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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가문의 무신이 되었다-41화 (41/237)

41화

<주단 (1)>

‘뭐지? 내가 왜…….’

오랜 세월 동안 단련한 직감이 준 경고.

주단은 한순간, 다른 누군가가 네르하 라데우스의 모습으로 변장한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그럴 리가 없다!’

주단은 고개를 털며 그 가능성을 부정했다.

자신들의 눈을 속일 정도의 환영술사라면 최소 7레벨 이상.

그 정도의 실력자가 굳이 모습을 위장할 이유가 없었다.

주단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네르하 라데우스로군.”

“그렇다면?”

“그렇다면이라고? 조금 어이가 없구나.”

스슥!

쟈칼과 가스터가 바로 네르하를 포위했다.

그러자 대번에 삼각형의 포위망이 만들어졌다.

“방금 전에 네 입에서 계획대로 되었다라는 말이 나온 것 같은데…… 내가 잘못 들었나?”

“잘못 들은 것 없다. 말 그대로이니까.”

네르하가 말을 이었다.

“네놈들은 ‘망각의 서’라는 물건을 탈취하기 위해 리브라에 잠입했다고 하는데, 내 말이 틀렸나?”

“……!”

주단이 눈을 부릅뜨며 입을 벌렸다.

“네놈! 그걸 어떻게!”

“당연히 네놈들의 동료에게서 들었지. 그 입 싼 붉은 머리 놈 말이야.”

“붉은 머리…… 세머스?”

“그래. 그런 이름이었지.”

그 순간, 주단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전부 들킨 건가?”

“이제 눈치챘나?”

으득!

이를 간 주단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렇다면 이제 곧 라데우스의 정예들이 이곳을 덮치겠군.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노리고 있었나?”

“뒤에 말은 맞고, 앞의 말은 틀려.”

“뭐라고?”

“너희를 죽이는 건, 라데우스의 정예들이 아니라 내 몫이니까. 그 정예들은 지금 리브라 어딘가에 있을 너희들이 도망갈 퇴로를 찾고 있겠지.”

주단의 표정이 순간, 멍하게 변했다.

“지금, 너 혼자서 우리 셋을 모두 감당하겠다고 말하는 건가?”

“그렇다면?”

네르하의 그 말이 어이가 없었는지, 대번에 주변에서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크흐.”

“크흐흐흐!”

쟈칼과 가스터의 입에서 비웃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이가 없군. 지금 네놈의 레벨이 몇 정도라고 보느냐? 2? 3? 아니, 아주 잘 봐줘서 4레벨 정도라고 치자고. 허나 지금 네놈 앞에 있는 우리들은 전부 정위 이상을 완성한…….”

“입이 길군.”

“이놈이!”

쟈칼의 말을 자르고, 네르하는 주단을 향해 손을 까딱거렸다.

“지금 이곳은 가주님과 모두가 지켜보는 자리다. 고작 너희 따위를 어쩌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면목이 없지.”

“그래, 아직 기회는 있단 말이지?”

주단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오히려 좋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네놈을 찢어 죽이고 목적을 달성하겠다!”

후우우욱!

그 순간, 주단의 몸에서 검은색의 마력이 폭풍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계열 마법을 각성하지도 못한 애송이 따위 우리의 적이 아니다.”

부웅!

그 순간, 뒤에 있던 쟈칼이란 덩치가 네르하를 기습했다.

또한 가스터란 노인 역시 손에서 수인을 맺으며 그대로 네르하를 향해 마력을 발사했다.

‘괜찮은 연계로군.’

저 쟈칼이란 덩치는 순수한 마법사가 아닌 듯싶었다.

오히려 바스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강함을 위해 겉핥기로 마법을 배운 용병과도 같은 느낌이 났다.

‘흠, 땅 아래에서 기묘한 흐름이……. 그렇군.’

잠깐의 순간, 네르하는 녀석들의 연계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차렸다.

그리고.

홱!

쟈칼의 날카로운 주먹이 네르하의 머리를 박살 내려던 순간, 네르하는 가볍게 놈의 주먹을 피한 뒤 빠르게 있던 자리에서 벗어났다.

투투툭!

그리고 네르하가 서 있던 자리에 땅 밑에서 송곳 같은 것이 수십 개나 튀어나왔다.

“호오, 제법 재빠른데?”

사냥감을 놓친 쟈칼이 히죽 웃었다.

하지만 웃는 건 입모양뿐, 녀석의 눈엔 살기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일반적인 속성 마법은 아군도 휘말릴 수 있으니 연계가 쉽지 않지. 이놈들은 오랫동안 합을 맞추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낸 듯싶군.’

투두두둑!

“흥, 아무리 애송이가 상대라도 방심 따위는 하지 않는다.”

가스터의 마법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서 있는 모든 장소를 가시 지옥으로 만들 생각이었는지 그대로 네르하가 서 있는 곳마다 뾰족한 날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캐스팅할 시간도 주지 않고 끝내주지!”

