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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인드 축구천재-142화 (156/173)

리마인드 축구천재 142화

친선경기가 끝나고, 휘경 중 축구부와 우리는 함께 몸을 푼 후 점심을 먹고 있었다.

우리 측, 정확히는 이사장의 사비로 준비한 도시락이다. 오후 훈련까지 끝나고 나선 고깃집에 가기로 했다.

지금 점심을 먹고 있는 이곳도 학교 안에 있는 교직원 회의실이었다.

올해 돈을 많이 쓰는 이사장 때문이라도 전국대회에서 꼭 좋은 성과를 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했다.

아무튼, 양측의 축구부원들은 넓은 교직원 책상에 각자 학교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너 요즘 살 빠진 것 같다?”

“그래? 요즘 훈련량 늘려서 그런가…….”

반대편에서 노태신과 성시건의 대화가 들렸다.

노태신의 무리는 휘경 중 에이스 성시건을 비롯해서 국가대표팀에서 친분이 있는 휘경 중의 축구부원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인간적으로 골키퍼로 뛰는 건 아니지! 내가 너 막겠다고 얼마나 준비했는지 알아?”

그리고, 우리 무리도 예외였다.

박종혁, 티알, 엄태영과 모여 앉았는데 우리 앞에 세 사람이 앉아서 무리가 커졌다.

휘경 중의 강원도 3인방, 우찬우, 장연준, 최윤찬이었다.

“어떻게 공격도 안 하고! 골대에만 있는 거냐고.”

우찬우가 억울한 표정으로 내게 투덜거리고 있었다.

처음에 ‘여기 앉아도 되냐?’, ‘너 내 이름 알지……?’라면서 내가 자신들의 이름을 또 까먹었을까 봐 불안해하던 태도는 온데간데없었다.

이름을 다 맞춰주자 기뻐하면서 앉은 그들은 경기 수고했다는 덕담을 시작으로 도시락을 먹다가, 갑자기 저러기 시작했다.

특히 오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우찬우가.

“야야, 우찬우, 조용히 먹어라.”

“옙.”

옆 무리에서 식사 중이던 휘경 중 코치가 한마디 하자 우찬우가 바로 조용해졌다. 코치는 로베르토와 나준하를 비롯한 코치들과 식사 중이었다.

우찬우의 표정은 여전히 억울해 보였다.

말을 걸기로 했다.

“공격을 안 하긴. 너랑 나랑 승부해서 내가 한 골 넣었잖아.”

우찬우가 바로 반응을 보였다.

“승부? 아, 프리킥이잖아! 넌 혼자 차고! 난 벽 중에 하나였고! 그리고 키 넘겨서 차는데 어떻게 막냐? 아니, 이것도 말이 안 돼. 어떻게 골키퍼까지 잘하냐? 너 대체 뭐냐?!”

우찬우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장난기가 샘솟았다.

“송현준이야.”

“으악! 진짜!”

“조용히 하라니까!”

“예.”

우찬우가 과한 리액션으로 뒷목을 잡는 시늉을 하다가 또 혼이 나서 시무룩해졌다.

그런 모습이 익숙한지 우찬우의 친구들은 내 친구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하며 식사에 여념이었다.

한 소리 들으면 바로 시무룩해지고, 건드리면 발끈하고, 우찬우는 놀려먹기 딱 좋은 사람 같았다.

전생에서는 적당히 거리가 있는 사이라 몰랐는데, 무척 신선했다.

우찬우는 이제 코치의 눈치를 보면서 작게 말했다.

“그리고 너희 팀 뭐냐? 매번 듣도 보도 못한 전술 가져와서 헷갈리게 하고. 특히 너, 골키퍼가 그렇게 하는 게 어딨어.”

“특이하긴 했지만, 우리가 졌잖아.”

맞다. 오늘 친선경기는 우리가 졌다.

전반전은 성시건의 득점으로 휘경 중이 1-0으로 앞서갔고, 후반전에 내가 골키퍼로 교체출전 했다. 그리고 우리는 5-3으로 크게 졌다.

휘경 중이 이겼는데 우찬우가 이렇게 발끈하는 이유는 내가 골키퍼로 나선 이유와 같았다.

