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스타트 라이프-251화 (251/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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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포 떼고 던전 돌기.

20세 여동생의 행복한 소란을 물리친 후에야 겨우 자기 방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시현이 방에 들어오자마자 한 것은 에단에게 사과하는 것이었다.

“정말 미안하다. 변명처럼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내 동생만큼은 안 저럴 줄 알았어.”

“아니. 친우의 동생이면 내게도 동생 같은 사람이지. 거기에 예쁜 레이디더군.”

인사를 건네면 꺅꺅거리고 사진 찍어달라고 호들갑 떨고 서비스로 손등에 키스해 주니 곧 죽을 거 같던 그 모습이 레이디라니. 세상 레이디 다 죽는 소리다.

“너무 바람 불어넣지 마. 일단 쟤 남자친구 있는 몸이야. 너 때문에 사이 깨지면 내가 곤란해.”

“하하하. 그것도 그렇군. 주의하지.”

가벼운 웃음에서도 훈훈함이 묻어나오는 모습은 시현에게는 전혀 없는 모습이었다. 에단은 호칭 때문이 아닌 정말로 젊은 왕처럼 보이는 남자였다.

시현은 에단에게 적당한 자리를 권하고 자기도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영국 헌터의 왕씩이나 되는 분이 어이하여 이런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셨는가?”

“이번 레드 던전 공략에 참여하고 싶다.”

“뭐.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일단 계속 말해 봐. 그걸로 끝일 건 아니잖아.”

역시라면 역시인 대답이 나온 탓인지 시현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사실 이번 레드 던전 특성은 알게 모르게 다 퍼졌어. 중국은 어떻게든 꽁꽁 숨기려고 했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비밀은 없으니까.”

“내 장담컨대 그 비밀 새어나간 루트 중 하나는 우리나라 헌터 협회장이다.”

“바로 맞췄어. 한국 헌터 협회장이 우리나라 헌터 협회장에게 정보를 팔았어. 그리고 그 정보가 내게 들어왔고.”

“역시 그 인간이야.”

이런 절호의 찬스를 놓치면 김대형 협회장이 아니다. 아마 시현이 모를 뿐이지 하루 동안 뽕을 뽑지 않았을까 싶었다.

“한국 헌터 협회장에게 얘기를 꺼내보니 네게 대답을 들으라고 해서 이렇게 찾아왔어. 약속을 잡자니 시간이 촉박할지도 몰라서 곧바로 찾아온 거고.”

“여기 온 경위는 알겠어. 하지만 이번 던전에 참여하려는 이유는 못 들었는데.”

거기서 한 번, 일부러 말을 끊은 시현은 에단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리고 너도 알겠지만, 너희가 오러라 부르는 것과 무공은 결국 뿌리가 같아. 그런데 어떡하려고?”

양판소라 부르는 판타지 소설을 보면 동방은 무공이 강하고 서방은 마법이 강한 걸로 나온다. 이제는 클리셰 그 자체로 굳어버린 설정은 사실 뜬금없이 흘러나온 말이 아니었다.

동방에 무공이 있듯 서방에 마법이 있다. 그리고 서방에 무공이 흘러 들어간 건 문화대혁명 이후였다. 그 전까지는 마법이 있을지언정 무공처럼 스스로 신체를 강화하는 방법이 없었다.

그 탓에 무기를 쓰는 서방인들은 우월한 신체를 단련하고 근력 위주인 기술을 사용하거나, 미련하리만치 우직한 수련 끝에 얻은 내공을 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문화대혁명 이후 서방에도 오러(Aura)라고 불리는 기술이 흘러들어갔고 발전해 왔다. 어쨌거나 결국 뿌리는 같다, 이 말이었고 시현이 염려한 건 이 부분이었다.

“그래서 가 보려는 거야.”

하지만 상대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한테 부탁하는 건데 나한테 숨길 생각은 아니겠지?”

“물론이지. 이걸 봐.”

에단은 허공에 손을 집어넣어 아공간에서 뭔가를 꺼냈다. 소피아가 길드원에게 아공간을 준비해 준 것처럼 멀린이 준비해 준 공간이었다.

꺼낸 것은 사진이 첨부된 종이 몇 장. 시현은 에단에게서 종이를 받아 쭉 읽어봤다.

“…이건.”

“임상실험은 끝냈으니까 남은 건 실전이야. 우리가 원하는 건 그에 대한 전투 데이터다.”

“계속 얘기해 봐.”

“이카로스에서도 전력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을 터. 우리를 참전 시키면 네게도 이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그렇지만 분배 얘기가 귀찮아져서.”

“이쪽은 데이터와 중국에서 받을 의뢰비만 가져가지. 레드 던전에서 나온 수확물에 대한 권리는 단 한 푼도 주정하지 않겠어.”

시현은 입을 다물고 에단이 건넨 서류를 읽었다. 침묵이 방을 가득 채웠다.

그 침묵이 5분 정도 지났을 때 비로소 시현이 입을 열었다.

“중국 쪽 설득은 너희가 알아서 해. 일단 그것부터 해 오면….”

“이카로스 길드원 두 명 분보다 싼 값을 불렀더니 흔쾌히 허락하더군. 너만 허가한다면 자기들도 허가하겠다는 말도 덧붙여서 말이지.”

