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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135화 (135/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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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엄 찬란한 독과점의 힘.

2009년 3월 28일 토요일.

기본적으로 시현은 약속을 잘 지키는 축에 속한다. 남이 자신에게 약속을 잘 지켜주길 바라니 자신도 남에게 약속 잘 지켜주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현은 남과 한 약속을 잘 지켰다. 준이 자기 비밀을 남에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한 것도 확실하게 지켰다. 애인과 절친이 물어도 그냥 그런 게 있다는 식으로 얼버무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아무리 친하더라도 지켜 줄 건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지. 아! 나는 죄인이구나, 여기 있어서는 안 되는구나! 하고 말이야!”

하지만 열심히 지킨 비밀 당사자가 떠벌거리고 있는 이 상황에서도 이 인간을 지켜줘야 하는가. 시현은 그걸 진지하게 고민했다.

“지금 뭘 그리 떠벌대고 있는 거냐, 이 빌어 처먹을 근육 뚱땡아.”

“오. 우리 리더 왔냐? 이제 리더가 내 은인이 된 부분을 근사하게 포장하려 했, 크악! 악! 아악! 기, 기브! 기브! 이것엔 깊은 뜻이, 으아아악! 목뼈 부러진다!”

시현의 손에 목덜미 잡힌 준이 발버둥 쳤다. 190cm 넘는 거구가 뒷목 잡혀 발이 땅에서 떨어질 정도로 들어 올려지는 진귀한 모습이 연출 됐다.

“이 빌어 처먹을 근육덩어리! 나는 애인하고 친구한테도 말 숨긴다고 머리 굴렸는데 네놈 새끼가 속 시원하게 털어내면 난 뭐 어쩌라고! 내 고민 보상해!”

“끄아아악! 리더 진정해라! 내 목 부러지면 인재를 잃는 건 너, 끄아아아악!”

거구의 추한 발버둥은 목뼈에서 살려달라고 비명이 나올 때까지 계속 됐다. 진짜 오도독 소리 나게 꺾어버릴 수는 없기에 시현은 준을 놔줬다.

“장난 떼고. 진짜 일부러 숨겨놨는데 네가 말하면 어쩌라는 거냐. 그 얘기 너한테는 아픈 상처잖아.”

“아니. 뭐. 그야 그런데….”

준은 목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비틀었다. 방금 전까지 혹사 시킨 목을 푼다고 고개를 비트는데 목에서 들리는 소리만 들으면 목을 더 혹사시키는 거 같았다.

목을 몇 번 푼 준은 머리를 벅벅 긁적였다.

“나한테 아픈 상처기는 해도 앞으로 같이 일할 동료잖아. 다른 사람들하고 다르게 난 늦게 들어왔고, 다른 사람들은 오래동안 알고 지내면서 신뢰가 쌓였고.”

“그건 그렇긴 한데. 그래서?”

“그러니까 이러는 거지. 네가 배려해 줘서 고맙긴 하지만 나한테 이런 사정이 있었고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됐으니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게 예의잖아?”

시현은 팔짱을 끼며 침음성을 흘렸다. 준이 말하는 바는 잘 알았다. 늦게 합류한 만큼 자신이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말하고 신뢰를 얻겠다는 게 준이 말하는 바였다. 그리고 그게 크게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자기 상처를 저렇게 술술 말해도 되는 건지 싶은 마음도 있었다. 사람이 좋은 건 좋은데 너무 좋아서 호구처럼 이용당하면 어쩌나 싶었다.

“너 그러다 있는 거 없는 거 쪽쪽 빨려 버려진다. 그건 어쩌려고?”

“에헤이! 부하를 돌봐주는 게 리더의 역할이잖아. 난 우리 리더 아주 그냥 찰떡같이 믿어. 내가 호구되기 전에 알아서 잡아줄 거지?”

“…어이구, 씨발. 이젠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 똥구멍까지 닦아줘야 해.”

“네가 날 형님처럼 받들어 모셔주기라도 했냐? 그랬다면 내가 이런 불만도 안 가지지!”

뒷바라지를 하면 했지, 이놈을 형으로 부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시현은 치를 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후후. 왜, 어때. 난 이 오빠 괜찮은데? 재미있잖아?”

“봐! 아영씨는 잔뜩 메마른 네 마음과 다르게 풍만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잖아!”

