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화 Chapter 37 (4)
[오늘의 스타팅 라인업을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홈팀~~~ 새크라멘토 킹스의 라인업!!! 소개해 드립니다!]
장내 MC의 화려한 마이크웍과 함께 다섯 명의 선수들이 한 명씩 코트로 나왔다.
디애런 팍스, 버디 힐드, 르브론 제임스, 네마냐 비엘리차, 케빈 러브. 일단 호영이 예상한 다섯 명 중에서 한 명이 달라졌다.
“드레이먼드 그린이 안 나왔네요……?”
“그러게요. 예상 밖이긴 한데, 이건 데이브 예거 감독에게 노림수가 있다고 해석해야겠네요.”
노림수가 무엇일까?
호영은 그 노림수가 무엇인지 잠시 고민했다. 그러더니, 머지않아 뭔가 눈치챈 모양인지 손바닥으로 입을 가린 채 ‘허억-!’ 하는 소리를 냈다.
“설마, 케본 루니를 예상한 건가?”
“케본 루니요?”
“네. 골든스테이트에서 케본 루니를 마지막 경기에서 과감하게 쓸 수 있겠다고 예상했다면……. 네마냐 비엘리차가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거든요.”
케본 루니의 강점은 긴 팔을 앞세운 리바운드와 골 밑 수비. 특히 공격 리바운드는 기가 막히게 걷어 내는 선수인데, 새크라멘토는 어차피 누가 나오든 케본 루니의 공격 리바운드를 제어하기 어려운 멤버 구성이다.
데이브 예거 감독이 케본 루니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면, 그가 가진 약점을 후벼팔 생각으로 드레이먼드 그린을 봉인하고 네마냐 비엘리차를 꺼냈을 것이다.
케본 루니의 단점이라면 고구마 백 개는 먹은 것 같은 공격에서의 답답함과 과도한 이타심 그리고 느린 발.
특이하게도 리바운드를 기막히게 잡는데, 그건 파워로 자리싸움을 이기는 게 아니라 팔이 길어서 리바운드를 잡는 것이다.
오히려 하체 힘은 센터치고 약하고, 발도 NBA에서 느린 편이라 피지컬이 상대적으로 약한 네마냐 비엘리차도 피지컬 싸움에서 크게 밀리지 않게 된다는 것.
케본 루니가 센터로 나오든, 파워포워드로 나오든 데이브 예거 감독은 케본 루니의 매치 업 상대로 네마냐 비엘리차를 붙이려고 온갖 작전을 다 꾸려 왔을 것이다.
“네마냐 비엘리차는 3점이 좋잖아요. 특히 딥 쓰리까지 쏠 수 있어서, 케본 루니가 리바운드에서 이득을 보는 대신, 케본 루니의 느린 발을 이용해서 네마냐 비엘리차의 3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생각 같네요.”
[그리고 원정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라인업!!! 소개해 드립니다!]
스테픈 커리, 클레이 탐슨, 보얀 보그다노비치, 케빈 듀란트, 케본 루니.
“아하…… 이렇게 되었구나.”
마빈 베글리 3세는 피지컬은 좋지만 잔부상이 계속 발목을 잡는 데다 큰 무대에서 제대로 기를 못 펴고 질질 끌려가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거기에, 디안드레 조던은 정규시즌에서는 그래도 더블더블에 평균 10리바운드 이상을 꼬박꼬박 걷어 주던 센터였는데, 새크라멘토 킹스에게 이미 분석이라도 당한 것처럼 리바운드로도 무력시위를 못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백업 빅맨인 조던 벨을 기용하자니, 케본 루니급보다도 낮은 선수를 이런 무대에서 ‘주전’으로 쓰기도 매우 압박감이 느껴지는 상황.
결국, 스티븐 커 감독은 궁여지책으로 케빈 듀란트의 공격력과 사이즈를 믿고 그를 파워포워드로 쓰는 수를 냈다.
“나쁘진 않은데…… 저러면 새크라멘토가 어떻게든 케빈 러브랑 케빈 듀란트를 붙일 거라서.”
케빈 러브가 새크라멘토에 합류하며 제3의 전성기를 맞았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케빈 듀란트를 제어하긴 어렵다.