우리는 후반전에 내부 연습경기로 몇 번 실험해 봤던 전술을 처음 선보였다.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우리는 극단적으로 앞으로 나갔다. 수비수들조차도 경기장 중앙을 가르는 하프라인까지 올라갔다.

텅 빈 우리 진영은 골키퍼인 나 혼자 맡았다. 나는 골대를 비우고 우리 진영의 중간쯤까지 올라와서 경기를 진행했다.

오프사이드 규정은 하프라인까지에만 적용되기에 상대 공격수가 하프라인에서 머물다가 역습을 시도해서 쉽게 득점 찬스를 맞이할 위험을 내포한 전술이다.

하지만 우리 진영을 비우면서까지 앞으로 나간다면, 상대 진영 안에서만 21명이 맞붙을 수 있다. 그만큼 상대가 패스로 빠져나올 공간이 좁아지고, 우리는 전방압박으로 공을 빼앗기 쉬워진다. 또, 우리가 공을 빼앗는 데 성공한다면 상대 골대까지의 거리가 가까워서 대처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공격할 수 있었다.

압박 수비를 피하기 위해 우리 진영으로 롱패스할 때의 대책도 있다.

골키퍼다. 나다.

이 전술에서 골키퍼는 사실상 최후방 수비수 역할을 한다. 우리 팀이 공격할 때는 혼자서 경기장 절반 정도를 커버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팀의 공격이 막혀서 백패스를 할 때, 또 한 명의 필드플레이어로서 패스를 연결해 주는 최후방 플레이메이커 역할도 한다.

미래에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하나가 되는 노이어가 보여주고, 게임에서는 스위퍼 골키퍼라고 불리는 역할이다. 선방 능력뿐만 아니라 패스를 비롯한 공을 다루는 기술까지 겸비한 골키퍼들만 할 수 있다.

“우리가 이기긴 했는데…… 그…… 그…….”

내 말대로 자기 팀이 이겼기에 우찬우는 우물쭈물했다.

그만큼 우리 전술은 무척 잘 먹혀들었다.

처음 보는 전술에 휘경 중은 정신을 못 차렸고, 우리는 10분 동안 휘경 중을 가둬놓은 채로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 있었다. 심지어 10분 동안 두 골을 넣어서 1-2로 역전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10분 이후에 우리 팀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거다.

이 전술은 미래에도 바르셀로나, 도르트문트, 뮌헨, 맨시티 정도의 강팀만이 제대로 사용했는데, 선수에게 요구하는 게 많기 때문이었다.

골키퍼까지 포함해서 전 포지션이 패스, 드리블을 능숙하게 할 줄 알아야 하고,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했다.

그렇다 보니 골키퍼 역할은 내가 해준다고 하더라도……. 나머지에서 구멍이 나서 10분 이후에는 역습으로 네 골을 먹혔다.

운동장이 모랫바닥이라는 것도 문제였다. 관리를 한다고 해도 바닥이 불균등한 곳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패스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정리하면 전반전에는 0-1로 지고 있다가 10분 동안 2-1으로 역전했다가 4점 실점하면서 3-5로 졌다는 거다. 참고로 우리 팀의 세 번째 골은 경기 종료 직전, 내가 프리킥으로 넣었다.

“으…… 으음, 뭐랄까. 뭐라고 해야 하지.”

우찬우는 괴상한 경기를 하고 진 자신의 심정을 표현하기 위해 열심히 생각하고 있었다.

휘경 중의 다른 축구부원들도 비슷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우리의 대패라고도 볼 수 있지만, 우리는 대놓고 실험적인 전술을 썼고, 실제로 10분 동안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기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실험이었으니까.

좋은 성과가 났다면 본선에서 처음부터 썼겠지만, 10분 만에 불안정해진다는 걸 알았다. 그러니까 쓰지 않는다. 실험 결과까지 확실하게 얻었다.

하지만 휘경 중의 시선에서 우리를 보면, 갑자기 이상한 전술로 자기들을 패더니 혼자서 풀썩 쓰러진 거다.

휘경 중 축구부원들은 ‘승리를 당한’ 것이다.

우찬우가 드디어 적절한 단어를 생각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래! 찝찝해 죽겠어…….”

“그래?”

