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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256화 (256/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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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확장 프로젝트.

2010년 11월 6일 토요일.

현재 시현이 살고 있는 집은 본디 이카로스 길드 하우스로 쓰기 위해 만든 건물이었다.

넓은 정원 끼고 만든 저택은 지상 3층과 지하 2층으로 이루어진 저택이었고 지하 1층은 수영장과 주차장이, 지하 2층은 연무장이 세 개나 있었다.

본래대로라면 길드 하우스로 써야했을 저택이었지만 너무 커서, 그리고 이카로스 인원이 시현을 포함해 딱 다섯 밖에 안 된다는 점 때문에 반쯤 방치하고 있던 저택이었다.

그 저택을 집으로 삼고 나서는 이카로스 길드원들과 가족이 친해져 반쯤 자유로이 집에 찾아올 수 있었고 설령 집에 올 수 없더라도 아지트로 쓰던 펜트하우스가 있었기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 했다.

그런 탓에 길드 하우스 설립을 대충 얼버무리며 미뤄왔지만 앞으로 길드 규모를 키우면 길드 하우스로 써야 할 공간이 필요했다.

그러니 이제 차일피일 미뤄왔던 길드 하우스 건설을 드디어 이룩할 차례였다.

“다시 한 번 재고해 주실 수는 없으십니까?”

이룩할 차례였는데 길드 하우스 건설은커녕 길드 확장 단계부터 참아달라는 간청이 들어왔다. 그것도 시현의 집까지 직접 찾아 온 외교부 장관에게서 말이다.

시현은 잠깐 고민하다가 외교부 장관과 같이 찾아온 김대형 협회장을 쳐다봤다.

“협회장님. 어째서 외교부 장관님께서 협회장님과 함께 오신 겁니까? 한국 헌터 협회가 국가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는 건 알았지만, 이런 관계이신 줄은 몰랐습니다.”

아저씨 왜 이 사람하고 같이 왔어요? 헌터 협회는 국가와 유착 관계 안 일어나게 노력한다면서?

“어제 말씀해 주신 사안이 사안이라 몸소 헌터님을 뵙겠다고 말씀 하시더군요. 그리고 국가와는 어디까지나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죠.”

강시현씨가 워낙 큰 주제를 꺼내오니 저쪽이 들이대더군요. 유착은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외교부 장관을 끼고 있어서 좋은 말이 오고 갔을 뿐이지, 빙 돌린 말에 박힌 진의를 모를 당사자들이 아니었다.

어제 클랜원이자 길드원인 동료들에게 말한 직후 시현은 김대형 협회장에게 길드를 확장할 거라고 알렸다. 갑작스럽게 말하면 김대형 협회장이 당황스러워 할 걸 감안해서였다.

그랬는데 이게 이렇게 돌아오니 오히려 시현이 당황스러웠다.

“…음. 지금 여기서 나오는 이야기가 이번처럼 다른 분들에게도 흘러갑니까?”

“무슨 그런 말씀을. 저는 이 방을 나가면 오늘 여기서 나온 얘기를 전부 잊어버릴 겁니다.”

시현은 은근슬쩍 김대형 협회장과 외교부 장관에게 오프 더 레코드 가능하냐고 말을 흘렸고 외교부 장관이 거기에 대답함으로써 오프 더 레코드가 이루어졌다.

오프 더 레코드가 성사되자마자 시현이 한 일은 한숨부터 쉬는 것이었다.

“후. 아니. 협회장 아저씨를 믿고 말한 건데 이게 그리로 샙니까?”

“딱히 새지 말라는 법은 없잖습니까? 이거 비밀이었습니까?”

“…그러고 보니 그게 또 그러네?”

생각해 보니 딱히 비밀로 감출 일도 아니었다. 시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기 계신 외무부 장관님은 신생 한국 헌터 설립 시절부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셨던 분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저는 협회장님 사람입니다. 그러니 헌터님께서는 개의치 않으셔도 됩니다.”

“단도직입적이라기보다는 노골적이네요. 괜찮은 겁니까?”

“어차피 여기에서 나온 얘기는 오프 더 레코드잖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외교부 장관은 뻔뻔하게 말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머리가 굳은 사람은 아닌 모양이었다.

“이야기를 다시 돌려서, 그 길드 확장 지금 당장 하셔야 합니까?”

