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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가문의 무신이 되었다-185화 (185/237)

185화

<헤르메스 (4)>

지금 네르하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 그것이 VIP들이 지켜보고 있는 이 상황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꿀꺽!

그것을 알아챈 눈치 빠른 몇몇이 침을 삼켰다.

“무속성의 마나 연공법이라.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나?”

“물론 잘 알고 있죠. 그럼, 설명을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해, 해보게.”

심사위원 중 몇 명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극단적으로 말해, 그들은 네르하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는지에 따라 자신들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여기고 있었다.

“일단 마나 연공법에 대한 구결을 풀이하기 전에, 제가 임시로 지정한 마나 통로들에 대한 고유명사부터 설명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이전 루트비히에게 설명해 줬을 때처럼, 네르하는 기본적인 혈도에 대한 개념을 설파하고 시작했다.

“그리고, 그다음은 호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몇몇 이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굳이 기초 호흡법을?”

기초 호흡법은 말 그대로 마나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단계를 일컫는다.

사실 고급의 마나 연공법일수록, 마나를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자세하고 쉽게 풀이되어 있다.

마나 감응은 축기 효율, 사용 효율과 더불어 연공법의 삼대 핵심 중 하나였으니까.

“흐음, 굳이 마나 감응부터 시작할 이유가 있나?”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만큼은 마나 감응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마나 감응은 아무런 기반도 재능도 없는 자들에게나 중요하지, 시작부터 재능을 어느 정도 검증하고 뽑아내는 마법사들에겐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무엇보다 어느 정도 수준이 갖추어진 마탑들은 연공법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법의 마나 감응법이 존재했다.

하지만 네르하의 마나 연공법은 달랐다.

“물론입니다. 마나 감응을 위한 호흡법은 축기와 연관되어 있으니까요.”

그 말을 한 네르하는 다리를 살짝 벌리고 팔을 들어 마치 권법의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무언가 춤사위처럼 보이는 동작을 행하기 시작했다.

“응?”

“으응?”

“지금 무슨 짓을?”

많은 이들이 네르하의 행동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심지어는 가주인 카이젤조차도 처음엔 무슨 헛짓거리인지 몰라 눈살을 찌푸렸을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네르하의 행동에 의미를 알아챈 자는 단 두 명.

“저건, 설마…….”

“무언가 아시는 게 있소? 마기우스 공.”

“가주의 말대로, 아직은,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

카이젤은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일단은 마기우스의 말대로 네르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어?!’

주변을 맴돌던 마나가, 아주 미약하지만 네르하의 전신에 흡수되는 게 보이고 있다!

‘저, 저게 가능한 건가?’

일반적인 연공법은 코로 대기의 기운을 받아들인다. 흔히 ‘토납법’이라 하여, 좋은 기운은 받아들이고 나쁜 기운은 몰아내는 작업을 호흡을 통해 하기 마련인데.

‘저건 일단 주변의 모든 기운을 받아들이고 육체의 움직임을 통해 나쁜 기운을 정화하고 있구나!’

그리고 네르하는 몸을 움직이면서도 그 정화의 방법을 쉴새 없이 설명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전신으로 흡수한 기운을 심장에 한데 모으면 일차적인 운기가 끝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 춤? 같은 걸 얼마나 해야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겠소?”

“최소 하루 두 시간 이상은 해야 하겠죠. 그래야 육체의 단련과 마나의 응집, 두 가지를 모두 잡을 수 있습니다.”

“허허, 두 시간이라? 일반적인 마법사들은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할 방법이군.”

“너무 새로운 방법이라, 뭐라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어.”

심사위원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네르하의 이론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네르하가 제시한 ‘행공(行功)’의 개념은 그들이 지금까지 알아 왔던 마나 연공법과는 기본적인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단순히 한두 번 설명을 들었다고 제대로 평가하리란 어렵다는 걸,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그때, 저 위쪽에서 누군가의 말이 들려왔다.

“대략적인 개념은 이해했다. 네르하 라데우스, 그럼 몇 가지 질문을 해도 되겠나?”

