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아네시스 케프렌 (2)>
엘 케프렌.
케프렌에서 ‘엘’이라는 미들 네임을 달고 있다는 건 후계 계승권을 가진 직계라는 의미를 품고 있었다.
즉, 네르하와 같은 입장의 고귀한 혈통이라는 말이었다.
“제 본명은 아네시스 엘 케프렌. 케프렌 가문에서 일곱 번째 계승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아녜스라는 이름 역시 가명이다 싶었더니 역시 본명이 따로 있었다.
“귀하신 공주님이셨군.”
“서열 7위가 귀하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죠.”
아녜스는 굳이 표현하자면 케프렌의 네르하 라데우스인 셈이었다.
그걸 깨닫는 순간, 네르하는 아녜스에게 급격한 동질감과 동정심을 느꼈다.
“뭐, 뭔가요? 그 우수에 찬 눈빛은?”
“아니, 그냥 동지를 만난 기분이라서.”
“동지?”
“뭐 아무튼, 일단은 그냥 아녜스라고 부르지. 한 글자를 늘리니까 뭔가 발음하기가 귀찮아.”
“이노오옴!”
대번에 뒤에 있던 기사들에게서 분노와 살기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네르하는 태연하게 귀를 파며 그들의 기세를 무시했다.
“명칭은 딱히 상관없어요. 약속대로 저는 제 사정을 당신에게 모두 밝혔습니다.”
“아아, 알겠어. 노예 장부를 뒤져서 루시엘라라는 이름이 있는지 알아본 다음 통보해 주지. 원한다면 직접 찾아볼 수 있게 배려해 주겠어.”
저들의 목적이 자신들과 겹칠 일이 없으니 이 정도 배려는 해 주는 게 가능했다.
게다가 이젠 스승이 된 시저가 저렇게 애처로운 사정을 가진 소녀를 농락하듯 낚아 버렸으니 그 뒤처리 역시 이젠 제자가 된 네르하의 몫이라고 봐도 좋았다.
“가, 감사합니다.”
“뭘, 보안을 요한답시고 살인멸구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움찔!
뭔가 찔리는 게 있는지 대번에 뒤에 있던 몇몇 기사들의 눈썹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네르하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가소롭다는 시선으로 바라봐 주었다.
“그래……. 뭐, 일단 본명 그대로 있을 가능성은 없으니 비슷한 이름도 같이 찾아봐 주지. 본명이 루시엘라이니 루시엘, 혹은 루시아라는 이름도 가능성이 있겠……군?”
……어?
루시…아?
“…….”
“……?”
한순간, 네르하의 입에서 불현듯 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공주.”
“전 아니라니까요? 그건 계승 서열 2위인 제 언니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에요.”
아녜스가 한숨과 함께 손을 내저었지만 네르하의 시선은 그녀에게 향해 있지 않았다.
‘공주. 이 말을 어디에서 들었지?’
분명 수여식이 끝난 이후.
가주인 카이젤과 대면했을 당시…….
“그 기술은 너와 공주가 함께 창안한 것이냐?”
무술과 마법을 융합한 블레이즈 피스트는 분명 네르하의 지도로 루시아 역시 습득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카이젤은 수여식 당시, 루시아가 그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목격했고 네르하를 치하할 당시 은근한 어조로 루시아와의 관계를 물었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 공주.”
“……이봐요?”
“……닮았군.”
아녜스의 얼굴에 루시아의 얼굴이 겹쳐진다.
단정한 외모의 아녜스와는 달리 루시아는 딱히 외모를 관리하는 성향이 없어 말총머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금발, 그리고 금안.”
루시아의 눈동자는 금안이라고 보기엔 조금 무리가 있었지만 네르하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의학적인 처치든 마법적인 처치든 그 본래의 색을 가린 것이 분명했다.
네르하가 지금 갈색으로 염색한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이봐.”
“네?”
“기사들을 백 미터 밖으로 물려.”
“……?”
“아무래도 네게 꽤나 유용한 정보를 줄 수 있을 것 같거든.”
* * *
네르하는 전음으로 아녜스에게 자신의 말을 전달했다.
―지금부터는 절대로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이야기다. 지금 너를 따라온 기사들 중에 네 가문의 누군가가 심어 놓은 끄나풀이 있을 수도 있고 말이야.
“……!”