줄 건 줘야 하는 선수이기에 케빈 러브도 수비로 그를 제어하기보단, 적당한 수비와 케빈 듀란트보다 우위에 있는 힘을 기반으로 득점과 리바운드를 따내는 데 집중할 게 예상되니…….
호영이 보기엔 약우세로 새크라멘토의 수 싸움이 이기지 않았나 판단했다.
삐이익-!
점프볼로 경기가 시작되고, 양 팀의 빅맨인 케빈 러브와 케본 루니가 점프볼 경합을 벌인 결과, 케빈 러브가 공을 따냈다.
케빈 러브는 디애런 팍스에게 공을 넘기고, 디애런 팍스는 다시 르브론 제임스에게 공을 넘겼다.
‘흐음…….’
호영의 전생에서 디애런 팍스는 소년 가장과 비슷한 포지션으로 홀로 성장했던 선수였다. 그래서 나쁜 버릇도 많이 들긴 했지만 지금처럼 철저한 2옵션 느낌은 아니었다.
어쨌든, 깨지고 박으면서도 한 팀의 에이스 노릇을 해 왔던 선수인데, 지금은 르브론 제임스에게 꽤 많이 의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실제로 볼 소유를 나타내는 USG% 수치를 보면 새크라멘토 팀 내 1위가 르브론 제임스였는데, 그건 디애런 팍스가 메인 볼 핸들러의 자리를 르브론 제임스에게 양보, 혹은 일부 빼앗겼다고 보는 게 옳았다.
그로 인해 효율이 오르긴 했지만, 호영은 볼 때마다 디애런 팍스의 저런 모습이 약간 적응이 안 되는 것만 같았다.
어쨌든, 르브론 제임스는 공을 쥔 채 선수들에게 수신호를 보냈고, 수신호를 확인한 케빈 러브가 슬쩍 자리를 옮겨 공이 없는 위치에 서 있는 케본 루니 앞에서 스크린을 섰다.
그러자 BQ가 끝내주는 네마냐 비엘리차가 외곽으로 휘익- 빠져나오고…….
“억!”
케본 루니는 스크린에 걸려 허우적대고 만다.
케빈 듀란트는 최대한 빠르게 네마냐 비엘리차를 쫓으려 했지만, 버디 힐드가 다단계로 스크린을 서듯 케빈 듀란트의 앞을 이미 막은 상황이기에 밀고 가기도 어려워졌다.
결국, 네마냐 비엘리차에게 클레이 탐슨이 억지로 쫓아오며 방해라도 하려 했지만, 이미 르브론 제임스에게 공을 받은 네마냐 비엘리차는 그대로 뛰어올랐다.
“들어갔다.”
철썩!!!!
네마냐 비엘리차는 3점을 성공시키자 홈 팬들에게 오른손 엄지, 검지, 중지를 펼치며 3점을 과시했다.
“저게 문제인데.”
“아~ 초이가 말했던 게 저거예요?”
“네, 저거요. 케본 루니를 내보낸 건, 골 밑 공격 비중이 꽤 높아진 케빈 러브 견제랑…… 3점 성공률이 낮은 드레이먼드 그린을 같이 견제할 수 있어서인데. 네마냐 비엘리차가 주전으로 나오면서 플랜이 완전 깨진 거죠.”
어차피, 양 팀의 주전 에이스들은 서로 백중세라 치고. 그렇다면 승패를 가리는 건 이런 세밀한 디테일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디테일을 챙기지 못한 쪽이 패배하는 경기.
그렇다 보니 양 팀 감독은 1분 1초, 선수 로테이션에 과민할 정도로 머리를 굴릴 수밖에 없었다.
삐이이-.
[선수 교체가 정말 활발히 이루어집니다. 양 팀, 주전 라인업, 벤치 라인업이 무색할 정도로 상황에 맞게 선수들이 교체되고 있습니다!]
[수 싸움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뜻이겠죠.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스테픈 커리, 케빈 듀란트가 고정적이고, 새크라멘토 킹스는 르브론 제임스, 케빈 러브가 고정 멤버인 상황에서 나머지 선수들이 정말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1쿼터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양 팀 모두 1쿼터부터 모든 전략을 다 쥐어짜 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불꽃 튀기는 접전이었는데…….
“헤이!!!”
남은 시간 6초, 공격권은 새크라멘토 킹스.
르브론 제임스는 케빈 러브에게 공을 받자마자 하프라인을 맹렬히 넘었다.