“어, 봐봐. 옆에 우리 감독님도 심각하잖아.”

우찬우가 내게 고개를 들이밀고 속삭이듯이 말했다. 우찬우의 시선을 따라 옆을 보니 나준하와 로베르토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로 감독, 후반전 전술은 수비는 아예 생각도 안 하는 건가? 그렇게 극단적인 게 어디 있나?”

“아뇨, 라인을 극도로 밀어 넣은 만큼 압박해야 하는 공간이 좁아집니다. 공격팀의 전방 압박이 자연스럽게 쉬워지는 것이죠. 강한 압박에서 세세한 패스를 해낼 수 있는 선수, 특히 수비수는 별로 없으니 롱패스를 시도하게 됩니다. 그렇게 공중볼 상태가 되면 우리 수비수에게는 경합 기회가 생깁니다.”

“우리 미드필더나 공격수를 밑으로 내려서 패스를 돕는다면?”

“평소보다 훨씬 뒤에서 공격하는 모습이 되는 거죠. 그러면 우리 수비진이 우리 진영까지 내려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생깁니다.”

“……발 빠른 공격수들을 하프라인에 대기시키고 훈련에서 롱패스를 연습시켜서 준비한다면?”

“강한 압박 속에서 완벽한 롱패스를 보낼 수 있는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될까요. 대부분 어중간한 롱패스일 테고, 어중간한 길이의 롱패스는 수비수가 너무 긴 롱패스는 미리 골대 밖으로 나온 골키퍼가 막아주면 됩니다.”

“……그 자리에 송현준을 뒀다? 하! 이거 답도 없구만.”

“이론상으로는요. 저도 이론 자체는 들어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해본 건 처음입니다.”

로베르토가 갑자기 날 보는 바람에 눈이 마주쳤다. 시선을 피했다. 이 전술을 시도해 보자고 한 건 나였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이론상 정말 좋은 전술이니까 한 번 써봤으면 해서.

“강한 팀이 이렇게 나오면 답도 없겠구만.”

“예.”

나준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그들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나준하는 심각한 표정으로 도시락도 안 먹고 있었다. 로베르토도 대답해 준다고 숟가락 한 번 못 들고 있었다.

불쌍하다. 맛있는데.

아무튼, 나준하는 머리가 아플 것이다.

오늘 경기는 휘경 중의 축구부원들보다는 나준하에게 준 숙제였다. 로베르토에게도 말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너무 이상적이라 실현 불가능한 전술처럼 보이겠지만, 5년 후부터 세계를 지배할 전술의 마이너마이너버전이니까 둘 다 잘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감독들에게서 시선을 뗐다. 복잡한 표정의 우찬우를 달래주기로 했다.

“우리 나중에 또 붙을 거 아니야. 지금 머리 아프게 생각하면 뭐하냐? 맛있는 도시락이나 먹자.”

“오, 그렇네? 너 똑똑하다.”

우찬우의 감탄 포인트는 약간 이상한 것 같았다. 전생을 통틀어 이 정도로 가까워진 건 처음이었기에 똑같이 칭찬해 보기로 했다.

“그래? 찬우 너는 몸싸움이 좋던데. 우리 선배들이 맥을 못 추더라.”

“흠…… 내가 몸싸움이 좀 되긴 해.”

우찬우의 입술이 꿈틀거린다. 기분이 금방 좋아졌나 보다. 단순한 친구구나.

그때 우리 대화에 끼지 않던 우찬우의 친구 장연준이 끼어들었다.

“얘 초등학교 때 씨름부였거든.”

“정말?”

또 다른 친구 최윤찬이 덧붙였다.

“그래서 몸이 꼬마돌 같아. 생긴 것도 그래서 별명이 꼬마돌임.”

몸이 다부진 게 그래 보이긴 한다. 하지만 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감자 같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연준과 최윤찬이 낄낄거렸다. 우찬우의 얼굴이 빨개졌다.

최윤찬과 장윤찬이 차례로 말했다.

“어떻게 알았냐. 얘 별명 감자였는데. 불량감자.”

“이거 봐, 다른 지역 애들도 알잖아.”

둘의 장난에 우찬우가 발끈했다.

“와 진짜, 와 니네 너무하다. 너네 나랑 같은 편이잖아.”

