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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인드 축구천재-14화 (14/173)

리마인드 축구천재 14화

최종 스코어 4-3.

우리는 첫 경기에서 이겼다. 내 감상은…… 지면서 시작한 경우가 더 많았는데 이 정도면 더할 나위 없다.

선수로 뛴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에게 환호받고, 선생님한테 칭찬받고, 자기들이 얼마나 잘했는지 자랑한 후에야 내게 왔다.

“개쩐다 진짜.”

“3학년 형들을 이겼네. 미쳤어.”

“헹가래라도 쳐 줄까?”

고개를 흔들며 거절했다.

“꺼져. 다들 잘했어.”

그때, 좀 애매한 표정으로 있던 김현호가 말했다.

“근데 우리 골을 너무 먹혔어.”

김현호의 말에 분위기가 살짝 가라앉았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어 보이는 지상준이 내게 물었다.

“수비 전술은 없어?”

그 말에 다들 기대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면 기대에 보답해 줘야지. 이번에도 단순한 거였지만, 효과적인 거였다.

“자, 모여봐.”

“역시 송 감독님!”

다들 빠릿하게 모였다.

내가 연습시킨 전술의 힘을 직접 체험했기에 더 적극적으로 변한 것이다. 참고로 4골 중 3골이 파라 전술로 시작됐다.

운동장에 포메이션을 또 그렸다.

○○

○○○

골키퍼

“우리 포지션이 이렇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윙 두 명을 김현호의 양옆으로 내리고, 공격수 두 명을 김성환의 양옆으로 내려 두 줄을 만들었다.

○○○

○○○

골키퍼

“수비할 때는 이렇게 서면 돼. 간격이나 위치는 오늘 계속 피드백해 줄 테니까 현호가 일일이 지시해 봐. 너한테 이걸 맡기려고 거기 서달라고 한 거야.”

“맡겨줘. 근데 말하면 늦지 않아?”

“괜찮아. 충분해. 만약에 말하다 먹히면 무조건 내 탓이니까 자책하지 말고.”

시선을 다른 친구들에게로 옮겼다.

“수비도 공격 전술처럼 많은 걸 알려줄 생각은 없어. 우리 딱 두 개만 지키자.”

“두 개?”

“응, 하나는 현호 지시대로 움직이라는 거. 현호는 이 두 줄 라인을 만들어서 간격 유지하는 것만 신경 쓰면 돼.”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수비할 때 절대로 먼저 달려들지 말라는 거.”

“그게 무슨 말이야?”

“자, 너희 중에 누가 드리블을 가장 잘해? 현호는 옆에서 봐야 하니까 다섯 명 중에서.”

이지성이 앞으로 나왔다.

이지성에게 공을 패스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 내가 천천히 달려들 테니까 날 제쳐봐.”

“응.”

일부러 이지성이 드리블로 제칠 수 있는 타이밍에 발과 몸을 내밀었다. 이지성은 쉽게 날 제치고 지나갔다.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자, 그러면 이번엔 날 제치고 골까지 넣어봐. 중거리 슈팅해도 상관없어.”

“나 골대로 가?”

지상준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골키퍼는 필요 없어.”

이지성은 자존심이 조금 상한 기색이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이지성의 앞에 섰다. 그리고 자세를 낮추고 거리를 유지했다.

이지성의 드리블이 조금이라도 길어지는 순간 이지성보다 빨리 공을 잡을 수 있는 위치이자 이지성이 개인기를 부려도 대처할 수 있는 위치에.

“…….”

이지성은 헛다리, 방향 바꾸기 등 온갖 시도를 했지만 날 뚫어내지 못했다. 그러다 급해져서 드리블이 길어졌고, 나는 그 공을 가볍게 뺏었다.

“자, 다시 해 봐.”

이지성에게 공을 줬다. 이지성은 이번에는 거리 유지를 하고 있는 날 뚫어내는 걸 포기하고 중거리 슛을 시도하려 했다. 거리가 어느 정도 있었기에 나는 민첩하게 움직여 몸으로 공을 막았다.

“이렇게, 먼저 달려들지 않고 거리를 두면 상대의 움직임에 대처할 수 있어. 먼저 안 달려들고 기다리다 보면 상대가 드리블 실수를 무조건 할 거야. 그때 공을 뺏으면 돼. 아까 나처럼.”