“어째 꼭 내가 길드 확장하면 곤란하다는 듯이 말하시네요.”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그렇습니다. 일단 반응을 보아하니 싱크탱크에게 얘기를 꺼낸 적은 없는 모양이군요.”

“그야 그 얘기를 꺼냈을 때가 싱크탱크 다 퇴근했을 때고 오늘은 토요일이잖아요. 그래서 다음 주에 얘기하려고 했지.”

“정말 복에 겨운 직장이군요. 협회장 자리에서 내려가면 저도 좀 받아주실 수 있습니까?”

“글쎄요. 그건 상황 봐서.”

시현과 김대형 협회장이 평소처럼 말을 주고받아 분위기를 풀었다.

그 후 미리 준비해 온 듯 김대형 협회장은 막힘없이 말을 꺼냈다.

“본론부터 꺼내자면 이카로스 길드 확장은 강시현씨가 생각하시는 것처럼 가벼운 게 아닙니다. 이건 하나의 외교 문제로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협회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외교부 장관이 김대형 협회장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실례지만 헌터님께서는 길드를 확장하고 사람을 더 받고 그러고 말지, 라고 생각하시고 계시지 않습니까?”

“뭐…. 그런데요.”

“다른 길드였다면 길드 확장 때문에 이렇게까지 소란 피울 필요는 없을 겁니다. 타국의 S등급 헌터가 길드를 확장한다 해도 조금 소란스러울 뿐 큰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길게 말을 한 외교부 장관은 자신에게 주어진 차로 입을 축이고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헌터님께서 길드를 확장하신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왜 하필 제가 길드를 확장하면 그렇게 될까요?”

“강시현씨의 위치를 감안하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번에는 김대형 협회장이 외교부 장관의 말을 받아 말을 꺼냈다. 손발이 착착 맞는 모습에 두 사람이 얼마나 준비하고 왔을지 어렴풋이 알 거 같은 시현이었다.

“새삼스럽지만 강시현씨의 현재 위치를 짚어 보겠습니다. 우선, 세계 제일의 헌터입니다. 이건 전 세계 사람들이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들을 때마다 괜히 부끄러워지지만 그렇다 치고. 그리고요?”

“다음으로 이카로스의 길드 마스터입니다. 이카로스는 한국 S등급 헌터들로만 이루어져 있고 강시현씨는 거기의 길드 마스터입니다. 즉, 한국 헌터들의 정점이라 봐야 합니다.”

“그리고 헌터님은 세계적인 군수기업 루드비아 인더스트리의 주주이기도 합니다. 루드비아 인더스트리는 아직까지도 헌터 장비 관련으로 시장을 독과점 하고 있는 절대적인 곳이고 헌터님은 그 기업의 지분 10%를 손에 쥐고 있지요.”

다 아는 사실을 다시금 짚는 건 정말 새삼스럽지만 시현은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세 가지만 짚고 봐도 강시현씨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 되실 겁니다. 강시현씨는 개인적으로든 단체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헌터 사회를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말이 됩니다.”

거기까지 말을 들은 시현은 김대형 협회장과 외교부 장관이 하고 싶은 말을 알아챘다.

“그러니까 내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헌터 사회가 크게 흔들린다, 이 말이잖아요. 일부는 강시현이 세력을 확장하려 든다 음모론을 펼칠 수도 있고 이게 또 신빙성이 있게 들릴 수도 있고.”

“예. 그렇습니다.”

시현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굉장했다.

스스로 말하고도 부끄럽지만 시현이 한 번 움직이면 사회가 흔들렸다. 이는 헌터 사회가 일반 사회와 완전히 섞여가는 상황이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헌터 사회가 매우 중요해지는 지금, 시현의 영향력은 막말로 대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오히려 던전과 헌터 장비라는 헌터 사회의 명줄을 쥐고 있는 입장에서 보자면 대국조차도 시현에게 몇 수를 접어줘야 했다.

하물며 시현은 국가 같은 단체가 아니라 개인이었다. 단체이기에 움직임에 있어 제약이 많은 국가나 다른 곳과 다르게 시현은 어디로든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 인간이 갑자기 길드를 확장한다 하면 백이면 백 시현이 세력을 확장하려 한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강시현씨가 움직이면 제일 처음 경제부터 흔들립니다. 가뜩이나 높은 루드비아 인더스트리의 주가가 상승하고 그에 따른 파장이 다른 곳에도 영향을 끼치겠죠.”

