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인드 축구천재 140화
진현 중학교의 운동장에서는 1학년 축구부원들이 훈련 용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2, 3학년생들은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느긋하게 걷고 있었다.
그때, 진현 중학교 축구부의 감독 지상철이 운동장 구석에 위치한 컨테이너에서 나와서 외쳤다.
“집합! 집합!”
지상철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서려 있었다.
진현 중학교 축구부원들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운동장 구석으로 재빨리 모였다. 코치도 마찬가지였다.
축구부원들이 빠릿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지상철은 만족했다. 전국대회 일정 변경과 마지막 경기 상대를 보고 생겼던 짜증이 금세 사라졌다.
“얘들아, 전국대회 방식이 바뀌었다.”
“…….”
지상철은 자기가 얘기할 때 말이 끊기는 걸 안 좋아했다. 그렇기에 질문이나 대답도 좋아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몇 개월 지내다 보니 진현 중학교 축구부원들은 대답을 해야 할 때와 아닐 때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입을 다문 채로 자신을 쳐다보는 축구부원들을 보며 지상철은 또 한 번 만족했다.
자고로 축구를 비롯한 모든 운동부에는 규율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다다음 주 토요일부터 주변에 있는 중학교들이랑 리그 방식으로 경기한다. 리그 방식이 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다 고만고만한 팀이다. 한 경기라도 지기만 해봐라.”
진현 중학교는 대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팀이었다. 일 년에 세 번 열리는 전국대회에서도 한 번 이상은 8강 안에 들 정도로 전국으로 넓혀도 강호로 인정받는 팀이었다.
“특히 마지막 경기는…… 아니다, 됐다. 야, 코치. 네가 애들한테 보여줘. 애들도 상대는 알아야 할 거 아니야.”
“예!”
“그럼 부탁한다~ 저녁 먹고 훈련도 잊지 말고.”
“예!”
군기 잡힌 축구부원들의 태도에 걱정을 덜어낸 지상철은 손을 흔들면서 저녁 술 약속을 위해서 운동장 밖으로 나갔다.
껄렁거리며 걷는 지상철이 완전히 멀어진 걸 확인한 코치가 축구부원들에게 말했다.
“자, 불러주는 거 집중해서 들어라. 우리 조는 우리 포함해서 아홉 팀이고…… 여기서 일등 하면 전국대회 32강부터 시작하는 거다.”
지상철이 있을 때와는 다르게 축구부원들이 속닥이기 시작했다.
“오?”
“개좋은데.”
“조용!”
코치의 호통에 다시 축구부원들이 다시 조용해졌다.
“하나씩 불러준다. 첫 경기 상대는 신영 중학교…….”
코치는 같은 조에 속한 학교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기 시작했다. 축구부원들은 코치에게 언제 호통을 들었냐는 듯 다시 속삭이기 시작했다.
“처음 들어보는데.”
“어디야?”
“별거 없는 데일걸?”
그러건 말건 코치는 말을 계속했다.
“송일 중학교.”
“얘네 윙 엄청 빠름. 초등학교 때 같은 팀이었음.”
중학교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아는 게 있는 축구부원들이 한 마디씩 던졌다.
코치는 축구부원들의 반응을 무시하고 중학교들의 이름을 끝까지 불렀다.
“마지막 경기는 대영 중학교다. 일주일에 한 경기씩 있고, 보통 토요일에 하는데 일정에 따라서 일요일에 할 수도 있다. 그럼 공지 끝. 1학년들은 다시 정리 시작해라.”
“예!”
1학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2, 3학년 들은 전국대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중, 2학년 세 명은 대영 중학교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홍준서가 여유 있게 기지개를 켜면서 말했다.
“오랜만에 두식이 만나겠네.”
원래 정두식의 파트너로 중앙수비수에서 뛰었던 박상호가 섭섭함을 드러냈다.
“두식이 내 전화는 다 씹더라. 너무한 거 아니냐? 아무리 다른 학교 갔다지만 경기도 같이 뛰고 훈련도 같이하던 사인데.”
