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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인드 축구천재-49화 (45/173)

리마인드 축구천재 49화

다들 익숙하게 론도를 해냈다. 로베르토는 오랜만이라면서 재미있게 했다. 어릴 때 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형들과 김채아의 신뢰도가 한 단계 더 효과음을 들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론도가 끝난 후 김지혁이 물었다.

“오늘도 그렇게 할 거야?”

“네.”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맞아. 축구 도사 같다니까. 이번에는 무슨 포지션으로 할 건데?”

그리고 그 후에는 킥인 연습에 앞서 김지혁, 로베르토와 짝을 이뤄 팀을 짰다.

풋살대회가 다가올수록 모의 경기에서 적 팀으로 형들과 김채아를 단련시켜 줄 때가 더 많았다.

우리 팀과의 호흡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즉석에서 들어가도 금세 호흡을 맞춰줄 수 있었다.

김채아와 형들이 내게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이민우의 팀이나 강원도의 팀을 더 잘 막을 수 있게 되는 게 중요해서 내린 선택이었다.

친선경기를 할 때도 수시로 적 팀으로 뛰기도 했다.

“저한테 패스해 주세요.”

“알겠어.”

김지혁은 대답하고 로베르토는 고개만 끄덕였다.

김채아를 비롯한 상대팀에 위치한 동료들이 진지한 표정을 하는 게 보였다.

김지혁은 중앙선에 멈춰둔 공을 내게 패스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중앙선을 조금 지나서 바로 슈팅했다.

뻐엉.

시원한 소리와 함께 정확히 골대 구석으로 슈팅이 날아갔다.

턱.

공이 이승진의 손에 맞고 둔탁하게 튕겨 나가는 소리에 나는 만족했다.

풋살에서는 이런 패턴의 초고속 공격도 있을 수 있었다. 실력이 뛰어난 팀일수록 풋살만의 장점을 잘 살리는 법이다. 파라 패스는 그런 것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런 방식으로 다양한 패턴으로 공격을 해왔기 때문에, 이승진은 별 무리 없이 안전하게 슈팅을 막아내고, 바닥에 한 번 튀긴 후 공을 잡았다.

“좋아요!”

이승진은 진지한 얼굴이었다.

다시 공을 달라고 할 필요도 없이 이승진은 단 한 번에 공을 내게 던져줬다. 이것도 따로 연습한 기술이었다.

골 클리어런스 상황에서 골키퍼의 손으로 롱패스, 이어서 바로 슛 패턴도 풋살에서만 가능한 기예이자 필살기니까.

물론 지금은 받은 공으로 다시 이승진을 향해 공격해야 했다.

이번에는 김채아 쪽으로 드리블해 들어가며 김채아를 상대로 일대일 돌파를 시도하며 훈련을 시작했다.

* * *

“여기 김밥 맛있는데?”

“그렇죠?”

오전 훈련을 마친 후에는 점심을 먹었다. 로베르토는 점심 약속이 있다면서 떠났다.

솔직히 김채아뿐만 아니라 형들도 정말 열심히 하고 있었다.

김채아에 비해 신경을 덜 써줘서 미안한 것도 있었기에 훈련도 최선을 다해서 하고, 점심도 맛있는 걸 샀다.

몇 년 뒤에 방송을 타고 대박이 날 김밥집인데 조기축구 전에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차를 타고 가서 사 온 맛집이다.

“한 시간 정도 쉬자.”

김지혁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나는 이승진, 김채아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너는 키만 작지, 못하는 게 없는 거 같다.”

“키도 더 클 거거든요.”

“에이, 그러면 반칙이지. 키까지 넘보지 말라고.”

아쉽게도 난 나중에 185㎝까지 클 예정이다. 제발 이번 인생에서도 이상 없이 그래야 한다.

“월, 화, 수가 기말고사라고 했지? 우리랑 똑같아서 다행이네.”

“네.”

“점심 먹자마자 쭉 연습할 수 있겠네. 개좋네.”

“에휴…….”

김지혁이 한숨을 쉬었다. 김지혁은 아쉽게도 야구부 때문에 중간마다 잠깐씩만 들르기로 했다.

우리는 낮잠을 자기도 하고,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하며 한 시간 동안 소화를 시켰다.

그리고 오후 훈련을 시작했다.

“이번엔 제가 골키퍼 볼게요. 다양하게 슛해보세요.”

그렇게 한 시간 넘게 훈련했을 때, 운동장 스탠드에 익숙한 얼굴들이 나타났다.

훈련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나나 형들, 김채아 조차 멈추게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얘들아!”

바로 우리의 부모님들이었다.

나는 부모님들 사이에서 어머니의 얼굴을 발견하고 멍해졌다.