‘흠, 이대로라면 끝이 없겠군.’

저 마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몰라도 이대로 간다면 불리해지는 건 네르하였다.

판단을 끝낸 네르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표는 전위로 보이는 저 쟈칼이란 덩치.

“허, 마법사 주제에 감히 나와 정면으로 맞붙겠다고?”

쟈칼은 험악하게 웃으면서 그대로 네르하에게 덤벼들었다.

“얼굴이 으깨져서 죽는 게 소원이라면야!”

“쟈칼! 협동을 함부로 깨지 마라!”

“닥쳐! 내가 이 애송이를 죽이는 걸 보고 있기나 해!”

쟈칼의 돌발 행동은 예상하지 못한 변수였는지 가스터의 표정에서 당황이 묻어났다.

후욱!

마력이 깃든 쟈칼의 주먹이 그대로 네르하의 얼굴에 다시금 들어왔다.

“이번에도 피해 봐라, 빌어먹을 애송아!”

“확실히 괜찮긴 하군.”

단순히 마구잡이로 주먹을 내지르는 게 아닌, 상, 하체의 균형과 몇 수 뒤를 확실하게 대비한 베테랑의 모습이 보였다.

네르하는 쟈칼의 행동에 이렇게 평가를 내렸다.

“바스톤 녀석이 한 10년 정도 용병 일로 굴렀다면 너처럼 되었을지도 모르겠어.”

“그게 무슨 헛소리냐!”

“여전히 근본이 없단 소리다, 멍청한 놈.”

바스톤이 10년 뒤에도 저런 모습이면 녀석은 그냥 죽은 목숨이다.

홱!

네르하의 손이 그대로 쟈칼의 주먹을 흘려 내었다.

막거나 피하는 것이 아닌 흘려 낸다는 선택지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쟈칼의 눈이 한순간 크게 떠졌다.

“헉!”

경악하는 쟈칼을 향해 네르하가 그대로 몸을 크게 틀었다.

‘내가중수로 박살을 내면 쉽지만 관객들이 많으니 밑천을 하나 풀어야겠군.’

부웅!

몸을 크게 틀은 네르하가 그대로 다리를 휘둘러 선풍각을 날렸다.

“한다는 게 마법이 아니라 고작 발차기냐!”

쟈칼은 경시하지 않고 두 팔을 십자로 올려 네르하의 공격을 가드했다.

하지만 쟈칼은 몰랐을 것이다.

“피해라, 이 멍청아!”

“뭐?”

저 멀리서 주단이 내지르는 소리에 쟈칼은 한순간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곧이어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네르하의 발에 맺혀 있는 심상치 않은 마나의 힘.

그건 분명 ‘마법’이었다.

“이, 이게 뭐냐?!”

“막고 받아치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군. 날 정말 무시하지 않았다면 그냥 피했어야지.”

서걱!

3레벨 마법, ‘윈드 커터’가 맺힌 네르하의 발끝이 그대로 쟈칼의 양팔을 깔끔하게 잘라 버렸다.

“크아아아악!”

“쟈, 쟈칼!”

“늦었어.”

네르하가 그대로 수도를 들어 쟈칼의 목을 노렸다.

그렇게 마무리를 지으려던 그때.

화륵!

“……!”

네르하는 저 멀리서 거대한 검은 불덩이가 날아오는 것을 느끼며 다급하게 손을 거두고 쟈칼의 등 쪽으로 몸을 숨겼다.

콰과과광!

“캬악! 캬…아……!”

거대한 불덩이에 직격으로 얻어맞은 쟈칼은 비명을 지르는 것조차 못 한 채 그대로 숯덩이가 되어 버렸다.

네르하는 쟈칼을 방패 삼는 것으로도 모자라 호신강기와 실드까지 영창하며 간신히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건 이 마법을 영창하기 위해서였군.’

그리고 확실한 때를 노려 숨통을 끊어 버리기 위해 기회를 잡고 있었을 것이다.

“비정하군.”

시체가 된 쟈칼을 밀어 던진 네르하는 녀석을 이 꼴로 만든 주단을 노려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동료로서 최소한의 의식도 없는가? 완전히 소모품 취급이군.”

“애초에 약속된 연계를 망친 쟈칼 놈의 잘못이다.”

주단은 냉정하게 대답했다.

“또한 애초에 리브라에 잠입했을 때부터 목숨 정도는 내놓겠다는 각오로 들어왔다. 네놈과 목숨을 교환할 수 있다면 싼값이지.”

“하지만 내 목숨과 교환하지 못했으니 완전한 개죽음인걸?”

“이, 이노오오옴!”

네르하의 도발에 옆에 있던 가스터가 이성을 잃고 분노했다.

그렇게 이성을 잃은 마법사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려던 찰나.

“가스터, 네놈도 죽기 싫으면 이성을 차려라.”

“……!”

“나이를 먹을 만큼 처먹은 녀석이 어린놈에게 도발 하나 들었다고 무슨 추태냐.”

주단의 한마디에 가스터가 정신을 차렸다.