―지금부터는 추측을 말하는 것조차도 저놈들 귀에 들어가면 안 된다. 내 말을 이해했으면 기사들을 물려라. 그게 아니면 노예 장부를 건네주는 선에서 우리 관계를 정리하지.
아녜스는 가라앉은 눈으로 네르하의 전언을 곱씹었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기사들을 향해 내저었다.
“물러나세요.”
“아가씨, 위험합니다!”
“명령입니다. 물러나세요.”
단호한 아녜스의 말에 기사들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기사들이 도청할 수 있는 거리 바깥까지 빠져나갔을 때.
“자기소개부터 하지.”
네르하가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먼저 내 이름은 네르하 라데우스다.”
“뭐, 뭣!”
이번엔 아녜스가 경악할 차례였다.
“네, 네르하 라데우스?”
“그래.”
“그, 그 유명한 라데우스의 낙오자!”
“…….”
그래도 얘는 크림슨의 그 녀석보단 제대로 된 정보를 내뱉는구나.
그렇다고 전혀 기쁜 건 아니었지만.
“어, 어떻게? 당신이 그 네르하 라데우스라고? 하지만 머리카락은…….”
“염색으로 충분히 가릴 수 있지. 그러니 그만 놀라고 일단 정신 좀 차려라.”
네르하의 싸늘한 시선을 받은 아녜스가 ‘핫!’ 하며 눈을 부릅떴다.
“화, 확실히 의외네요. 루피니트나 그란체스터 중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라데우스였다니?”
루피니트, 그란체스터.
라데우스까지는 아니어도 충분히 세계를 주름잡는 마법 가문이었다.
정신을 차린 그녀가 네르하를 직시했다.
“그래서 제게 줄 수 있는 유용한 정보라는 게 대체 뭐죠?”
네르하는 나지막하게 누군가의 인상착의를 말했다.
“너와 같은 짙은 금발에 금색 눈동자. 같은 금색이지만 너처럼 짙은 금발에 상대적으로 맑고 밝은 눈동자 색이지.”
“……!”
“외모는 아름답지만, 관리에 신경을 별로 쓰지 않아 대충 뒤로 묶은 머리를 고수하고 있지. 또 눈가는 이렇게 약간 날카롭지만 은근히 푼수기가 있어서 날카로움이 잘 부각되진 않아.”
네르하가 양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가를 살짝 들어 올렸다.
아녜스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그녀는 지금 네르하가 누굴 말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할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머릿속이 복잡해진 아녜스의 앞에서 네르하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좋아하는 음식은 고기 전반. 반대로 해산물은 새우 말고는 아예 먹지를 못하더군. 비린내가 질색이라던가? 자존심이 무척 강하고 경쟁에서 뒤처지는 걸 극도로 싫어하지. 그럼에도 상대가 뭔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자기도 덩달아 약해지는 전형적인 외강내유의 성격이야.”
“아, 아니? 무슨 붙어 다니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자세히 알아요?!”
아녜스는 진심으로 당황해서 소리를 빽 내질렀다.
그 때문에 잠깐 떨어졌던 기사들이 뭔가 일이 벌어진 줄 알고 다시 몰려왔을 정도였다.
아녜스는 미안해하며 기사들을 다시 물리고는 간신히 표정을 수습하며 네르하를 노려보았다.
“하, 한두 번 본다고 만들 수 있는 프로파일링이 아닌데요?”
“당연히 하루에도 몇 번이나 얼굴을 마주 보니까.”
“……!”
무언가 큰 충격을 받은 듯 아녜스의 표정이 정지했다.
새우를 제외한 해산물을 싫어한다는 점이나 외강내유의 성격 등은 정말로 아녜스가 알고 있는 루시엘라와 똑같았다.
여기까지 왔지만 아녜스의 마음은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네르하가 쐐기를 박았다.
“무엇보다… 음… 이걸 말해도 되나 싶지만 그 녀석에겐 외숙부가 있다더군. 마법과 검에 대한 융합을 시도한 검가로서는 괴짜인 사람이.”
“……아.”
그 말이 결정타였다.
털석!
아녜스는 그대로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힘없이 네르하를 올려다보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언니.”
* * *
“어떻게… 언니가 라데우스에……?”
아녜스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로 루시아의 정체가 그녀가 말한 루시엘라 엘 케프렌이라면 그녀의 이런 반응은 절대로 과한 것이 아니었다.
