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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인드 축구천재-119화 (100/173)

리마인드 축구천재 119화

비슷한 시각, 신문부 학생들도 송현준과 축구부에 열광하고 있었다.

“와, 나 아직도 소름 돋아 있는 거 봐.”

“오? 진짜네? 이 정도면 병 아니야?”

“……비유가 그렇다는 거지! 비유가!”

화를 낸 신문부 3학년 학생, 추진구가 불평했다.

“해외 축구에서도 저런 장면 본 적 없어! 아까 저거 프로 축구에서 나왔으면 스포츠 신문 1면감이었을 거라고.”

추진구는 작년부터 밤과 새벽에만 중계해 주는 해외 축구 경기에 푹 빠져 있었다. 다만, 방송사에서 모든 경기를 틀어주는 게 아니었다. 중계할 경기를 고르는 건 방송사 마음대로였으니까.

그래서 추진구는 부족한 영어로 해외 축구에 관해 많은 정보를 긁어모으는 취미를 갖고 있었다.

“……프로 축구에서는 저렇게 못 하겠지. 상대 선수들이 바보도 아니고.”

“야! 자꾸 태클 걸래!”

“사실이잖아.”

추진구에게 자꾸 시비를 걸며 장난치는 3학년 학생의 이름은 양병구. 그는 추진구와 몹시 비슷한 취미를 갖고 있었다.

다만, 종목이 달랐다.

양병구는 야구를 좋아했다. 그리고 양병구는 야구 국내리그도 보러 다니면서 해외 경기의 자료를 모으는 거였다.

추진구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양병구는 그만 놀려야겠다고 생각하며 화제를 돌렸다.

“대단하긴 했어. 홈런인 공을 벽 타고 점프해서 받아낸 정도의 플레이잖아?”

“그치?”

추진구의 단순함에 양병구는 웃을 뻔하다가 참았다. 갑자기 화제를 돌려도 자기가 좋아하는 얘기를 하니 화났던 것도 까먹은 것처럼 보였다.

“응, 슈퍼 플레이지. 오! 오오!”

그때였다. 갑자기 주변의 환호성이 커져서 둘은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티알이 드리블 돌파로 수비수를 뚫어냈고, 막 크로스를 올렸다.

“어어어어! 골!!!”

이어지는 건, 크로스를 완벽하게 받아낸 노태신의 골.

종목이 다르지만 둘은 스포츠를 좋아했다. 둘은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잠시 후, 경기가 재개됐다.

추진구가 말했다.

“우리 축구부 되게 재밌게 잘한다.”

“그러게.”

둘은 방금 장면을 놓칠 뻔해서 그런지 눈을 경기장에 두고 잡담을 나눴다.

“경기 많이 보고 싶다. 중계 좀 많아졌으면, 해외 축구 중계 너무 들쭉날쭉해.”

추진구가 안타까워했다. 양병구가 기다렸다는 듯 바로 해법을 제시했다.

“그러니까 나처럼 야구 보러 가자니까. 아니면 축구 리그 보러 가든가~”

“축구 리그 보러 갔었는데…… 사람도 적고 서포터즈 분위기도 무서워서. 뭣보다 너무 멀어. 경기장은 멋있었는데.”

“그랬냐?”

양병구가 고개를 돌렸다. 추진구가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양병구는 추진구를 위로해야 하나 생각했다.

“근데 야구보단 재밌더라.”

“뭐?”

“야구는 지루하거든. 경기 하나에 너무 오래 걸리잖아.”

양병구가 눈을 부라리며 따졌다.

“축구도 지루하거든. 한 골도 안 나올 때 꾸벅꾸벅 졸았다니까?”

둘이 매번 서로를 장난스럽게 놀리는 레퍼토리였다. 축구와 야구, 다른 종목이고 장점도 단점도 다르다는 걸 둘은 잘 이해하고 있었다.

종목이 미묘하게 다른데 해외 스포츠 자료를 수집한다는 취미는 비슷했다.

그렇기에 둘은 친구였다.

아무렇지도 않게 다음 화제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축구부가 공을 천천히 패스하고 있었다. 공격이나 수비 장면이 나오지 않아 추진구는 지루해져서 또 잡담을 시작하기로 했다.

“내가 블로그 하나 알려줄까? 거기 축구랑 야구랑 다 다루는데.”

“진짜?”

“어, 영어로 된 데긴 한데.”

“아…… 진짜, 누가 번역 좀 안 해주나. 진짜 귀찮은데.”

“그래도 알려줘?”

“당연하지. 이따 사이트 적어줘. 주말에 보게.”

“오케이.”

이 둘처럼, 신문부원들이 여러 특별활동부 중에 굳이 신문부를 들어온 이유는 꼭 신문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분야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절반 이상이 그랬다. 둘의 한참 뒤에서 대화를 엿듣던 지상준의 친구 기자윤이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때, 추진구가 경기장 쪽을 턱짓하며 말했다.

