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화 Chapter 41 (3)
“이거는 3점이죠! 볼 것도 없어요!”
딜런 브룩스는 3점이 맞다며 다소 흥분한 모습을 보였지만, 호영은 심판의 표정이 점점 이상해지는 것을 보자마자 딜런 브룩스에게 괜찮으니 참으라고 했다.
하지만 딜런 브룩스는 침착하게 기다리기 어려웠는지 계속 어필을 했고…….
“진짜 3점이라니까…… 우웁! 읍!”
카메라까지 딜런 브룩스 쪽으로 향하자, 호영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강제로 딜런 브룩스의 입을 막아 버렸다. 커다란 호영의 손이 딜런 브룩스의 입을 푹! 덮어 버리자, 딜런 브룩스는 이게 무슨 짓이냐며 버둥거렸다.
“죄송합니다, 심판님.”
호영은 사람 좋은 미소로 심판에게 더 항의하지 않을 거라며 선한 모습을 보였고, 심판은 계속 항의를 하는 탓에 딜런 브룩스에게 구두라도 경고를 주려던 것을 멈추곤 헛기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디오 판독을 시작하겠습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이야기가 들리고, 댈러스 팬들은 하나같이 ‘우우우-.’ 하는 야유의 목소리를 냈다. 누가 봐도 3점이라는 생각에 그런 야유가 쏟아진 것.
사실, 팬들이 ‘우우우-.’ 하는 건 심판에게 압박감을 줘서 판정을 좀 더 신중하게 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지만…….
선수가 심판 판정에 대놓고, 강하게, 세게 항의할 경우에는 냉정하게 선수가 득이 될 게 없다.
일단, 이 시기에는 챌린지 제도가 없다. 다음 시즌인 2019-2020 시즌부터 챌린지 제도가 생기는데, 그 전까지는 심판진의 자체적인 판단하에 비디오 판독을 하는 것 이외에, 선수나 감독이 항의한다 쳐도 정식적으로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순 없었다.
거기에, 심판도 사람인지라 자신의 판정에 의문, 불만을 가지고 항의하면 자신의 권위를 침해한다는 느낌을 받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고 심판에게 나 죽었소- 하고 배 발랑 뒤집어 까면서 비굴하게 굴라는 건 아니지만,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는 심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편이 더 이득이었기 때문에 호영은 딜런 브룩스가 쓸데없는 파울을 받지 않길 바란 것이다.
“아…… 진짜 3점이라니까…….”
“일단 지켜보자.”
호영이 보기엔 좀 애매하긴 했다. 발이 라인에 걸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상황.
호영을 포함한 댈러스 매버릭스의 선수들은 최대한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보았다.
“비디오 판독을 종료합니다. 공식 확인 결과…… 딜런 브룩스의 슛은 2점으로 확정되었습니다.”
“뭐라고요?!”
딜런 브룩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댈러스 팬들도 야유를 터트렸다.
공식적인 비디오가 나오지 않는 한 지금 당장은 확인할 길이 없지만, 심판진 내에서 판정이 갈려서 비디오 판독까지 했으니 더 항의할 구석은 없었다.
“다들 잠시만요.”
호영은 충격을 받은 딜런 브룩스를 포함해, 다시 코트로 나가야 할 동료 선수들을 부르고 짧게 말했다.
“우리가 생각했을 때 3점이었던 게 2점으로 줄어들어서 다들 아쉽고, 허탈할 것 같아요. 그래도, 딜런이 앤드 원으로 자유투까지 추가로 하나 얻어 낸 상황이잖아요. 아쉬운 건 잠깐 미뤄 두고, 경기에 집중해 봐요.”
“나도 초이의 말에 동의해. 딜런, 네 입장에선 굉장히 억울할 것도 알고, 그렇게 항의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심판에게 밉보여서 당장 좋을 게 없어. 특히, 이번 경기로 컨퍼런스 파이널을 끝내고 싶다면 더더욱.”
해리슨 반즈의 의젓한 이야기에, 딜런 브룩스도 부루퉁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말뜻은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마. 새크라멘토한테 1점 봐줬다고 생각해.”
지미 버틀러의 농담에, 딜런 브룩스도 피식- 웃고 말았다.
