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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웅크릴 줄도 알아야 하는 법.
“그으… 으어… 어어어……!!”
시현은 왕관을 쓴 거인을 보며 안으로 내달렸다. 힘차게 발을 딛는 순간 땅이 터져 나가며 시현의 몸이 앞으로 쏘아졌다.
쾅! 콰쾅! 콰앙!!
검과 주먹이 부딪치는 순간 충격파가 알현실을 뒤흔들었다. 알현실을 멋들어지게 꾸미던 샹들리에와 옥좌, 고풍스러운 갑옷 등 모든 것이 뒤집어졌다.
“크… 어어어!!”
왕관을 쓴 거인은 인간인지 짐승인지 의심될 소리를 지르며 칼을 휘둘렀다. 3m 넘는 거구가 양손으로 쥔 바스타드 소드에서 매서운 칼바람이 쏟아져 나왔다.
시현은 양팔을 높이 들어 눈앞에서 X자로 교차 시키며 내공을 한껏 일으켰다. 몸에서 뿜어져 나온 내공이 블랙 드래곤의 롱 코트 밑으로 모여 시현의 몸을 강화 시켰다.
콰아아앙!!!
칼바람이 땅을 일구고 벽을 허물었다. 넓고 웅장한 알현실은 보스 괴수가 내뿜은 칼바람 한 번에 그 모습을 잃어버렸다. 단 한 번의 칼바람으로 넓은 알현실이 폐허가 되어버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난 것이다. 단 한 명, 시현을 제외하고 말이다.
양팔을 X자로 교차 시켜 칼바람을 가드 했던 시현은 팔을 내리고 몸을 낮췄다. 그리고 발에 힘을 넣어 땅을 디뎠다.
콰앙!
땅바닥이 터져나간 순간, 시현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시현의 전투를 지켜보던 앨런의 눈이 부릅 뜨였다.
“없어졌다…!”
쾅! 퍼엉!
그 직후 다시 한 번 폭음이 터졌다. 눈을 부릅뜨던 앨런은 재빨리 폭음이 터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으… 으그어!”
“크윽! 이걸 막냐…!”
그곳에는 사라졌던 시현이 있었다. 앨런의 눈에서 사라진 시현이 어느 새 수십 m 떨어진 보스 괴수의 칼과 주먹을 맞대고 있었다.
보스 괴수는 칼을 거꾸로 세워 칼면으로 시현의 주먹을 막고 있었다. 그걸 본 앨런은 그제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저 거리를 단번에 좁히고 뒤로 파고들었다!’
쾅! 콰앙!
주먹과 칼이 부딪치며 접전이 재개됐다. 앨런 메이컨은 더 크게 뜰 수 없는 눈을 크게 떠 그 광경을 주시했다. 보스 방에서 일어나는 전투에, 여태까지 자신이 봐 온 적 없는 경이로운 격전에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앨런은 영국에서 최고의 디펜더라 칭해지는 헌터였다. 그런 칭호에 자만할 생각은 없고 자기 자신을 갈고 닦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영국에서 최고라는 자부심은 있었다.
그러나 격이 다르고 차원마저 다른 전투에 그 자부심이 깨지고 있었다. 보스 괴수가 휘두르는 검격은 일격 일격이 무겁고 날카로워 자신의 방패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그가 내뿜는 칼바람은 오러를 전력으로 쏟아도 조각조각 썰릴 것만 같은 위력이 실려 있었다. 적의 공격은 자신 혼자서는 도저히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강맹했다.
그러나 시현은 그런 공격을 맨몸으로 버텨내고 나아가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앨런의 눈에서 그 광경이 떨어지질 않았다. 앨런에게 있어 흉측하고 압도적인 거구의 왕과 싸우는 모습은 전설 속에서나 나오던 영웅처럼 보였다. 어쩌면 동방에서 말하는 무신(武神)이란 자가 저런 자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을 같이 지켜보던 경진과 민영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민영아. 저거….”
“……응. 보여.”
경진과 민영은 보스 방 입구에 서 문을 홀딩하고 있었다. 그 뒤로 앨런과 나머지 헌터들이 있었고 모두 모여 방 안에서 일어나는 격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현이 주먹을 내지르면 거구의 왕이 큼지막한 검을 휘둘러 튕겨냈다. 헌터들 대부분은 검과 주먹이 부딪치는 광경을 넋 놓고 보고 있었고 앨런은 조금이라도 그 전투를 읽어내려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그리고 판세를 읽을 수 있는 경진과 민영의 표정은 더더욱 굳어져 갔다.