넌 풍만하고 부드러운 가슴을 말하고 싶은 거 아니냐. 준의 발언에 잔뜩 태클 걸고 싶은 시현이었지만 목까지 치솟은 말을 꿀꺽 삼켰다. 아영은 그런 시현이 재미있는지 쿡쿡 웃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된 아영은 누가 봐도 대학생이라고 알 정도로 성숙해졌다. 고등학생 특유의 풋풋한 분위기가 사라졌고 발육 좋았던 몸은 더욱 여물어 여성의 상징성인 가슴이 보기 좋게 부풀었다. 참고삼아 말하자면 언제 만져 봐도 부드러움과 탄력이 공존하는 무서운 흉기였다.

“걱정 마세요, 오빠. 시현이가 저리 말해도 항상 남 돌봐주는 거 좋아해요.”

“아. 그건 맞아요. 형. 시현이가 얼마나 착한데요.”

“…착한 건지, 사서 고생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부정은 못 하겠어.”

아영에 이어 경진, 민영이 차례차례 말하자 시현은 할 말을 잃었다. 믿었던 아군이 적의 편에 서 자신을 배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 배신감은 얼마 가지 못했다. 눈웃음치며 시현에게 다가온 아영 때문이었다.

“그런데 시현아. 나는 언제 돌봐줄 거야?”

아영은 가느다란 팔로 시현의 목을 감아 안으며 매달렸다. 서양인하고 비교해도 모자람 없는 풍만한 가슴과 가느다란 허리가 시현의 품에 들어왔다. 잘록한 허리 밑으로 부푼 엉덩이도 시현의 배신감을 지우는데 한 몫 했다.

“그, 그러게 말이야. 말 나온 김에 오늘 밤에 오빠가 돌봐줄까?”

“저질. 엉큼해.”

시현은 약삭빠른 고양이처럼 안긴 아영에게 당해낼 수 없었다. 하물며 엉큼하다 말하면서 싫은 표정이 아니라 뺨에 뽀뽀까지 쪽 해주면 더더욱 그랬다. 비록 민영이 차갑게 식은 눈으로 자신을 보고 준이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어도 말이다.

“흠, 흠흠. 별 수 없지. 아영이 못 본 사이 몸이 얼마나 변했는지 오빠가 살짝 체크해야겠어.”

아영의 허리를 쓰다듬던 시현의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곡선 그리는 아영의 허리를 타고 내려가는 손이 그녀의 엉덩이로 향했다.

“푸훗. 네~ 오빠가 체크해 주세요. 쪽.”

시현의 손길을 느낀 아영은 싫은 기색 없이 살짝 웃으며 시현에게 속삭였다. 한 술 더 떠 시현의 귀에 살짝 쪽 소리 나게 입을 맞추고 앙큼하게 웃어 보였다. 귀에서 느껴진 찌릿한 기분이 시현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아영의 주머니에서 울려퍼진 휴대전화가 그 불을 확 꺼버렸다.

“아. 잠깐만. 시현아. 전화 왔어.”

앙큼한 고양이처럼 안겨 있던 아영이 시현의 품에서 휙 벗어났다. 36.5도 따뜻한 생체 베개를 잃어버린 시현은 허전함에 살짝 몸을 떨었다.

“아. 여보세요? 네, 큰아버지. 예. 지금 시현이하고 같이 있어요. 네? 예. 잠깐만요.”

전화를 걸어온 건 김대형 협회장이었다. 시현에게서 떨어진 아영은 김대형 협회장과 전화를 나눴다. 시현은 그 모습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어차피 날 찾는 전화일 텐데 그냥 나한테 직통으로 전화하면 되는 거 아냐?”

“그게 편하긴 하지만 시현이 네 위치가 있잖아. 비서를 맡는 아영이를 통해서 전화하는 게 올바른 절차니까.”

“아니. 그걸 모르는 건 아냐. 절차는 중요하니까. 하지만 어차피 그 아저씨하고 나 사이인데 뭘 번거롭게 그러나 싶기도 하고.”

그리 말하는 시현도 김대형 협회장에게 그런 말한 적은 없었다. 조만간 길드가 커지면 아영의 역할이 중요해질 테니 지금부터 그걸 대비해둔다 생각해서였다.

“헌터님. 김대형 협회장님이 만났으면 하는데요. 약속 잡을까요?”

시현의 전담 비서로서 일을 하는 아영은 시현에게 깍듯하게 예를 차렸다. 공사 구분을 똑부러지게 해내는 애인의 모습을 보자 시현의 입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 그렇게 해. 말 나온 김에 오늘…은 안 되겠구나. 내일 밤으로 잡아 줘.”

“그렇게 할게요. 협회장님, 내일 밤이면 시간이 된다고 하시네요. 예. 그러면 내일 밤 8시에….”

