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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놈은 뭘 해도 된다.
요즘 들어 자신이 거물이 됐다고 실감하는 이유는 여러 개 보이지만, 그런 이유들 중에서 제일 큰 이유는 역시 이런 거 아닌가 싶다.
“오오. 이렇게까지 먼 길을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본은 당신을 환영합니다!”
척 봐도 나 대단한 사람이오 하고 자랑하듯 말끔한 정장을 입은 중년이 시현을 반겼다. 그 사람 뒤에 또 대단한 사람임을 나타내는 사람 몇이 있고 주변에서는 상황을 통제해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통제 너머로는 지나가던 사람이나 공항을 이용하려던 사람들이 시현을 알아보고 있었고 통제 안에는 준비 된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 플래시 세례를 받는 시현에게 두 중년 남성이 다가왔고 그걸 본 시현의 수행팀은 시현에게 방해되지 않게 물러나 거리를 뒀다.
“저는 일본 헌터 협회의 협회장을 맡고 있는 후지와라 료스케, 이쪽 분은 나카자토 케이스케 국토교통위원장님이십니다.”
“아. 반갑습니다. 강시현입니다.”
“일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헌터님.”
시현은 료스케 협회장과 케이스케 위원장과 가볍게 악수했다. 두 높으신 분은 시현의 손을 공손하게 잡았다.
“그런데 중의원님까지 오실 줄은 몰랐네요. 저는 헌터 협회에서만 오실 줄 알았죠.”
“아무래도 국토에 관련 된 일이다 보니 이리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 말하는 케이스케 위원장은 시현을 보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의원까지 하는 사람이 그런 이유 가지고 몸소 찾아올 리는 없었다. 지금은 말하지 않을 뿐 다른 속셈이 있는 거라 봐도 호들갑 떠는 건 아니리라.
그리 생각하며 케이스케 위원장의 손을 놓은 시현의 눈에 낯익은 사람이 한 명 들어왔다.
“어? 어어?”
시현은 그 낯익은 여성을 보며 가볍게 감탄했다. 여성은 시현이 자신을 알아본 것이 기쁜지 살짝 웃었다.
“오랜만이에요, 헌터님. 3년 만에 만나는데 저 기억하세요?”
“어! 아야네씨 아니에요? 와, 진짜 오랜만이네!”
“와아. 기억해 주시는군요? 후후, 기뻐요.”
료스케 협회장 근처에 서 있던 여성은 옆머리를 손으로 쓸어넘기며 빙긋 웃었다. 여성은 기쁘다는 듯 말하지만 시현이 여성을 기억하지 못 할 리가 없었다.
“당연하죠. 제 팬이라 말해준 사람은 아야네씨가 처음이니까요. 제 첫 팬을 어찌 잊습니까?”
여성은 3년 전 미국에 있는 하급 던전에서 만난 S등급 헌터이자 시현의 팬을 자처했던 타카스기 아야네였다.
귀신을 벤다는 뜻인 오니키리라는 칭호를 달고 있는 그녀는 칭호에 걸맞게 빠른 검술을 시현의 앞에서 선보였었다.
“그런데 아야네씨를 보니 갑자기 주먹밥이 먹고 싶어지는데 이유가 뭘까요?”
“아이, 진짜! 그렇게 놀리지 마요!”
참고로 오니키리란 발음은 주먹밥인 오니기리와 매우 흡사한 발음이었다.
시현이 놀리자 아야네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가볍게 소리쳤다. 주먹밥 헌터라는 별명이 있는 아야네로서는 시현까지 자기를 놀리니 부끄러웠다.
시현은 얼굴 붉히는 아야네를 보며 가볍게 웃었다.
“미안해요, 오랜만에 봐서 반가워서 그랬어요. 잘 지냈어요?”
“…진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게 익숙하다고 느끼는 건 저만 그런가요?”
“에이. 착각이에요. 착각.”
“하하. 이거 참, 두 분이 그렇게까지 친분 있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아. 옛날에 한 번 뵌 적이 있거든요. 미국에서 옐로우 던전 때 뵈었는데 그때 일이 지금도 기억에 남네요.”
그저 S등급 헌터가 오니 이쪽도 예의상 S등급 헌터를 대동한 건데 예상외의 대박이 터졌다. 료스케 협회장은 아야네를 데려오기로 했던 과거의 자신을 칭찬했다.
“그러면 밖에 차를 준비했으니 그쪽으로 가시지요.”
료스케 협회장은 자연스레 시현에게 이동하길 권했고 시현은 그에 응했다.
