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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가문의 무신이 되었다-99화 (99/237)

99화

<습격 (4)>

“우와아아아!”

리브라의 생도들은 검의 낙원에서 온 상대가 별다른 반항도 하지 못하고 무너지자 일제히 환호했다.

사실, 처음 배커가 도망을 선택했을 때만 해도 상당히 실망스러워하던 그들이었지만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법이라고 그들은 배커의 이름을 외치며 합창을 하기 시작했다.

“배커! 배커! 배커!”

“완전히 끝내 버려!”

“끄, 끄으으윽!”

배커의 마법에 직격당한 제스는 몸을 꿈틀대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빌어먹을 새끼!”

철컥!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다!”

제스는 자신의 검을 들며 배커를 향해 자세를 잡았다.

“저레벨의 마법사가 영창하는 육체 강화의 지속 시간은 고작해야 10분.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마법을 여러번 다시 부여하기엔 마나가 모자랄 테지?”

배커는 대답하지 않고 침묵했다.

확실히 그 말은 맞았다.

배커의 마나 양이라면 다시 한번 마법을 부여해 신체를 강화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결정타를 먹일 마법을 영창할 마나가 모자라게 된다.

“네가 원하는 대로 철저히 시간을 끌어주지. 네놈의 마나가 동나는 순간 지금 받은 굴욕을 몇 배로 되갚아 주겠다!”

으르렁거리는 제스의 모습에 평범한 이라면 움찔할 법도 했지만 상대는 배커였다.

배커의 입가에서 하얀 이가 드러났다.

“크, 크크큭!”

“웃어?”

안면 근육을 일그러뜨린 제스를 향해 배커가 이렇게 말했다.

“딱 그 자식의 예상대로군.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맞힐 수 있지?”

“무슨 헛소리냐!”

배커는 그 말에 대답 대신 창술의 기본자세를 잡으며 상대에게 창끝을 겨누었다.

“지금부터 내가 네놈을 흠씬 두들겨 팰 예정이라는 거지.”

“뭐?”

“덤벼, 그때의 굴욕을 확실히 되돌려 줄 테니까.”

“네놈이 미쳤구나!”

제스는 참지 못하고 그대로 배커를 향해 돌진했다.

“곤죽을 내 주마!”

제스는 팔다리 하나는 잘라낼 심산으로 검에 마나를 듬뿍 담았다.

목을 날리지만 않으면 팔다리 정도야 리브라의 의료진이 어떻게든 붙여줄 테니 마음껏 상대를 난도질하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하아아압!”

제스는 그대로 날아오는 창날을 흘리며 그대로 배커의 안쪽으로 돌진했다.

그러고는 훤히 드러난 배커의 어깨를 향해 그대로 검을 내리쳤다.

“잡았다!”

“잡긴 뭘 잡아?”

홱!

확실하다고 생각한 일격을 배커는 너무나 간단히 피하며 뒤쪽으로 향했다.

“어, 어라?”

제스는 당황했다.

“어, 어떻게 피한 거지?”

배커는 피식 웃으면서 이렇게 답했다.

“그냥 몸을 움직여서 피했지.”

상쾌한 즉답에 제스는 역정을 내었다.

“웃기지 마라!”

이 정도까지 파고들어 휘두른 검을 피하려면 상대의 신체 능력이 제스 자신보다 높아야만 했다.

하지만 아무리 마법으로 강화했다고는 해도 배커의 신체는 제스 자신보다 못한 걸 충분히 확인했지 않은가?

“네가 지금 한 가지, 착각하고 있는데.”

“뭐?”

눈을 부릅뜬 제스를 향해 배커가 이죽거리며 상대의 착각을 정정해 주었다.

“방금 네 공격, 굳이 육체 강화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속도였다고.”

“그, 그게 무슨…….”

“내 전격 마법을 직격으로 받아내고도 설마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

“라이트닝 볼트는 3레벨의 마법이지만 내 주특기이기도 하지. 쓰러뜨리는 건 힘들어도 갑옷도 없는 네 녀석을 무력화시키기엔 충분하단 말이다.”

