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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인드 축구천재-169화 (164/173)

리마인드 축구천재 169화

“잘 가!”

“모레 보자!”

노래방에서 나오자마자 우리는 작별 인사를 했다.

나와 티알을 포함해서 절반 이상이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해서 모임이 애매해졌기 때문이었다.

“내일 보자!”

마지막으로 집에 돌아가는 박종혁과 인사를 나누고, 나와 티알은 숙소 방향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는 티알에게 물었다.

“재미있었냐?”

“그렇다. 노래는 좋다. 몸에 활력이 돈다.”

“노래 잘하더라. 가수나 할래?”

실제로 전생의 티알들은 음반을 낸 적도 있다. 다 망했지만.

“현준.”

“응?”

티알이 진지한 얼굴로 날 보고 있었다. 얘 진짜 가수에 관심 있나.

“미친 건가?”

아니었다.

“반응이 너무한데. 반쯤은 진심인데.”

“반이 거짓이라는 말이다.”

“티알 점점 똑똑해지네.”

그렇게 말한 후, 나와 티알은 서로를 보며 낄낄 웃었다.

티알이 말했다.

“난 축구가 좋다.”

“힘들진 않고?”

“그래도 좋다.”

“그렇구만. 그거면 충분하지. 그리고 노래방도 가끔 가자.”

“정말인가?”

티알의 반응이 좋았다.

“그렇게 좋으면 혼자서 가도 돼.”

“혼자 가면 심심하다…….”

“으이구.”

잡담을 나누며 길을 걷고 있으니 주변이 점점 어두워지는 게 보였다.

아직 저녁도 먹지 않았는데 해가 지고 있다. 겨울이 다 되어 간다는 게 와닿았다.

“저녁 먹고 30분 정도 쉬다가 나가자.”

“좋다. 요즘 내 패스가 이상해진 거 같으니 현준이 봐줘야 한다.”

“나도 오늘 패스랑 슈팅 연습하려고 했는데 딱이네. 상부상조하자고.”

“상부상조? 그게 뭔가?”

“서로 돕자는 말이야.”

“오……. 좋은 말이다.”

어느새 숙소가 있는 학교 옆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다.

자연스럽게 입구에 들어선 우리는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

숙소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벤치에 조폭처럼 생긴 녀석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는 긴가민가했는데 녀석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이제 오냐?”

조폭처럼 생긴 녀석의 정체는 공현성이었다.

“뭐야? 네가 왜 여기서 나와?”

“같이 공이나 차자고 왔지.”

“오…….”

반가운 말이었다. 티알을 바라보았다. 티알과 둘이 훈련하려고 했는데 셋이면 오히려 좋다. 할 수 있는 게 늘어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훈련에 앞서 해야 할 게 있었다.

“근데 너 밥은 먹었냐? 저녁 시간인데.”

“안 먹었는데.”

“그러면 따라와. 이모님한테 말해볼 테니까 같이 밥 먹고 하자.”

곧장 숙소를 향해 걸었고, 티알과 공현성이 거의 동시에 내 뒤를 따라왔다. 대답 없이 잘 따라오는 공현성에게 물었다.

“거절 안 하네?”

“밥 준다는데 굳이…….”

공현성의 대답이 재미있어서 나는 낄낄 웃었다.

* * *

어떻게 된 게 공현성이랑 만날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같다.

오늘 반찬은 윤기 좔좔 나는 수육과 쌈 채소들이다. 이모님께 허락을 받은 우리는 식탁에 둘러앉아서 정신없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쌈을 다섯 번 넘게 싸 먹은 공현성이 내게 말했다.

“너희 쉬는 날이라는 거 듣고 왔어.”

어떻게 왔는지 설명하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저녁을 먹는 데 집중하고 싶다. 자연스럽게 말을 돌렸다.

“그래? 밥은 맛있지? 우리 이모님이 요리는 정말 잘하셔.”

“응, 짱이긴 하네.”

공현성이 자기도 모르게 삼천포로 빠졌다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닌데.”

“어머어머, 맛있니? 다른 학교 축구부 애한테 칭찬 들으니까 기분이 좋은데?”

공현성은 내게 더 말하려다가 이모님의 밝은 목소리를 듣고 시선을 옮겼다. 새 수육을 가져오신 이모님이 식탁 바로 옆에 서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공현성은 웃어른에게 공손하다. 축구만 안 하면 착하다.

“아…… 정말 맛있습니다. 저희 이모님한테는 비밀이지만, 여기가 더 맛있어요.”

“정말이니?”

“음…… 예. 저희 이모님께는 비밀입니다.”

재차 강조하는 공현성을 보며 이모님이 까르르 웃으셨다.

이모님이 물었다.

“반찬 더 해줄까?”

