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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팔이 소년.
“잘 들어 봐, 아저씨. 내가 거기 가서 진짜 윗선을 통해 던전을 팔면 그쪽 지부 실적이 올라가겠지? 나는 실적에 대해 잘 모르지만 뭐, 그쪽 지부장은 던전을 하나 수배했다고 굉장하군 하고 칭찬 들을 거 같은데. 그건 넘기고.”
지부장이 말을 멈추자 말하기가 편해졌다. 시현은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지부장에게 차근차근 상황을 얘기했다.
“어쨌든 내가 여길 나가면 난 다른 곳에 가서 똑같이 제안할 거야. 그리고 그쪽이 내 제안을 받아들여 이야기가 잘 풀리면.”
시현은 잠깐 말을 끊고 입가에 건 웃음을 지웠다 다시금 웃었다.
“난 그쪽 지부를 통해 위에 말할 거야. 여기 지부장이 내 말을 개무시해서 내가 국가에 던전을 못 팔 뻔했어요, 그래서 문파에 던전을 팔 뻔했어요. 하고.”
붉으락푸르락했던 지부장의 두툼한 살들이 전부 새하얗게 질려갔다. 시현의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에서 시현이 말하는 바를 파악했다. 욕망에 절어 당황하고 화를 냈지만 헌터 협회의 지부장에 앉은 건 폼이 아니었다.
만약 시현이 말한 대로 일이 진행 된다면 협회 내에서 자신의 주가는 대폭락을 맞이한다. 대폭락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지, 어쩌면 자신이 일궈놓은 모든 것을 빼앗기고 지부장 자리에서 실권할 수도 있었다.
국가와 문파는 어떻게든 던전을 하나라도 더욱 가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던전은 하나의 영역이자 힘 그 자체다. 그걸 많이 가지고 있다는 건 더욱 많은 마정석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었고 이는 큰 영향력을 보일 수 있다는 뜻으로 직결됐다.
어차피 던전은 한국에 있는 것이니 국가의 것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그건 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었다. 인권이 높아진 지금은 사유재산에 대한 범위가 넓어졌고 토지 또한 그 중 하나였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토지 또한 개인의 자산이었고 국가가 함부로 빼앗을 수는 없었다.
무림인은 정당한 법을 통해 토지를 구입해 던전 입구가 있는 땅을 소유하는 식으로 던전을 소유했다. 국가가 국가로서 존재하기 위한 법을 자신의 방패로 삼았다는 뜻이었다.
던전의 존재가 세간에 알려져 있으면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면 되지만 지금은 던전에 대한 존재가 밝혀지지 않았다. 함부로 법을 제정할 수도 없을 뿐더러 국가는 아직 던전의 존재를 세간에 알리는 걸 시기상조라고 여기고 있었다. 결국 법적으로 던전을 소유한 꼴이 된 무림인에게서 던전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강압적으로 던전을 빼앗아 올 수 없다는 말이었다.
어차피 국가에서 마정석을 사들이긴 하지만 국가가 던전을 소유한 것과 무림인이 던전을 소유한 건 입장 차이가 달랐다. 그런 탓에 국가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전국적으로 던전 탐색을 실시하고 있을 정도로 던전 수배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런 던전을 헌터 협회 지부에서 심지어 지부장인 자신의 실수로 놓치게 된다, 던전을 담당하고 어떻게든 던전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할 지부장이 던전을 가지고 온 손님을 내팽개쳐서 무림인에게 힘을 실어줄 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자신의 입지가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했다.
어떻게 일궈온 지부장 자리인데 그걸 잃을 수는 없었다. 이 자리를 잃으면 자신이 여태까지 쌓아온 권력과 부와 그 외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게 된다. 그 모든 것을 잃는다는 생각만 해도 현기증 때문에 기절할 것만 같았다.