“그렇게 되면 타국의 헌터 사회도 덩달아 흔들릴 겁니다. 그들은 만에 하나 있을 헌터 장비 가격 변동 등을 고려한다거나 마정석 시세가 흔들리는 게 아닌가 싶을 겁니다. 헌터님도 아시다시피 마정석의 기축은 한국 원화입니다.”

“그런 한국이 저 때문에 흔들리면 헌터 사회 전체가 흔들린다는 거군요.”

두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솔직히 어이가 없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니. 내가 필요해서 길드 키우겠다는데 왜 주변이 흔들려요?”

“강국이 재채기 하면 소국은 죽을병에 걸립니다. 헌터님의 지위와 힘을 생각한다면 이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장관님께서는 아까 한 번 재고해 달라 하셨는데, 그러면 저는 길드를 키우지 말라는 건가요?”

어떻게 보면 그 말과 다를 바가 없었기에 외교부 장관이 입을 슬쩍 다물었다.

시현은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훅 내쉬었다.

“말씀하시는 바는 알겠는데요. 그래도 저도 제가 필요하니까 길드를 확장하려는 겁니다. 그건 장관님이나 협회장 아저씨나 아시리라 보고요.”

“예. 물론입니다. 그래서 헌터님께 제안을 드리고자 왔습니다.”

“제안이라….”

시현은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 모습을 본 외교부 장관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가 얘기가 아예 통하지 않는 인물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길드 확장을 두 달 정도만 미뤄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그동안 저희가 헌터님께서 길드를 확장하실 여건을 마련해 두겠습니다.”

“두 달입니까?”

두 달이라는 말에 시현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 두 달 동안 어떤 이득을 보시려고?”

“물론 강시현씨를 돕고자 하는 일입니다. 겸사겸사 국익을 위해 손을 쓸 뿐입니다.”

말은 참 잘한다. 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김대형 협회장을 쳐다봤다.

몇 년 동안이나 같이 일해 온 김대형 협회장은 당당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뻔뻔하다고 해야 할 모습임에도 시현은 그 모습이 당당하게만 보였다.

대놓고 시현을 팔아서 이득 챙기겠다고 하는데 뻔뻔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의 성정 때문이었다.

“그러면 이쪽에 떨어지는 건 뭡니까?”

“앞으로 길드 단체로 움직일 때 생기는 세금 등을 전부 면세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길드 키우시는 거 보면 길드 단위로 움직이실 일이 생길 거 아닙니까?”

바로 이 점. 시현의 가려운 곳을 알아서 파악해 시원하게 긁어주는 성정 때문에 김대형 협회장이 뻔뻔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외에 헌터님께 드릴 건 차후에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 정식으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비공식적인 테이블일 테니 보안 관련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거기에 엄호하듯 외교부 장관도 시현에게 부탁을 해 왔다.

시현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길드 확장이 필요하기에 움직이는 건 맞지만 이 일이 당장 엄청 다급한 일은 아니다. 천천히 준비하고 천천히 해 봐도 상관없다.

그렇다면 여기서는 필요한 걸 받아가고 인심 써주는 게 국가에 빚을 지워둘 수 있는 상황.

“그러면 받을 거 하나 미리 받고 싶은데요.”

“물론입니다. 원하시는 게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나라에서 힘 써 보겠습니다.”

시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외교부 장관의 표정이 밝아졌다. 시현의 말이 곧 거래 성사를 알리는 말이기에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외교부 장관의 기분이 어떻든 간에 국가에서 힘 써준다고 하니 거리낄 게 없는 상황. 시현은 망설임 없이 외교부 장관에게 말했다.

“땅을 좀 사고 싶은데요. 되도록 많이.”

뜬금없는 말에 김대형 협회장과 외교부 장관의 시선이 시현에게 쏠렸다.

============================ 작품 후기 ============================

최근 들어 친구가 "금은방은 로맨스를 써야 한다!"고 줄창 소리치고 있습니다. 날이 더우니 더위 먹고 정신이 나갔나 봅니다.

들쑥날쑥한 연재주기는 빠르면 다음 주, 늦어도 다다음 주부터 안정 될 예정입니다. 최대한 빠르게 일일 2회 연재가 가능한 연재 페이스를 되찾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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