“글쎄다. 그 이유까지 내가 말해 줄 수는 없을 것 같군.”
루시아에게서 어느 정도 사정을 듣긴 했지만 그것까지 아녜스에게 털어놓는 건 네르하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녀가 가출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당사자에게 들어야만 하니까.
“가이우스 르 케프렌.”
“……?”
“숙부님의 이름이에요.”
“들어 본 적이 없군.”
케프렌 가문의 주요 인사들에 대한 교육은 ‘네르하’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이름이 없다는 건 그다지 유의해야 할 인물은 아니라는 뜻.
“언니가 그분이 보여 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1공자를 꺾기 위해 라데우스… 그것도 리브라에까지 가 버릴 줄은…….”
아녜스는 작금의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제야 알겠군요. 가문의 어르신들이 왜 입을 다물었는지.”
“뭐, 그렇겠지.”
아마 케프렌에서도 상층부에 속한 이들은 루시아의 행방을 알고 있을 것이다.
가문 내부의 문제는 물론 루시아 본인을 위해서라도 이 사실을 알리는 건 절대로 좋지 않았다.
“그래도…… 행방을 알아서 다행이네요.”
아녜스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고개를 꺾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설사 행방을 알았다고 해도 아녜스가 루시아를 만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녀가 저렇게 처량한 모습을 보이는 건 분명 루시아와 각별한 사이여서였을 테지.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말은 좀 해주고 갔으면 했는데.”
“…….”
“…….”
또르륵!
고개를 숙인 아녜스의 어깨가 살짝 흔들렸고, 투명한 무언가가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게 보인다.
그 모습에 네르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봐.”
“죄, 죄송해요. 추태를 부렸군요.”
“알면 다행이군.”
“…….”
그녀는 네르하의 빈정거림에도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드세 보이는 성격상, 분명 눈을 회까닥 뜨며 노려볼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네르하가 떡밥을 던졌다.
“만나게 해 줄까?”
“……!”
홱!
아녜스의 시선이 번개처럼 네르하에게로 향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대가는요?”
“너 혼자 치를 수는 없다.”
네르하는 선인이 아니다. 사부가 만든 정파의 연줄이 없었다면, 그리고 정마대전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진즉에 정사지간 혹은 사파에 속해 있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애초에 루시아란 이름을 떠올렸음에도 네르하가 숨기지 않고 털어놓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대가를 말하기 전에 일단 루시아를 만나려면 너 혼자 라데우스의 영역, 정확히는 리브라가 있는 팔라레스트 산맥으로 들어와야 한다.”
팔라레스트 산맥은 라데우스 가문의 본거지, 마도 도시 베리타스에서 고작 수 킬로미터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즉, 아녜스가 루시아를 만나려면 라데우스에 인질이 될 가능성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관없어요. 언니를 만날 수 있다면!”
“지극정성이군.”
하긴, 사람 하나 찾기 위해 이런 위험한 중립 지역까지 들어왔을 정도이니.
“그럼 내 조건을 말하지.”
“말하세요.”
“이번 흑마법사 토벌전에 참가해라.”
“……!”
“너희가 바깥에서 소란을 피우는 동안 이곳에서 흑마법사들의 존재가 확인되었지. 아무래도 그놈들을 처리하려면 너희가 힘을 좀 빌려 줘야겠어.”
“그거야 원래 조건을 생각하면…….”
“그건 너희들을 쫓아낼 구실이었지. 대충 알고 있었을 텐데?”
원래 조건을 생각하면 저들이 흑마법사를 의도적으로 피해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도 계약에 어긋나진 않았다.
‘그 노인장이 선을 넘었다고 불쾌해한 걸 보면 우리만으론 뭔가 불안해.’
생각보다 흑마법사들의 전력이 강할지도 몰랐다.
아마 저 기사들은 아녜스가 개인적으로 부릴 수 있는 이들일 것이다. 그게 파벌이든 뭐든 간에.
흑마법사라면 치를 떠는 라데우스와는 다르게 공식적인 임무도 아닌 기사들이 흑마법사들과 마주치면 싸운다기보단 그냥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발을 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러니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전력을 끌어들이는 게 최선이지.’
아녜스는 조금 정신을 차렸는지 헛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했다.
“저 혼자는 안 됩니까?”
“말도 안 된다는 소리라는 건 알고 있지? 그 전에 저놈들이 그걸 납득하고 널 보내줄 것 같냐?”
