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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가문의 무신이 되었다-31화 (31/237)

31화

<네르하 사단 (3)>

“뭐, 그렇겠지.”

다른 이도 아니고 가주가 참여하는 자리다.

아무리 개인의 무력을 중시한다 해도 가주에게 잘 보이는 것만큼 가문 내에서 입지를 확보하는 방법도 없다.

“그래서 뾰족한 계획은 있나요?”

“계획? 아주 기깔 난 게 있지.”

자신만만한 네르하의 말에 클로이아가 대번에 불안한 기색으로 반문했다.

“그게 뭔데요?”

네르하는 당당하게 그 기깔 난 계획을 밝혔다.

“다 때려 부수고 가장 좋은 걸 얻으면 아버지도 날 좀 다르게 보지 않겠어?”

“…….”

대번에 클로이아가 한심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때려 부술 수나 있겠어요?”

“그건 해 봐야 알지.”

무기 수여식의 자세한 진행이 어떻게 되는지는 기밀에 부쳐 있지만 어느 정도 추측은 가능했다.

“알페온 녀석은 실전 형식으로 치러진다고 했지. 아마 그 실전에도 단계가 있는 거겠지?”

클로이아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당연히 얻을 수 있는 아티팩트에 등급이 있으니 그걸 얻기 위한 시험도 단계를 나누겠지.”

네르하가 말을 이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단계를 거칠수록 적이 더 강해진다는 것일까?”

네르하의 추측이 맞았는지 말은 하지 않아도 클로이아에게서 긍정의 신호가 보였다.

“물론 그 단계에도 끝은 있겠지만 그 끝을 정복한 자는 아예 없거나 거의 극소수……. 너는 물론이고 아마 내 형제자매 중에서도 끝을 본 사람이 존재할까 싶은데.”

“…….”

“아무리 고등급 아티팩트를 쾌척하더라도 그래도 너무 귀한 걸 그냥 줄 리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야.”

“누구한테 들은 걸 자기 추측으로 포장하신 거 아니에요?”

그래도 방금 건 말이 너무 심했는지 네르하는 지그시 클로이아를 노려보았다.

“죄송.”

어깨를 움츠린 클로이아가 네르하의 시선을 피했다.

네르하는 한 번 더 클로이아를 노려봐주곤 눈에 힘을 풀었다.

“어쨌든.”

“네.”

“굳이 가주에 눈에 들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좋은 장비를 얻기 위해선 어떻게 되었든 활약할 수밖에 없지.”

최대한 자신의 성향에 맞는 것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세상사는 모를 일.

그때, 클로이아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런 말을 꺼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내 전력이 노출된다는 거?”

“그렇죠. 잘 인지하고 계시네요.”

흐음.

네르하는 나지막하게 날숨을 내뱉곤 머리를 긁적였다.

가주가 참관을 온다는 건 그 밑에 있는 직계나 다른 가신들도 동행한다는 의미.

무기 수여식은 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지게 된다.

당연히 다른 어중이떠중이보다 직계인 네르하에게 이목이 끌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딱히 상관은 없어.”

“어째서요?”

“리브라는 기본적으로 4년제잖아?”

“그렇죠.”

“내 수준을 확인한 직계들은 졸업 시기에 어느 정도 성장해 있을지 가늠할 거야.”

리브라에 들어온 순간, 네르하는 무엇보다 귀중한 ‘시간’을 얻었다.

아무리 강자존의 법칙이 절대적인 이곳, 라데우스 가문이라도 리브라에 들어간 이들을 건드리는 건 최고 수준의 중죄였으니까.

“하지만 장담컨대 그놈들이 예상하는 4년 후와 내가 예상하는 4년 후는 분명 다를 거다.”

“엥?”

“난 놈들이 어느 정도를 추측하든 그 이상을 보여 줄 자신이 있거든.”

이건 단순히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육체적인 부분은 4년 후면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를 것이다. 그러면 뭐가 됐든 개인의 무력이 부족할 일은 없다.

마법적인 성취 역시 상단전의 적극적인 개발로 쭉쭉 진도를 나가고 있다.

그 누구도 네르하가 마법을 익힌 지 몇 달도 되지 않았다는 걸 의심하는 자는 없을 정도였다.

다만 ‘융합’이 좀 변수이긴 한데.