“알았어요. 뭐, 좀 짜증 나긴 하는데, 이렇게까지 되었으면 어쩔 수 없죠. 제가 흥분해서 그르칠 뻔했는데, 다들 말려 줘서 고마워요.”
딜런 브룩스의 솔직한 사과에, 호영은 순간 헉- 소리를 냈다.
“너, 누구냐? 내가 아는 딜런은 이렇게 의젓한 말 안 하는데…….”
“아, 좀! 사람이 폼 잡고 사과하면 올~ 멋진데! 이러면서 맞장구 좀 쳐 줘라!”
“어림도 없지, 음!”
호영은 딜런 브룩스의 등짝을 손바닥으로 한 번 두드려 줬다.
다시 경기가 재개되고, 딜런 브룩스는 자유투 라인에 서서 크게 심호흡했다.
“후우!”
자유투 성공률 80%의 딜런 브룩스.
팀 내에서도 딜런 브룩스의 자유투는 크게 의심하지 않는 수준이었다.
슉-.
[잠시 소란이 있었지만, 딜런 브룩스.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자유투까지 성공시켰습니다. 점수는 98 대 100! 이제 단 2점 차이입니다! 남은 시간은 46초!]
[새크라멘토 킹스. 여기서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정말, 분위기 이상해질 겁니다. 여기서 무조건! 공격을 성공시킨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르브론 제임스는 자신의 앞을 막는 딜런 브룩스를 보며 혀를 쯧- 찼다.
불의의 기습을 당하며 백패스가 잘리긴 했지만, 그래도 방침은 변하지 않는다. 최대한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것.
르브론 제임스는 또다시 17초를 혼자 공을 소유한 채 딜런 브룩스와 대치하더니 본인이 직접 해결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딜런 브룩스는 타이트하게 따라붙으며 르브론 제임스의 1 on 1을 견뎌 내고, 효과적으로 막아섰다.
“흡!”
하지만 킹 르브론 제임스라 불릴 정도로, 그의 능력은 딜런 브룩스 혼자 제어하기 굉장히 어려운 편이었다.
딜런 브룩스는 혼자서 너무 무리하게 골 밑 돌파를 하는 게 아닌가 싶었고, 막판까지 르브론 제임스를 따라 뛰어오르며 수비를 해내는 데 성공했지만…….
훅-.
[페이크입니다! 르브론 제임스! 레이업을 올려놓으려던 것은 페이크이고, 공을 빼서 네마냐 비엘리챠가 받습니다!!!]
여기서, 크리스챤 우드가 해야 할 역할은 무슨 수를 쓰든 2점을 내주지 않는 것.
차라리 파울로 끊는 게 더 낫다. 케빈 러브는 3점을 위해 호영을 끌고 3점 라인으로 나와 있는 상황이라, 크리스챤 우드를 도울 수비수도 마땅치 않다.
‘앤드 원은 안 돼! 그렇다고, 2점을 그냥 내줄 수도 없어!!!’
2점을 내주면 4점 차이. 남은 시간은 30초도 안 된다. 4점이면 두 번의 공격을 성공해야 가능한데, 그러기엔 상당한 ‘기적’이 필요하다. 그런 기적을 바라지 않고 기량으로 이기기 위해선, 여기서 2점을 그냥 내주면 안 된다.
타악!!!
크리스챤 우드의 선택은 스틸이었다. 아니, 스틸을 가장한 파울이었다.
삐이익-!!!
[크리스챤 우드의 파울! 네마냐 비엘리차, 마지막 연결 동작까지 슛을 쏴 봤지만 빗나가는군요! 이로써…… 크리스챤 우드는 6반칙 퇴장입니다!!!!]
마지막 파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스챤 우드의 선택은 매우 적절했다. 네마냐 비엘리차는 슛을 성공시키지 못했고, 자유투 라인에서 매우 쫀쫀한 2개 슛을 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수고 많았어.”
다른 동료들도 크리스챤 우드의 마지막 반칙에 잘했다고 하이파이브를 해 줬다.
크리스챤 우드가 물러나고, 오늘 경기 중 발목을 삐끗하여 쉬고 있던 뱀 아데바요가 아이싱을 풀고 코트로 돌아왔다.
“괜찮아?”
“어, 멀쩡해.”
이로써 코트에는 2017 드래프트 3인방이 다시 모이게 되었다.