자리에 앉아 하품하는 시현의 말이 진짜인지 거짓인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이리 말하는 걸 보면 거의 사실이라고 생각 되었다. 정말로 던전을 팔러 온 사람을 놓쳤을 때를 생각하자 지부장은 정말 기절해버리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암담해졌다.
“자. 아저씨. 나 정말로 나….”
“아니아니! 나가지 마! 아니, 나가지 말아주십시오! 뭔가 착오가 있던 거 같습니다!”
지부장은 얼굴이 새하얘져 시현을 달랬다. 처음에는 급히 반말했다가 다급히 존댓말로 고치는 걸 보면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 수 있었다. 당장 지부장이 뻘뻘 흘리는 땀만 봐도 싹 모아보면 컵 하나는 채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만큼 당황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착오는 무슨. 시현은 그리 말하고 싶은 충동을 꾸욱 눌러 담았다. 먼저 좋게 나가려던 자신을 등쳐먹으려고 하던 사람이 자기가 굴욕을 겪으니 욕이나 내뱉었다. 그러더니 자신이 궁지에 몰리니 이러지 말자고 땀 뻘뻘 흘리며 굽실대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너 빅엿 한 번 먹어보라고 다른 지부로 가고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 다른 지부까지 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당장 이 인간 입에 빅엿 쑤셔주자고 여길 나가면 마음은 시원하겠지만 그 뒤 감당해야 할 게 귀찮아질 터였다.
그리고 어차피 이 판에서 기선제압은 확실하게 했다. 뭔가 극적인 일이 있지 않은 한 시현과 지부장의 상하관계는 확실히 굳혀졌고 쉽게 풀릴 관계도 아니었다. 상하관계만 확고히 다져지면 다른 방법으로 엿 먹일 방법은 많았다.
“하하하. 역시 그렇죠? 제가 생각해도 뭔가 착오가 있었던 거 같네요!”
“그, 그럼요!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뿐입니다! 으, 으하하!”
“에이! 뭘 그리 긴장하시나! 자, 자! 웃어요! 하하하하하!”
“으, 으하하! 와하하하하!!”
시현은 껄껄껄 호탕하게 웃으며 지부장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지부장도 시현의 웃음에 따라 딱딱하게 애써 웃었다. 지부장이 딱딱하게 웃자 시현은 더욱 털털하게 웃었고 거기에 맞춰주기 위해 지부장도 더욱 크게 웃었다.
한동안 지부장실에 웃음소리만 가득 차올랐고 여태까지 이 풍경을 지켜보던 민영과 급히 콜라 캔을 하나 가지고 온 여직원은 껄껄 웃던 시현과 지부장을 보며 눈을 깜빡거리기만 했다.
“그러니까 당장 네 위로 내 아래로 싸그리 모아 와, 새끼야. 1시간 내로 윗선 안 오면 나 다른 지부 간다.”
“히이이이익!!”
그러다가 지부장의 얼굴이 새하얘지다 못해 거무죽죽 식어가는 진풍경을 보고 감탄했다.
‘사람이 사람을 저렇게도 괴롭힐 수 있구나.’
‘사, 상남자…!’
단지 민영과 여직원의 감상 포인트가 조금 달랐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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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이 원한 윗선이란 분은 정확히 1시간 하고도 5분 뒤에 도착했다. 이것도 윗선 입장에서는 엄청 빨리 도착한 걸 아는 시현이니 1시간 지났다고 정말 나가는 일은 벌이지 않았다. 그저 그 시간 초과한 5분 동안 지부장 마음고생이 좀 심했을 뿐이었다. 그 좀 심하다는 게 온갖 성희롱과 지부장의 갑질 때문에 앙금 쌓인 여직원마저 지부장을 조금이나마 불쌍하다고 여겼을 정도였다.
