 올 시즌에 승부 한번 보고 싶단 생각 있잖아?”
호영의 솔직한 질문에, 둘 역시 당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셋뿐만 아니라, 댈러스에 속한 선수들은 전부 똑같은 마음일걸. 혹시, 이번 시즌이 기횐가? 이번 시즌…… 각인가? 이런 생각, 안 하면 바보지.”
“그래. 그러니까, 우린 우리 하던 대로 하자. 더 잘하자고 오버 트레이닝 하지 말고, 그렇다고 성적 만족하고 늘어지지도 말고. 나머지는…… 팀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린 거겠지.”
호영의 이야기가 끝난 후, 셋은 잠시 침묵했다.
“야, 우리도 징하다. 스페인까지 와서 농구 이야기를 하고 앉았네.”
딜런 브룩스는 아주 지긋지긋하니까 휴식기 때는 좀 쉬자며 이불을 덮었고, 호영과 뱀 아데바요도 그래, 그러자며 각자 자리에 벌렁 드러누웠다.
라스트 댄스 - NBA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