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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댄스 - NBA DREAM-203화 (203/233)

203화 Chapter 40 (1)

왼손의 검지를 가볍게 들어 올리는 호영의 몸은 꽤나 무거워 보였다.

하지만 저런 둔중한 몸짓임에도 새크라멘토 킹스의 선수들은 호영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벌써부터 머리가 복잡했다.

더블 팀을 건다?

6-11(210cm)의 키로 팀 내 볼 핸들러인 루카 돈치치, 프레드 밴블릿, 데릭 로즈와 비견해도 밀리지 않는…… 어쩌면 더욱 탄탄한 볼 핸들링 스킬을 장착하고 있어서 스틸은 파울을 각오하지 않으면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

거기에, 키와 힘이 있으니 더블 팀으로 밀어붙여도 사이드라인 밖으로, 혹은 하프라인 뒤로 밀어내기도 어렵다.

한 명이 달라붙어 막는다?

역시나 6-11(210cm)의 키 때문에 팀 내 최고 수비수인 르브론 제임스가 붙어도 미스매치가 유발된다.

드레이먼드 그린에게 천적인 이유도 각자 가진 수비/공격 스킬의 수준은 엇비슷할 수 있어도 키에서 호영이 먹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는 누가 붙든 냅다 슛을 쏠 수 있다.

그렇다고 빅맨이 호영에게 들러붙는다? 호영이 빅맨을 불러다가 스크린을 이용해서 미스매치를 유발하면 그만이다.

호영을 상대적으로 잘 막는다고 인정받은 선수들을 보면 케빈 듀란트나 벤 시몬스같이 기동성과 수비력을 동시에 갖춘 6-10 이상의 빅맨급 사이즈를 갖춘 포워드들이었다.

데이브 예거 감독이 수비에 상당한 조예가 있다고 해도 결국 호영에게 케빈 러브나 드레이먼드 그린을 번갈아 가며 붙이는 건, 르브론 제임스를 붙여도 그를 제대로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르브론 제임스의 공격 시 에너지 보존을 위해 호영 최에게 붙이지 않았다.

실제로 데이브 예거 감독이 1차전 패배 이후 인터뷰 석상에서 했던 말이다.

‘어디 한번 해 볼까?’

호영은 수신호를 보냈고, 호영의 수신호를 받은 프레드 밴블릿과 지미 버틀러가 시동을 걸었다.

프레드 밴블릿은 르브론 제임스와 속도 싸움이라도 벌이려는 듯, 그의 근처에서 알짱거리며 코너 3점 쪽으로 빠질까 말까 간을 보기 시작했고, 지미 버틀러는 자신을 막던 밴 맥클레모어를 슬쩍 떨쳐 내더니 호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택배요~.”

“받아 가요~.”

둘은 상황극을 하듯, 택배원과 손님의 역할처럼 한마디씩 주고받았다.

호영은 택배원으로 공을 슬쩍 넘겨줬고, 지미 버틀러는 수취인이 되어 공을 탁- 받아서 재빨리 호영과 떨어졌다.

퍽!

“억!”

[핸즈 오프!!! 호영 최가 공을 넘겨준 것을 지미 버틀러가 빠르게 받아 갑니다!]

[저 정도 핸즈 오프 서비스면 거의 최상급 택배 아닙니까? 뒤따라오던 벤 맥클레모어를 스크린으로 막는 모습까지, 정말 일품입니다!!!]

[제 생각에는 컨디션이 낮으면 낮은 대로, 나중에 커리어를 쌓으며 피지컬 능력이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호영 최는 충분히 제 몫을 할 법한 선수라는 것이 느껴지네요! 2년 차 만에 팀의 ‘믿을맨’으로 자리 잡으면서 정말 눈부신 성장을 이룩해 냈습니다!]

핸즈 오프 하나로 왜 저렇게 호들갑인가 싶을 수 있지만, 아시아계 -물론 본인은 미국 국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선수가 NBA에서 한 팀의 핵심 에이스로 자리 잡은 경우는 야오밍 이후로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그렇다 보니 다른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주목받는 위치였다.

모두가 실패할 것이다.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할 것이라는 따가운 눈초리 속에서도 기어코 한 팀의 에이스이자, MVP까지 거론되는 거물이 된 호영.