지부장으로 비서와 함께 들어온 남자는 남자의 멋이라고 하는 정장을 아주 매끈하게 소화한 남자였다. 소위 핏이 선다고 할 정도로 잘 맞춰진 정장을 입은 채 머리를 멋들어지게 뒤로 넘긴 남자는 지부장과 비슷해 보이는 나이대였지만 얼굴에 새겨진 주름마저 멋질 정도로 훌륭한 중년 멋쟁이였다.
“아, 오, 오셨습니까! 김 전무님! 이런 누추한 곳까지 와 주셔서…!”
“박 지부장, 자네와 이야기 하는 건 나중에 하지.”
김 전무라 불린 남자는 극진하기 그지없는 지부장의 인사를 단칼에 잘라내 무시했다. 김 전무는 대놓고 넌 뒷전이라고 지부장에게 말하고 지부장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부장은 굴욕이나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손님 응접용 상석에 김 전무가 앉을 수 있게 직접 닦기까지 했다.
김 전무가 들어오자 지부장실 안에서 수발을 들던 여직원이 깍듯하게 전무에게 인사했다. 민영도 자연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가 여전히 일어나지 않는 시현을 보고 살짝 놀랐다.
“너 뭐 해?”
“뭐하고 자시고. 그냥 앉아있는데?”
민영은 너야말로 왜 그러냐는 듯이 자신을 보는 시현을 보고 살짝 당황했다.
“너 왜 그래? 사람이 왔는데 인사는 해야지.”
사람이 오면 인사를 한다. 이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예절이었다. 시현도 그런 기본 예절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민영이 살짝 주의를 줌에도 불구하고 시현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사는 인사고. 저 사람이 내 상사도 아닌데 내가 깍듯이 나설 필요는 없잖아?”
예절을 지키기 위해 인사하는 것과 굽히고 들어가는 건 다르다. 하물며 시현은 김 전무라는 윗선에게 굽히러 온 게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대등한 관계로 거래를 하기 위해 그를 이곳으로 부른 것이었다.
윗선을 일찍 만나고 싶었다면 지부장을 이용해 자신이 만나러 가면 충분했다. 그렇지만 그래서야 자신이 먼저 굽히고 들어가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지금부터 할 건 거래가 아니라 물건을 바치고 상을 받는 갑을 관계가 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시현은 실례라는 걸 알면서도 일어서지 않았다. 기껏 기선 잡아 만들어 놓은 판 위로 거래 상대를 불렀는데 먼저 굽히고 들어가면 여태까지 일궈 온 노력이 헛수고가 될 것이다.
“반갑습니다. D.H 서비스 센터의 전무인 김대형입니다.”
시현은 상대가 먼저 인사하며 손을 내밀자 그제야 일어나 손을 맞잡았다.
“강시현입니다. 예상 시간보다 조금 늦으셨네요.”
“갑자기 잡힌 일이라서 일정 조율에 시간이 좀 걸리다 보니.”
약속 시간보다 늦었다고 슬쩍 핀잔주려 했더니 네가 멋대로 약속 걸어서 그거 때문에 바빠서 늦었다는 답변이 날아왔다. 가볍게 기 좀 죽이고 시작하려던 거래였건만 뜻대로 되지 않을 거 같았다.
“그런데 전무라. 직급을 대시니 정말 회사 같네요. 헌터 협회라는 정보만 없다면 감쪽같을 정도입니다.”
“일단은 회사를 표방하고 있으니까요.”
시현은 가벼운 악수 끝에 대형의 손을 놨다. 대형은 지부장이 가꿔놓은 상석에 몸을 실었다.
“그러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던전을 팔고 싶다고 하셨습니까?”
김대형 전무의 한 마디가 거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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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항이 없다면 모든 남자들이 한 번은 겪는다는 "네 위로 내 아래로 다 모아 와, 이 삐리리야."를 써 봤습니다. 제가 썼다지만 진짜 주인공은 악독한 새끼네요!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은 초보 작가에게 크나큰 힘이 됩니다. 더욱 열심히 하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