‘뭐, 이건 일종의 과업(課業) 같은 거니 평생을 들여야 하겠지.’

중요한 건 리브라에서 착실히 4년 동안 발전을 해 나가면 충분히 후계 구도에 끼어들 수 있는 수준이 될 거라는 점이다.

“그리고 어차피 날 그렇게 신경 쓸 놈은 거의 없어. 무력이야 어쨌든 내 ‘순수한’ 마법적 성취는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니까.”

“으음.”

네르하는 이것저것 가정을 상상하며 피식 웃었다.

“오히려 경멸의 시선으로 볼 가능성도 있지. 저놈이 마법이 안 되니까 다른 길을 팠구나라고. 지금이야 좀 특출 나 보일지 몰라도 나중에 가면 분명 역전당하겠지? 라면서 비웃기라도 하려나?”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게 좀 소름 끼치네요.”

당장 클로이아 본인도 혹시 그렇게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속에 작은 의심이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네르하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오히려 내가 직계들의 수준을 가늠하는 장이 될 거야. 미래에 경쟁자가 될 녀석들이 얼마나 강한지…… 그때가 되면 확인할 수 있겠지.”

“…….”

네르하는 자신이 실패한다거나 계획이 어긋난다는 생각은 단 1도 하지 않고 있었다.

클로이아는 그런 네르하에게서 경외감을 느끼는 한편, 걱정도 들어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 * *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고.

알페온의 장담처럼 단련실에 기웃거리는 이들의 수가 점차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라데우스의 가주가 방문하는 무기 수여식은 당연히 네르하에게만 중요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하하하, 이 넓은 곳에 땀내 나는 분위기가 조성된 건 정말 오랜만입니다.”

단련실의 담당자이자 교관인 기사 마쿠드 경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당장 며칠 전만 해도 한두 명 정도 기웃거리는 것에 그쳤지만 다음 날에는 열 명, 그리고 그다음 날에는 20명.

지금에 이르러선 거의 40명이나 되는 인원이 몰려와 육체를 단련하고 있었다.

마쿠드가 네르하를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이게 다 네르하 도련님 덕분입니다.”

“내가 왜?”

“원래 무기 수여식이 있다 해도 이 정도로 사람이 차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네르하 도련님이 외부의 평가를 뒤엎는 약진을 보인 이후로는 이곳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변하게 되었죠.”

리브라는 폐쇄적인 곳이다.

그렇기에 소문도 빠르게 퍼져 나간다.

“그렇게 인식이 달라지니 자기들도 인지한 겁니다. 이제 고작 이 주일 남은 시간 동안 극적인 발전이 없는 이상 차라리 체력을 끌어올리는 게 실전에서 유리할 거라는 걸요.”

“그렇군.”

“사실, 조금 위험한 상황이어서요. 워낙 방문자가 없다 보니 상부에서 저희들 월급을 깎겠다는 안건도 튀어나왔지 뭡니까. 하하핫!”

꽤나 시끄러운 사내였다.

그럼에도 네르하는 묵묵히 마쿠드의 말을 들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마쿠드 교관은 어쩌다 이곳까지 흘러오게 됐지?”

“네? 무슨 말씀이신지…….”

“실력이 너무 좋아서 말이야. 당신이라면 돈과 명예 모두를 잡을 수 있을 텐데?”

“……!”

마쿠드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건…….”

“아, 그냥 궁금해서 하는 소리야. 거북했다면 내가 사과하지.”

아무리 리브라가 돈을 많이 준다 해도 근본적으론 고용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마쿠드 정도라면 고위급 귀족이나 명문가의 밑에 들어가 이름을 올리거나, 아니면 어느 국가의 근위 기사로 재직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실력자였다.

마쿠드는 이윽고 표정을 관리하며 다시금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다른 누구도 아니고 네르하 도련님께서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이군요.”

“맞아. 난 그대로 꽤 높게 보고 있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전 그냥…… 횡포를 부리는 놈들에 대한 반발심으로 그놈들의 반대편을 선택한 멍청이일 뿐입니다.”

“횡포라?”

“뭐 이놈이 그놈이고 그놈이 이놈이긴 하죠. 그래도 그놈보단 이놈이 나아 보여서 선택한 결과긴 합니다.”