컨퍼런스 파이널 1, 2경기에서 엄청난 컨디션 난조를 겪자 ‘호영 최가 없으면 댈러스는 새크라멘토를 이기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호영의 입지는 절대적.

휘익-.

에이스 플레이어라면 자칫 자만에 빠지거나, 플레이에 이기심이 묻을 법하지만, 호영의 플레이는 지극히 이기적과 이타적의 사이에서 황금 밸런스를 맞춘 스타일이었다.

핸즈 오프는 결국 공을 가져가는 선수를 위해 손수 방패가 되어야 하는 고된 일이지만, 호영은 군말 없이 스스로 핸즈 오프를 시도했다.

지금도 스크린에 걸린 벤 맥클레모어와 골 밑에서 자리 잡고 있던 드레이먼드 그린을 끌어당기며 꾸역꾸역 미드레인지 존을 지키는 허슬 플레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야, 지미 버틀러에게 공격 공간이 생긴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후읍!!”

호영의 원래 수비수였다가, 벤 맥클레모어가 스크린으로 제쳐지자 황급히 지미 버틀러에게 붙었던 케빈 러브.

하지만 지미 버틀러의 빠른 기동성을 따라잡긴 어려웠기에 뚫릴 운명이었다.

지미 버틀러는 케빈 러브를 뚫었다는 생각에 잠깐 방심을 한 듯, 충분히 안전하게 넣을 수 있는 플로터 대신 마지막 ‘쐐기’를 박겠다는 심정으로 원핸드 덩크를 시도했다.

“으아아아!!!!”

파앙!!!!!

[LBJ!!!!!!]

[르브론 제임스!! 여기서, 여기서 엄청난 체이스 다운 블락!!! 지미 버틀러의 원핸드 슬램을 뒤에서 가로챕니다!!!! 공은, 공은 어디로…….]

턱-.

하지만 르브론 제임스가 지미 버틀러에게 달려들 때부터 궤도를 예측했던 호영.

르브론 제임스가 체이스 다운 블락을 위해 첫 스텝을 내딛는 순간, 벤 맥클레모어를 슬쩍 밀쳐 내고 르브론 제임스가 왼손으로 블락을 쳐 낼 때, 공이 떨어질 예측 범위로 내달렸다.

드레이먼드 그린이 끈질기게 쫓아오긴 했지만, 센스 좋은 루카 돈치치가 몸을 아끼지 않고 스크린을 서 준 덕분에 잠깐이지만 자유로운 상태가 된 호영.

르브론 제임스의 체이스 다운 블락이 작렬하자, 호영은 공이 떨어질 예상 범위에서 상황을 지켜보았고…….

[호영 최!!! 호영 최가 공을 붙잡습니다!!!]

[아, 르브론 제임스! 차라리 팀원 방향이 아니라 베이스 라인 밖으로 쳐 냈으면 어땠을까 싶은데요!!! 저 위치에 하필! 하필 호영 최가 있었습니다!!!!]

호영은 몸을 살짝 비틀어 궤도에서 벗어나려는 공을 잡았다. 그로 인해 시간이 살짝 끌리긴 했어도, 롱 2(3점 라인 부근에서 던지는 미드레인지 점퍼)를 쏘기엔 전혀 무리가 없었다.

“막아!!!! 반칙을 해서라도 막아!!!!”

르브론 제임스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

호영은 평소와 달리 점퍼를 쏠까 고민하는 듯했다. 루카 돈치치에게 발이 묶였던 드레이먼드 그린은 이번에 공격을 내주면, 이번 경기도 너무 어려워진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를 악물고 호영에게 달려들었다.

스윽-.

점퍼를 쏘려고 마음을 먹은 모양인지, 호영은 공을 가슴께까지 끌어 올렸다.

드레이먼드 그린은 팔을 들면 슛을 방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오른팔을 들며, 펜싱 선수처럼 오른발을 쭉- 뻗어 스텝을 밟았다.

그 자세가 의미하는 건, 호영이 저 위치에서 더 움직이지 않고 롱 2를 쏠 테니 그것만큼은 막겠다는 것이었다.

투웅!

“아……”

하지만 드레이먼드 그린의 귓가에 들리는 저승사자보다 무서운 공 튀기는 소리.