어릴 적부터 단련한 기사의 방어력은 저레벨의 마법 정도는 충분히 맨몸으로 받아 낼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그런 만큼 경험이 부족한 애송이들의 경우, 강력한 일격을 받아 내고 제정신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을 때 신체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걸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신력이 강력하기에 생긴 일종의 부작용으로, 그 틈새를 노리는 것이 초급 마법사가 초급 기사를 공략하는 데 필요한 가장 큰 포인트였다.

“스트렝스, 헤이스트, 윈드 워커, 샤프 아이즈.”

“이, 이봐?”

배커는 천천히 남은 마나를 모조리 끌어모아 자신의 육체를 다시 한번 강화했다.

“네놈이 경직에서 풀려나는 건 앞으로 이삼 분 정도 후.”

“자, 잠깐!”

손을 내저으며 뒷걸음질하는 제스를 향해 배커가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은 마치 네르하가 뭔가를 꾸밀 때와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동안 마음껏 네놈을 두들겨 주마!”

“하, 항보……!”

퍼억!

제스가 미처 백기를 들기도 전에 배커의 목창이 그대로 제스의 얼굴에 직격했다.

“죽어! 죽엇!”

퍽퍽퍽퍽!

차분하게 대응했다면 제스에게도 나름 기회가 있었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여러 요소가 겹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처절한 비명뿐이었다.

* * *

“승자, 배커 라데우스!”

“우와아아아!”

배커의 승리가 결정되자 주변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야말로 일방적으로 유린했다고 봐도 좋을 정도의 압승.

배커가 제스를 어떻게 요리하는지 과정을 본 자들이라면 분명 자기 차례에서도 비슷한 수를 써보려 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보여 버린 전략이 다음 차례에도 통할지는 의문이지만.’

배커가 제스를 꺾을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육체 강화를 한 상태에서도 제스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 기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광활한 평원이 아닌 이상 무작정 도망만 쳤다간 벽에 막힐 수도 있고, 상대가 펼치는 의외의 수법에 어버버하다가 더 허무하게 패배할 수도 있었다.

‘뭐, 할 만큼 했으니 남은 건 결과를 기다리는 것뿐이지.’

실전 마법 연구회의 선배들은 배커와 함께 지독할 정도로 네르하의 훈련을 받아들였다.

대부분이 평민 출신이라 출세와 실력 향상에 대한 욕망이 어마어마하게 높았고, 무시당한 것에 대한 복수심 역시 다른 이들보다 훨씬 강했다.

‘어차피 내 매치업 상대는 다른 이로 대체했으니 슬슬 움직여 볼까?’

만약 루시아의 암살을 사주한 배후가 지금, 리브라 안에 있다면 지금이 움직이기 가장 결정적인 때였다.

‘시라스가 죽었든 잡혔든 리브라 내에 흔적이 없다는 걸 알아챘다면 상대는 놈이 우리 수중에 있을 거라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겠지.’

교류전이 끝나면 리브라는 마기에 물든 시라스의 상태를 공개하며 케프렌과 검의 낙원에게 정식으로 항의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배후가 누가 되었든 함부로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릴 터.

‘분명 그 전에 움직이겠지.’

원래 시라스와 맞상대로 정해졌던 루시아는 시라스가 사라지면서 단번에 붕 떠버렸다.

그렇기에 지금, 루시아는 지금쯤 단련실에서 혼자 육체 단련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관중석에 있던 네르하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대번에 루트비히가 그 모습을 알아보곤 살포시 미소를 지어주었다.

끄덕!

축제가 되어버린 교류전을 뒤로하고, 네르하는 그대로 대련장에서 빠져나갔다.

* * *

루시아는 바깥 창문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시끌벅적하군요.”

평소 상주하던 교관들조차 모조리 빠져나간 단련실은 고요한 침묵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저벅! 저벅!

플레이트 메일의 금속음이 입구 쪽에서 들려옴과 함께 루시아가 그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시라스가 마검을 들고 절 습격할 때만 해도 대공자 측에서 큰 결심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

“설마하니 저 하나를 잡겠다고 원탁의 기사가 직접 찾아올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루시아가 단련실에 난입한 장본인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베하나스 경.”

“오랜만입니다, 이 공녀.”

리브라에 찾아온 검의 낙원 총책임자, 베하나스 마그레스.

그가 바로 루시아를 암살할 대공자 측의 진짜 칼날이었던 것이었다.

베하나스가 말했다.