“이런 상황에서 같은 편이 어딨어.”

“와……, 와…….”

장연준의 냉정한 말에 우찬우가 계속 억울하다는 듯 소리를 냈다. 역시 휘경 중 축구부나 자기 친구들 사이에서도 타격감 좋은 탱커 역할로 보였다.

또, 전생을 통틀어서 씨름부 출신이라는 건 처음 들었다. 내가 우찬우에게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가끔 보긴 했지만, 친한 사이까진 아니었으니.

방금까지 장난친 것도 미안하고, 이번 생은 꽤 친해졌다고 말할 수 있으니 우찬우를 위해 조언 하나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칭찬이 잘 먹히는 타입 같았으니 칭찬으로 가자.

“왠지 몸이 단단하더라니…… 씨름부라 그랬구나.”

일단, 진지한 말투로 다른 화제를 던져 옛 별명으로 공격당하고 있는 우찬우를 구해줬다.

“찬우 너 경기에서 미리 움직일 줄만 알면 정말 무섭겠다.”

“미리?”

“응, 상대가 어떻게 공격할지 예상하고 한 발짝 빨리 자리를 잡고 버티는 거야. 그러면 널 누가 밀어내겠어.”

이어서 우찬우 쪽으로 몸을 기울여서 속삭이듯 말했다.

반대편에 있는 선배들 귀에 들리면 좀 그래서.

“너희 성시건 선배도 못 버틸 거 같은데?”

“그건…… 그렇긴 해.”

장연준이나 최윤찬은 놀리다가 분위기가 바뀌어서 그런지 어색하게 다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둘이 그러건 말건 우찬우는 기분이 좋아진 상태였다.

“푸흐흐, 그렇단 말이지?”

“나도 너랑 부딪칠 때는 힘들더라.”

“그래? 정말? 푸흐흐흐.”

사실 한 번도 부딪친 적 없었지만 우찬우는 기억하지 못하는지 이상한 웃음소리를 계속 냈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전생의 우찬우가 폼이 좋을 때를 생각하고 한 조언이었다. 패스나 볼 다루는 기술은 프로 레벨로 가면 영 별로여서 2~3시즌에 한 번씩 자책골을 넣던가 했지만, 철저하게 수비적이고 활동적인 역할을 맡았을 때는 훌륭한 모습을 간혹 보였었다.

“또? 또 뭐 없어?”

우찬우는 칭찬이 더 고파 보였다.

우찬우를 보면 볼수록 어떤 타입인지 느껴졌다. 이런 타입에게는 임무를 줘야 한다. 감독이나 좋아하는 사람이 임무를 준다면 그걸 악착같이 해낼 것이다.

어떻게 보면 바보 같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우승하는 팀에는 이런 선수가 필요하다.

지금 한마디로 새로운 월드컵 멤버가 생길지도 모르는 거다.

좀 더 신중하게 말했다.

“위치를 잘 잡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할 거야. 체력을 기르면 틀림없이 무서워질 거야. 여유가 된다면 짧은 패스도 잘하면 좋겠지. 공을 받을 때 터치도 신경 쓰면 좋겠고.”

요구사항이 더 늘어날 것 같아서 멈췄다.

그래도 우찬우는 진지한 태도로 내가 한 말을 작게 되뇌고 있었다. 열심히 하는 모습에 말이 더 나왔다.

“어떻게 훈련해야 할지 모르면 외국 선수들을 흉내 내보면 좋을 거 같아.”

지금 활약하던 수비형 미드필더하면.

“가투소, 마케렐레, 비에이라 정도? 특히 마케렐레는 키가 작아서 더 참고가 될걸?”

“오오, 고마워.”

그때였다. 박종혁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야야, 잔소리 그만하고, 우리 먼저 간다.”

“밥 다 식었어. 현준아.”

엄태영이 도시락을 안타까운 눈으로 보면서 말했다.

나와 우찬우를 제외한 다섯 명은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함께 떠났다. 우리가 얘기하는 새에 친해진 모양이다.

급격한 배고픔이 몰려왔다.

“먹을까?”

“응.”

우리는 언제 진지한 대화를 했냐는 듯 다급하게 도시락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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