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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136화 (136/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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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엄 찬란한 독과점의 힘.

김대형 협회장이나 레이첼이 말하는 신소재란 다름 아닌 드롭 아이템이었다. 신소재라는 말로 포장하니 뭔가 대단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괴수 잡으면 마정석 부수입으로 떨어지는 자투리였다. 적어도 시현에겐 그랬다.

하지만 물건의 가치는 상대적인 법. 드롭 아이템이 시현에게 있어 사소한 것일지라도 타인에게는 매우 값진 보물로 보이고 있었다.

“사실 신소재 관련 얘기는 매 달마다 얘기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단지 그걸 시현씨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었죠.”

“음? 왜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시현씨는 헌터 활동을 자제했으니까요. 수련에만 힘쓰고 싶을 때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김대형 협회장이 말한 대로 당시엔 무공을 컨트롤하는 데에 전념을 쏟고 있었다. 그런 때 이런 얘기를 들었다면 고민하느라 시간을 허비했을 수도 있었다. 김대형 협회장의 배려가 새삼스레 고마웠다.

그 마음을 모르는 김대형 협회장은 새하얀 잔에 술을 따르며 말을 꺼냈다.

“신소재에 관한 얘기는 루드비아 인더스트리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헌터 협회인 유니온을 비롯해서 영국, 독일 등. 강대국이 더더욱 신소재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그건 또 몰랐네요. 걔네들이 얼마나 애타기에 목이 마른다는 표현까지 쓰나요?”

“매 달 있는 국제 헌터 협회 회의에서 제 주변에 사람이 없던 날이 없을 정도로 목말라 있더군요.”

“과연. 끈 대려고 매 번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말이군요.”

당연한 말에 따로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김대형 협회장은 잔에 따랐던 술을 한 번에 전부 들이켰다.

시현이 말한 것처럼 김대형 협회장의 입지는 대단히 공고했다. 어느 정도로 공고하냐면 강대국의 헌터 협회장이 김대형 협회장과 개인적인 친분을 과시하고 싶을 정도로 공고했다.

협회장으로 올라선 김대형 협회장은 뛰어난 수완을 선보이며 한국 헌터 협회를 개혁했다. 그와 동시에 외부까지 신경을 써 헌터 협회 내외 둘 다 완벽하게 다져놨다. 그 중 대표적인 행동이 하급 던전, 옐로우 던전의 일부 개방이었다.

김대형 협회장은 외국에 있는 헌터에게 한국의 옐로우 던전 공략을 가능하게 개방했다. 그리고 옐로우 던전을 공략하러 오는 외국 헌터에게서 많은 이익을 챙겼다. 자국의 헌터보다 강한 세금을 붙이거나, 한국 헌터 협회에서 허가한 국가의 헌터만 옐로우 던전 공략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대표적인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 헌터들은 한국을 찾았고 다른 국가들은 어떻게든 옐로우 던전 공략 가능 지역으로 선정 되고 싶어 했다. 외국 헌터들이야 세금을 더 떼도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 당연했지만 다른 국가들이 그러는 건 조금 이상할 수도 있었다.

헌터 국제법에 의하면 어느 국가에서 채취한 마정석을 타국 헌터가 외국으로 가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며, 반드시 그 국가에서 처분해야 했다. 이런 조항이 있으니 옐로우 던전 공략 가능 지역 선정에 목을 맬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김대형 협회장은 옐로우 마정석을 수출하는 것으로 위치를 공고히 다졌다. 타국 헌터가 판 마정석은 그 타국 헌터가 소속한 국가에 우선적으로 수출한다. 김대형 협회장이 선언한 것은 이것이었고, 이 조항이 다른 국가들이 한국에게 목매다는 이유가 됐다.

옐로우 던전이 없는 곳은 옐로우 마정석을 얻을 수 없다. 필요하다면 외국에서 수입을 해 와야 했지만 옐로우 마정석은 언제나 공급이 부족했다. 얻고 싶어도 얻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조항을 따르면 장소가 다를 뿐, 옐로우 마정석을 직접 채취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비록 돈은 조금 더 들더라도 공급이 있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국의 옐로우 던전 공략 가능 국가로 선정이 되면 그걸 빌미로 자국의 헌터들에게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헌터들에게 거금을 벌 수 있게 해 주는 대신 국가에서도 그들을 통해 여러 혜택을 챙긴다. 그게 아니더라도 헌터 협회의 입지를 굳힐 수 있다. 여러모로 봤을 때 이득이라면 이득이지, 손해는 절대 아니었다.

