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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가문의 무신이 되었다-98화 (98/237)

98화

<습격 (3)>

“끄, 끄어어억!”

숨조차 쉬기 힘든지 시라스는 그대로 마검을 손에서 놓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루시아는 그런 시라스를 내버려 두지 않고 그대로 발을 휘둘러 놈의 목을 후려쳤다.

퍽!

마검을 놓쳐 링크가 끊긴 데다 복부에 가해진 타격이 하복부 쪽까지(…) 미친 탓에 시라스는 그대로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해 버렸다.

네르하는 시라스가 받았을 남자의 고통을 애써 털어 버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감정이 실린 거 아니냐?”

“이자가 내뱉은 말의 언사를 감안하면 자비로운 처사입니다만?”

“하긴.”

가족에 대한 모욕은 선을 넘긴 했지.

루시아가 기절한 시라스를 흘기며 물었다.

“일단 제압하긴 했는데, 이제 어떻게 하실 셈이십니까?”

“흐음.”

네르하는 일단 바닥에 널브러진 마검 다인슬라이프를 집어 들었다.

‘좋은 검이군.’

마기를 풍기는 것만 제외하면 만듦새도 뛰어나고 균형도 좋다. 아마 날카롭고 단단하기까지 할 테니 검사라면 누구나 탐내는 그런 검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어라?”

네르하는 다인슬라이프에서 갑자기 마기가 폭발처럼 튀어나오자 당황했다.

사아아아아!

“도, 도련님?”

“당신!”

루시아와 아네시스가 당황해하며 다가왔지만 네르하는 다급히 손을 뻗어 두 사람을 제지했다.

“잠깐. 이거, 왜 이래?”

마기가 네르하의 몸을 차지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네르하의 허리춤에 잠들어 있는 기물. 즉 마령수투 쪽으로 마기가 흘러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거, 이대로 냅 둬도 되나?’

갑작스러운 사태에 네르하 역시 당황했다.

마령수투는 제작자는 물론 시저 루드벡에게서도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은 물건이었다.

글러브 중앙에 박혀 있는 검은 구슬엔 원래 마왕급 마족 이자카르가 봉인되어 있었지만 녀석의 자아는 확실하게 소멸했고 이젠 그저 마기를 발현하는 동력원으로서만 기능하는 물건이 되었을 뿐이었다.

네르하가 잠시 망설이던 사이, 마령수투는 다인슬라이프의 마기를 완전히 빨아 먹어 버렸다.

“세상에.”

기물이 기물의 힘을 빨아들인다는 것은 생전 처음 보는 일이었다.

나름 대륙에 이름을 날렸던 흉악한 마검 다인슬라이프는, 순식간에 거무튀튀한 검신이 인상적인 평범한 검이 되어 버렸다.

루시아가 네르하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글쎄.”

아직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네르하가 애매하게 말끝을 흐렸다.

“뭐가 됐든 교류전은 그대로 중지가 되겠군요. 그것 하나만을 보고 노력하신 분들에겐 좀 아쉽겠네요.”

“교류전이라.”

검의 낙원의 생도. 그것도 케프렌의 혈족이 한밤에 마검을 들고 리브라의 생도를 습격했다.

그런 상황에서 교류전을 이어나간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인 일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네르하는 그대로 시라스에게 다가가 몇 군데의 혈도를 쳤다.

툭! 툭! 툭!

“아니, 놈을 숨기고 교류전은 계속하도록 조치하지.”

“네? 어째서죠?”

두 사람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이대로 놈을 넘겨 공론을 모으게 되면 필연적으로 두 가문은 충돌할 수밖에 없어. 그렇게 되면 리브라는 안팎으로 어수선해지겠지.”

그 말뜻을 이해한 루시아가 표정을 굳혔다.

“설마 시라스가 끝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려는 건가요?”

“마검까지 들고 습격한 건 의외였지만, 솔직히 이놈 정도의 실력으로 널 암살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기본적인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놈은 전문 살수도 아니지. 까놓고 네가 상대해 주지 않고 도망만 다녀도 암살은 실패야.”

“그건 그렇죠.”

네르하는 기절한 시라스의 머리통을 툭툭 치며 이렇게 말했다.

“난 이 녀석이 미끼라고 본다. 아마 진짜는 따로 있을 거야. 모두의 이목이 다른 곳에 쏠려 있을 때, 100%의 확률로 널 암살할 수 있는 무언가가 튀어나올 거라고 본다.”

