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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현, 하급 던전.
쿠웅!!!
땅에서 치솟았다는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팔이 땅을 짚었다. 당장 팔뚝 굵기만 해도 시현의 어깨 넓이보다 넓을 정도로 굵은 팔이 땅을 짚자 땅이 흔들렸다.
쿠웅!!!
그런 팔이 하나 더 솟아나 땅을 짚었다. 다시 한 번 땅이 흔들렸다. 시현은 휘청거리는 몸을 애써 지탱하며 침을 삼켰다.
“야, 야….”
시현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말이 흘러나왔다. 어조라는 것이 쫙 빠져 공허하기 그지없는 말이 시현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 시현은 지금 어이가 없었다. 그것도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시현을 어이없게 만든 장본인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땅에서 솟아난 몸은 천천히,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몸을 세웠다. 그 몸은 그걸 바라보는 시현의 고개가 들리고 들려 턱밑과 목이 일직선으로 펴질 정도까지 들려도 모자랄 정도로 높았다.
태동하듯 몸을 일으킨 그것이 발을 내딛었다. 쿠웅! 땅이 다시 한 번 울렸다.
땅에서 몸을 전부 뺀 그것이 등을 세우며 몸을 떨었다.
“크으, 으어어어…!”
이윽고 그것, 온몸에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초대형 좀비가 힘차게 포효했다. 그 포효는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각인 시키듯 우렁찼다.
“야, 이…! 그건 좀 아니지!!!”
초대형 좀비가 포효하자 온몸이 짜릿해졌다. 온몸을 덮치는 포효에 정신이 든 시현은 텅 빈 어이 대신 가득 차오르는 경악에 소리쳤다.
분명 보스 괴수로 뭔가 굉장하게 나오겠지 싶긴 했다. 하급 던전의 보스니까 강한 괴수가 나오는 건 당연지사. 강한 괴수가 나올 걸 각오한 시현이었기에 여태까지 내공을 아껴온 것이고 여차하면 도망칠 준비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게 아닌가. 언젠가 대형 괴수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게 지금일 줄은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절대 혼자 오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었고 시현을 짓밟으려고 떨어지는 초대형 좀비의 발은 아무리 늦어도 후회보다 매우 빨랐다.
“헉!”
시현은 자신에게 떨어지는 초대형 좀비의 발을 피하고자 옆으로 뛰었다. 시현이 그 자리에서 피하자마자 좀비의 발이 시현이 있던 자리를 짓이겼다.
쾅!
“으악!”
묵직한 소리와 함께 다시 한 번 땅이 뒤흔들렸다. 시현은 착지하려다 땅이 뒤흔들린 탓에 제대로 착지도 못하고 땅을 한 바퀴 뒹굴고 말았다.
“아이고, 씨발! 내 팔자에도 없는 대형 보스전이냐!”
땅을 뒹굴었던 시현은 재빠르게 몸을 추스르고 초대형 좀비의 발로 달려들었다. 시현이 든 스켈레톤의 뼈가 초대형 좀비의 발목을 후려쳤다.
빡! 단단한 스켈레톤의 뼈도 박살내는 시현의 공격이 초대형 좀비의 발목을 쳤다. 일반인이 맞았다면 단숨에 머리가 깨져 즉사했을 만큼 강한 공격이었다.
“크으어어어…….”
그러나 초대형 좀비는 끄떡도 없었다. 오히려 맞은 곳이 가렵다고 시위하는 듯이 발을 털었다. 시현은 갑자기 들이닥치는 초대형 좀비의 발을 스켈레톤의 뼈로 막았다.
뿌드득!
“으억!”
막강한 힘이 시현의 몸을 밀어 붙여 공중으로 띄웠다. 양손으로 잡아 방패삼듯 내세웠던 스켈레톤의 뼈는 초대형 좀비의 발차기 한 방에 부러지고 말았다. 쇠와 맞먹는 내구도를 가진 뼈가 한 순간에 박살이 났다.