호영과 딜런 브룩스는 꽤 크게 꺾여서 코트 위를 나뒹굴었던 뱀 아데바요가 다시 돌아온 것에 걱정했지만, 뱀 아데바요는 26초도 못 뛸 정도는 아니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
홈 팬들의 우레와 같은 야유가 쏟아지고, 네마냐 비엘리챠는 그간 많은 경험을 쌓아 왔음에도 떨리는 마음을 수습하기 어려웠다.
크게 심호흡을 해도 호흡이 가다듬어지지 않으니 결국 슛을 쏘기 직전까지 계속 불안감이 가시질 않았다.
텅!!!
[빗나갑니다! 초구가 빗나가 버리는 네마냐 비엘리챠!!!!]
[아, 70% 중반의 성공률의 자유투가 빗나가다니, 정말 야속할 것 같습니다! 네마냐 비엘리챠, 그래도 2구는 무조건 성공시켜야죠!]
2구를 던지기 전, 케빈 러브 대신 오늘 수비에서 호영을 만나지 않으면 괜찮은 모습을 보였던 드레이먼드 그린과 자베일 맥기가 다시 투입되었다.
그리고, 불만스러운 표정이던 디애런 팍스까지 요기 페럴을 대신해 코트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마지막 공격이니, 사이즈 키우고 수비 좋은 선수들을 넣어서 댈러스의 공격 한 번을 어떻게든 틀어막겠다는 뜻.
슉-.
그리고, 네마냐 비엘리챠의 두 번째 자유투는 성공하면서 점수는 98 대 101. 3점 차이가 되었다. 여기서 댈러스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
첫 번째는 최대한 빨리 2점을 넣은 후, 파울 작전으로 가는 것.
두 번째는 연장을 갈 목적으로 24초를 알차게 활용해서 최적의 기회를 만드는 것.
“욕심부리지 말고, 우선 연장 간단 마인드로 하죠.”
24초를 최대한 활용하면, 상대도 공격 시에 2초밖에 남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새크라멘토 킹스는 타임아웃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더욱 2초 가지고는 공격을 하기 어려운 상황.
그러니 호영은 이번 공격에서 3점을 제대로 노려 보자고 한 것이다.
투웅- 투웅-.
호영은 가볍게 공을 끌고 루카 돈치치에게 패스했다. 그와 동시에 선수들은 좌악- 흩어져서 3점을 노리겠다고 노골적인 모습을 보였다.
“흠…….”
공격 시간이 5초까지 떨어지는 순간. 루카 돈치치는 호영에게 붙은 드레이먼드 그린을 보더니 재미난 생각이 난 듯, 수신호를 보냈다.
호영은 수신호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곤 드레이먼드 그린과 한 번 접촉한 뒤,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스크린?! 3점은 페이크였나?!’
드레이먼드 그린은 지공으로 3점을 만들려던 건 페이크이고, 실제로는 살짝 느슨해진 순간에 루카 돈치치와 호영의 투 맨 게임으로 빠르게 2점 적립 후 파울 작전을 벌이는 것이라 예측했다.
“막아! 3점은 페이크야!!!”
드레이먼드 그린은 호영을 따라가면서, 르브론 제임스와 수비 위치가 꼬이지 않도록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드레이먼드 그린의 예상과는 달리…… 호영은 달리는 속도를 멈추지 않았다.
“어……?”
루카 돈치치의 핸즈 오프 이후 스크린. 그리고 공을 넘겨받는 호영.
이번 공격은, 호영이 볼 핸들러. 루카 돈치치가 스크리너가 되는…… 이른바 개념 역전의 공격 패턴이었다.
“안 돼!!!”
카일 코버나 클레이 탐슨 유형의 선수들처럼, 오프 볼 무브먼트를 활용해서 달리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스크린을 타고 넘은 뒤 곧장 3점을 노리는 풀 업 3점.
루카 돈치치와 호영은 그걸 노렸던 것이다.
르브론 제임스는 드레이먼드 그린의 수비 판단에 따라 스위치 없이, 루카 돈치치를 막는 상황. 이렇게 되면, 결국 호영을 막아야 하는 사람은 드레이먼드 그린이었다.
드레이먼드 그린은 루카 돈치치의 스크린을 어떻게든 빠져나온 뒤 다급하게 손을 내뻗었다.
“으아아아아!!!!!”
라스트 댄스 - NBA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