“그렇겠죠?”
“나로서도 나름 각오를 한 제안이다. 걸리면 나 자신도 어떤 제재를 먹을지 모르거든.”
“으윽!”
뭐 딱히 제재를 먹을 것 같진 않지만 이렇게 말해 줘야 상대의 선택이 편해지겠지.
“쉽지 않은 선택일거야. 아마도 넌 저들에게 진실을 밝힐 수 없을 테니까.”
“그렇죠.”
모든 걸 버리고 뛰쳐나온 루시아와는 다르게 아녜스는 케프렌이란 가문 내에서 나름의 입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진실을 밝혔다간 그 입지를 모두 날려버릴 가능성이 컸다.
“시간을 주세요.”
“얼마나?”
“아침까진 확답을 드릴게요.”
이제 슬슬 새벽빛이 조금씩 비출 때다.
흑마법사의 존재가 확인된 이상, 아마 짧게 수면 시간만 취하고 다시금 행동에 나설 터.
“좋아. 의견이 결정되면 우리가 있는 여관으로 와.”
“그 근처에 시에서 깔아 둔 감시자들이 있던데 괜찮을까요?”
나름 케프렌이라고 눈치 하난 제법 좋다.
네르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무시해도 돼.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졌으니까.”
“아, 알겠어요.”
“그럼 이따가 보도록 하지.”
볼일이 끝난 네르하는 망설임 없이 신형을 돌렸다.
막 경공을 펼치려던 네르하의 등 뒤로 망설임이 담긴 아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로 언니가 그곳에 있는 거 맞죠?”
네르하는 피식 웃으면서 이렇게 답해 주었다.
“그건 네가 직접 보고 판단해라. 동생 얘기 같은 건 하나도 없는 걸 보니 아무래도 네 일방적인 애정인 것 같은데 말이야.”
“뭐, 뭣이!”
“그러니까 그걸 따지려면 설득, 잘해 보라고.”
네르하는 이번에야말로 망설임 없이 땅을 박찼다.
* * *
마하타는 물론 네르하가 복귀하고도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엘림과 다른 이들이 복귀했다.
“대장!”
심각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엘림을 향해 마하타가 자랑스럽게 암시장의 장부를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본가에 지원을 요청하겠다.”
“…….”
단호한 엘림의 선언에 마하타의 표정이 대번에 시무룩해졌다. 네르하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동정을 감추지 못했다.
“놈들의 본거지는 암흑가 세력들이 밀집해 있는 구역의 지하에 있다. 이미 그들 중 일부를 꼭두각시로 세뇌해 자리를 잡은 모양이더군.”
“……!”
흑마법사들의 본거지가 암흑가와 연관되어 있다면 크림슨이 그 정보를 지금까지 모르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간다.
게다가 흑마법사들의 행사는 매우 은밀하게 진행되었으니 더더욱.
“진짜 문제는 놈들의 위치가 아니다.”
“……?”
마하타와 생도들의 시선이 일제히 엘림에게로 향했다.
“놈들은 생각 이상으로 위험한 일을 벌이고 있었다.”
“그게 뭐죠?”
어지간한 위기라면 웃으면서 돌파할 엘림이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정말로 심각한 일이는 뜻이다.
같이 갔던 동료들의 표정 역시 엘림과 비슷한 걸 보면 일이 생각 이상으로 커진 듯했다.
엘림은 천천히 자신들이 확인한 진상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놈들은 단순한 키메라가 아니라 마족의 육신을 담을 그릇을 제작하고 있었다.”
“헉!”
마하타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래. 마신강림(魔神降臨)이다.”
500년 전, 대륙을 초토화시킨 초마인 사건을 마지막으로 공식적으로 마족이 대륙에 나타난 적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공개된 역사에서일 뿐이었고, 드문드문 흑마법사들이 강신 의식으로 마족들을 불러내곤 했다.
물론 그때마다 라데우스와 케프렌을 위시한 대가문들이 나서서 그들을 퇴치했고, 허약한 인간의 육체로 힘을 끌어와야 했던 마족들은 인간들의 강력한 쪽수의 힘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한계를 타파하기 위해 흑마법사들이 새롭게 고안한 것이 바로 마족들의 성향에 맞춘 육체를 제공한다는 것.
그게 바로 마신강림이라는 프로젝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