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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인드 축구천재-12화 (12/173)

리마인드 축구천재 12화

회귀하고 초반에는 변수가 적다.

예를 들면 우리 가족의 인원이 바뀌지 않는 것과 내가 정미영 선생님을 만나는 것, 그리고 박종혁과 옆자리인 것 같은 정해져 있었던 건 웬만하면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회귀 초반의 일들은 웬만하면 다 내 머리 안에 있었다.

체육대회에서 축구에 나가는 친구들도 열댓 명 정도 안에서 정해져 있었다.

모든 전생을 통틀어 체육대회를 나가는 건 이번으로 여덟 번째.

여기 모인 열 명이 뭘 잘하고 뭘 못하고 무슨 전술을 잘 소화할 수 있는지 다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회차에 주전으로 뽑힌 일곱 명에 대해서도 잘 알았다.

우리는 운동장 스탠드에 모여 앉아 있었다.

“나왔어~.”

“아 왜 이렇게 늦게 와.”

“감독님이 기다리시잖아.”

마지막 친구가 도착하고 친구들이 장난을 쳤다.

우리 1학년 2반 애들은 정말 순하고 유쾌했다. 일진이라고 부르는 반에 몇 명씩 꼭 있는 불량한 애들도 전부 순한 편에 속했다.

열 번의 전생에서 반 친구들끼리 주먹다짐을 벌인 게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자자, 다 모였지.”

“네! 감독님!”

여기 모인 열 명 중 가장 장난스러운 김성환이 그렇게 대답했다. 나머지들도 재미있겠다는 얼굴들이다.

김성환, 이지욱, 이지성, 최병근, 박세진, 김현호, 지상준, 조웅진, 김진규, 이진호, 축구를 좋아해 점심시간마다 밖에 나가 공을 차는 녀석들만 모여 있다.

의욕이 가득한 열 명의 친구들이 스탠드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잠깐만 앉아서 얘기부터 들어봐.”

“뭔 얘기?”

나는 축구공을 들고 스탠드에서 운동장으로 내려가 쪼르르 모여 앉은 친구들을 올려다볼 수 있는 자리에 섰다.

“얘들아, 11대 11 축구랑 우리가 할 7대 7 축구의 차이점이 뭔지 알아?”

대답을 기대하고 한 질문은 아니었기에 바로 이어서 말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는 국가대표 축구나 게임은 11대 11이잖아?”

“그렇지.”

뜬금없이 얘길 시작했음에도 나랑 가장 친한 지상준은 대답을 해 줬다. 다른 애들은 무슨 얘길 하냐는 얼굴들을 하고 있다.

“운동장 크기가 다르다는 얘길 하고 싶은 거야?”

“오, 역시 반장. 맞아. 그리고 또 있어. 사람도 적고 골대도 작지. 우리가 할 7대 7 축구도 마찬가지야. 11대 11 축구처럼 접근하면 안 돼.”

김현호와 지상준은 열심히 듣고 있었지만 나머지 여덟은 슬슬 지루해하는 얼굴이었다.

잘 알고 있었다. 여기 모인 친구들이 일단은 날 감독이라고 부르고는 있지만, 지금 관계 그대로 간다면 내 얘길 진지하게 듣지 않을 거라는 걸.

친구들이 나쁜 애들이라 그런 게 아니었다. 동갑내기끼리 뭘 가르치고 지시하고, 이런 건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준비한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가지고 있던 공을 양발로 잡은 후 공을 내 머리 높이까지 띄워 내 앞쪽으로 떨어지게 했다.

“오오.”

“뭐야.”

“와.”

공을 바로 발등으로 트래핑해서 가슴에 1초 정도 올렸다가 튕겨서 어깨에 올렸다. 이어서 1초 정도 더 버티다 튕겨서 머리에 올린 채로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친구들 앞에서 공을 내 앞으로 툭 떨어뜨려서 발등으로 받아 바닥에 내려놓았다. 공은 내 발등에 접착제를 붙여놓은 것처럼 착 달라붙어 깃털처럼 살포시 내려오는 것처럼 보였다.

“…….”

경이로운 걸 보여주면 집중한다. 만고의 진리였다.

특히 프로 축구 선수도 아닌 이들에게 완벽한 개인기 기술이란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다들 날 뚫어지라 보고 있는데 단 한마디도 안 한다.

저녁마다 연습해서 감각을 되돌려놓은 보람이 있다.

“11대 11이 아닌 소규모 축구에서는 이런 개인기가 아주 중요해. 방금 말한 것처럼 공간이 훨씬 좁고 사람이 적어서 공을 잡고 지켜야 할 상황이 훨씬 많기 때문이야.”

나는 다양한 소규모 축구를 해 봤다. 1대 1에서 10대 10까지.