말하자면 옐로우 마정석의 과점을 통해 김대형 협회장은 많은 것을 얻어냈다. 외국 헌터들에게는 많은 세금을, 다른 국가들에게는 옐로우 던전 공략 가능 국가 선정을 통해 외교적 이득을 말이다. 그의 입지가 공고해지지 않는 게 이상했다.

그 덕분에 요 근래 많이 피곤한 김대형 협회장이었지만 이런 피곤함은 언제든 환영이었다. 워커홀릭인 그다운 발상이었다.

“이번에도 루드비아 인더스트리에서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간절해 보여서 외면하기 힘들더군요.”

“…실상은?”

“제법 많은 거 챙겼습니다. 헌터 관련 기술 제휴, 신제품 우선 제공 등이죠. 개인적으로 중계료도 좀 챙겼으니 얼굴 한 번 비추시죠.”

“그럼 그렇지. 그보다 당사자는 생각도 없는데 중개료를 챙겨요? 말이 돼요?”

“반은 시현씨 드릴 겁니다. 참고로 중계로 뒤에 붙은 0만 6자리를 넘습니다. 전부 달러입니다.”

“자. 우리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봅시다. 마침 나도 언제 한 번은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시현은 재빨리 손바닥을 뒤집었다. 계란 프라이 뒤집는 것처럼 가볍고 재빠른 태세 전환이었다.

그렇지만 한 번 만나고 오는 데 억 단위로 번다고 생각해 봐라. 누구나가 손바닥 빠르게 뒤집을 터이다. 그건 돈이 많은 시현도 예외가 아니었다. 돈은 벌 수 있을 때 벌어둬야 했다. 그리고 정말로 한 번 만날 필요도 있었고.

“그런데 왜 하필 루드비아 인더스트리입니까? 말만 들어보면 다른 나라도 많아 보이는데. 국가 간의 거래가 협회장 아저씨에게 더 이득 아니에요?”

“아뇨. 국가 간 거래는 수가 다 있습니다. 지금은 루드비아 인더스트리 쪽이 전망이 있죠.”

“왜요?”

“그곳이 루드비아 인더스트리이기 때문입니다. 그곳에 레이첼 루드비아가 있어서라는 게 더 정확한 이유겠군요.”

김대형 협회장은 빈 병을 내려놓고 새 병으로 시현의 잔을 채웠다. 시현도 김대형 전무의 잔을 가득 채웠다. 두 사람의 잔에 맑은 청주가 가득 찼다.

“시현씨도 아시겠지만 레이첼 루드비아는 천재 엔지니어입니다. 그녀가 개발한 물건들은 시대를 몇 년 앞서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전문가들이 말하는 몇 년 앞선 기술 발전은 대부분 레이첼 루드비아가 이룩해낸 겁니다. 그리고 기술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도 직접 손을 뻗고 있고 박사 학위를 받아도 될 실력을 쌓기도 합니다. 그런 그녀를 현대 과학의 선구자라고 불러도 과장이 아닐 겁니다.”

시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람 평가에 박한 김대형 협회장이 이렇게까지 남을 칭찬하는 걸 시현으로썬 처음 봤다. 몇 년 동안 알아온 김대형 협회장이 이렇게까지 나오니 당연히 놀라지 않을 리 없었다.

김대형 협회장이 칭찬하지 않아도 레이첼 루드비아가 얼마나 대단한지 시현도 잘 알고 있었다. 레이첼 루드비아는 매 번 TV에서 나오는 인물이기도 하나 그 루드비아 인더스트리의 CEO였다. 그뿐만 아니라 모델 같은 외모에 뛰어난 천재 과학자이기도 하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꼬박꼬박 이름을 올리기도 하는 여자였다.

그런 여자를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지만 2년 전 시현과는 개인적인 인연도 있었다. 시현은 그때 레이첼을 만나 개인 연락처를 받았고 그걸 아직까지도 가지고 있다. 참고삼아 말하자면 시현은 레이첼에게 연락처를 남긴 적이 없다. 그러니 김대형 협회장을 통해 중개 의뢰가 들어오는 것이지, 만약 연락처를 알려줬었다면 큰일날 뻔했다.

“그, 그렇군요. 그거 굉장하네요….”

그런 생각을 한 시현은 조금 얼떨떨해 하며 감탄했다. 어쨌든지 김대형 협회장이 이렇게 사람을 칭찬하는 건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그런 김대형 협회장이 제일 칭찬하는 게 자신이라는 건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는 시현이었다.

