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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인드 축구천재-118화 (99/173)

리마인드 축구천재 118화

축구부원들의 칭찬을 들으면서 웃다가 다시 신영 중학교의 골대를 바라보았다. 공현성은 얼마나 놀란 건지 아직 공도 못 잡고 있었다.

체육대회 때 지상준을 훈련 시키면서 한 말은 공현성에게도 유효하다. 초보 골키퍼의 실력을 급상승시키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슈팅을 다양한 패턴으로 실전에서 접해보는 게 가장 효과가 좋다.

정신이 번쩍 들 수준의 충격적이고 수준 높은 슈팅 한번 보면 한 스텝 성장할지도 모르는 게 골키퍼다. 공현성은 지금 성장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오늘 경기는 40분, 40분 해서 종 80분짜리.

추가시간은 없고, 전반전 남은 시간은 15분 정도다. 슬슬 무릎이 아렸기에 전반전이 끝나면 교체되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시간은 충분했다.

최대한 다양한 패턴으로 공현성에게 충격을 줄 것이다.

가까이는 또 다른 친선경기에서, 그다음으로는 지역대회 예선에서 또 만날 그가 이번 경기 이후로 성장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내 첫 월드컵부터 마지막 월드컵까지 어쩌면 주전으로 어쩌면 후보로라도 월드컵 엔트리에 들어가야만 하는 친구니까.

그리고, 오랜만에 이 기분을 느끼게 해준 공현성에게 보답해 줘야겠다는 생각도 컸다.

“왜 멍 때려!”

“얘도 자기가 차 놓고 놀란 거 아니야?”

“뽀록이지! 뽀록!”

“우연이 틀림없다!”

축구부원들도 골에 전율이 일었는지 날 툭툭 치고, 어깨도 치고, 등을 세게 때렸다.

근데 방금 등은 좀 아프다. 주먹으로 친 거 같은데. 고개를 돌리니 티알이 신난 얼굴을 하다가 굳었다.

“티알 딱 봤다.”

“헉.”

“너 죽었어.”

“아니.”

티알을 뒤로하고 다른 축구부원들에게 말했다.

“다들, 경기해야죠. 제가 계속 중심 잡아줄 테니까 더 적극적으로 해봐요. 잊지 마요. 이거 친선경기고 더 적극적으로 해야 돼요.”

“좋아. 고맙다.”

윤태상이 굳게 다짐한 얼굴로 힘차게 대답했다.

골을 넣었으니 분위기는 다시 우리 쪽으로 올 거다. 골을 축하한 축구부원들이 자기 자리로 가기 위해 흩어졌다.

나도 진영으로 돌아가야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꺄아아악!>

아직도 운동장 스탠드에서 간헐적으로 환호성이 나왔다. 고개를 돌리니 환호성이 더 커졌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 하나가 보였다. 김채아의 친구 김혜진이었다. 김혜진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아차 했다.

골을 넣으면 내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그리고 관중에게 보답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걸 순간 잊었다.

나는 스탠드를 향해서 한 손을 머리 위로 크게 흔들며 감사를 표했다.

약소하지만, 골 세레머니다.

<와아아아아!>

함성이 더 커졌다.

세레머니는 거창할 필요가 없다.

골을 넣었다. 나는 기쁘다. 그리고 이 골은 너희의 응원 덕분이다.

그렇게 교류하는 기분이 드는 게 핵심이다. 정말 즐거운 순간이다.

물론 나도 거창한 세레머니를 좋아하긴 한다. 백 덤블링도 할 수 있다. 그러면 더 좋아할 거다. 근데 백 덤블링을 친선경기에서 할 수는 없다. 싸우자고 시비 거는 거나 다름없는 행동이다.

근데 함성이 자꾸 커져서 뭐라도 더 해야 하나 싶은 기분이 들었다.

<송현준! 송현준! 송현준!>

그 순간 어떻게 알았는지 내 이름을 하나둘 부르더니 합창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걸로 충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들 즐거워하고 있는 게 얼굴에서 목소리에서 느껴졌으니까.

역시, 제대로 된 관중이 있는 경기에서 하는 축구는 재미있다.

* * *

“……현준! 송현준!”

“야, 야, 송현준이라고 하는 거야?”

“네, 송, 현, 준이요. 쟤 제 친구예요!”

