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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인드 축구천재-101화 (82/173)

리마인드 축구천재 101화

이민우는 어떻게 된 거냐는 눈빛을 내게 보냈다.

일단 시선을 피했다.

이민우가 고개를 쭉 빼면서까지 나한테 눈빛을 쐈다.

김채아와 시선을 교환하고, 요약해서 설명해 줬다.

“김채아랑은 내일이나 오늘 저녁에 보려고 했거든, 근데 네가 곧 브라질 간다고 하니까 송별회 해주겠다고 반드시 점심 때 같이 만나야겠대.”

이민우를 놀려먹겠다는 다른 목적도 있었지만, 방금 말한 것도 사실이었기에 나는 당당했다.

“감동이지?”

설명이 끝나자마자 김채아가 으쓱했다.

감수성이 풍부한 녀석답게 이민우는 저번에 김채아가 무서운 눈을 했다는 얘길 한 걸 싹 잊었나 보다. 얼굴에 감동이 차오르는 게 대놓고 보였다.

“어! 감동이야.”

“좋아, 그럼 가자. 예약시간 다 됐어.”

“예약? 어디 가는데?”

이민우의 물음에 김채아가 입맛을 다셨다. 이민우의 송별회를 간단하게 해준다는 건 진실이었지만, 사실 김채아가 더 큰 리액션을 보인 건 이 가게에 간다는 얘길 들은 후였다.

우리는 금세 목적지에 도착했다.

유명한 프랜차이즈 업체다 보니 시내에서도 좋은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피자킹>

2020년대에도 꾸준히 잘나가는…… 비싸긴 하지만 토핑이 아주 많기로 소문난 피자집이다.

프랜차이즈 피자점으로 평범한 학생들의 용돈으로 가긴 애매한 가게였다. 패밀리 레스토랑과 큰 가격 차이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에게는 매달 후원으로 받는 용돈이 있었다.

송별 겸, 김채아와 식사 겸이라는 핑계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중학생 몸으로 꼭 한번 먹어두고 싶었다.

중학생의 몸은 같은 음식을 먹어도 훨씬 더 맛있게 느끼기 때문이었다.

“오…… 저번에 아빠가 비싸다고 안 간 곳인데. 괜찮겠어?”

“당연하지. 내가 쏜다고 했잖아.”

이민우는 탄성을 지르고 기분이 좋은지 활짝 웃었다.

“그렇게 먹고 싶었냐.”

“츱, 아니거든.”

문을 열기도 전부터 풍기는 고소하고 자극적인 치즈 냄새를 눈을 감고 음미하던 김채아가 정색했다.

몇 마디 더 듣기 전에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송현준으로 예약했어요. 세 명이요.”

예약할 때 시간이랑 피자 종류도 정해놨기에 자리에 앉고, 음료수를 받고 한 모금 들이켜자마자 피자가 세 판 나왔다.

“오오.”

“맛있겠다…….”

김채아가 몽롱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바람에 웃었다. 내가 웃든 말든 멍하니 보는 게 더 재미있었다.

김채아와 이민우가 날 바라봤다. 둘이 원하는 말을 해줬다.

“마음껏 먹어.”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둘은 피자를 허겁지겁 해치우기 시작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양은 충분했지만, 빨리 먹고 싶었다.

우리 셋 모두 운동부에 성장기다.

계산대에 있는 사장님은 아까 내게 ‘세 판이나 시켰는데 먹을 수 있어?’라고 물어보셨지만, 우리가 3분 정도 먹는 모습을 보더니 이제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렇게 절반쯤 먹어서 식욕을 어느 정도 채운 후에야 우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민우와 나의 대화였다.

“브라질 가면 유소년 팀부터 시작한다고 했지?”

“응, 나 어릴 때 가르쳐 주시던 분이 U-18 팀 감독으로 올라갔다고 하더라.”

“올, U-18부터 시작하는 거야? 대단한데?”

“금방 프로팀까지 갈 건데 뭘.”

신기했다. 축구를 해본 것도 아닌데 이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

오만하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서 이민우가 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이민우의 말대로 충분히 될 거 같았으니까.

많은 전생을 거치며 본 성공할 유망주들의 특징이 이민우에게서 많이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더 대단해질 것 같았다.

“목표가 뭐냐?”