형들과 김채아도 당황스러운 건 매한가지인 모양이었다.

우리는 일단 다 같이 손을 흔들었다.

* * *

“우리 딸 잘하네!”

김채아는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잠깐 숙였다가,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금세 깨닫고 고개를 들었다.

부모님들은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서 훈련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오빠들이나 송현준도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더니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기 시작했다. 조금 힘이 들어가서 실수도 나왔지만 다들 금세 적응했다.

“송현준!”

이번에는 김채아와 송현준이 합을 맞춰서 공격을 하고 나머지가 모여서 수비를 하고 있었다.

송현준은 김채아에게 다시 패스를 돌려주면서 대각선으로 뛰었고, 김채아는 파라 패스로 송현준에게 넘겨줬다. 송현준은 측면에서 공을 잡자마자 강하게 바로 슈팅했다.

“와아아아!”

“우리 아들 최고다!”

김채아는 송현준의 어머니를 본 적 있었다. 김채아의 어머니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송현준의 어머니는 기쁜 듯이 양팔을 들고 있었다.

송현준도 장난스럽게 손을 흔들어줬다. 송현준의 이런 면모는 은근히 신선하면서도 좋았다.

“나이스 패스.”

“응.”

송현준과 김채아는 이번에는 다른 패턴을 시험해 보자고 얘기하고 다시 훈련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우리 딸! 이번에는 골 넣자!”

아버지의 목소리에 김채아는 작게 웃었다.

김채아는 부모님들끼리 모임을 가진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대회가 서울에서 열리다 보니 교통, 숙박 문제 때문에 송현준과 오빠들과 이야기를 나눴었고, 각자 부모님들에게 얘기했다.

그리고 서로 연락하시더니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해 주셨다.

오늘은 깜짝 파티로 찾아와서 자식들 훈련하는 것도 구경하고, 고기도 사주시려고 오셨다고 했다.

고기, 고기를 생각하니 입에 군침이 돌았다.

김채아는 훈련에 더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다.

고기에 정신이 쏠리긴 했지만, 부모님들 앞이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현준이 그때 해준 말이 맞긴 맞는다고 생각했다.

“김채아, 집중해.”

송현준이 부모님들의 눈치를 보는지 작게 말했다.

“아, 미안.”

“응. 열심히 하자고.”

* * *

“다들 고생했다! 얼마든지 먹어도 된다!”

이승진의 아버지가 호탕하게 외쳤다.

김채아와 풋살 멤버들, 그리고 부모님들은 고깃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머머, 내 눈치 좀 봐. 둘이 같이 앉아야지!”

“엄마…… 좀.”

김채아의 어머니가 벌떡 일어나더니 김채아의 자리를 빼앗으며 김채아를 옆으로 밀어냈다.

솔직히 힘으로는 전혀 밀리지 않았지만, 김채아는 어머니를 밀어내기도 뭐하고 옆에 앉고 싶기도 했기에 싫은 척 송현준의 옆자리에 앉았다.

송현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어색하게 웃으며 자기 앞에 있는 송현준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아빠도 알고 있었던 거예요?”

“응. 비밀로 하라고 내가 신신당부했지.”

“아빠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게, 너희 아빠도 너 훈련하는 거 보고 싶다고 그러더라. 근데 어쩔 수 있나. 직장에서 부르면 가야지.”

“그렇죠.”

“근데, 역시 엄마 앞보다 채아 옆에 앉는 게 좋지?”

“엄마…….”

송현준이 눈을 흘겼다. 그리고 김채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김채아도 송현준을 보고 있었기에 눈이 마주쳤고, 둘은 잠시 서로를 보다가 고개를 홱 앞으로 돌렸다.

“어머 어머.”

“재미있어라.”

송현준의 어머니와 김채아의 어머니는 둘의 앞에 나란히 앉아서 입을 가리며 웃었다.

송현준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인지 집게를 잡았다.

“고기는 제가 구울게요.”

“내가 구울 건데?”

“아뇨. 제가 구울래요.”

송현준은 능숙하게 고기를 집어서 송현준 가족의 테이블의 고기를 구웠다. 그리고 김채아 테이블은 김채아의 아버지가 고기를 구웠다.

“어머, 현준이는 고기도 잘 굽네.”

다른 얘기를 하던 김채아의 어머니가 송현준이 고기를 굽는 솜씨를 보고는 그렇게 한마디 했다. 김채아가 보기에도 송현준은 몹시 능숙해 보였다. 못하는 게 대체 뭘까.

“한 잔 받아라.”

조용히 있던 김채아의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며 사이다를 들었다.

그런데, 송현준이 소주잔을 쥐었다.

“?”