료스케 협회장이 말한 대로 공항 밖에는 고급스러운 리무진이 준비 되어 있었다. 리무진은 옆으로 쭈욱 늘어진 길이만 봐도 높으신 분이 타고 다닐 거라는 걸 알 정도로 고급스러웠다.
시현은 료스케 협회장의 안내를 받아 리무진에 올랐다. 이어 료스케 협회장, 케이스케 위원장, 아야네, 마지막으로 성지예 수행팀장이 리무진에 탔다.
수행팀은 별도로 마련된 차를 이용해 따라오기로 했지만 성지예 수행팀장은 시현을 보필하기 위해서 시현과 같이 자리를 잡았다.
“다시 한 번 이리 먼 길까지 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뇨. 바로 옆 나라니까 먼 길까지는 아니고요. 아, 냉장고 써도 되죠?”
“사양 말고 편히 쓰십시오.”
료스케 협회장의 호의 담긴 말에 성지예가 시현에게 캔 음료수를 건넸다. 캔 음료수에 담겨 있는 탄산음료는 처음 먹어보는 음료수라 신선했다.
료스케 협회장은 기분 좋아 보이는 시현을 보며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던전 탐색 일정은 헌터님께서 원하시는 스케줄에 맞춰 진행하시면 됩니다. 오늘 7시쯤에는 헌터님을 위한 환영 식사가 준비 되어 있는데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군요.”
“아뇨, 저도 일본 음식 좋아합니다. 회라거나 초밥이라거나 잘 먹고 있습니다.”
“하하하. 그거 정말 다행이군요.”
료스케 협회장이 반색을 띄자 케이스케 위원장도 마음에 든 듯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자연스레 리무진 내 분위기는 훈훈해졌다.
시현은 그 분위기를 깨지 않게 느긋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런데 솔직히 국토교통위원장까지 하시는 분이 서류 처리 하신다고 여기까지 올 거 같지는 않군요. 서류 처리야 헌터 협회를 경유해서 하면 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두 사람은 시현의 말에 살짝 긴장했다.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를 쓰나 긴장해 조금 굳은 기색이 시현의 눈에 바로 들어왔다.
“아. 거기에 대해 뭐라 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냥 순수하게 궁금한 겁니다. 그리고 어차피 나올 얘기라면 쉽게 쉽게 가는 게 저도 편하고요.”
“음….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솔직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원래는 석찬에 말씀 드리려고 했습니다만. 케이스케 위원장은 그리 서두를 떼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혹시 헌터님은 일본 국회에 대해 아십니까?”
“대충은요. 양원제를 도입하고 있고 중의원이라 불리는 하원의 힘이 세다거나, 한 정당이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거나. 그 정도만 알고 있네요.”
“그 정도만 아셔도 충분합니다.”
케이스케 위원장은 그게 어디냐며 기꺼운 기색을 보였다.
“저 또한 그 장기집권 중인 정당인 자신당에 소속 되어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정당 내부에서도 파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당이 세간에서는 우익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 내부에서도 중도, 친한이 있기 마련이죠.”
“음. 대충은 알겠어요. 그런데?”
“헌데 이번에도 정당 내부에서 한국에게 강경하게 나서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파벌은 그래서는 안 된다 말하고 있지만 강경파의 힘이 강하다 보니 그렇게 될 거 같습니다.”
케이스케 위원장은 정말로 유감이라는 듯 한탄하며 말을 꺼내고 있었다. 시현은 그 얘기를 들으며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일단 이런 말을 꺼낸 케이스케 위원장은 본인이 말하는 것처럼 중도, 또는 친한파일 가능성이 컸다. 강경파라면 이런 얘기 자체를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이가 직접 나서서 이리 말한다는 건 다음 의미를 시사했다.
“우리는 한국에게 나쁘게 보일 생각이 없다, 그리고 우리가 의견을 밀어붙일 수 있게 힘을 실어 달라. 그 말씀을 하고 싶으신가 보군요.”
“…말씀대로입니다.”
케이스케 위원장은 시현의 말에 한 템포 쉬었다 대답했다. 이야기가 직설적으로 나올 줄 몰라서 조금 당황했지만 노련한 의원답게 당황스러운 마음을 한 템포 만에 수습했다.
“흐음.”
시현은 손에 든 캔을 살짝 흔들며 생각에 잠겼다. 료스케 협회장과 케이스케 위원장이 시현을 쳐다봤지만 시현은 개의치 않고 상념에 푹 잠겼다.