케빈 듀란트가 르브론 제임스를 악착같이 따라잡았지만, 2초를 남겨 두고 르브론 제임스의 경험치에서 나온 잔무브가 빛을 발했다.
3점 라인으로 최대한 다가가려고 돌진하던 르브론 제임스는 순간 우뚝 멈추더니, 도리어 뒤로 스텝을 한 번 밟아 버렸다.
그 과정에서 케빈 듀란트보다 우월한 피지컬을 교묘~하게 사용해서 케빈 듀란트의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도록 했다.
쉽게 말해 심판 눈 피해서 슬쩍 민 건데, 그 연기력이나 타이밍이 너무 완벽해서 케빈 듀란트도 어째서 자신의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휘익-!
르브론 제임스는 3점 라인에서 약 네 발자국 떨어진 아주 먼 거리에서 딥 쓰리를 쏘아 올렸다. 그리고…….
슉-.
보는 사람이 소름 돋을 정도로 르브론 제임스의 1쿼터 버저비터는 림도 닿지 않고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뭔가, 운명의 여신이 점지한 것처럼 운명적인 버저비터라는 말 이외엔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LBJ!!!!!!!!]
[무슨 표현이 더 필요할까요. 그저 ‘르브론 제임스입니다!’라는 말로 모든 설명을 끝내 버릴 수 있습니다! 르브론 제임스의 버저비터! 슈퍼스타는 바로 나라는 걸 입증하듯, 팬 앞에서 포효하는 르브론 제임스입니다!!!]
[1쿼터 버저비터로 점수는 30 대 23! 4점 차이로 끝났을 1쿼터가 7점 차이까지 벌어지면서 끝나고 맙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입장에서는 정말 사각지대에서 날아온 훅 한 방에 제대로 얻어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위기를 얼마나 잘 극복하고 2쿼터에 임할지가 중요하겠습니다!]
농구는 기세 싸움이란 말이 있다. 다른 여건이 아무리 좋더라도 한 쿼터 기세가 푹 죽어 버리면 수습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경기가 뒤집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 보니 분위기에 편승하고, 상대에게 분위기를 내주지 않는 게 매우매우 중요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르브론 제임스의 버저비터는 파울을 저지르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막았어야 할 슛이었다.
그러나 막지 못했고. 그 대가로 7점 차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와아…… 아, 저 소름 돋았어요, 초이.”
“저도요. 참…… 저러니까 마이클 조던의 후계자란 소리를 듣나 싶네요.”
진심으로 르브론 제임스의 1쿼터 버저비터는 솜털이 모조리 돋아 올랐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저 나이에, 아직도 저런 피지컬과 기량, 강심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경이로울 따름이었다.
“1쿼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것 같아요.”
“되게 재미있는 경기예요. 제가 꼭 보고 싶었던 경기 양상이기도 하고.”
호영은 두 팀 중에 누가 올라오더라도 이번 7차전에서 최대한 많은 패를 꺼내길 기대했다.
그래야,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만날 때 새로운 작전을 가져올 가능성이 낮아지고, 상대를 분석하는 데 좀 더 용이해지니까.
호영은 1쿼터에서 새크라멘토 킹스가 기세를 잡긴 했지만, 남은 쿼터에서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반격하여 엎치락뒤치락하는 경기 양상으로 흘러가길 기원했다.
‘기왕이면 연장전도 한두 번 더 하고.’
그런 호영의 바람을 알았을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이 분위기를 반전시켜 보기 위해 꽤나 과감한 수를 꺼내 들었다.
[션 리빙스턴, 클레이 탐슨, 케빈 듀란트, 마빈 베글리 3세, 그리고 디안드레 조던이 출격합니다!]
[이야, 엄청난 신장들이네요. 댈러스 매버릭스도 신장이 굉장히 크기로 유명한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도 그에 밀리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새크라멘토 킹스는 요기 페럴, 랜스 스티븐슨, 르브론 제임스, 드레이먼드 그린, 케빈 러브가 나옵니다.]
[새크라멘토 킹스는 디애런 팍스와 버디 힐드 자리에 벤치 멤버가 나오게 되는군요. 큰 변화 없이 1쿼터에 좋았던 분위기를 이어 나가 보겠다는 의중 같습니다.]
라스트 댄스 - NBA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