사진부 선배의 물음에 스탠드에서 송현준의 이름을 외치던 송시환이 힘차게 대답했다. 송시환은 1학년 2반이고, 송현준, 박종혁, 지상준과 매번 모여서 떠드는 친구였다.

사진부 선배가 감탄하면서 말했다.

“정말? 쟤 대단하다. 아빠가 가끔 축구장에 끌고 가서 경기는 꽤 봤는데, 저런 슛은 처음 봤어. 그것도 연속으로…….”

사진부 선배는 박수를 치고 있었다. 둘의 대화를 듣던 다른 선배도 끼어들었다.

“쟤 근데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송시환이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체육대회 결승 때 교체로 나왔었어요.”

“아!”

“아! 걔구나. 뭔가…… 커졌네?”

다른 선배의 말에 송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학 지나고 보니까 갑자기 커져 있더라고요.”

“오…….”

감탄한 채로 말없이 송현준만 바라보던 사진부 선배가 중얼거렸다.

“쟤가 슈팅할 때 사진 한 장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 * *

사진부 학생들이 송현준에 관해 이야기하는 동안, 사진부 담당 정보윤 선생님과 방송부 담당 방장환 선생님은 스탠드 맨 앞에서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둘의 시선은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송현준을 따라가고 있었다.

“반응이…… 정말 좋네요?”

방장환의 말에 정보윤이 손뼉을 치며 공감했다.

“저도 모르게 점프까지 했다니까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정보 선생님인 정보윤은 컴퓨터실에 주로 머무른다. 또, 성격도 내성적인 편이었다. 동기면서 같은 여자인 신세연과 정미영 말고는 친한 선생님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정보윤에게 방장환은 대하기 어려운 선생님이었다. 방장환은 2학년 국어 선생님이었고, 나이도 스무 살 정도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정보윤의 원래 계획은 신문부 옆에서 친한 신세연과 잡담하면서 경기를 보는 거였다. 근데, 사진부원들이 대충 앉자고 하는 바람에 방장환 옆에서 경기를 보게 됐다.

불편했지만 옆에 앉았는데 대화는 해야 했기에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송현준이 첫 번째 슈팅을 하고 지금까지…… 송현준이 연속으로 보여준 경이로운 모습을 보며 함께 환호하고, 소리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방장환과 얘기하는 게 불편하지 않았다.

“감아 차는 슛은 흔한데…… 저렇게 멀리서 차서 넣는 건 처음 봤어요.”

덕분에 방장환이 농구 야구 축구…… 스포츠란 스포츠는 다 좋아한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저도요!”

힘차게 대답했던 정보윤이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저는 국가대표 경기만 보지만요…….”

“다들 그렇죠.”

방장환이 괜찮다는 듯 웃어줬다. 정보윤은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꼈다. 우연히 방장환과 마주쳐도 편하게 인사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기분이 좋아진 정보윤이 말했다.

“이사장님이 왜 그렇게 고집부렸는지 이해가 가네요.”

방장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장환은 이 학교에서 오래 있었던 만큼 이사장에 관해 잘 알았다. 운동도 좋아했기에 간혹 이사장과 함께 조기축구회에서 공을 차기도 했다. 아쉽게도 시기가 어긋나서 송현준과 공을 차진 못했지만.

“조기축구회에서도 얘기 많이 하더라고요.”

“뭐라고 했는데요?”

“축구부 애들이 대단하다고요. 특히, 저기 현준이가 대단하다고요. 이사장님은 좋아하는 조기축구회도 빼먹고 전지훈련에 구경 갈 정도로 열심이셨거든요. 왜 그런가 했더니…… 이제야 알겠네요.”

“아아…….”

“축구부가…… 쟤가 저런 걸 할 수 있다는 걸 알았겠죠. 아아! 생각할수록 아쉬워요.”

차분하던 방장환이 갑자기 소리를 질러 정보윤이 깜짝 놀랐다.

“왜요?”

“1학기 때 사회인 야구단 한다고 조기축구회에 빠졌었거든요. 근데, 현준이가 그때 조기축구회에 매주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저렇게 잘하는 애면 나중에 국가대표가 될지도 모르는데…… 공 한번 같이 차 봐야 했는데…….”