시현이 싸우는 던전 보스 괴수는 민영과 경진이 힘을 합쳐 70% 정도의 승산이 있는 괴수였다. 혼자라면 승산이 20% 정도인 적을 두 사람이서 힘을 합쳐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상위 랭크 헌터 수십 명이 같이 잡아도 승률을 점칠 수 없는 괴수를 단 둘이서 잡을 수 있다는 건 세계가 괄목할 정도로 대단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런 둘이 전력으로 덤벼들어도 이길 수 없는 게 시현이다. 마지막으로 대련해 본 게 1달 전이었지만 그때 시현이 두 사람을 압도했던 걸 자신들은 잊지 않고 있었다. 자신들이 성장할 때 시현 또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전력으로 덤벼도 끄떡 않던 시현이다. 그들에게 있어 시현은 소중한 사람이자 믿음직한 리더였다. 두 사람은 언제나 멀찍이 앞서 나가는 그 등만 쫓아갔다. 자신들을 도와주는 시현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따라갔다.
그런 두 사람이기에 시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판세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이 읽은 판세는 똑같은 결과였고 그 결과는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나타내고 있었다.
“…고전하고 있어.”
두 사람이 믿을 수 없는 건 바로 그 사실이었다. 자신들이 읽은 판세에 의하면 시현은 보스 괴수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다.
“크윽!!”
시현은 이를 악물고 내공을 끌어 올렸다. 일반적인 내공보다 순도 높은 기운이 시현의 몸 깊숙한 곳에서 올라왔다. 무림인이 선천지기(先天之氣)라 부르는 생명의 근원인 SP였다.
몸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선천지기를 무공으로 돌리고 무공을 사용했다.
그 순간 선천지기가 시현의 손에서 벗어나 몸 안에서 날뛰었다.
‘빌어먹을…!’
콰앙!
주먹과 칼이 부딪치자 다시금 굉음이 터져 나갔다. 사람 하나 곤죽내고도 남을 강맹한 공격을 주먹으로 버텨낸 것이다.
그것이 시현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원래대로라면 이딴 칼 주먹 한 방에 아작냈어야 했다. 그런데 그게 안 되고 있다. 시현의 주먹은 보스 괴수를 뚫지 못하고 있고 전투는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본래대로라면 되어야 할 일이 되지 않고 있다. 시현은 지금 이 순간 비로소 그 이유를 확실하게 자각했다.
‘내공이 컨트롤 되지 않는다!’
시현은 양팔을 들어 보스 괴수의 칼을 막아내며 얼굴을 구겼다. 설마 설마 하던 자신의 이상증세가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 증상이 몸에 나타나기 시작한 건 한 달 전쯤, 민영을 훈련시키는 중간이었다. 민영을 훈련시키며 자신 또한 훈련하던 중에 이상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민영이 수련할 때 시현이라고 놀고 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민영보다 더더욱 열심히 수련했다. 잠을 자야 하는 민영과 다르게 시현은 잠을 잘 필요가 없었고 그 남는 시간 대부분이 수련에 쏟아지는 건 당연했다.
시현이 성장하기 좋은 발판도 잔뜩 존재했다. 시현은 그 발판 중 하나인 스토어에 드롭 아이템과 마정석을 팔아 많은 크레딧을 벌어 여러 무공을 구입해 습득했다. 무공뿐만이 아니었다. 여러 마법과 지식도 습득해 자신을 갈고 닦았다.
반짝하게 닦인 발판이 잔뜩 놓여 있으니 그걸 밟으며 성장하면 될 뿐이다. 그렇게 생각한 시현은 스토어에서 여러 무공과 마법을 구입해 습득했고 자신의 몸에 확실하게 익혔다. 마법과 무공 둘 다 합치면 그 수가 수십 개를 넘어갈 정도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내공과 마력이 말을 듣지 않았다. 처음에는 자신이 잘못 느낀 건가 싶었는데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현상은 더더욱 심해졌다.
혹시 자신이 잘못 안 것이 아닌가, 어쩌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그래도 설마 싶어 이번 보스 괴수 상대를 단독으로 해 본 시현이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선천지기를 끌어올려 내공을 준비하고 사용하고 싶은 무공을 사용하면 선천지기가 움직인다. 잘 깔린 철로 위를 달리듯 내공이 알아서 움직이면 그 내공에 맞춰 원하는 무공이 발동 된다. 이것이 시현이 무공을 사용하는 기본적인 매커니즘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일정량 이상의 내공을 불어 넣으면 길이 갑자기 허물어져 방황하는 차처럼 내공이 마구잡이로 움직였다. 이래서야 기껏 배워놓은 상위 무공을 사용할 수도, 자신이 닦아뒀던 삼재기공도 마음껏 사용할 수 없었다.