“두식이도 두식인데 범철이도 지난번에 시내에서 만나서 아는척했거든? 근데 엄청 어색해하더라. 축구부 얘기 좀 하다가 약속 있다고 가버리더라.”
이민재도 투덜거리면서 박상호의 말에 동조했다.
셋은 지상철이 대영 중학교에서 빼간 대영 중학교의 2학년 주전들이었다. 1학년들과 2학년 몇을 더 데려가긴 했지만, 주전으로 자리 잡은 건 이 셋뿐이었다. 나머지는 대영 중학교 때보다 더 어중간한 위치가 되었다.
홍준서가 물었다.
“범철이 요즘 주전으로는 뛴대?”
“어, 우리 나간 자리에 범철이랑 송현준이 들어갔대.”
“송현준? 걔 공격수 아니었나?”
“태신 선배한테 밀렸나 보지.”
이민재의 의견에 박상호가 끼어들었다.
“나 그러면 태신 선배 상대해야 하는 거냐? 그건 좀 빡셀 거 같은데.”
“잘하시긴 하지.”
“윤태상이도 여전할 테고.”
이들이 떠나올 때, 대영 중학교 축구부원들의 수준은 전체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노태신과 윤태상 둘만큼은 수준이 달랐다.
“여름방학 때 카페에서 대영 중 잘한다는 소문 잠깐 돌았었잖아.”
홍준서가 여름에 들었던 얘길 꺼냈다. 이들의 부모님들도 축부모 카페 회원들이었기에 대영 중이 잘한다는 정보를 듣자마자 그들에게 알려줬었다.
“그다음에 별말이 없잖아.”
“헛소문이었던 거 아니야?”
이민재와 박상호의 말에 홍준서가 확신에 차서 말했다.
“윤태상이랑 태신 선배 폼이 엄청 좋았던 거 같다.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돼.”
나머지 둘도 홍준서의 의견에 공감이 가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대영 중학교에 관한 글은 학기가 시작한 후에도 올라왔다.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휘경 중을 이겼으니까. 하지만, 대영 중학교에서 한 친선경기 축제는 전국대회와 연관 없는 일이다 보니 휘경 중학교가 진심으로 경기하지 않았을 거라는 반박 의견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묻힌 것이다.
“아무튼, 대영 중한테 지면 우리 큰일 난다. 아까 빠따 표정 봤지?”
여기 있는 세 명을 포함한 대영 중학교 출신만이 아까 지상철이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았는지 알고 있었다.
대영 중학교한테 지면 너희들을 죽여 버리겠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이곳에서도 지상철의 별명은 빠따였다. 처음에 진현 중학교에 있었던 축구부원들은 전학 온 축구부원들이 감독을 왜 빠따라고 부르는지 몰랐는데, 경기에서 지거나 훈련에서 실수를 저질렀을 때 나무 야구방망이로 엉덩이를 맞고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됐다.
그래서 모두가 그를 빠따라고 불렀다.
“호선이랑 진균이 있잖아. 우리가 받쳐주면 걔네가 잘하겠지.”
박상호가 그렇게 말하자 나머지 둘도 고개를 끄덕였다.
진현 중학교의 에이스는 1학년 두 명이었다.
조호선과 최진균. 조호선은 원래 윙이었는데 지상철은 윤태상을 썼던 것처럼 조호선을 쓰길 원해서 조호선의 포지션을 바꿨다.
그 과정에서 조호선이 혼나는 걸 많이 본 홍준서가 조심스럽게 반론을 제기했다.
“호선이 소심해서 잘하겠냐?”
조호선은 포지션 변경 과정에서 반론 하나 없이 지상철의 말을 따랐다. 혼날 때도 여러 번 운 적이 있을 만큼 마음도 여렸다.
“잘할 때는 태상이보다 낫잖아. 평균이 좀 별로라 그렇지. 그리고 진균이가 있잖아. 진균이 손백호상도 받은 미친놈이잖아.”
“그렇지, 진균이 생각하니까 밥 먹은 것처럼 든든하네.”
“지랄. 그래서 오늘 저녁 뭐냐?”