어린 시절에 해외에 진출해서 유소년팀에서 뛰게 되면 11대 11 외의 축구를 경험할 기회가 많았다. 3대 3에서 5대 5 정도까지 많이 하는 풋살이라는 분야에 도전해 본 적도 있었다.

“근데 말이야. 11대 11 축구에서 이런 기술들 많이 안 쓰잖아? 남미 선수들처럼 길거리 축구에 익숙한 선수들은 잘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보통은 이런 스텝오버나.”

헛다리라는 속어로 알려진 스텝오버를 하다가,

“라크로케타, 마르세유 턴 같은 화려하면서 상황에 따라 필요한 개인기.”

공을 왼발에서 오른발로 순식간에 옮기며 치고 나가며 공을 밟고 한 바퀴 돌며 멈췄다. 개인기를 통해 내가 옆으로 이동했음에도 친구들의 시선이 계속 따라왔다.

“같은 것들을 주로 쓰지. 심지어 이런 개인기조차도 안 하는 선수들이 훨씬 많아. 비효율적이니까.”

친구들에게 반드시 알려주고 싶은 건 11대 11 축구처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움직임을 통해 공간을 만들고 패스와 개인기를 통해 공을 지키며 전진해 상대 골대에 골을 넣는다는 점은 근본적으로 같지만, 공간이 좁고 사람이 적으니 골을 넣기 위한 전략과 기술이 엄연히 다르다.

보통 중학생 나이에는 좋아하는 선수를 흉내 내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이 시절의 중학생들이 접할 수 있는 축구 관련 매체는 국가대표팀, 축구 게임, 그리고 아직은 마니악한 해외 축구 중계뿐이다. 전부 11대 11 축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체육대회는 7대 7 축구다. 안 그래도 실제 축구장보다 작은 운동장의 거의 절반만 쓰고, 인원도 적다. 그렇다 보니 7대 7 축구에 맞는 전술만 사용할 수 있으면 남들보다 몇 배는 앞서갈 수 있었다.

“내일부터 당장 예선이야. 다른 기술들도 원하면 알려줄 수는 있지만, 나는 너희들한테 딱 한 가지! 필살의 패스랑 이걸 이용한 전략만 알려줄 생각이야. 이것만 계속 연습하면 틀림없이 우승할 수 있어.”

“필살의 패스가 뭔데?”

아까는 들뜨고 산만해 보였지만, 지금은 그 어떤 모범생보다 몰입하고 있는 김성환이 물었다. 다른 친구들의 시선도 마찬가지였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기억해 파라 패스야. 하라라고 불러도 되고 파라라고 불러도 되는데 우리는 파라라고 부르자.”

친구들을 향해 섰다. 내 왼쪽에는 스탠드가 있었다.

말하면서도 가지고 놀던 공을 발바닥으로 멈춰 세웠다. 그리고 왼발로, 안쪽이 아닌 바깥쪽 날로 공의 밑 부분을 주걱으로 푸듯이 들어 올렸다.

공은 내 가슴에서 어깨 사이의 높이로 느릿하게 날아가 스탠드에 부딪히고 다시 내게로 굴러왔다.

친구들은 어리둥절한 기색이었다.

강력하지도 않았고 땅에 깔리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엄청 높은 패스도 아니었다. 이렇게 느리고 어중간한 패스로 어떻게 우승하냐고 생각하는 걸 거다.

하지만 이 파라 패스는 소규모 축구 중 가장 규격화된 풋살에서 필수로 익혀야 하는 기술이었다. 이를 활용한 전술도 많았다.

“다들 내려와 볼래? 그리고 너희들한테 포지션 정하라고 했었지? 공격 쪽 두 명은 여기에 서고, 네 명만 수비해 주면 돼. 나머지는 잠깐만 기다려 줘. 차례대로 전부 할 거야.”

애들이 번쩍 손을 들어 자원했다.

내 강의에 매혹된 친구들은 몹시 성실해져 있었다.

네 명의 수비가 좁은 간격을 정사각형으로 섰다. 완벽한 지역 수비 간격이었다.

“상준아. 나 좀 도와줄래?”

“어? 나? 어떻게?”

“귀 대봐.”

“나 예민한데.”

“지랄하지 말고.”

지상준에게 나에게 패스한 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알려줬다. 그리고 나는 수비수를 옆에 두고 아까 스탠드 옆에 섰던 것처럼 몸을 수직으로 돌리고 지상준 쪽으로 섰다.

“자, 내 뒤, 그러니까 스탠드에 공이 닿으면 아웃인 거야. 여기가 공이 나가는 라인이야.”

한 발자국만 뒤로 가면 공이 나가는 위치에 등을 지고 섰다.

“이 패스는 사이드 라인을 등지고 해야 해.”