부웅!!
자신에게 휘둘러지는 칼을 피해 뒤로 도약한 시현은 단번에 수 m 거리를 훌쩍 벌리며 착지했다. 검은 코트 끝자락이 망토처럼 펄럭였다.
“그으으으어어……!!!”
보스 괴수는 목청 놓아 우렁차게 포효하며 시현에게 달려들었다. 시현이 거리를 벌린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천천히 바라본 시현은 자신을 차분하게 만들고 비장의 카드를 발동했다. 그동안 사용한 적이 얼마 없던 심안 어빌리티였다.
끼이잉─!
날카로운 이명이 시현의 감각을 훑었다. 소름끼치지 않는 이명이 전신을 깨우는 감각에 잠긴 시현은 그 감각을 퍼뜨렸다. 자신을 중심으로 감각이 퍼져 나가는 청아한 느낌이 시현에게 와 닿았다.
심안 어빌리티가 발동한 걸 느낀 시현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보스 괴수를 직시했다. 보스 괴수의 앞에는 보스 괴수와 똑같이 생긴 보스 괴수 여럿이 반투명하게 늘어져 있었다. 이 반투명한 보스 괴수의 모습이 보스 괴수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형상화한 지표였다.
시현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까지만 내공을 불어 넣어 억제했다. 비록 그 힘이 전력으로 사용하는 삼재기공보다 많이 떨어지지만 심안 어빌리티는 그 부족함을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뛰어난 능력이었다.
이윽고, 보스 괴수의 칼이 시현에게 휘둘러졌다.
콰콰쾅!
빠르고, 강맹하고, 매서운 칼날이 시현에게 뿌려졌다. 세차게 쏟아지는 칼부림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흔적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듯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현은 그 칼부림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전부 피해냈다. 방금 전까지 공격을 크게 피하거나 주먹으로 튕겨내던 것과 확연히 다른 움직임이었다. 심안 어빌리티를 통해 동선이 보이는 건 답이 보이는 문제와 다를 바 없었다.
보스 괴수의 움직임을 전부 읽은 시현은 보스 괴수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낭비를 최대한 줄이고 필요한 곳에 집중한 움직임은 잘 벼린 칼처럼 날카로웠고 뾰족하게 가다듬은 송곳처럼 힘이 모여 있었다.
그 후는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노려야 할 부분만 정확하게 노린 주먹이 보스 괴수를 두들겼다. 갑자기 달라진 시현의 움직임에 적응하지 못한 보스 괴수는 힘을 쓰지 못했다.
쾅! 펑!!
내지른 주먹이 보스 괴수를 쳤다. 보스 괴수는 터진 폭탄에 튕겨진 것처럼 튕겨져 땅을 뒹굴었다.
땅을 뒹굴며 몇 번 꿈틀거리던 보스 괴수가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보스 괴수의 몸이 사라졌다. 보스 괴수가 있던 자리에 남은 건 커다란 바스타드 소드 하나와 야구공 크기만 한 마정석이었다. 소형이 공깃돌, 중형이 탁구공 크기였으니 대형이었다.
“혼자서 보스 괴수를 잡았어!”
“이것이 한국 S등급 헌터인가! 단독 던전 공략은 허풍이 아니었구나!”
단 몇 명밖에 안 되는 헌터들이 환호성을 울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환호로 시끌시끌해졌다. 단 세 명이서 하급 던전을 공략했다는 사실에 축제 분위기가 됐다.
그러나 그 공로자인 경진과 민영은 그 분위기에 편승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걱정을 가득 담은 눈으로 보스 방에 서 있는 시현을 쳐다봤다.
시현은 조용히 손을 들어 자신의 손을 쳐다봤다. 언제나와 다를 바 없는 손이 오늘따라 달라 보였다. 너무 왜소해 보였다. 내공이 빠지고 제대로 쓸 수 없는 자신의 손이 이렇게 볼품이 없던가.
‘…어떻게든 해야 해.’
시현은 이를 악물며 주먹을 쥐었다. 눈에 보이는 주먹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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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nid//정말로 합니다. 진짜 쿠폰 1,000개 쌓이면 할머니가 히로인에 포함 됩니다. 결국 할머니를 쿠폰에 팔았어...!
컴퓨터는 터졌고, 자료는 훅 갔고, 고료는 17일에 들어오고. 다사다난 합니다. 이것도 진짜 피방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제 일일 2회 할 수 있구나 하고 좋아한 게 일주일 전인데 세상이 안 도와주니 미치겠습니다...-_-;;
덧. 전개 재배치에 의해 소제목을 수정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공순이는 좀 나중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