호영을 바로 눈앞에 마주한 순간, 호영은 드리블을 선택하곤 큰 보폭을 활용해 뒤로 휙- 물러났다. 분명, 빠른 움직임은 아니었지만, 이미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린 드레이먼드 그린이 후속으로 쫓을 수 없는 동작이었다.

[스텝 백!!! 저기서 스텝 백을 선택하는 호영 최!!! 드레이먼드 그린, 순간 벙찐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3점 라인 뒤에서 뛰어오르는 호영 최!!!!!]

뭐가 되었든, 이런 치열한 경기에서는 3점만 한 즉효약이 없다.

상대에게 2점을 내줘도 3점을 넣으면 1점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게다가 지금처럼 2점 차이의 경기에서는 3점 하나가 터지는 순간 무게 추가 확 기우는 법.

“어, 길다.”

하지만 아무리 웜업을 했더라도 경기에 뛴 지 이제 2분 정도 지난 상황. 호영은 자신의 슛감이 확 끓어오르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는 걸 망각한 채 슈팅을 쐈다.

평소보다 한참 힘이 들어간 3점. 호영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터어엉!!!!!!

백보드를 맞은 공.

슉-.

그리고 림 안으로 들어간 공.

“후와…… 씨…….”

진짜, 말 그대로 ‘뽀록샷’이라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3점이 터지자, 새크라멘토 킹스 팬들과 선수들은 정말 야속한 마음으로 호영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아!!! 뱅크 3점이라고 해야 하나요! 어쨌든, 호영 최의 3점이 작렬하면서 111 대 116! 5점 차이로 다시 벌어졌습니다!!!]

[뭐가 되었든, 3점이 들어갔다는 게 중요한 거죠! 행운의 여신은 항상 공평해서, 한 경기를 통으로 놓고 보면 양 팀 모두 나름 공평하게 럭키 샷들이 있는 법인데, 댈러스 매버릭스는 경기 막판에 여신의 선택을 받네요!]

“이열~ 뱅크 3점 귀하다~.”

“이야~ 다 노린 거지? 그치?”

프레드 밴블릿과 지미 버틀러의 능청스러운 질문에 호영은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이렇게 말했다.

“어, 어! 그럼. 당연하지. 다 노린 거지. 그럼…….”

그 이후로, 호영은 3점을 하나 더 성공시키며 오늘 경기를 8득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끝을 냈다.

마지막 3점을 던질 때는 너무 지쳐서 상대 선수를 향해 계속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와…… 팔 들 힘도 없다…….”

물론, 그 말을 진심으로 들은 새크라멘토 킹스 선수들은 없었지만, 호영이 팔 들 힘도 없다면서 마지막 3점까지 꽂아 버리는 모습에 다들 기가 찬 표정이었다.

* * *

1, 2차전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 출전하며 2승을 따낸 호영은 ‘완벽한 회복’이라는 명목하에 3차전 경기에서는 결장했다.

그 덕분에 4차전 경기에서는 쌩쌩한 모습으로 나와 23득점 8리바운드 11어시스트라는 기록을 찍으며 다시금 댈러스 매버릭스 승리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스코어는 3 대 1.

댈러스 매버릭스 입장에서는 마지막 홈경기에서 새크라멘토 킹스를 꺾고 파이널에 직행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댈러스 선수들도 중요한 시기인 만큼 서로 경거망동하지 않고 본인의 컨디션 관리에 최선을 다하자며 훈련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매우 보수적인 생활을 마다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호영도 이블린과 어디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며 새크라멘토와의 5차전 경기에 집중했으니, 5차전은 어떻게든 잡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철썩-.

[또 들어갑니다! 케빈 러브! 이로써 3점 5개째! 3쿼터 막판까지 총 21득점을 기록하는 케빈 러브!!!]

[호영 최와 뱀 아데바요가 번갈아 가며 수비를 하는 상황이고 분명 완벽에 가까운 수비였지만, 케빈 러브와 르브론 제임스가 크레이지 모드에 돌입하면서 댈러스 매버릭스, 난처한 상황을 직면했습니다!!!]

[3쿼터 남은 시간 17초! 점수는…… 65 대 88! 23점 차이! 홈팀 댈러스 매버릭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라스트 댄스 - NBA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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