단숨에 공중 높이 뜬 탓에 균형을 잡기 힘들었다. 졸지에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게 된 시현은 그 기분을 즐길 새도 없이 다급히 인벤토리로 손을 뻗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초대형 좀비가 시현을 노려보며 주먹을 뒤로 당겼기 때문이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주먹을 내지르기 전 주먹을 뒤로 젖히는 자세였다.
시현은 황급히 인벤토리로 손을 집어넣어 스켈레톤의 뼈 3개를 꺼냈다. 그리고 재빠르게 뼈 3개 양 끝을 양손으로 잡아 방패처럼 내밀었다.
콰아앙! 뿌드득!!!
그러나 단 한 주먹에 쇠와 맞먹는 내구도를 지닌 뼈 3개가 박살이 났다.
콰앙!
“크으윽!!”
시현의 몸이 배구선수가 후려친 공처럼 땅에 처박혔다. 스켈레톤의 뼈 3개를 방패처럼 쓴 탓에 많은 충격이 감소했기에 망정이지 만일 그대로 맞아 땅에 추락했다면 순식간에 뼈도 못 추릴 뻔했다.
땅에 처박힌 탓에 일어난 먼지구름이 시현의 시야를 가렸다. 시현은 손을 휘저어 먼지구름을 걷어내며 일어섰다.
그러자마자 눈에 보이는 건 자신의 몸 크기만 한 초대형 좀비의 주먹이었다.
초대형 좀비의 주먹을 보자마자 놀랄 틈도 없이 시현의 몸이 삼재기공과 삼재권을 펼쳤다. 머리가 반응하는 것보다 빠르게 몸이 제멋대로 삼재기공과 삼재권을 펼쳐 주먹을 내질렀다.
아래에서 위로 내지르는 시현의 주먹과 위에서 아래로 꽂아지는 초대형 좀비의 주먹이 격돌했다.
콰앙!! 쿵!!! 쩌저적!!!
시현의 몸이 밑으로 푹 꺼졌다. 주먹을 내지른 시현의 몸은 멀쩡했지만 땅이 막대한 충격을 버티지 못한 탓이었다. 시현을 중심으로 1m 정도 움푹 꺼진 땅에 거미줄처럼 금이 쫘악 퍼졌다.
“크으으으, 으아아아!!”
시현은 내질렀던 오른 주먹을 빠르게 거두고 왼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폐에서 짜내는 고함과 함께 왼 주먹을 좀비의 주먹에 꽂았다.
콰아앙!
다시 한 번 시현의 주먹과 초대형 좀비의 주먹이 격돌했다. 그러나 이번엔 결과가 달랐다.
퍼버벙! 촤아아악!
시현의 주먹이 꽂힌 초대형 좀비의 팔이 터져 나갔다. 초대형 좀비의 팔은 시현의 주먹이 부딪친 주먹부터 터져 나가기 시작해 그 폭발이 팔을 타고 올라가 한 팔을 전부 날려버렸다. 초대형 좀비의 팔에서 뿜어진 썩은 피와 살점이 시현의 몸에 끼얹어졌다.
“그어어어….”
초대형 좀비는 자신의 팔이 입은 충격에 비틀거려 뒤로 물러났다. 만일 이 광경을 제 3자가 봤다면 자신이 잘못 본 것이라고 스스로를 의심하겠지만, 초대형 좀비의 팔이 터져나간 건 어떤 의미로 당연한 결과였다.
시현의 근력 능력치는 30. 삼재기공 10성으로 50% 보정을 받으면 45가 되고, 여기에 전투 본능이 현재 상황을 전투 상황으로 파악하여 20% 보정을 더 준다. 즉, 시현의 최종 근력 능력치는 54가 되고 이 수치는 성인 남성 근력의 1,024배에 근접했다. 한 손으로 10kg 무게를 든다 쳐도 시현은 한 손으로 10t 이상을 들 수 있었다.