“전대 가주님의 변덕도 여기까지입니다. 가주님께서는 대공자를 차기 소가주로 확정하시는 것으로 마음먹으셨고, 이제 곧 다가올 성인식에서 그걸 공표하실 겁니다.”

“하지만 가주님이 절 암살하라고 명령을 내리진 않았을 텐데요?”

“네. 가주님은 정이 깊으신 분. 후계자가 정해졌다 해도 권력의 집중을 위해 다른 혈육을 내칠 분은 아니시지요.”

스윽!

베하네스의 손이 천천히 허리춤의 검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대공자를 지지하는 이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는 걸,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루시아는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리브라 내부에서 이렇게 대담하게 일을 벌이고도 무사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죽는 건 ‘리브라의 생도’인 당신 하나뿐입니다. 물론 두 가문의 사이는 불편해지겠고, 케프렌은 라데우스에게 한번 고개를 숙여야 하겠지만 적어도 두 가문 사이에 전쟁이 벌어질 일은 없을 겁니다.”

번쩍!

“그러니 안심하고 저세상으로 가시길.”

대륙에서 검왕이라 불린 검호의 발검술이 그대로 루시아의 목을 노렸다.

콰앙!

그대로 거대한 폭발음이 터짐과 동시에 루시아의 신형이 그대로 창문 바깥으로 튕겨 나갔다.

‘막아?’

베하나스의 표정이 한순간 굳어졌다.

손맛이 없었다.

루시아의 수준은 누구보다 알고 있다.

귀(鬼)급 후반.

나이를 고려하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성취라고 할 수 있었고, 어쩌면 검신의 경지에 들지도 모르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태양은 절대 둘이 될 수가 없었기에 눈물을 머금고 그녀를 베기로 다짐했다.

그런데…….

‘나름 예우를 다해 7할의 힘을 담은 일격이다. 그런데 그걸 막았다고?’

경지의 단계로 따지면 두 사람 사이에는 최소 네 단계는 차이가 난다.

‘원래라면 반응도 하지 못하고 죽었어야 정상이거늘?’

그런데 그 일격을 받아 내고, 심지어 살아 있기까지 했다.

“으으윽!”

창문 밖으로 떨어져 바닥에 구른 루시아는 화급히 정신을 차리며 자신의 칼을 움켜쥐었다.

‘이 검이 아니었다면 분명 일격에 죽었어.’

리브라에서 화통하게 하사해 준 검 형태의 아티팩트.

분명 적의 습격을 예상하고 미리 몇 가지 준비와 함께 대비하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베하나스가 직접 암살자로 등장하는 건 예상외의 일이었다.

“리브라의 중심부에서 이렇게 난리를 쳤으니 곧 사람들이 몰려오겠군요.”

베하나스는 어느샌가 루시아의 눈앞에 나타나 검을 내밀고 있었다.

“그러니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죽여 드리지요.”

“아뇨. 그 누구도 오지 않을 겁니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갑작스러운 루시아의 발언에 베하나스의 표정이 살짝 흠칫했다.

저 말인즉, 삶을 포기했다는 뉘앙스라기보단 마치 자신을 사냥하기 위해 함정을 팠다는 뜻으로 들리지 않는가?

루시아는 피식 웃으면서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아니, 말을 잘못했군요. 한 사람이 이제 곧 나타날 겁니다.”

“한 사람? 루트비히 라데우스입니까? 절 제압할 자가 있다면 확실히 그자뿐이겠지만 그가 오기 전에 당신의 목은 떨어져 있을 겁니다.”

베하나스의 성대한 착각(그의 입장에선 합당한 추론이었지만)에 루시아는 고개를 내저었다.

“루트비히 라데우스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나다.”

“……!!”

콰아아앙!

검성이라 불린 자신조차 눈치채지 못한 은밀한 접근.

베하나스는 자신의 감각을 속이고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자가 있다는 것에 놀랐고, 또 그 장본인의 목소리가 젊다 못해 어리다는 것에 더더욱 놀랐다.

“누구냐?”

베하나스는 거대한 폭발음을 일으키는 상대의 일격을 오러까지 불러내 막아내고는 그대로 정면을 직시했다.

“나라니까.”

그리고 그런 베하나스에게 기습을 가한 장본인.

“네르하 라데우스!”

네르하가 어느새 마령수투를 착용한 채 루시아의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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