“공모전 주제 저거 하면 안 되냐?”

“저거? 저게 뭔데?”

“스포츠 신문. 오늘 경기한 거 토대로 만들면 할 만해 보이는데.”

“오? 천잰데?”

양병구가 대답하기 무섭게 다른 2, 3학년들도 끼어들었다.

“그거 괜찮은데?”

“진구가 뭐라고 했는데?”

“이번 공모전 주제 스포츠 신문 어떠냐는데?”

“재밌을 거 같다.”

대부분 남학생들이 관심을 보였다.

덕분에 신문부 전체로 추진구의 아이디어가 퍼져 나갔다. 추진구는 당황하긴 했지만, 긍정적인 반응에 내심 뿌듯해졌다.

“뭔 스포츠 신문이야.”

그때, 남학생들의 반대편에 모여 앉아 있던 3학년 여자부원에게서 핀잔이 나왔다.

하지만 추진구는 자신에 차 있었다. 영국 스포츠 신문에 실렸다는 기사가 떠올랐다.

“너희들은 윤태상이었나? 그 축구부 주장 심층 인터뷰해서 실으면 되잖아.”

한 선수에 관한 인터뷰였다. 이 인터뷰는 여성잡지에도 추가로 실려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는 정보를 추진구는 알고 있었다.

여자부원이 반색했다.

“어?! 진짜? 그래도 되나?”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신문부에 쟤네랑 친한 애 있어?”

여자부원 사이에서 긍정적인 대화가 오고 가기 시작했다. 반응이 좋아서 추진구는 더 뿌듯해졌다.

마침, 맨 뒤에 앉아 있던 지상준이 목소리를 높였다.

“저기 뛰고 있는 친구 중에 네 명이 우리 반인데 물어볼까요?”

“오오! 역시 상준이!”

지상준은 신문부원들의 기분이나 분위기를 잘 맞춰주는 착한 후배였기에 선배들이 특히 좋아했다.

“누군데?”

“아까 그 슈팅한 애요. 송현준이랑…….”

“진짜?!”

이번에는 남자부원들도 반응을 보였다. 추진구도 지상준을 보고 있었다. 지상준은 뿌듯해져서 자랑하듯이 말했다.

“태상 선배도 그렇지만 쟤네 인터뷰할 거리도 좀 있어요. 현준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전국대회 득점왕 했다가 축구 그만두고 최근에 다시 시작했고요…….”

“그래? 자세히 얘기해 봐.”

여자부원들이 깊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스포츠 팬은 성별에 따라 성향이 다르다.

남자 팬이 멋진 플레이 같은 경기 그 자체에 몰입한다면, 여자 팬은 선수와 이야기에 더 비중을 두고 본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고 양쪽의 성향을 다 가진 팬들도 존재한다.

누가 옳고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성향이 그렇다는 얘기였다.

추진구를 비롯한 신문부원들은 그런 점을 모르면서도 양측 성별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의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근데 스포츠 신문에 인터뷰 써도 돼? 나 스포츠 신문 본 적 없는데.”

“나도.”

“우리가 얘기하는 거 다 해도 되는 거야?”

“그건 말이지! 음…… 어…….”

아는 분야가 나와 신이 난 추진구가 대답해 주려고 하다가 멈췄다.

생각해 보면 추진구는 스포츠 신문을 통째로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검색하다가 재밌어 보이는 주제의 기사가 있으면 번역하면서 모으는 게 다였다.

분명한 건, 그중 선수들에 관한 자세한 인터뷰는 많지 않았다.

“음…… 보통 누가 이겼고, 누가 졌고…… 골 넣어서 기분이 어떻고…… 이 정도가 인터뷰로 나오긴 하는데…… 아마…….”

자신 있게 말하고 싶지만, 추진구는 모르는 걸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추진구가 양병구를 바라봤지만, 양병구도 모르는지 고개를 저었다.

맨 뒤에 있던 지상준도 도와주고 싶어서 생각해 봤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스포츠 신문에 어떤 게 있을까, 고민하던 지상준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기자윤은 복잡한 얼굴로 신문부원들을 보고 있었다. 몇몇 선배들도 기자윤을 바라봤다.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갈등이 있긴 했지만, 불편할 뿐이지 미운 정도까지는 아니었으니까. 뭣보다 기자윤이 온갖 신문에 관심이 많고, 진심이라는 건 신문부원들도 다 알고 있었다.

지상준의 머릿속이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됐어요! 그냥 하지 마요!’

기자윤과 다른 신문부원들이 싸웠던 게 머릿속에 생생했다.

그때, 기자윤이 지상준을 봤다. 이어서 신문부원 전체를 훑어봤다.

침묵이 계속됐다.

“와아아아아!”

“가라!”