마쿠드의 발언은 꽤 무례한 뜻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네르하는 마쿠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네르하가 본 마쿠드는 충동적으로 뭔가를 선택하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내였다.

‘아마 다른 사정이 더 있었겠지.’

네르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가끔씩 마쿠드가 루시아를 보는 눈에 스산한 기운이 돌 때가 있어서 혹시 무언가 관계가 있나 싶어 물어본 것일 뿐이었다.

‘확신은 아니고 의심 단계인 것 같은데, 만에 하나는 대비해야겠지.’

바깥의 사정은 바깥이고, 여긴 리브라다.

만약 마쿠드가 사사로운 감정을 루시아에게 표출한다면 네르하는 절대 마쿠드를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 * *

“저기, 네르하 도련님! 이걸 어떻게 다루는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아, 그거?”

상대는 면식은 없지만 이번 기수의 신입생 중 하나였다.

네르하의 입가에 대번에 영업용(?) 미소가 생겨났다.

“사용법을 숙지하지 않고 다루면 근육에 문제가 생기는 녀석이지. 날 잘 찾아왔군.”

네르하는 마법 금속으로 만들어진 단련 기구를 받아 들고 상대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다.

보통, 단련을 하고 싶은데 방법을 알려 줄 교관들의 손이 부족한 경우, 이런 식으로 네르하에게 다가오는 녀석들이 많았다.

“단순히 기구를 들었다 내렸다 하면 백날이 흘러도 체력이 늘지 않아. 이런 식으로 기구에서 흘러나오는 마나를 전신에 퍼트린 다음 시작해야 온전한 효과를 볼 수 있지.”

“아아, 그렇군요!”

“하지만 지금 자네에게 필요한 건 근육보단 체력 쪽일 테니 이걸 끝낸 다음엔 바로 2구역으로 가는 편이 좋을 거야.”

“가, 감사합니다, 네르하 도련님!”

사실, 이들이 라데우스의 직계인 네르하에게 자문을 구할 수 있었던 건 알페온의 덕이 컸다.

사람은 좀 겸손해졌다 해도 특유의 입담이 어디 간 건 아니라서 ‘네르하가 많이 봐줘서 이렇게 근육이 탄탄해졌다’라는 둥 주변에 이상한 허세를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고작 2주 남짓한 단련으로 해 봐야 얼마나 발전했겠냐마는.

그래도 마나를 착실하게 쌓은 육체 덕에 겉으로 보이는 변화 자체는 꽤 그럴듯했다.

그렇게 알페온의 변화를 눈여겨본 몇몇 녀석들이 조심스레 네르하에게 다가왔고.

또 가르침을 구하는 녀석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성격이 맞물리니 네르하의 주변엔 서서히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디 싹쑤가 있는 녀석들이 좀 있으려나?’

알페온에 이어 ‘네르하 사단 2호’를 찾는 네르하의 눈빛은 마치 먹잇감을 찾는 맹수처럼 시퍼렇게 번뜩였다.

‘어지간해선 다들 이미 줄을 잡은 녀석들뿐이겠지만, 진지하게 패권을 노리는 야심가가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런 놈들이 있다면 네르하는 아주 세심하고 성대하게 단련시켜 줄 생각이었다.

일단 며칠 동안 지켜보면서 가능성이 있는 몇몇을 추리긴 했지만, 그래도 인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오싹!

그렇게 얌전히 체력을 기르던 신입생들은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이유 모를 오한에 한동안 떨어야만 했다.

* * *

무기 수여식에 대한 대비는 순조로웠다.

이제 곧 학사 측에서 영약 ‘마나 블래스트’를 신입생들에게 나누어 줄 것이다.

‘확실히,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냐에서부터 차이가 나기 시작하는군.’

무기 수여식은 시점상 마나 블래스트를 복용한 이후에 시작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영약의 급수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났던 역량이 급격히 좁혀지거나, 혹은 더더욱 벌어지거나 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네르하에게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었다.

―오랜만이군요, 네르하.

거대한 거울 사이를 두고 마치 실시간으로 마주하는 것 같은 광경.

아이 둘을 출산했다고는 믿기 힘든 젊은 미부인이 거울 안쪽에 나타나 있었다.

“네.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머니.”

로젤리아 라데우스.

네르하는 자신의 친모를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마법가문의 무신이 되었다』

사비연 퓨전 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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