“…철두철미한 놈.”

시현은 서류를 내려놓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 짧게 말했다.

“그래. 한 번 해 보자.”

이 순간 한국과 영국 연합이 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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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한영 연합 레드 던전 공략. 짤막한 이 문장이 뜻하는 바는 절대 짧지 않았다.

한국과 영국, 헌터 사회 강국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나라가 손을 잡았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오죽하면 미국 헌터 협회가 한국과 영국 같은 강국끼리 던전을 독과점 한다고 유감이라고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중국 정부가 괜한 걸로 트집 잡지 말라고 말할 정도였다.

반면 영국 헌터 협회는 이번 던전 공략 후 발표할 것이 있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흘렸고 이것이 다시 한 번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중국의 레드 던전에 대한 소식도 알려져 던전이 점점 진화하는 거 아니냐며 언급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내공을 사용할 수 없는 첫 레드 던전을 둔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진화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긴 했다.

그런 레드 던전을 공략하기로 한 인물은 총 20명. 주요 인물로는 이카로스 길드 마스터 강시현과 길드원 김아영, 안경진, 영국 S등급 헌터 에단 맥커인과 영국 헌터 협회 어태커 8명과 디펜더 4명, 서포터 4명이었다.

한영 연합 파티는 일주일의 준비 기간을 거친 후 레드 던전에 도전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지금이었다.

“이야. 준탱 없으니 속이 다 시원하네.”

20명과 함께 천마신궁 던전으로 들어선 시현이 처음으로 꺼낸 말은 넋두리였다.

“하지만 언제나 준 형이 우리 앞을 지지해 줬잖아.”

“오빠가 앞에 안 서 있으니 조금 기분이 이상하기는 해.”

그 사실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말은 이리 하지만 언제나 시현의 앞을 지켜주던 건 준이었기에 준이 없으니 허전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 허전함을 채워주는 사람을 보면 준과는 다른 의미로 든든하게만 느껴졌다.

“레드 던전이라…. 실상 처음으로 도전해 보는 거라 기대되는군.”

갑주를 몸에 걸치고 바스타드 소드를 손에 쥔 남자. 금발과 녹안이 매우 잘 어울리는 에단은 그 누구보다 앞에 서서 천마신궁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레어 아이템인 성왕의 갑옷으로 몸을 감싸고 엑스칼리버의 비호를 받는 에단은 탱커와 어태커, 심지어 자기 스스로 힐링까지 가능한 올라운더에 가까운 어태커였다. 그런 그가 전위에서 나아가면 공격과 방어를 둘 다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러면 여러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에단이 신호를 내리자 이번 공략에 참여한 영국 헌터들이 진형을 잡았다. 진형은 어태커 둘, 디펜더 하나, 서포터 하나가 모여 한 조를 이루고 그런 조가 넷인 진형이었다.

그리고 서포터로 참여한 마법사들이 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우자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마법사들이 들고 있는 지팡이에서 빛의 끈이 생겨나더니 그 끈이 하나씩, 각 조에 있는 어태커와 디펜더들에게 이어졌다. 각 조에 있는 마법사에게서 빛의 끈이 세 개 나아가 어태커 둘, 디펜더 하나에게 이어진 모습이었다.

“1조 마력 접속 완료했습니다.”

“2조도 완료했습니다.”

“3조 접속 중, 방금 완료했습니다.”

“4조도 준비 끝났습니다.”

각 조에서 보고하듯 말이 이어지면 에단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시현은 그 모습을 보며 감탄사를 흘렸다.

“참 신기하긴 신기해. 어떻게 저런 발상이 나왔을까?”

영국 헌터들이 행하는 건 다름 아닌 마력을 내공처럼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압도적으로 부족한 내공을 마력으로 채워주고 헌터들이 이걸 사용해 싸운다. 말하자면 마법사는 마력 배터리인 셈이었다.

이렇게 되면 마력 손실이 심한 버프보다 효율이 좋게 신체를 강화할 수 있었고 내공이 부족한 고질적인 서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 기술의 창시자는 멀린. 영국 헌터 협회와 손을 잡고 여러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만들어낸 기술이라고 서류에 적혀 있었다.

“진짜 사기캐는 사기캐야.”

“그걸 시현이가 말하는 것도 좀….”

경진의 눈으로 볼 때는 할머니인 소피아나 멀린보다 시현이 더 말도 안 됐다. 그런 당사자가 저렇게 말하니 쓴웃음이 안 지어질 수가.

영국 헌터들의 준비 작업이 끝난 걸 확인한 파티는 포지션을 확고히 다졌다. 시현과 에단이 최전방에서 투톱 올라운더, 중간은 영국 헌터들, 최후방 지원은 아영과 경진이었다.

“그러면 출발.”

짧고 간략하게 말한 시현의 지시에 따라 파티가 한 몸처럼 움직여 나아갔다. 던전 공략이 시작됐다.

============================ 작품 후기 ============================

차포 떼였더니 왕이 부대를 이끌고 몸소 행차하셨읍니다.

지난 번 후기에도 언급 드렸듯 가족의 간병으로 연재가 지연 되고 있습니다. 다음 주나 다다음 주까지는 주기가 불규칙적일 것으로 생각 됩니다. 다시 한 번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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