이들은 금세 대영 중학교에 대한 걱정은 잊고, 저녁 메뉴에 대해서 토론하기 시작했다.
* * *
신영 중학교의 축구부 감독, 김성민이 학교 건물에서 나오자마자 낙엽을 쓸고 있던 경비 할아버지에게 인사했다.
“어르신, 쉬는 날인데 고생하십니다.”
“어이구, 감독 아니야? 왜 출근했어? 어제 교직원 회식한다며.”
“직접 공문 확인하러 왔죠.”
김성민이 힘없이 종이 한 장을 펄럭였다. 오늘은 신영 중학교의 개교기념일. 학생도 선생님들도 집에서 쉬는 날이었다. 축구부도 휴가를 줬다.
하지만, 김성민은 어제 오전부터 출장 때문에 바깥에 있다가 바로 회식 자리에 합류했기에 전국대회 공문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학교에 와야 했다. 공문을 먼저 확인한 직원이 다다음 주부터 경기 시작이니 하는 헛소리를 했기 때문이었다.
헛소리는 사실이었지만.
“감독이 이렇게 열심히 하니까 축구부 애들도 열심히 하는 거지.”
“예?”
“저기, 운동장에 애들 봐.”
운동장과 주차장이 반대편에 있었기 때문에 김성민은 오늘 운동장을 처음 보는 거였다. 김성민은 운동장 전체를 볼 수 있는 스탠드 맨 윗단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먼저 차가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영 중학교는 4차선 도로 바로 옆의 작은 산 초입에 있었다. 때문에, 운동장 주변에는 공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아주 높은 철망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었고, 축구부 훈련을 하는 동안에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배경음처럼 들리곤 했다.
스탠드 맨 윗단에 도착한 김성민이 옅게 웃었다.
차들의 소리에 묻혀서 잘 몰랐는데 축구부원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휴가를 줬는데도 개인훈련을 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아이스크림이나 사줄까.”
지갑에 돈이 얼마나 있나 생각하며 김성민은 스탠드를 성큼성큼 내려가서 운동장에 도착했다.
김성민을 발견한 신영 중학교의 축구부 주장이 말했다.
“감독님!”
“이 시끼들, 오늘 휴가라니까 뭐 하는 거야?”
축구부원들은 김성민의 눈치를 보면서 주장의 어깨를 툭 쳤다. 주장이 대표로 말했다.
“그…… 어차피 집 가기는 애매하고 숙소에서 놀기도 애매해서…… 뭐라도 하려고…….”
“됐다 됐어. 휴가 날이니까 방해는 안 할 거다. 근데…… 너희들 밥은 먹었냐?”
지금은 오전 11시, 곧 배가 꺼질 시간이었다.
“한 시간 정도 뛰다가 대충 김밥 사 먹으려고 했습니다.”
이모님도 안 계셔서 어쩔 수가 없었다. 김성민은 아이스크림을 사주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그러면 안 되지. 자, 주장 받아라.”
“예?”
김성민의 핸드폰을 얼떨결에 받은 신영 중학교의 주장이 갸웃했다.
“기분이다. 자장면 사줄 테니까 배달시켜!”
“오오오오!”
“감독님!”
“번호는 알지?”
“네! 축구부실에 있으니까 당장 시키겠습니다.”
“그러든가. 근데 현성이는 어디 갔냐?”
감독 김성민뿐만 아니라 축구부 전원이 팀의 에이스로 생각하는 골키퍼, 공현성이 이곳에 보이지 않았다.
김성민은 실업 골키퍼 출신이었던 자신의 꿈을 대신 이뤄줄지도 모르는 공현성을 아꼈다.
공현성은 송현준도 인정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고, 그만큼 연습벌레였다.
그런데 그런 공현성이 안 보였다.
“화장실 갔냐?”
김성민은 공현성이 휴가 갔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현성이는 아까부터 저기 있습니다.”
주장이 가리키는 곳에는 울타리 옆의 큰 나무가 있었다.
“어디? 안 보이는데?”
“나무 뒤에 있습니다. 나무에 기댄 채로 명상하는 거 같았습니다.”