그 말에 심사위원들이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 가주!?”

네르하에게 말을 건 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케프렌의 가주 마기우스였다.

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나는 심사위원은 아니지만 참관인으로서 질문의 권한 정도는 있다고 본다만?”

네르하는 대답 대신 마기우스의 옆에 앉아 있는 카이젤에게 시선을 돌렸다.

끄덕!

그리고 카이젤의 허락이 있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시죠, 가주님.”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네가 말한 그 연공법으로, ‘오러’를 연성할 수 있는가?”

너무나 직설적인 물음에 장내의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젠 사정을 모르는 일반 관림객들도, 마기우스가 왜 저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마, 만약 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면?’

마기우스가 어떻게 나올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합니다.”

네르하의 낭랑한 말이 장내에 울려퍼졌다.

“……불가능하다?”

“이건 어디까지나 ‘마법사의 마나’, 즉 ‘마력’을 모으기 위한 연공법입니다. ‘기사의 마나’인 ‘오러’를 연공하려면 연공법 자체를 근원적인 부분에서 뜯어고쳐야 하죠.”

휴우!

그 말이 튀어나온 순간, 어딘가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렇군. 하지만 자네는 이 연공법이, 케프렌의 연공법보다도 더 뛰어나다고 했네.”

“……!!!”

“네, 확실히 그렇게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내가 이곳에 직접 발걸음을 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지.”

마기우스가 싸늘한 눈으로 네르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자네의 도발과 지금의 강연은 앞뒤가 맞지 않는군. 이 부분은 어떻게 설명할 거지?”

마치 대기를 움켜쥐는 듯한 가공할 압박감이 장내를 짓눌렀다.

하지만 네르하는 그런 압박감에서도 여유롭게 마기우스의 말에 대답했다.

“가주님께서 말을 걸지 않으셨다면 지금쯤 그 이유를 제 입으로 말했겠죠.”

“호오?”

자신의 압박을 이렇게까지 여유롭게 받아내는 네르하의 모습에, 마기우스의 적대감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 역시 본질은 기사이자 무인. 처한 상황이 아니라면 저 정도로 대담하게 나오는 자에겐 오히려 칭찬을 날렸을 터였다.

“그래, 내가 자네를 방해했군. 그럼 그 이유를 말해보게.”

“네, 그렇다면…….”

“이 마나 연공법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계열의 마나 연공법과 융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융합이 가능하다고?”

“네, 그리고 마나 연공법의 급수를 나타내는 축기율의 수치 역시, 융합한 연공법의 질에 따라 결정나게 됩니다.”

“연공법의 질이라면…….”

“이 연공법의 기본적인 축기율은 0.8. 평균보다는 조금 밑이죠.”

전신의 움직임에 신경 쓰면서 기운을 모으는 행위와 앉아서 호흡에 모든 신경을 쏟아부어 기운을 모으는 것.

사실 중원에서도 아직 행공보다 좌공을 선호하는 이유는, 운공 효율에서 좌공이 더욱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1.0의 기준을 가진 마나 연공법과 결합할 경우.”

“결합할 경우?”

“이 마나 연공법의 축기율은 1.8의 효율을 가지게 됩니다.”

“뭐, 뭐라고!?”

“무슨 헛소리야, 그게!”

심사위원들이 발작하듯 소리를 내질렀다.

마하의 후원을 받은 마법사들이 내놓은 1.7의 효율과는 고작 0.1 차이였지만.

심사위원들은 이 0.1의 차이가 단순히 0.1이라고 여길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무, 무속성의 마나를 1.8의 효율로 쌓을 수 있다고? 그게 말이 되는가!?”

“네, 말이 됩니다.”

“당장 그 효율의 원인과 과정을 해명하게! 1.8이란 건 정상적으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수치야!”

“대륙 최고의 마나 연공법을 가진 라데우스나 케프렌의 직계 연공법은 되어야 그 정도 효율이 나온다고 알려져 있어!”