그런 힘으로 자세를 잡고 삼재권의 공격 보정까지 실어 내지른 주먹이 절대 가벼울 리 없었다. 리스타트 플레이어의 보정이 없었다면 터져 나간 건 좀비의 팔이 아니라 시현이었을 정도로 강했다.
시현은 내질렀던 주먹을 거두며 몸에 힘을 넣었다. 삼재기공으로 크게 증폭된 힘이 전신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밖으로 넘치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좋아! 먹힌다!’
삼재기공을 사용하기 전에는 어쩔 도리가 없지만 삼재기공을 전개하면 얘기가 확 달라졌다. 삼재기공과 삼재권을 사용한 시현의 최종 전투력은 하급 던전 보스 괴수도 압도할 정도로 강맹했다.
시현은 몸과 다리를 살짝 낮춰 힘을 줬다 힘차게 도약했다.
콰앙!!!
다리에 힘을 줬던 땅이 폭발이라도 터진 것처럼 뒤집어졌다. 단순한 발 구르기만으로 땅을 뒤집어버린 시현의 몸이 하늘 높이 치솟기 시작했다.
5m 크기인 초대형 좀비보다 더 높게, 초대형 좀비의 머리 두어 개보다 더 높이 치솟은 시현은 오른 주먹을 다시 한 번 꽉 쥐고 초대형 좀비를 내려다 봤다. 뼈와 살이 전부 터졌던 초대형 좀비의 팔이 검은 피를 뚝뚝 흘리며 천천히 자라나고 있었다.
하늘 높이 치솟았던 시현의 몸이 초대형 좀비를 향해 낙하하기 시작했다. 시현은 중력이 자신을 힘차게 잡아당기는 걸 느끼며 주먹을 등 뒤로 당겼다.
“으랏차!!”
시현은 매가 사냥감을 노리는 것처럼 빠르게 낙하해 초대형 좀비의 이마에 주먹을 내질렀다.
쾅! 퍼어엉!!
초대형 좀비의 커다란 머리가 폭죽처럼 터졌다. 뼈가 으깨지고 썩은 내 나는 뇌수와 피가 사방으로 퍼졌다.
초대형 좀비는 한 순간 휘청거렸지만 쓰러지진 않았다. 이미 죽은 몸이라 머리 하나 깨져도 죽지 않는다고 시위하듯 버티고 그 머리마저 재생하고 있었다.
초대형 좀비를 후려친 충격에 뒤로 튕겨진 시현은 허공에서 몇 바퀴 회전하며 사뿐히 착지했다.
그리고 착지하자마자 양 발에 힘을 때려 박아 도약, 한 순간 만에 초대형 좀비의 몸 앞에 도달해 초대형 좀비의 몸을 발로 걷어찼다.
펑!!
초대형 좀비의 흉부가 터져 나가고 5m 거구가 공중에 떴다. 2m도 안 되는 인간의 발차기에 5m 거구가 떠오르는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콰아앙!! 쿵!!!
그러나 그 거구가 땅에 처박혔을 때 울린 지진이 이 상황을 현실이라 알리고 있었다. 초대형 좀비를 올려 찼다가 그대로 몸을 돌려 채찍처럼 발을 휘둘렀던 시현은 좀비를 땅에 처박고 땅에 착지했다.
단 4격. 단 4격 만에 하급 던전에 군림하던 지배자는 넝마 조각이 되어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곳저곳 터지고 깨진 살점이 재생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몸을 떨며 일어나지 못 했다.
“거 더럽게 안 죽네.”
땅에 착지한 시현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초대형 좀비에게 걸어갔다. 사실 일어날 기미는 보이고 있지만 일어날 수 없다는 말이 옳은 말이었다.