“그래? 아무튼, 숙소에 남아 있는 애들 것까지 다 시켜라. 나랑 현성이 것도. 알았지?”
전국대회 공지는 자장면을 다 먹은 후에 하자고 김성민은 생각했다.
“탕수육 시켜도 됩니까?”
활발한 부원의 물음에 축구부원들이 모두 김성민을 봤다.
김성민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기분이다. 4명에 대자 하나씩 시켜. 그 이상 시키면 죽는다.”
내 지갑이.
김성민은 마지막 말을 속으로 삼켰다. 순박하게 기뻐하는 축구부원들을 보면 지갑이 빈 만큼 뿌듯함이 채워지는 것 같았다.
김성민은 축구부원들을 지나 공현성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주장의 말대로 공현성은 큰 나무에 기댄 채로 울타리 밖을 보고 있었다. 눈의 방향을 보아하니 자동차들이 지나가고 있는 4차선 도로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현성아, 뭐하냐?”
공현성은 김성민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동체시력 훈련합니다.”
“동체시력?”
김성민은 개의치 않았다. 예의가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공현성은 원래 특이한 녀석이었다. 뭐 하나에 꽂히면 집중력이 남달랐다.
차가 한 대 지나가자 말이 없어졌던 공현성이 뒤늦게 대답했다.
“차 번호판이랑 차 안에 몇 명 있나 체크하고 있습니다.”
“……그거 도움 되는 거 맞냐? 차라리 내가 테니스공 던져줄까?”
“감사합니다. 그것도 하고 이것도 하겠습니다.”
“그래? 네 맘대로 해라. 몸 상하는 것도 아니니까. 근데 잠깐만 이리 와 볼래? 중요한 게 있는데.”
“세 대만 더 보고요. 그러면 100대입니다.”
“이상한 놈.”
김성민은 그렇게 말하고 나무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공현성은 평소에는 공손하다가 축구에 관해서 논쟁이 붙거나 수비수들과 미드필더들이 자기 마음대로 안 움직이면 미친놈으로 변한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됐다. 축구는 성격이 이상한 놈들이 일반적으로 잘하니까. 특히 골키퍼는 모범생보다는 개성이 강한 편이 좋다고 김성민은 생각하고 있었다.
공현성은 금방 김성민에게 왔다.
김성민이 공문을 내밀었다.
“전국대회 일정 나왔다.”
공현성이 공문을 받아서 읽기 시작했다.
“1월이나 2월에 하는 거 아닙니까? 이걸 왜 저한테…….”
“다다음 주부터 한대.”
“예?”
공현성이 모처럼 당황했다. 열심히 하는 녀석인 만큼 겨울방학 전까지 계획도 하루, 시간 단위로 짜놓았다.
“더 읽어 봐. 큰 문제는 없을 거야. 어차피 우리 축구부가 1위를 하는 건 불가능할 거 같으니 열심히 하지 않아도…….”
“……감독님이 약한 소리 하면 어떡합니까?”
공현성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아, 미안하다.”
김성민은 자기가 말실수했다는 걸 인정하고 사과했다.
김성민은 상대적으로 순했고, 공현성은 극단적으로 승부욕이 강했다. 비슷한 성격이 아닌 덕인지 공현성은 김성민을 잘 따르는 편이었다.
공현성이 어느새 김성민에게 공문을 내밀고 있었다.
“확인했습니다. 두 번째네요.”
공현성의 말에 감독은 한숨을 쉬었다.
“그럴 줄 알았다. 네 머릿속에는 대영 중학교, 아니 송현준밖에 없지?”
공현성이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성민은 답답해서 가슴을 쳤다.
“우리 조에서 가장 강한 팀은 진현 중학교인 건 알고?”
“압니다. 친선경기도 해봤고.”
“첫 번째 상대가 걔넨 건 알아?”
“감독님이 약한 소리 할 때 읽고 있었습니다.”
공현성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고, 이어서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단언했다.
“하나도 안 무섭습니다.”
“뭐? 진현 중학교가?”
“예, 제가 실수만 안 하면 골은 안 먹습니다. 최소 무승부입니다.”