그게 살수든 독이든 저주든 뭐든 간에 말이다.

“그런 면에서 교류전은 중지하면 안 돼. 겉으로나마 평화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이놈의 존재로 상대의 반응을 이끌어 내야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

루시아의 정적들은 그녀가 어떤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 만큼 확실한 패를 사용할 것이 분명할 터.

‘평상시라면 절대 사용하기 힘든 그런 패 말이지.’

일단 대번에 떠오르는 가장 유력한 후보가 있었지만 그건 좀 무리수 같고.

네르하는 일단 늘어진 시라스의 몸을 들쳐 업으며 말했다.

“일단 다시 만날 때가 있을 테니 아녜스는 먼저 돌아가. 루시아는 나와 함께 돌아간다.”

“아, 알겠어요.”

“가능하면 앞으로 숙소에서 나오지 마라. 네가 목표물이 될 가능성은 적더라도 이런 상황이 일어난 이상 입막음이 없을 거라 생각되진 않으니까.”

끄덕!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 * *

네르하의 의도에 따라 교류전은 계속되었다.

네르하는 루트비히에게만 시라스의 습격 사실을 알렸고, 루트비히는 케프렌 측에 이 사실을 따지지 않고 그대로 교류전을 강행하였다.

그렇게 교류전의 마지막 행사인 대련회가 실행되고 말았다.

‘많이 어수선해 보이는군.’

네르하는 반대편에 모여 있는 검의 낙원 측 사절단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시라스 루 케프렌이라는 구심점이 갑작스럽게 실종된 이후, 원탁의 장로인 베하나스는 당연하게도 시라스의 수색을 리브라 측에 요구했다.

리브라 측은 당연히 그 제안을 받아들여 시라스의 수색을 위해 마법사 인력을 투입했다고 전달했고.

당연하게도 실제로 이루어진 수색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

‘학장이 협조했는데 밑에 있는 마법사들이 찾을 수 있을 리가.’

네르하는 답이 없는 일에 온 힘을 쏟고 있는 마법사들에게 속으로 사죄를 보냈다.

그들에겐 이후 나름대로의 보상이 돌아갈 것이다.

“복수를 할 때가 왔군.”

그간 네르하에게서 열심히 지도를 받은 배커는 전의를 불태우면서 저 너머에 있는 제스를 노려보았다.

제스는 당연하게도 시라스의 실종에 평정심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티가 역력했다.

네르하는 그런 제스의 모습을 보며 배커에게 충고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메모리 스택은 지금부터 준비해 둬라. 설사 주문이 풀리더라도 빠르게 되감기를 할 수 있도록 마음의 평정을 유지해.”

“알겠다.”

배커는 의외로 네르하의 말에 토를 달지 않고 순순히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지금까지 네르하가 지도한 기술들이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 모를 배커가 아니었다.

‘대체 이 녀석은 어디서 이런 걸 배운 거지?’

배커는 새삼스럽다는 듯 네르하를 흘겨보았다. 이전, 그 병신 같던 네르하와 비교하면 인상이 180도 달라져 있었다.

“집중해라.”

배커의 시선을 대번에 알아차렸는지 정면을 바라보고 있던 네르하가 그대로 배커에게 주의를 주었다.

“아, 알았다.”

배커는 그대로 마나 연공법을 운용하며 정신을 집중했다.

지난 수일간, 네르하는 그야말로 지옥의 악마처럼 배커를 몰아쳤다.

단순히 두들긴 것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기사가 쓸 수 있는 온갖 패턴을 동원하며 배커를 괴롭혔고, 얻어맞고 쓰러질 때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확실하게 주입해 줄 수 있었을 텐데 그건 좀 아쉽군. 이런 벼락치기식이 잡기술이 아니라 진짜 오의(奧義)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을 알려 줄 수 있는데 말이야.”

마치 아쉽다는 듯, 지나가듯 내뱉은 네르하의 그 말.

꿀꺽!

그게 자신을 낚기 위한 말임을 배커 역시 인지하고 있었지만 네르하가 벼락치기라고 주장한 지도의 결과가 상당하다는 걸 고려하면 마음이 끌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자아, 지금부터 리브라와 검의 낙원 간의 대련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를 맡은 레이첼 루비아이가 발랄한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았다.

평소 그 표독스럽고 귀찮아하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선봉! 배커 라데우스 대 제스 에겔란! 앞으로!”