터벅터벅 걸어 초대형 좀비에게 다가간 시현은 초대형 좀비의 몸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초대형 좀비는 시현이 자신의 몸 위에 올라서도 어쩌지 못하고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만큼 몸에 쌓인 충격이 많았다는 걸 뜻했다.
초대형 좀비가 방해하질 않으니 올라가는데 별 탈이 없었다. 초대형 좀비의 가슴께에 떡하니 선 시현은 오른손을 들어 가볍게 주먹 쥐었다가 그대로 전력을 실어 내리쳤다.
그리고 그 순간 보스 던전 방이 통째로 뒤집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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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쯤 들어갔던 던전을 나왔을 때는 오후 11시를 살짝 넘기고 있었다. 던전에서 나온 시현은 살짝 젖은 머리를 털며 한숨을 흘렸다.
“후우. 피곤해 죽겠다.”
자신의 머리를 턴 손 냄새를 맡은 시현은 초대형 좀비의 썩은 피 냄새가 잘 빠진 걸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멋모르고 집에 갔다가 웬 악취냐고 가족이 뭐라고 할까 복장과 청결을 다시 한 번 체크했다.
초대형 좀비를 사냥한 뒤 너무 더러워진 몸 때문에 결국 스토어에서 샤워 도구와 새 옷을 사 입고 나온 시현이었다. 이번에는 많이 벌었으니 조금 정도는 써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샤워 도구와 새 옷을 사 씻었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시현은 다시 한 번 냄새가 빠진 걸 꼼꼼히 확인한 뒤 창고 의자에 앉았다. 몸을 가득 채운 피곤함 때문에 오랜만에 한숨 자고 싶어질 정도였다.
마음 같아서는 의자에 앉은 채 그대로 자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시현은 인벤토리를 열어 초대형 좀비를 잡고 얻은 물품들을 살폈다.
●하급 마정석 중형 (언커먼 / 마정석 : 괴수의 잔재. 괴수가 죽고 난 뒤 잔여 에너지로 만들어진 원석. 가공 방식에 따라 다른 에너지 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최하급 마정석의 10배에 해당하는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다)
●초대형 좀비의 핵 (매직 / 기타 : 초대형 좀비를 지탱하던 핵. 강력한 암暗 속성이 깃들어 있어 좋은 재료로 쓰이고 있다)
그 외에도 1,000C까지 획득했다. 던전 하나를 통째로 클리어 해야 주는 보상의 2배를 보스 괴수 1마리 잡으니 얻을 수 있었다.
“정리를 하자면 하급 마정석 중형 1개, 하급 마정석 소형 250개, 구울의 손톱 85개, 스켈레톤의 뼈 16개, 13,600 크레딧이군. 많이도 얻었네.”
하급 던전 돌아보니 제법 쏠쏠했다. 장비만 잘 갖추고 시간만 들이면 단신 공략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정산을 마친 시현은 모든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른한 피곤함이 도저히 몸에서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으으. 안 되겠어. 피곤하다. 오늘은 진짜 자야지.’
시현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집으로 향했고 집에 가자마자 그대로 침대에 처박혀 잠이 들었다. 몇 달 만에 잔 잠은 정말 꿀맛 같았고 그 꿀에 빠져 다음 날 아침까지 쥐죽은 듯 잠만 잔 시현이었다.
============================ 작품 후기 ============================
@죄사//떨리실 정도로 재미있게 봐 주셨다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주시는 쿠폰은 얌전히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이 세상 이런 거 사양하는 거 아니더라고요.(...)
이제 회사가 절 일찍 놔주냐 아니냐에 따라 월요일 연참 여부가 결정이 됩니다. 근데 우리 회사는 절 잘 안 놔준단 말이죠... 씁.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은 초보 작가에게 크나큰 힘이 됩니다. 더욱 열심히 하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년 7월 19일. 오류 수정. sonage님이 지적해주신 대로 주먹 맞부딪치는 장면이 잘못 된 걸 고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