물론, 거리조절 하면서 드리블을 기가 막히게 하는 상대가 있다면 이 전술은 통하지 않는다.

파라 전술처럼 패스 앤 무브를 이용한 전술에도 약하다. 중거리 슈팅에도 강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건 프로도 준프로도 아닌 아마추어, 아니, 조기축구회 수준도 되지 않는 중학교 축구다.

이렇게만 수비할 줄 알면 상대는 알아서 자멸한다.

뭣보다 이렇게 수비의 방해를 받는 상태에서 상대의 슈팅은 내 슈팅으로 단련될 지상준을 뚫어내지 못할 것이다.

김현호가 손을 들었다.

“근데 드리블을 잘해서 계속 물러나도 거리 조절 계속 잘하면서 앞으로 오면? 끝까지 뒤로 물러나?”

“응. 계속 기다리면 돼. 무조건 실수할 수밖에 없어. 아니, 실수할 확률이 훨씬 높아. 축구만 하루에 열 시간씩 하는 상대가 아니잖아? 확률 높은 쪽을 하자는 거야.”

“이해했어. 고마워.”

말로 해서 이해하는 건 어렵다.

“상준아, 오늘은 너도 훈련 도와줘야겠다.”

“응. 괜찮아.”

지상준이 좋아했다. 슈팅을 막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건가.

“널 위해 내가 따로 개인 훈련 1시간 해줄게. 연습 걱정은 하지 마.”

지상준이 정색했지만, 나는 낄낄대며 수비 훈련을 시작하자고 했다.

김현호만 수비팀에 고정하고 우리는 교대하며 공격과 수비를 반복했다.

수비 역할을 맡은 친구들은 김현호의 지시에 따라 위치를 잡고 우리가 공격해 들어가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물러나기만 하다가 완벽하게 앞에 다가왔을 때만 공을 빼앗았다.

계속 친구들의 위치를 조정해 줬고, 훈련은 한 시간 반 진행했다.

그리고 나는 기진맥진한 지상준을 위해 30분간 슈팅을 해 줬다.

30분은 힘드니까 봐줬다.

* * *

학교에서는 수업을 열심히 듣고, 수업 중 한 시간은 체육대회 예선전을 치른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을 모아서 축구 코칭을 한다.

그리고 저녁에는 혼자서, 가끔은 일찍 퇴근한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킥 감각을 되살린다.

원래 수업이 끝난 후에는 다른 훈련을 했지만, 지금도 썩 나쁘진 않았다. 친구들과 함께 팀 전술 훈련을 마이너 버전으로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이런 일과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새벽 훈련은 꼬박꼬박 소화하고 있었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중학교 운동장에서 인터벌 훈련을 하고, 여섯 시에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이동해 김채아와 코디네이션 훈련을 한다.

김채아와는 아직 어색했다.

첫 만남에는 나도 당황해서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는데, 보면 볼수록 김채아는 이상했다.

“…….”

말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나한테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보지도 않고 머뭇대다가 말을 삼킨 적도 있었다. 행동도 크지 않고 작았다.

학교에서 오가면서 볼 때도 조용하게 눈만 인사하는 걸 보면 내가 다른 사람을 보고 있나 싶을 때도 있었다.

-아하하하하!

전생에서 툭하면 듣던 그녀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떠올랐다. 산적 같다고 했다가 팔을 얻어맞았었지.

아무튼, 지금 내 눈앞의 김채아는 김채아가 아닌 것 같았다. 물론 나와 같이 훈련 중인 그녀는 틀림없는 김채아 본인이었다.

열 번의 전생에서 김채아와 만난 건 전부 2학기 때였다. 그래서 1학기때 만날 계획은 세우지도 않았다. 내가 모르는 상황을 맞닥뜨리는 건 싫었으니까.

그렇다면 1학기나 여름방학 때 김채아가 변하게 되는 계기라도 있는 것일까?

예전과 지금은 뭐가 다른 것일까?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많이 하긴 힘들었다. 코디네이션 훈련을 하는 것도 벅찼으니까.

나와 김채아는 평소처럼 훈련을 마쳤다.

우리는 운동장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대로 몇 분 쉬다가 인사하고 집에 돌아가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김채아가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송현준, 너 1학년 2반 맞지?”

“응.”

“저번에 너희 반 경기 하는 거 봤잖아. 진짜 잘하더라.”