아영과 김대형 협회장의 전화는 얼마 가지 않아 끝났다. 아영은 옆머리를 손가락을 살짝 쓸어 넘겼다.

“내일 오후 8시에 한식 요정(料亭)에 예약해 두겠다고 하네요. 시간 맞춰 차를 보낸다 하니 그걸 타고 가시면 돼요.”

“수고했어. 우리 비서.”

시현의 말에 방긋 웃었던 아영은 고개를 기우뚱 기울였다.

“그런데 시현아. 오늘도 아무 일 없잖아? 왜 내일로 잡은 거야?”

“그야 오늘 밤에는 아영이 돌봐줘야 하니까.”

아침에 해 떴다고 말하는 것 마냥 당연하게 말한 시현은 아영을 보며 팔을 벌렸다. 눈을 동그랗게 떴던 아영은 그대로 시현의 품으로 뛰어 들었다.

“와. 씹소름. 나 닭 되는 줄 알았네.”

그런 시현에게 준의 핀잔과 민영의 싸늘한 눈빛이 꽂히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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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29일 일요일.

어제는 아영을 열심히 돌봐줬다. 여태까지 못 돌봐준 만큼 구석구석 열심히 돌봐준 탓에 행복한 시현이었다. 아영을 돌봐줬는데 왜 시현이 행복해지는가는 말하지 않기로 한다.

“못 본 사이 신수가 제법 훤해졌군요.”

“…김대형 협회장님의 인재 선택은 정말 대단한 거 같습니다.”

“갑자기 무슨 소리입니까?”

“아, 아닙니다. 하여간.”

시현이 방 형식으로 된 요정으로 들어서자 김대형 협회장이 시현을 맞이했다. 시현은 김대형 협회장에게 가볍게 인사하며 식탁 앞에 앉았다.

시현이 김대형 협회장과 마주보듯 식탁 앞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 한식 요리가 식탁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고급스러운 음식이 식탁 위에 차려지자 임금님 수라상 저리가라 할 식탁이 완성됐다.

김대형 협회장은 작은 병을 들어 시현의 잔에 따랐다. 청주라 부르는 깨끗한 술을 받은 시현도 김대형 협회장의 술을 따랐다.

“정말 간만이네요. 협회장 자리는 할 만합니까?”

“하하. 일 하는 건 힘들지만 위에 찌꺼기들 없는 건 좋군요.”

시현과 김대형 협회장의 잔이 가볍게 부딪쳤다. 두 사람은 깔끔한 청주부터 목안으로 털어 넣었다.

“레이첼 루드비아 기억하십니까?”

“기억 못 할 리가요. 루드비아 인더스트리의 CEO인 그 여자 말하는 거잖아요.”

“예. 그 여자입니다.”

미국 최고의 군수업체이자 여러 산업에 손을 뻗은 대기업, 루드비아 인더스트리.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뻗친 대기업을 이끄는 건 세계 최고의 천재 엔지니어인 여자였다.

그 여자가 바로 레이첼 루드비아였고 시현과 면식이 있는 여자였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옐로우 던전이 처음으로 알려졌을 때 만났던 여자였다.

“그 천재 엔지니어 CEO가 시현씨를 만나고 싶다고 한국 헌터 협회에 연락을 넣었습니다.”

시현은 앞에 놓여있는 젓가락을 집어 음식을 살짝 집어먹었다.

“으음. 맛있네. 그런데 그 여자가 왜 날 보자고 해요?”

짐작 가는 바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한 번은 물어보는 게 예의기도 하고 혹시 다른 일이 있을 수도 있기에 시현은 김대형 협회장에게 물었다.

그러나 이런 경우 대부분 짐작 가는 바가 정답이었다.

“최초의 옐로우 던전 이후 보여주지 않은 신소재 때문입니다. 그걸 연구해 보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역시라면 역시였다. 시현은 가볍게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

============================ 작품 후기 ============================

@FOD//마성이 강화 되면 장르가 추가 됩니다. MCㅁ, 읍읍!

@테크노//걱정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 천성이 천성이라 진지한 건 영 어색하더라고요. 경박한 남자 같으니!

@에르시리나//그런 거 아니야! 우정은 우정이야!!

리스타트 라이프가 19금 딱지 붙은 걸 보고 친구가 말했습니다.

"19금도 안 쓰면서 19금 딱지라니. 독자 우롱이다!"

그래서 저는 말했습니다.

"여성 독자들도 본단 말이야!!!"

...그래도 이게 남성향인 이상 앞으로 성애씬은 자주 나와야 할 거 같습니다. 불편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시현이도 혈기왕성한 남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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