김채아의 아버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 송현준도 당황하는 것처럼 보였다.

“……왜 음료수 잔을 안 잡고 소주잔을 잡지?”

김채아의 아버지가 기회라는 듯 물었다.

“아하하, 빨리 받으려다가 급하게 잡았다가 잘못 잡았어요.”

“그렇다잖아요. 여보.”

“맞아요.”

송현준의 변명에 김채아와 어머니가 김채아의 아버지를 협공했다.

김채아의 아버지는 서러운 얼굴을 하며 제대로 잔을 찾아온 송현준에게 사이다를 따라줬다.

그 모습을 보며 김채아와 송현준의 어머니는 웃었다.

“한 잔 받으시죠. 차 안 갖고 오셨죠?”

송현준은 김채아의 아버지도 신경을 써 줬다.

“이 거리에 뭔 차냐.”

“아빠.”

“딸이 무서워서 참. 근데 소주병도 잘 잡네?”

“아버지한테 술자리 예절은 배웠거든요.”

“그래?”

송현준은 깔끔하게 김채아 아버지에게 소주를 따라줬다. 김채아의 아버지는 의외라는 얼굴을 하다가 한 번에 술을 비우고, 다시 잔을 내밀었다. 송현준은 군말 없이 잔을 채워놓았다.

“잘 따르는구만.”

김채아의 아버지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잔을 내려놓았다.

“감사합니다.”

송현준은 적당히 예의 있게 인사했다.

김채아는 자기 아버지와 송현준이 대화하는 모습이 몹시 자연스럽다고 느꼈다.

나중에 같이 살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아니 아니.

김채아는 머릿속으로 망상을 하다가 어제 송현준이 해줬던 말을 떠올렸다.

네가 열심히 하는 건 전부 지켜봤다. 무슨 결과든 자신은 실망하지 않는다. 자기는 좋아하는 사람이 실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 더 열심히 할 수 있다.

지나가듯 넘겼었지만, 그때 심장이 쿵 했었다. 얘기를 종합해 본다면…… 김채아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막으려고 고기를 먹었다. 고기가 정말 달콤했다.

송현준은 같이 있으면 너무 좋고, 부모님들과 같이 있어도 자연스럽고.

무엇보다 자신을 발전하게 도와주는 사람이다.

자기가 송현준을 좋아하는 건 이미 자각하고 있었다. 이제 그다음 단계를 밟자고 김채아는 어제 결심했다.

다만, 당당하게 되었을 때 고백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걸 송현준의 목표인 4강에 도움을 주고 할 생각이었다.

* * *

하나 여자중학교, 줄여서 하나 여중 행정실에는 평소처럼 전화가 한 통 왔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직원이 자리에없었다는 점이다.

막 나가려던 직원은 전화기를 들까 말까 몇 초간 고민하다가 상사의 눈초리에 어쩔 수 없이 전화기를 들어야 했다.

“네~ 하나 여자중학교 행정실입니다.”

-안녕하세요. 배구부 일정 문의차 연락했습니다.

“배구부요?”

오늘 점심은 동네에서 인기 많은 오징어볶음 집에 가기로 했었기에 직원은 초조했다. 상사 또한 직원에게 빨리 용건 마무리하고 전화를 끊으라고 손짓으로 재촉하고 있었다. 애초에 전화를 안 받았으면 될 걸, 직원은 불만스러웠지만 빨리 용건을 끝내주기로 했다.

-네, 이번 주 주말에 훈련하나요?

“음…… 토요일에는 훈련이 있고, 일요일에는 감독님이 친구분 만난다고 서울에 가셔서 없어요.”

-그렇습니까.

“근데 누구신데요?”

상사가 빨리 끊으라고 손짓했지만, 가끔 중요한 사람에게서 전화가 오는 경우가 있기에 확인은 해둬야 했다.

배구 감독님은 워낙 불같고 철저한 사람이라 이런 걸 빼먹었다가는 혼쭐이 났기 때문이었다.

-아, 다른 학교 배구부 감독인데 친선경기 잡기 전에 일정 좀 물어보려고 전화했어요. 다음에 다시 전화할게요.

“네, 그래서 어디…… 아이 씨, 끊었네.”

직원이 투덜거리자 그녀를 지켜보던 상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웃었다.

“운동하는 사람 중에 말 짧은 사람들이 많잖아.”

“그건 그래요. 아오, 이런 거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건데. 나중에 얘기 안 해주셨다고 감독님이 뭐라고 하는 거 아닌지 몰라.”

“밥이나 빨리 먹으러 가자고. 이러다 자리 다 차겠어.”

“아! 오징어볶음! 다 뒤졌다!”

직원은 환하게 웃으며 방금 받은 전화는 금세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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