이사장에게 남녀 차별이란 없었다. 남자들이 축구로 리그전을 하는 동안 여자들은 동일한 일정으로 피구를 하고 있었다. 모두가 함께 스포츠를 즐겼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사장의 생각이었다.

이틀 전인가 김채아의 반인 1학년 9반과 운동장을 쓰는 시간이 겹쳤던 게 떠올랐다. 눈인사를 주고받았었지.

“우리 애들 잘하지.”

“근데 너는 선수로 안 뛰어?”

“초등학교 때 축구부였다고 안 된대.”

김채아가 갸웃했다.

“그런데 왜 스탠드에서 소리 지르고 그랬던 거야? 막, 뛰는 애들한테 ‘어떻게 움직여라~.’ 이러는 거 봤는데.”

“아, 내가 걔들 감독해 주고 있거든.”

그녀의 궁금증을 바로 해소해 줬다.

김채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정말? 너희 반 한 판도 안 졌다며!”

“애들이 잘했지.”

공격 전술은 파라 패스 이용해서 딱 세 개, 수비 전술은 김현호가 주도하는 지역방어 전술 단 한 개.

이것만 매일 반복해서 연습하고 매일 실전을 치르니 친구들의 실력은 일취월장하고 있었다. 수비할 때 달려들지 말라는 말도 이제 꽤 잘 지킨다.

처음에는 불안 불안하더니 조직력이 점점 올라와서 이제는 전반전에 상대의 기세를 완벽하게 꺾어놓을 정도까지 성장했다.

지금 성적은 6승 0패. 오늘 오후에도 이기면 7승 0패로 조별리그 전승이다.

“감독도 대단하지! 너 정말 대단하구나! 힘든 일은 없었어?”

머쓱해져서 뒤통수를 긁었다.

3승 했을 때 애들이 거만해지긴 했었는데 전반전 끝나고 내가 그딴 식으로 할 거면 앞으로 너희들 마음대로 하라고 화를 냈더니 그 이후에는 고삐를 잘 잡는다.

그리고 경기 끝나고 내 눈치를 보는 애들한테 아이스크림을 사줘서 분위기를 풀었다.

참고로 정미영 선생님이 몰래 주신 돈으로 샀다. 친구들한테 선생님이 줬다고 하지 말고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사 주라고 했다.

이런 것들을 전부 설명하기도 그렇고 잘난 척하는 것 같아서 이렇게 말했다.

“뭐…… 경기장에서 뛰는 게 더 힘들지.”

“아는 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도 할 수 있구나.”

“그냥 난 적당히 들은 거 설명해 주면 애들이 찰떡같이 알아듣더라고.”

“오오. 뭔가 대단해. 전승 팀 감독이라니까 달라 보여.”

김채아가 양손을 모으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모처럼 보는 발랄한 모습이라 무의식중에 빤히 바라보았다.

김채아가 불현듯 자기가 모은 손을 보고 날 봤다. 그리고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자세를 수습했다.

“아, 미안. 징그럽지.”

“뭐가?”

“이러면 귀여운 척한다고 애들이 놀리거든.”

김채아는 기본적으로 씩씩하고 밝은 성격이지만, 애교 부리는 것도 좋아하고, 아기자기한 것도 좋아한다.

학창 시절에는 키나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장난스러운 놀림을 자주 받았다고 했었다. 물론, 나랑 만날 때는 그런 거 없었다.

평소에는 국가대표이자 프로 선수로, 쿨하고 말 없는 느낌으로 경기장 위를 누비지만 집에서는 달랐다.

가끔 내가 장난을 치면 ‘야~’ 이러면서 주먹으로 내 어깨를 치곤 했다. 뼈가 나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나도 운동선수였다. 버틸 만했다. 그리고 익숙했기에 별생각 없었다.

친구로 지낼 때는 그런 행동을 하면 우웩 하고 장난치긴 했지만, 개의치 않고 자주 그런 행동을 했다. 열 번의 전생 모두 그랬던 걸 보면 그게 김채아에게 있어 자연스러운 모습이겠지.

방금 말을 통해서 전생들의 김채아와 지금의 김채아가 뭐가 다른지 확실하게 파악했다.

그래서 말했다.

최대한 덤덤하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런 거로 사과하지 마. 귀여웠어.”

“…….”