‘아깝군.’

가스터가 마법을 영창하는 순간, 녀석을 기습해서 없애려던 네르하의 시도가 무위로 돌아갔다.

“주공은 내가 맡는다. 너는 무조건 놈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데 주력해라.”

“아, 알겠습니다.”

“발재간이 빠른 놈이다. 순수한 마법사가 아니야. 라데우스에서 무슨 생각으로 저런 놈을 키웠는지는 몰라도 여기서 반드시 싹을 잘라야 한다.”

“……목숨을 버려서라도.”

“그래. 목숨을 버려서라도.”

주단은 가스터의 각오에 응답하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대번에 검은 마력이 휘날리며 주단의 등에 박쥐 날개 같은 마력의 형상이 나타났다.

“특이하군.”

저건 분명 계열 마법을 각성한 흑마법의 일종일 것이다.

5레벨 이후의 마법사는 무인 이상으로 직관적이고 개성적인 전투 스타일을 가진다.

그것이 효율적이든 비효율적이든 이런 식으로 처음 상대하는 경우엔 상당한 강점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지.’

아직 계열 마법을 각성하지 못했지만 네르하는 그 이상으로 괴랄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적을 괴롭힐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2 : 1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다크 미스트 홀더(Dark mist holder).”

네르하가 가장 먼저 후위나 다름없는 가스터에게 달려들려던 순간, 가스터가 재빠르게 마법을 영창하며 검은 안개를 쏟아 내었다.

“……흥.”

안개가 전방의 시야를 가리기 전, 가스터의 위치를 파악한 네르하는 그대로 안개 속으로 뛰어들었다.

“멍청한 놈! 마계의 안개에 대놓고 들어서다니!”

가스터는 네르하를 비웃었다. 얼마 뒤면 네르하가 모든 마나를 소모하고 안개에 갇혀 말라 죽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후욱!

“허억!”

가스터는 어느새 네르하가 안개를 헤치고 눈앞에 도달하자 기절할 듯이 놀랐다.

“어, 어떻게!”

“잘.”

사실, 가스터가 펼친 검은 안개는 네르하의 피부를 침범하지 못했다.

고절한 경지에 이른 마나의 제어 능력을 이용해 적은 마나만으로도 몸 전체에 얇은 호신강기를 펼칠 수 있었던 덕이었다.

‘단순히 시야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오감 자체를 봉인하는 마법이군. 그리고 장기간 노출되면 마기 중독에 걸리는 식인가?’

클로이아에게서 들은 흑마법 강의 중에 이런 마법이 있던 것이 기억났다.

네르하는 가스터의 눈앞에서 익살스럽게 웃어 주었다.

“이런 종류의 마법은 술자가 위치를 계속해서 바꿔 주는 게 좋은데 아무래도 늙다 보니 기동력이 없는 수준이라 파훼하기가 쉬워.”

“이, 이놈이!”

“이만 죽어라.”

네르하가 가스터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려던 순간이었다.

“날로 먹는 건 한 번이면 족하지, 네르하 라데우스.”

후욱!

바람을 찢는 거센소리와 함께 네르하의 사각지대로 거대하고 검은 참격이 날아왔다.

네르하는 그것이 주단의 등에 달려 있던 날개임을 확인하고 혀를 차며 거리를 벌렸다.

“가, 감사합니다, 주단 님.”

“방심하지 말라고 했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가스터는 식은땀을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주단의 방해로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네르하는 살짝 짜증이 섞인 말투로 이죽거렸다.

“네놈의 이름은 주단이었군.”

“…….”

“방금 일격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마법사 주제에 근접전과 중거리 위주로 능력을 개발한 것 같은데. 내 말이 틀리나?”

“…….”

주단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네르하는 확신하고 있었다.

방금 전, 날개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이쪽을 향해 날아온 주단의 속도는 절대로 범상치 않았다.

게다가 단순한 날개 휘두르기였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묵직한 기운과 쾌속함은 능히 절정고수 이상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주단은 잠깐의 침묵 후에 입을 열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그냥 아니지가 정답이겠지. 네놈이 그 상태로 원거리 포격이 가능하다면 이런 임무 따위에 투입될 리가 없으니까.”

“…….”

마법은 만능에 가깝지만 그것을 진짜 만능으로 만들려면 엄청나게 높은 위계를 달성해야만 한다.

그게 아니라면 그저 만능처럼 보이는 단순한 ‘착각’일 뿐.

“마법사를 공략하기 위해 애초에 그런 식으로 능력을 개발한 모양인데, 정말 조잡하디 조잡한 능력이 아닐 수 없군.”

“……뭐?”

까딱까딱!

네르하는 주단을 향해 최고로 잘 먹히는 도발을 날려 주었다.

“내 앞에선 소용이 없다는 걸 입증해 주지, 이 모자란 반푼이 놈아.”

“이런 개호래자식이이이이!”

주단의 이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마법가문의 무신이 되었다』

사비연 퓨전 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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