마치 목숨이 경각에 달린 듯, 심사위원들은 필사적으로 네르하를 흔들었다.

“계속 말하게.”

그런 와중, 마기우스가 차분한 목소리로 네르하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뭐, 목소리와는 달리 속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네르하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이렇게 해서 얻은 마나의 사용 효율은 일반적인 연공법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효율이 절반 수준이라고?”

“네, 두 배의 속도로 ‘두 가지의 성질’을 얻는 만큼, 그 효율 역시 절반으로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겠죠. 축기도 빠르고 효율도 두 배인 힘은, 신의 힘이 아닌 이상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잠깐? 설마, 두 가지 성질이라고 한다면.”

살짝 이마가 좁혀진 마기우스를 향해, 네르하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네, ‘오러’와 ‘마력’을 일컫습니다.”

기사의 오러.

마법사의 마력.

서로 상생할 수 없는 두 가지 성질의 힘을 하나로 뭉쳤다.

“하나하나의 효율로만 따지면 평균 이하가 되겠지만, 그 두 가지를 모두 다룰 수 있다면, 이 연공법은 진정으로 다른 연공법의 두 배에 달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죠.”

“그럼 즉, 자네 말의 요지는…….”

“네, 이 마나 연공법은, 마법과 무술을 함께 연마하는 자들을 위한 것입니다.”

“…….”

마기우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걸 어떻게 평가해야 하지?’

그가 잠시 생각을 정리할 때였다.

“큭!”

마기우스의 옆에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하하하! 라데우스에 정말 재밌는 녀석이 나타났구나!”

웃음을 터트린 장본인은, 노란 머리카락의 청년.

그의 정체는, 골드 드래곤 로드 아그란바드였다.

마기우스가 언짢은 시선으로 아그란바드를 노려보았다.

“로드.”

아그란바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이렇게 말했다.

“뭐 어떻소? 발상 자체는 정말 획기적인데. 더군다나, 결과물은 그럴듯하면서도 정작 케프렌의 심사를 거스르지는 않았지. 정말 머리를 잘 쓰지 않았소?”

“으음…….”

두 배로 마나를 쌓게 해주는 연공법.

겉으로 보면 분명히 케프렌의 연공법보다도 뛰어나다.

하지만 사용 효율이 절반 이하여서야, 두 배로 마나를 쌓는다 해도 결국엔 두 배의 마나를 소모할 뿐이었다.

마나 연공법의 가치는 축기의 ‘양’을 높여주는 것만이 아닌, 사용 효율을 높여주는 ‘질’의 가치 역시 중요하게 여긴다.

‘마법과 검술을 같이 연마하는 자가, 세상에 몇이나 되는가?’

전 대륙에 퍼진 마검사의 숫자는 백을 넘지 않는다.

케프렌에서도 그런 괴짜는 오직 단 한 명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거대 가문의 주인인 자신이 경쟁 가문 후계자의 장난질에 놀아난 셈이었다.

그러나.

마기우스의 마음속에서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가 계속해서 코를 간지럽혔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축기율 1.0의 마나 연공법이, 마법사의 마나 연공법을 일컫는가?’

분명 네르하는 자신이 발표한 행공만으로는 오러를 발현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결합해야 할 마나 연공법은, 마법사가 아닌 ‘기사’의 마나 연공법이 베이스가 되어야 했다.

‘만약, 1.0의 연공법이 아닌, 그 이상의 연공법과 결합한다면?’

예를 들어.

“케프렌의 마나 연공법과 융합한다면, 대체 어느 정도의 효율이 나오는 거지?”

움찔!

순간 마기우스의 안면 근육이 일그러졌다.

방금 전의 말은 속으로만 되새겼어야 했지, 절대 밖으로 내뱉어선 안 될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너무나도 조용한 장내의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이 소리를 듣게 되었고.

마기우스가 자신의 실수를 주워 담기도 전에.

“그 답은.”

네르하가 그런 마기우스의 말에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제 다음 발표자가 말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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