시현이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김대형 협회장은 시현의 감탄에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시현씨 말처럼 이건 굉장한 겁니다. 그런데 만약 그런 그녀에게 신소재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 거 같습니까? 분명히 혁명이 일어날 겁니다. 비약을 하자면 헌터 사회에 커다란 바람이 불어올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김대형 협회장은 입이 마른지 청주를 마셔 입을 축였다. 그답지 않게 많은 말을 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상상하는 일에 흥분해서 그런 것인지 시현은 헷갈렸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었다.

“이건 둘도 없는 기회입니다. 레이첼 루드비아가 신소재를 이용해 새로운 걸 얻어낸다면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입니다. 그래서 제가 루드비아 인더스트리의 요청을 제일 먼저 받아들인 겁니다.”

“아니. 그렇게 말해도 신소재가 똥망일 수도 있잖아요?”

표현은 참 저급하지만 시현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던전의 수혜를 제일 많이 받는 시현이지만 시현은 김대형 협회장의 말을 의심했다. 오히려 던전의 수혜를 제일 많이 받는 시현이기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던전이 미지의 영역인 건 인정한다. 마정석이 온갖 분야에 쓰일 수 있다는 게 밝혀져 엄청난 대접 받는 것도 인정한다. 실제로 반도체부터 의약까지 두루두루 섭렵하는 범용성을 보면 연금술에서 나오는 전설적인 물질 현자의 돌 수준 대접을 받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마정석이 대박 났다 해서 드롭 아이템, 특히 괴수의 사체가 대박 난다는 보장은 없었다. 이걸 대체 어디에 쓰라고 있는 건지 의문이었던 시현에게 있어 괴수의 사체는 잡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시현의 입장에서 볼 때 김대형 협회장이나 다른 사람들은 던전에 대한 환상이 심했다. 시현은 그 착각을 정정해 주고자 입을 열려 했다.

미래 개변 현상 ‘레이첼 루드비아의 발견’이 생성 되었습니다. 열람하시겠습니까? (미래 개변 등급 : 2등급 / 가격 : 15,000,000C) (YES/NO)

그 전에 눈앞에 시스템 창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말이다.

“응?”

“왜 그러십니까?”

“아. 아뇨. 잠시만요.”

시현은 휴대전화를 만지는 척 고개를 숙이고 눈앞에 나타난 창을 움직였다. 몇 년 내내 부대껴 오다 보니 이제는 손이 아닌 생각만으로도 리스타트 플레이어를 조작할 수 있게 된 게 이런 때 유용했다.

시현은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창의 YES 버튼을 눌렀다. 딸그랑거리는 소리는 시현에게만 들리는 크레딧 지출을 알리는 소리였다. 그 후 눈앞에 또 다른 창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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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루드비아의 발견.』

미래 개변 등급 : 2급.

미래 개변 전 : 2011년 2월. 레이첼 루드비아는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드롭 아이템을 통해 얻은 괴수의 사체로 장비를 만들면 괴수에게 더욱 치명적인 장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밝혀진 후 헌터 장비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다.

미래 개변 후 : (아직 개변 되지 않은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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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나타난 창은 시현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네가 똥망이라 생각하는 잡템 사실 존나 좋은 거야. 그러니까 얼른 생각을 고쳐먹어, 이 천치야. 하고 말이다.

시현은 그 속삭임을 외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는 김대형 협회장이 앉아있었다.

“미국 가겠습니다. 그쪽하고 약속 잡아 주시죠.”

눈앞에 나타난 창을 보는 순간 시현의 미국행이 결정 되었다. 그리고 시현은 새삼스레 리스타트 플레이어의 위엄을 만끽했다.

이건 진짜 석유 같은 능력이었다. 본래 능력부터 거기에서 파생 되는 찌꺼기까지 버릴 게 전혀 없었다. 시현에게는 아주 고마운 능력이었다.

============================ 작품 후기 ============================

@에르시리나//아이를 안 가지면 됩니다.

@제라스//그것은 머나먼 나중에 드리겠습니다.

@Mable Fantasm//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FOD//김대형 협회장의 인재 배정 능력은 최고입니다.

오늘의 답글은 단호함을 테마로 담아봤습니다. 크. 제가 봐도 단호박 같은 답글이었어요.

2015년 11월 30일. 오타 수정. Cyphen님께서 지적해 주신 수출 부분을 수입으로 정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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