순수하게 궁금했다. 전생에서 항상 풋살 국가대표였던 사람이 11대 11 축구에 도전하는 거였으니까, 이민우와는 앞으로도 꾸준히 연락하면서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첫 목표는…… 국가대표팀에 들어가는 거야.”

“뭐? 브라질 국가대표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유럽에서 잘나가는 리그 가는 것보다 어려울 거 같은데.”

“어렵다고 하긴 하던데 못할 것 같지는 않은데.”

“허…… 다음은?”

“국가대표가 된 다음은…… 생각해 본 적 없어. 아마 유럽으로 가지 않을까? 난 외국어를 잘하는 편이니까.”

유럽 유소년 축구에서는 어릴 때 11대 11을 시키는 게 아니라 5대 5, 7대, 7 같은 소규모 축구를 하기도 한다. 풋살 위주로 했다는 게 큰 장벽은 아니었다.

아직 어리기도 했고, 훈련법이 틀린 것도 아니니.

오래전 전생에서는 나보다 잘할 것 같은 선수를 보면 불안해지고 그랬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조차도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승리했을 때의 기쁨을 증폭시켜 준다는 사실을 알아서 오히려 즐거웠다.

“그래, 잘해봐라. 메일은 바꾸지 말고.”

“당연하지. 네 소식도 가끔 보내줘. 아무리 인터넷이 좋다지만 대륙이 다르니까 안 될지도 모르잖아?”

“좋아.”

훈훈한 대화를 마치니 옆에서 열심히 피자를 먹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김채아는 얘기도 안 하고 먹고 있었다. 중간에 한마디 하긴 했다.

‘전지훈련 동안 물 다 빠진 껌 같은 음식만 먹느라 죽는 줄 알았는데…… 행복해서 미쳐 버릴 것 같아…… 고마워 송현준…….’

너무 불쌍해 보여서 놀리지도 못했다. 많이 먹으라고 말해줬더니 정말 열성적으로 먹고 있다.

그때, 나와 마찬가지로 김채아를 빤히 바라보던 이민우가 퉁명스럽게 한마디 했다.

“너 사실 이거 먹으러 온 거지.”

아까의 감동은 다 빠져 있는 상태였다.

김채아는 치즈크러스트 빵 테두리를 한입에 집어삼키고는 씩 웃었다.

“음음, 어떻게 알았어?”

“…….”

이민우가 상처 받은 얼굴을 했다.

김채아가 까르르 웃더니 날 바라보았다.

“농담인데. 슬슬 꺼내도 되지?”

“배 좀 찼어?”

“응.”

김채아가 들고 온 쇼핑백은 보통 쇼핑백보다 폭이 더 넓은 정사각형 형태였다.

왜냐면, 케이크가 들어 있는 쇼핑백이었기 때문이다.

남은 피자를 한 그릇에 모아놓고, 나머지 두 그릇을 정리해서 자리를 확보한 후에 케이크를 가운데에 올려놓았다.

“후후.”

큰 케이크는 아니었다.

사실 나는 밥 한 끼 먹고 인사하려고 했는데, 김채아가 먼저 제안해서 괜찮다고 하니까 자기가 케이크를 사오겠다고 한 거다.

사장님에게도 미리 양해를 구해놨기에 피자집에서 케이크를 올려놔도 별말을 안 하셨다. 오히려 아까부터 우리를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게 괜히 신경 쓰였다.

“……어어?”

“케이크야. 송별회라길래 내가 사 온다고 했지.”

이민우는 방금 삐졌던 걸 또 잊어버렸다. 어느새 눈이 그렁그렁 해졌다.

“……너희 둘 다 좋은 친구야…… 브라질 가도 연락할게.”

그때였다.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직원들이 갑자기 고깔모자를 쓰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피자를 먹던 다른 손님들도 엉겁결에 따라서 손뼉을 치고 있었다.

“?”

“?”

“?”

셋 다 당황해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사장님이 날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여전히 흐뭇한 얼굴인 채다. 저 사람이 범인이구나.

둘에게 손짓해서 테이블 중앙으로 귀를 모았다.

“그냥…… 생일인 걸로 하자. 아니라고 하면 큰일 나겠다.”

다른 테이블에 들리지 않게 작게 말했다. 슬슬 상황을 파악한 둘은 내 말을 듣고 실소했다. 이어서 우리는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민우는 생일 축하를 받는 척을 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와아아아아아!”