본래 이런 전투에선 선봉의 기선 제압이 가장 중요한 법.

보통은 무리의 두 번째 실력자가 나오는 법이었지만 네르하는 과감하게 배커와 제스를 첫 번째로 붙여 버렸다.

배커는 마법 지팡이 대신 마정석이 붙은 목창을, 제스는 날이 없는 검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시라스의 실종으로 마음이 뒤숭숭했던 제스는 배커의 얼굴을 다시 마주 보고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다시 쪽팔림을 당할 준비는 되어 있나?”

“지랄하지 말고 덤벼라. 이번엔 네가 묵사발이 날 차례니까.”

배커와 제스가 거리를 벌리고는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시자악!”

레이첼의 외침과 함께 그대로 제스가 배커를 향해 달려들었다.

“우와아아아!”

“제스 경, 이겨라!”

“배커! 라데우스 혈족의 자존심을 보여 줘!”

대련회에 참여하는 건 각 진영당 여덟 명씩이었지만 관람 자체는 리브라의 생도라면 누구나 가능했다.

대번에 이번 대련회에 수백의 인파가 몰려 배커를 응원했고, 모두가 배커가 화려한 마법으로 제스를 짓누르기를 원했다.

그런 상황에서 배커가 처음으로 택한 전략은…….

“윈드 워커(Wind worker).”

2레벨의 기본적인 경량화 마법, 윈드 워커였다.

“뭣?”

공격 마법을 펼칠 줄 알고 방어를 준비하고 있던 제스는 배커가 오히려 거리를 벌리자 적지 않게 당황했다.

“이 자식! 도망가는 거냐!”

“그렇다면 어쩔 건데?”

“놓칠 줄 알고!”

아무리 배커가 나름 단련을 한 몸이라고는 하나 기본적인 신체 능력에서 배커는 제스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신체 능력으로 한정된 것에 불과했고.

“스트랭스, 인챈트 라이트, 샤프 아이즈.”

메모리 스택으로 저장한 마법을 모조리 신체 강화에 때려 붓자 배커의 육체 능력은 일시적으로 제스와 맞먹을 정도로 강력해지기 시작했다.

‘호오?’

그런 배커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루트비히가 탄성을 터트렸다.

‘제법 잘 준비했군.’

선공권이 있다 해서 시작부터 공격 마법을 때려 박는 건 상당히 어리석은 일이었다.

원래라면 그런 짓을 지양하는 걸 리브라에서 가르쳐야만 했다.

하지만 루트비히는 말보다는 이런 종류의 나름 안전한 대련에서 생도들이 스스로 깨닫기를 원했다.

지금까지는 저런 녀석들에게 얻어맞고 깨닫는 경우가 절대다수였는데 이번에는 미리 준비를 해온 녀석이 있었던 것이었다.

“하! 이제 창술의 기본이나 떼는 놈이 몸을 강화했다고 뭘 어떻게 하겠다고!”

“이렇게 하는 거지.”

배커는 철저하게 도망치면서 주문을 외웠다.

“이, 이 새끼?”

“육체 능력이 비슷해지면 날 잡기 힘들겠지? 그럼 그만큼 난 주문을 외울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원래 한정된 공간 안에서 도망가는 덴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네르하에게 철저하게 도주 방법을 전수받은 배커는, 쥐새끼처럼 제스의 공격을 피해 다니며 시간을 벌었다.

배커가 자신에게 부여한 강화 마법들의 지속 시간은 약 10분.

그 정도면 마법 다섯에서 여섯 개는 충분히 영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월 오브 파이어.”

화악!

그 10분에서 거의 3분을 투자해 영창한 4레벨 마법이 그대로 배커의 창끝에서 튀어나왔다.

“크윽!”

비록 정규 마법사들이 펼치는 진짜 불의 장막에 비하면 조잡한 옆집 담 수준에 불과했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갑옷을 입지 않은 제스의 움직임을 제한할 정도는 되었다.

“이런 간사한 짓을!”

“전략을 잘 짰다고 말해라.”

그다음으로 이어진 건 배커의 주특기인 전격 마법.

“라이트닝 볼트.”

쩌저저적!

좁히기 힘든 간격 너머에 무시할 수 없는 전격이 나타났다.

“자, 잠깐!”

제스가 손을 들며 뭐라 제지하려던 것도 무시한 채.

배커의 창끝에서 푸른 전격이 튀어나와 그대로 제스를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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