방장환은 아이처럼 아쉬워했다. 정보윤은 오히려 재밌어했다.

“소스가 많네요.”

“소스요?”

“네. 방송부도, 사진부도.”

정보윤은 턱을 괸 채로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경기는 재개됐고, 축구부원들은 다시 달리고 있었다.

정보윤의 말에 담긴 의미를 깨달은 방장환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맞네요. 할 게 많네요. 이사장님이 매번 스포츠 관련해서 뭐 하면 다 망했는데…… 이번은 좀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학생들도 반응이 아주 좋아요.”

“그쵸?”

둘은 뒤를 잠시 바라보았다. 선생님들이 자길 쳐다보건 말건 학생들은 경기를 보고 있었다.

“어어!?”

“선생님! 집중하세요!”

사진부 학생의 말에 정보윤은 앞을 바라보았다.

송현준이 후방에서 뿌린 긴 패스가 단 한 번에 상대 진영의 우측에 떨어졌다. 티알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하는 동남아 혼혈 학생이 공을 잡았다.

컴퓨터 수업 때 어수룩하지만 성실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런 티알이 진지한 얼굴로 양쪽 다리를 왔다 갔다 하더니 상대 수비수를 제쳐내고 달리기 시작했다.

“오오오!”

학생들과 함께 소리를 질렀다.

티알은 바로 크로스를 올렸고, 수비수와의 경합에서 승리한 노태신이 공에 머리를 갖다 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이번에도 큰 함성이 나왔다. 아까 끌어 올려진 분위기가 연결이 되고 있었다. 방장환과 함께 양손을 들고 소리를 지른 후, 정보윤이 말했다.

“좋네요!”

“그렇죠? 이게 동심인가…….”

“동심, 맞는 거 같아요. 기분 좋아요.”

정보윤을 보며 흐뭇하게 웃던 방장환이 말했다.

“그러면 가위바위보 하죠.”

“예? 갑자기요?”

방장환이 뒤쪽 학생들을 턱짓했다.

“방송부, 사진부 다 모여 있으니까 한 사람이 얘기하죠. 이사장님 얘기 따로 전달하면 귀찮잖아요.”

“아! 그럼 가위, 바위, 보!”

정보윤이 빠르게 말하고 손을 내밀었다. 당황한 방장환이 주먹을 내밀었다.

정보윤이 웃었다. 정보윤의 손은 보자기였다.

방장환이 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렇게 갑자기!”

“후후. 제가 이겼네요.”

십몇 분 만에 어색한 선생님에게 이런 장난을 칠 수 있게 된다는 건 정보윤에게 신기한 경험이었다.

정보윤은 이런 경기가 매주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긴 건 이긴 거다. 정보윤은 다시 한번 말했다.

“제가 이겼어요.”

“……에휴, 좋아요.”

방장환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방송부와 사진부 학생들 가운데에 섰다.

“얘들아, 경기 보면서 잠깐만 들어봐라. 사진부 학생들도.”

방장환은 물오른 분위기에서 이사장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다.

친선경기를 2주에 한 번 할 건데, 특별활동부에서 경기를 꾸며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예를 들면 우리 방송부에서는 경기 해설을 해도 되고, 경기 시작 전 프로그램을 구성해 봐도 좋겠지.”

“오오…….”

“재밌을 거 같아요!”

방장환이 사진부 쪽을 돌아봤다.

“사진부에서는 멋진 사진을 찍어서 경기 전에 전시할 수도 있겠지. 포스터는…… 정보윤 선생님? 사진부가 어디까지 하나요?”

“저희는 포토샵도 배우고 있어요.”

“그럼, 원한다면 포스터도 만들 수 있겠구나.”

방장환은 이어서 이번에는 잘 만들 필요 없다고, 특별활동 시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괜찮은데?”

“난 좋아. 재밌을 거 같아.”

“난 해설할래.”

방송부에서는 긍정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포토샵 제대로 하면 몇 시간으로는 안 되는데…….”

“적당히 하라잖아.”

“그래도 조잡한 걸 낼 수는 없지.”

사진부에서는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하는 건 정해진 것처럼 얘기하고 있었다.

방송부와 사진부뿐만이 아니었다. 운동장 스탠드 곳곳에서 다음 친선경기 준비에 관한 긍정적인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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