자신감이 대단해서 어이가 없었다.
왜냐면.
“너 저번에 다섯 골 먹었잖아. 조호선이랑 최진균한테.”
김성민이 과거를 들추자 공현성이 인상을 찌푸리며 반박했다.
“그때는 전지훈련 도중이라 제 기량도 부족했고, 수비랑 미드필더 애들이 잔뜩 쫄아서 공간을 너무 내줬습니다. 바로 앞에서 패스하고 슛하는 걸 제가 어떻게 막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그날 자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수가 잔뜩 긴장했었다. 공현성만 빼고.
공현성은 골을 먹힐 때마다 악을 질렀고, 경기가 끝난 후에는 잔뜩 화가 나서 운동장을 미친 듯이 달렸었다.
“이번엔 애들이 움츠러드는 것까지 생각해서 하면 됩니다.”
“그러면 한 골도 안 먹는다?”
“예, 송현준보다 잘하는 상대는 없습니다.”
김성민이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자 공현성은 평소와 달리 먼저 말을 했다.
“근데 송현준은 제가 최선을 다해도 집니다.”
김성민은 가만히 공현성을 바라보았다. 친선경기에서 송현준에게 된통 당한 공현성은 훈련 강도를 엄청나게 올렸고, 김성민도 그만큼 열심히 훈련을 도와줬다.
그래서 알고 있었다.
공현성이 그날보다 발전했다는 걸. 목표가 있는 중학생의 성장은 눈부실 정도였다.
김성민이 물었다.
“이번엔 다르지 않을까?”
“그때보단 나을 겁니다. 더 대단한 걸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공현성은 송현준을 만나고 급격하게 성장했다. 김성민은 만약에 진다면 송현준이 더 대단한 걸 보여주길 바랐다. 그래야 제자가 더 성장할 테니까.
“확실히 나을 겁니다.”
승부욕을 불태우는 공현성을 보며 김성민은 뿌듯함을 느꼈다.
동시에 미안함도 느꼈다. 지상철의 갑질에 굴복해서 대영 중학교와 친선경기를 더 하지 못했으니까.
“일단 진현 중학교부터 생각하겠습니다. 걔네한테는 절대로 안 질 겁니다.”
“잠깐만…… 너 이 자식.”
김성민은 순간 깨달았다.
공현성은 원래 축구에서만큼은 냉정하다. 진현 중학교가 전국구 팀인 건 대전의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공현성은 지나칠정도의 자신감과 승부욕을 보이고 있었다.
“그날 말해준 건 잊으라니까.”
“어떻게 잊습니까? 그 감독이 있는데.”
공현성이 아까에 이어서 두 번째로 목소리를 높였다.
공현성은 지상철의 외압 때문에 친선경기가 취소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왜냐면 공현성이 왜 친선경기를 안 해주냐고 팀 훈련에도 합류 안 하고 감독실 안에서 하루 종일 누운 채로 버텼기 때문이었다.
자기 같은 감독이 아니었다면 이 자식은 제명이라고 생각하면서 김성민은 사실을 말해줬다.
그리고 힘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꽤 비참한 순간이었다.
사정을 들은 공현성은 죄송하다는 한마디 후에 순순히 물러나서 다음날부터 평소처럼 훈련했다.
“허세는 아닙니다. 실력에도 자신 있습니다. 첫 경기에서 증명하겠습니다.”
싫은 기억이라서 잊고 있었는데 김성민은 공현성이 조금이지만 기특해 보였다.
“그래…….”
김성민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고 있을 때, 주장의 힘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독님! 자장면이랑 탕수육 왔습니다! 계산하셔야 합니다! 현성아! 너도 빨리 와!”
좋은 타이밍이었다. 김성민은 주장의 자장면을 직접 비벼주겠다고 생각하면서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때, 공현성이 물었다.
“탕수육 시키셨습니까?”
“어, 너희들 쉬는 날에 고생하길래 내가 한턱 쏘는…….”
“감사합니다.”
말을 다 마치지도 않았는데 공현성이 먼저 달려가기 시작했다.
김성민은 공현성도 중학생이구나 생각하면서 피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