“정말입니까? 아, 아뇨, 괜찮습니다.”

이러다 반찬 다 거덜 낼 거 같아서 적당히 먹으라는 의미로 공현성을 째려봤다. 공현성이 움찔하더니 이모님의 제안을 거절했다.

우리가 첫 번째로 식사하고 있는 거라서 다른 축구부원들이 먹을 음식은 충분히 남겨야 한다.

이모님은 아쉬워하시면서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현준아, 쓰레기 버리고 올 테니까 전화 오면 불러.”

“네!”

“일찍 오는 애들 있으면 수육은 적당히 가져가라고 말해주고.”

“알겠습니다.”

잠시 후, 이모님이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 나는 쌈을 열 개째 싸 먹는 데 성공했다.

이제 천천히 먹어도 되니 공현성에게 질문했다. 우리가 쉬는 날이라는 걸 듣고 왔다고 했었지.

“연락은 하고 오지 그랬냐?”

“전화했는데 안 받아서 답답해서 뛰어왔어. 멀지도 않으니까.”

“우리 숙소가 여긴 건 어떻게 알았어?”

“행정실 직원한테 물어보고, 아파트 경비 아저씨한테 물어보니까 어딘지 알려주더라.”

벤치에 혼자 앉아서 쌀쌀한 늦가을 바람을 받는 공현성이 상상됐다.

“들어와 있지 그랬어.”

“그건 좀…… 내가 그 정도 염치는 있어.”

“이렇게 잘 먹는데?”

공현성이 막 쌈을 입에 집어넣으려다가 움찔했다.

“장난이야.”

공현성이 어이없다는 듯 웃고, 쌈을 입에 집어넣고 씹기 시작했다. 완전히 넘길 때까지 기다려 준 후, 질문을 이어갔다.

“은근히 미안하네. 얼마나 기다렸냐?”

“다섯 시에 왔으니까 한 시간도 안 됐지? 오후 훈련 끝마치고 왔으니까.”

“덜 미안해졌네.”

공현성이 말없이 표정을 찌푸렸다.

반응이 재미있다.

“…….”

티알은 식사 시작할 때부터 조용히 있었다. 가끔 공현성을 흘긋거리는 게 어색한 걸 거다.

기왕이면 사이좋게 지내면 좋겠다. 아까 함께 훈련할지 확실하게 말하지 않았으니 지금 정리하기로 했다.

“원래는 티알이랑 둘이 훈련하려고 했는데 잘 됐다. 셋이 같이 훈련하자.”

운동에서 가장 어려운 건 사람을 모으는 것이다. 공현성은 공도 잘 차는데 특수포지션 골키퍼이기도 했다. 떡이 제 발로 굴러들어왔다.

“티알, 얘가 흉악하게 생기긴 했지만 공도 잘 차거든? 같이 훈련하면 도움 많이 될 거야.”

“그, 그래.”

티알은 어색한지 말을 약간 더듬었다.

공현성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날 노려봤다. 흉악하게 생겼다는 악평에 대한 불만을 내비치는 것이다.

공현성의 시선을 무시하자, 공현성이 한숨을 내쉬더니 식탁 위로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한다.”

“어, 응.”

티알이 악수를 받았다.

한 명은 월드컵 파트너, 한 명은 친구.

내가 좋아하는 두 사람이 악수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 * *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TV를 보며 쉬다가 훈련을 하러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축구부원들도 몇 있었는데 나와 티알에게 인사하다가 공현성을 발견하고는 알아서 우리와 거리를 둬 줬다.

덕분에 우리끼리 편하게 한 골대를 차지하고 훈련할 수 있었다.

그렇게 훈련을 시작한 지 30분째.

티알과 공현성이 친근하게 대화하고 있었다.

“이야, 너도 공 좀 찬다?”

“고맙다.”

하지만, 나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티알보다는 공현성 때문이었다.

“야, 우리 슈팅 좀 막아볼래?”

“환영이지.”

공현성은 옅게 웃으면서 골대로 향했다.

나와 티알은 공을 잔뜩 가져왔고, 나부터 슈팅을 난발했다.

“…….”

우리 나이대의 슈팅 수준을 1~10까지 친다면, 나는 1부터 10까지 차례대로 슈팅을 하면서 공현성의 상태를 테스트했다.

그리고 반쯤 확신했다. 공현성을 도와주고 몇 주가 지났는데, 공현성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느렸다.

“티알, 네 차례야.”

“응!”

티알의 의욕을 끌어내기 위해서 공현성을 칭찬했다.

“쟤가 전국으로 봐도 우리 나이대 최고 골키퍼야.”

“정말인가?!”

“응. 기회라는 말이야. 집중해서 연습하자.”

“고맙다.”