아, 시작부터 꼬시는 듯한 말이 되어버렸다. 눈에 보일 정도로 김채아의 어깨가 움찔거렸고 귀가 빨개졌다.

사춘기 호르몬의 힘은 강력하다. 나도 얼굴이 붉어지는 게 느껴진다. 망할.

분위기가 이상해지기 전에 할 말을 해야 했다. 나와 일찍 만나면서 김채아의 미래가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에 내가 만난, 김채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했던 말을 전해줘야 했다.

-난 언제나!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주변 눈치만 보면 가짜 친구밖에 안 생기거든.

다른 전생의 김채아가 했던 말을 말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거머쥐었고, 항상 행복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그 김채아였다.

“주변 눈치를 보면 가짜 친구밖에 안 생겨. 자연스럽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해.”

“…….”

김채아의 얼굴이 한층 더 붉어졌다.

전할 말을 다 전해 버려서 할 말이 없어져 나도 고개를 돌렸다.

어린 김채아를 앞에 두고 있으니 괜히 다른 전생의 김채아와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김채아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라는 말을 듣고 이렇게 물었고,

-하고 싶은 대로만 하다가 미움 받으면 어떡해?

-괜찮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막 행동한 덕분에 이렇게 좋아해 주고 사랑해 주는 진짜 친구이자 애인이자 남편이 생겼잖아? 난 무적이야, 무적.

-수식어도 참 많다…….

-그래서 싫어?

-아니, 좋은데?

-히히. 나도.

완벽하게 반격당했다. 그리고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를 끌어안았고, 뭐…… 음, 그날 내 첫 아이가 생겼다.

갑자기 현기증이 났다.

“그, 그러니까. 음, 고마워…… 야? 송현준?”

수줍게 말을 꺼내던 김채아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괜찮아!? 얼굴이 하얘!”

앉은 채로도 휘청였던 몸의 중심을 잡고, 애써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아, 아니야. 오늘 좀 무리했나 봐.”

“혼자 갈 수 있겠어? 일단 훈련 장비는 내가 챙길게. 앉아서 쉬고 있어.”

“음…… 고마워.”

거절하지 않고 그대로 앉아서 김채아가 짐을 챙기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가끔 전생들을 너무 떠올리면 현기증이 날 때가 있었다. 쉬면 금방 회복된다.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금방 회복된 몸을 일으켜 걱정하는 김채아에게 가방을 받았다.

김채아가 우리 집까지 데려다준다고 했지만, 극구 사양해서 혼자 집에 갈 수 있었다.

* * *

“채아야? 김채아?”

“……응? 나 불렀어?”

“너 오늘 이상해.”

-주변 눈치를 보면 가짜 친구밖에 안 생겨. 자연스럽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해.

송현준이 해준 말이 자꾸 떠올라서, 김채아는 수업 내내 집중하지 못했다.

“방금도 선생님께 멍하니 있다고 혼났잖아.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으…… 없는 건 아닌데. 있는 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아니,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그으래?”

김채아의 짝꿍이자 어울려 다니는 무리 중 하나인 정은영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김채아가 고개를 돌리자 정은영은 재빨리 표정을 지웠다.

“무슨 일인데?”

“그게, 음…… 은영아. 너 그, 책, 많이 읽잖아.”

“응.”

“……그럼 잘 알겠네?”

정은영은 뭘? 이라고 묻는 하수가 아니었다.

그녀는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그래서 키도 크고 멋지고 무난하게 잘 맞춰주는 김채아가, 가끔 이런 맹한 면도 있다는 걸 진작 파악하고 있었다.

정은영은 김채아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었다. 겉으로만 친한 게 아니라 진짜로 친해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김채아는 주변과 잘 어울리긴 하지만, 뭔가 벽을 치고 있는 느낌이 있을 때가 많았다.

그렇기에 정은영은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음, 당연히 알지. 그러면, 수업 끝나고 애들 몰래 공원이라도 갈래?”

“정말? 그러면 내가 컵떡볶이 살게! 나 상담 좀 해줘.”

당연히 뭘 잘 안다는 건지 몰랐다. 책 얘기를 꺼내는 걸 보고 짐작해 볼 뿐. 정은영이 주로 읽는 책은 소설이었다. 특히 로맨스 소설들. 그렇다면 최소 인간관계 얘기에서 연애 얘기가 아닐까?

생각이 커질수록 정은영은 설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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