“아!”

역시 똑똑한 반장 김현호는 내 위치와 설명만 듣고도 이해한 듯싶었다.

“일단 보여줄게. 얘들아. 공 뺏어봐. 지상준!”

지상준이 내게 패스하자마자 뛰었다. 대각선으로, 내 옆을 막고 있는 수비수 뒤쪽으로.

몸을 돌리지 않고 공을 발바닥으로 잡아놓은 후, 오른발 바깥 날로 공 아래를 툭 올리듯 들어 올렸다. 공은 수비 친구가 반응하기도 전에 수비 친구의 어깨 옆을 스쳐 지나갔다.

지상준의 트래핑은 엉성했다. 다만 허를 찌른 패스였기 때문에 수비 친구들이 허둥지둥했고, 그 틈에 공을 잡아 어느새 앞으로 뛰어온 내게 공을 넘겨줄 수 있었다. 나는 공을 한 번 더 쳐서 나머지 두 수비를 바보로 만들었다.

“뭐, 뭐야?”

“이게 파라 패스를 이용한 전술이야. 근본적으로는 2:1 패스지만 파라 패스를 이용했다고 해서 파라 전술이라고 불러. 얘들아, 생각해 봐. 경기장이 좁으면 중앙에서 사이드까지 패스하기도 쉽잖아? 그러니까 사이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거지. 중앙을 뚫는 것보다 사이드를 이용해서 뚫는 게 훨씬 쉽거든. 지금 이렇게 똘똘 뭉쳐 있어도 순식간에 뚫렸잖아. 실제 경기에서는 더 쉬워. 측면은 늘 사람이 부족하거든.”

솔직히 설명이 과한 감이 있었다. 친구들이 혼란스러워할 만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지금 내가 말하는 건 단 한 명을 위해서였다.

물론 다른 애들도 설명 한 번 들어두면 연습이 수월해지지만, 나머지 애들은 사실 이해하면 좋고 아니어도 괜찮았다.

어차피 이 전술을 기본으로 한 세 가지 패턴을 반복 숙달할 테니까. 그 이상은 필요 없다.

내가 믿는 김현호가 물었다. 학구열에 가득 찬 얼굴이었다.

“그런 식으로 패스하는 이유는 사이드 라인 바로 옆이라서 그런 거야?”

“응. 키를 넘겨도 좋고 몸 정도로만 띄워도 괜찮아.”

“수비수가 어떻게 반응하더라도 트래핑 하기 어중간한 높이니까 몸에 맞고 튕겨 나갈 테고, 사이드 라인 바로 옆이니까 수비수가 공을 건드려서 나간 공은 우리 소유가 되는 거네? 만약에 막더라도 패스한 사람이랑 패스받을 사람 양쪽으로 둘러싸이게 될 테고.”

“아주 정확해. 거기에 패스 템포도 한 템포 빨라. 보통 패스는 패스할 방향으로 몸을 돌린 다음에 패스하는데 이건 그런 준비 동작이 없거든. 대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어. 내가 공을 잡고 파라 패스를 할지, 다시 원래 방향으로 패스할지 패스하기 전까지는 모를 테니까.”

“이야.”

역시 김현호였다. 아주 똑똑하다.

이런 이해력을 가지고 경기장 내에서도 침착할 수 있다는 건 훌륭한 재능이다. 운동 신경이 딱 보통이라는 점이 아쉬웠다. 운동 신경만 좋았더라면 어느 팀 스포츠에서도 프로 선수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물론 이런 재능 덕에 편하게 대회를 준비할 수 있는 거지만. 2주 만에 중학생들을 팀답게 만들려면 경기장 위의 리더도 필요하다. 김현호에게 그 역할을 맡길 생각이었다.

“뭐라는 거야.”

물론, 나머지 친구들이 우리의 대화를 들으며 더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해 못 해도 상관없어. 직접 몸으로 배우면 되니까, 일단, 다들 모여 볼래?”

그렇게 말하며 미리 준비해 놓은 나뭇가지로 골키퍼라고 적은 후, 앞에 동그라미 여섯 개를 그렸다.

“우리 포지션은 맨 뒤에 한 명, 중간에 세 명, 맨 앞에 두 명 서는 1-3-2 전형이 될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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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

친구들은 저절로 날 중심으로 원을 그리고 서서 내가 그린 포지션을 바라보았다.

“맨 뒤에 한 명만 수비를 전담할 거고 나머지는 공격과 수비를 다 해야 하니까 딱히 공격수 하겠다고 욕심부릴 필요는 없어. 단, 여기 두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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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

“이 두 자리는 파라 패스를 제일 잘할 수 있는 두 명이 서야 해. 그러니까 우리는 이제 파라 패스를 테스트할 거야. 누가 가장 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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