경기가 계속되고 있어서 주변이 시끌벅적했지만, 신문부만 조용했다.

지상준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신세연 선생님을 찾았다. 안 보인다. 대체 어디 가신 건지. 중재가 필요했다. 불안했다.

기자윤이 마지막으로 지상준을 보고, 신문부원들을 향해 시선을 돌리더니 입을 열었다.

“해도 돼요. 일간신문도 아니고 선수 개인에 대한 인터뷰는 가끔 나오는 형식의 기사예요. 스포츠 팬들은 선수들이 어떻게 사는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았는지 궁금해하거든요. 물론, 그런 기사보다는 경기 내용 자체에 관한 기사가 많긴 하고요.”

예전이지만 기자윤은 스포츠 신문의 구성에 대해서도 공부했었다.

“그래……?”

긍정적인 기자윤의 말에 추진구가 혼자 대답했다.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지상준은 화해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에 언제 끼어들지 고민을 했다. 지금 잘하면 기자윤도 함께 즐거운 신문부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끼어들어서 망치면 어쩌지 하는 고민도 함께 든다.

그래서 머뭇거리는데.

“스포츠 신문으로 정했나 보네! 좋지! 마침 잘됐다!”

신세연 선생님이 기다렸다는 듯 지상준의 뒤에서 나타났다.

신세연은 신문부원들 맨 앞으로 가서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사장님이 말이야, 너희들이 이 경기를 재밌게 본다면…….”

신세연이 이사장의 제안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축구부 친선경기를 토대로 각 부가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경기를 준비해 보자는 얘기를.

이어서 신세연은 공모전 주제까지도 정리해 줬다.

“공모전 주제를 ‘우리 학교 축구부 특집’으로 하면 되겠네. 스포츠 신문 양식으로 만들어서 다음 경기 날에 배포하면 많이 읽어줄 거 같고. 어때?”

“좋아요!”

“좋습니다!”

긍정적인 대답이 나왔다. 지상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기자윤이 갑자기 손을 들었다.

“자윤아? 왜?”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기자윤은 평소처럼 당당하지 않은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다 좋은데요…… 그러면 공모전에만 내는 게 아니라 우리 학교 학생들도 보게 되는 거예요……?”

기자윤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기자윤은 신문을 보는 것도 자료를 조사하는 것도 인터뷰를 하는 것도 기사를 쓰는 것도 좋아했다.

근데, 평가위원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신문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 사실을 눈치챈 지상준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동안 신세연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더니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다 같이 한 거니까 망해도 다 같이 분담하면 돼!”

지상준은 최근에 본 스포츠 만화에서 나오는 열혈 선생님과 신세연이 겹쳐 보인다고 생각했다.

“뭣보다 우리 신문부의 편집장은 바로 나! 내가 다 검수할 테니까 욕먹으면 다 내 탓이야.”

신세연은 허리에 양손을 댄 채로 신문부원들을 둘러보고 확실하게 제안했다.

“그러니까 얘들아. 내가 얘기한 대로 하자? 어때?”

“네!”

“좋아요!”

“좋습니다!”

추진구와 양병구, 지상준과 기자윤을 포함한 모두가 좋다고 대답했다.

신세연이 씩 웃었다.

“그럼 이제부터는 경기를 볼 때, 어떤 게 기삿거리가 될지 생각해 봐! 뭐든 상관없어! 웃긴 거라도 좋아!”

그렇게 말한 신세연이 다시 스탠드 위로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신세연의 말 덕분일까, 신문부 학생들은 서로 이야기를 하거나 말없이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들 진지한 얼굴이었다.

신세연의 완벽한 정리에 지상준은 감탄했다. 타이밍도 너무 좋았다. 우연이겠지? 라고 생각하며 지상준이 신세연을 바라봤다.

“……!”

신세연이 지상준을 향해 눈을 찡긋해 줬다.

그리고 지상준의 옆을 지나가서 사라졌다.

“역시 선생님은 선생님이구나…….”

“뭐가?”

기자윤의 물음에 지상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혼잣말이야. 근데 경기 어때? 아까 소리 지르던데.”

송현준이 골을 넣었을 때를 말하는 거였다. 기자윤은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질렀었다.

기자윤이 투덜댔다.

“분하긴 한데 멋있긴 했어. 소름 끼치더라.”

지상준은 또 한 번 뿌듯함을 느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같이 PC방에 다니던 친구가 그런 슛을 하다니. 생각할수록 신기했다.

기자윤이 물었다.

“역시 분하긴 하지만…… 송현준 쟤 슈팅 세 번 했을 때 소감이 어떤지 물어봐야 하거든. 경기에서 인상 깊은 장면에 관해 물어보는 기사는 꼭 들어 있어야 하니까. 그래서 그런데, 연결해 줄 수 있어?”

“당연하지.”

지상준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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