말만 들으면 너무 강경하게 나오는 것 아닌가 싶지만 정치인들도 바보는 아니다. 전 세계에서 손가락질을 해도 바보 같은 발언을 하는 건 그들이 바보여서가 아니다. 그것이 자기들에게 이득이 오기 때문이다.
가령 시현이 회귀하기 전 일본은 한국에게 여러 망발을 지껄였다. 전 세계가 일본의 망언에 손가락질을 해도 일본은 개의치 않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그럼으로써 표를 얻고 여러 이득을 취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적절한 선을 알고 줄을 잘 탔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로 소리치면 국제적으로 말이 많아도 잘 넘길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니까 하지 말자. 나라를 움직이는 이들은 전부 그걸 생각하고 움직인다. 일견 바보 같은 짓거리로 보여도 그렇게 나오는 이유는 그 선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정당 소속인 케이스케 위원장이 말을 꺼낸 이상 일본은 조만간 망발을 지껄일 게 확실했다. 한국이 강국이 된 만큼 예전처럼 얼굴에 철면피 깔지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선을 지켜 짜증나게 할 건 자명한 사실.
“그러면 제가 힘을 실어드리면 우익 쪽이 헛소리도 못 하게 눌러줄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를 위해 부탁드리는 겁니다.”
케이스케 위원장은 시현이 말을 꺼내자마자 재빨리 대답했다. 시현의 말에서 희망을 느낀 탓에 자신도 모르게 살짝 조급해진 것이다.
강경파는 선을 넘지 않으면 된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케이스케 위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물론 강경파가 바보라는 건 아니지만 그들은 중요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강경파의 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아무리 한국이 힘이 세다 한들 국제적인 시선을 무시할 순 없다. 자기들이 조금 정도 강경하게 나가도 한국은 세계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하고, 세계가 한국의 편을 들면 적당히 물러나면 된다. 그걸로 민심을 얻을 수 있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케이스케 위원장은 료스케 협회장을 통해 그 생각이 착각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한국은 그럴지 몰라도 강시현은 그럴 인간이 절대 아니다. 이번에 시현이 기자회견을 연 것도 세계에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가 아닌, 자기 주변 사람들 건드리는 게 짜증나서였다.
료스케 협회장이 김대형 협회장을 통해 비싼 값을 치르고 얻어낸 정보 덕분에 케이스케 위원장은 착각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한국을 움직이는 건 한국 헌터 협회가 아니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다. 이 남자가 한 마디만 하면 세상이 뒤흔들릴 거다.’
만일 그리 된다면 일본에게 쏟아질 피해는 막대할 것이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그걸 위해 케이스케 위원장이 직접 나선 것이었다.
료스케 협회장과 케이스케 위원장, 두 사람은 시현이 무슨 말을 할지 긴장했다. 원래대로라면 좋은 분위기에서 넌지시 제시할 생각이었거늘 어쩌다 일이 이리 된 것인지 한탄하는 걸 잊지 않았다.
“아. 잠시 차 좀 세워 주세요.”
그러던 두 사람이었기에 시현이 대뜸 차를 세워 달라고 한 것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차를 세워.”
료스케 협회장은 두 말 하지 않고 리무진 내에 배치 된 수화기를 들었다.
료스케 협회장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리무진이 천천히 감속했다. 시현은 길가에 세워진 리무진에서 내렸다.
시현이 차에서 내리자 료스케 협회장과 케이스케 위원장, 아야네, 성지예가 따라 내렸다.
“흐음. 힘을 실어주려면 실적이 있어야겠군요.”
그리 중얼거린 시현은 턱을 쓰다듬더니 인도 한 구석으로 갔다. 그리고는 허공에 손을 뻗었다.
쿠웅!
그 순간 아무 것도 없던 인도에 커다란 던전 입구가 생겨났다. 그 모습에 시현을 따라오던 네 사람의 숨이 턱 멎었다.
자연스레 네 사람이 경악에 찬 눈으로 시현을 쳐다보게 됐다.
“지예씨. 차 좀 준비해요. 저런 긴 거 말고 스포츠카 같은 걸로. 오늘은 대충 던전 몇 개만 더 찾아봅시다.”
시현은 그런 시선을 받으며 태연하게 성지예에게 명령했다.
성지예는 이번 출장이 매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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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일요일에 연참을 하지 않은 건 작가가 빠져서...가 아니라 금요일부터 몸 상태가 안 좋아져서였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일일 연재는 하고 있으나 힘들긴 합니다.
최대한 빨리 몸을 추슬러 일일 2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