“왜 나한테 고맙냐.”

“송현준이 아니라면 쟤랑 훈련 못 한다.”

“고마우면 즐겁게 연습해.”

“즐겁게?”

“응.”

“노력은 해보겠다.”

“좋은 마음가짐이야.”

티알과 공현성이 본격적으로 공방을 나누기 시작했다.

티알은 프리킥으로도 슈팅을 하고, 직접 공을 몰고 가서 슈팅을 하기도 했다.

공격수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임에도 공현성은 전진해서 각을 좁히거나 일부러 반대쪽으로 뛰는 등 속임수를 써서 최대한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자 했다.

훌륭하다.

하지만, 티알을 상대하는 모습을 보니 확신할 수 있었다.

공현성은 무려 몇 주나 시간이 있었는데 나와 훈련할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고작 몇 주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현성의 나이를 생각해야 한다.

중학교 1학년, 한국 나이 14살, 만으로 13살.

재능도 있는 학생이 미칠 듯이 훈련한다면 미칠 듯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기다.

심지어 공현성의 재능이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높다는 확신에 가까운 추측을 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공현성의 성장 정체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에 잠긴 채로 티알과 공현성의 훈련을 관찰하던 나는 둘의 훈련이 끝나자마자 공현성에게 다가갔다.

“야, 요즘 훈련 어떻게 하고 있냐?”

“훈련? 똑같은데.”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말해봐.”

“내가 그걸 왜…… 일단, 아침에 일어나서.”

내 눈빛이 진지해 보였는지 공현성은 설명을 시작하려고 했다.

“아침 몇 시.”

물론 나는 구체적인 숫자를 원했다.

“여, 여섯 시고.”

공현성은 본격적으로 간략하게 설명을 해줬다.

“수업 전까지 오전 훈련, 오전 수업 듣고 점심 먹고 나서 오후 훈련, 저녁 먹고 나서 개인 훈련을 하는데 이때는 유명한 골키퍼들의 영상을 보면서 공부를 하는데…….”

공현성은 말을 끝마치면서 내 눈치를 봤다. 나는 팔짱을 끼면서 물었다.

“오전이랑 오후 훈련은 팀훈련?”

“그래.”

“이해가 안 가는 게 두 개 있는데.”

“말해봐.”

우리 학교처럼 전부 수업을 듣는 게 아니라 오후 훈련 시간이 길긴 할 거다.

충분하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나는 불만이 있었다.

“하나, 저녁훈련은 왜 공부야?”

“연습 상대가 없으니까 시뮬레이션 위주로…….”

“축구부원들은? 코치는?”

“몇 번 해봤는데 오히려 감각이 이상해져. 경기 하나 망칠 뻔해서 그 이후로 안 해.”

골키퍼는 프로레벨에서 전담 코치가 따로 있을 만큼 보통 코치들은 제대로 훈련을 도와주지 못한다. 축구부원들은 더 그럴 거다.

“그건 인정. 감독님은?”

신영 중학교의 감독은 골키퍼 출신이다.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뭐 하고 있는 건지.

“요즘 우리가 성적이 좋아서 그런지 바빠지셔서…….”

이것도 나비효과다. 나는 대놓고 얼굴을 찡그리면서 공현성에게 물었다.

“부탁은 해봤어?”

“으음…….”

“해.”

“감독님한테 미안하잖아. 코치형도 하나뿐이라 바쁜데.”

공현성이 항변했다. 하지만, 내 대답은 하나다.

“그래도 해. 네 나이 때는 한 시간 한 시간이 소중해.”

“그러면 영상 공부는? 중요한 거잖아.”

“영상 공부도 하고, 훈련도 해. 수업도 안 듣잖아. 다른 애들보다 한두 시간 일찍 일어나서 공부하고 저녁땐 감독님한테 말해서 도와달라고 해.”

이게 두 번째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골키퍼로 포지션 변경한 지 얼마 안 되는 녀석이다 보니 어떻게든 시간을 쥐어짜야 한다.

골키퍼로서 능숙해져야 하는 것도 많고, 재능도 압도적으로 뛰어나니 보통의 축구부원들과는 다른 기준으로 녀석을 대했다.

내가 새벽에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훈련했던 것처럼 녀석도 해야 한다.

내가 진지하다는 걸 깨달은 공현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독한 자식.”

“나도 그랬어. 그리고 약속했잖아.”

“알았어. 하면 되잖아.”

공현성의 대답에 만족한 나는 기다리고 있을 티알을 바라보았다.

티알은 멍하니 공현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얘기가 끝났는데도 가만히 있었다.

“티알?”

“…….”

“티알?”

“아, 응.”

티알이 화들짝 놀라면서 움찔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지.

“왜 그래?”

티알은 나와 공현성을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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