가게가 시끌벅적했다.

이민우는 노래가 끝나자마자 주변에 손을 흔들며 감사합니다, 를 외쳤다. 나와 김채아는 웃음을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그리고 계산까지 마치고, 여전히 흐뭇한 얼굴의 사장님에게 인사를 드린 뒤 밖에 나온 우리는.

“생일인 척하자는 게 뭐야!”

“거기서 어떻게 해.”

“하하하하.”

“뭐야 이게.”

우리끼리 낄낄거리면서 웃었다.

* * *

이민우, 김채아와 함께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떡볶이를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오락실에서 놀다가 스티커사진을 찍었다.

이민우는 자기 학교 친구들을 만나야 한다면서 먼저 떠났다.

그러다 보니 저녁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김채아와 나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면서 잡담을 나눴다.

“그때 스파이크 스텝 연습하라고 했잖아. 마지막 날까지 매일 했어…….”

“기본기는 중요하지. 근데 한 경기는 뛰었을 거 같은데?”

전생의 정보를 토대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었다.

“어? 어떻게 알았어?”

“풋살장에서 본 그 감독님은 그렇게 나쁜 사람 같진 않았거든. 열심히 했으니까 보상 겸 확인 겸 뛰어보라고 했을 거 같아서?”

“오올. 똑똑한데.”

“그래서 어땠어?”

김채아는 양손을 허리에 짚으며 우쭐거렸다.

“당연히 잘했지. 이대로 계속 연습하면 내년에는 주전 자리 차지할지도?”

전생의 정보대로라면 그냥 2학기 시작하자마자 주전이다. 그 사실을 휴가 끝나고서야 알게 되지만.

그런 즐거움은 김채아에게 맡기고, 김채아를 칭찬해 주는데에 집중했다.

“역시 만능 스포츠인.”

“후후.”

김채아는 즐거워하다가 내게 물었다.

“너는 어땠어? 표정 좋은데.”

“재미있었지. 전국대회 8강 이상 되는 팀들이랑 친선경기도 많이 치렀거든.”

“정말? 어떻게 됐는데?”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고.”

“대단한 거 아니야? 오빠가 너네 축구부 주장이었던 사람이랑 친한데 최근에 예선도 통과 못 했다며.”

“아, 태신 선배?”

“그랬던 거 같네.”

“태신 선배랑도 호흡 잘 맞지. 아무튼, 괜찮게 했어. 네가 주전 먹는 거면 나는 전국대회 우승할 거 같은데?”

“오오.”

추임새를 넣던 김채아가 날 빤히 보다가 갑자기 눈을 가늘게 떴다.

“근데 너, 풋살 할 때보다 밝아진 거 같다?”

“응? 그런가?”

김채아가 왠지 모르게 싸늘하게 들리는 말투로 빠르게 말했다.

“너 설마 우리가 너무 못해서 풋살 하는 내내 표정이 썩어 있었던 거야!?”

“뭐? 아니지. 풋살도 재미있…….”

다급히 변명하려고 하는데 김채아가 입을 가리고 초승달 모양의 눈을 한 채로 웃고 있었다.

놀림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개를 홱 돌렸다.

“야야, 장난이야.”

“어~.”

“다음 학기 때 내가 밥 살게.”

“콜.”

“금방 풀리네.”

“사실 안 삐졌어.”

“그래? 정말?”

김채아가 날 놀리듯 말했다. 재미있었기에 냅 뒀다.

그렇게 걷다 보니 우리 동네로 향하는 버스가 오는 게 보였다. 버스정류장은 코앞에 있었다.

난 김채아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럼 먼저 가.”

“응? 왜? 같이 가는 거 아니야?”

“후원해 주시는 분이 오늘 아침에 저녁에 만날 수 있냐고 물어보셔서. 원래 내일이었는데 갑자기 일정이 생겼네.”

“아.”

김채아는 눈에 띄게 아쉬워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윤태상도 기다리고 있을 테고, 해야만 하는 일이었으니까.

“또 보자.”

아쉬울 때는 이 말이 최고다.

“되게 바쁘네.”

김채아는 조금 투덜댔지만, 표정은 다시 밝아졌다.

김채아가 손을 흔들면서 버스로 달려갔다.

“그럼 다음에 봐! 연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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