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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가문의 무신이 되었다-228화 (228/237)

228화

<라데우스 후계 전쟁 (7)>

“믿을 수 없군. 순혈 진조가 아직도 이 시대에 남아 있었다고?”

루드빅은 뚫어저라 눈앞에 있는 세이라를 노려보았다.

하긴, 많이 놀랐을 거다.

라데우스의 초대 가주가 가문을 세운 이후, 그는 인간의 시대를 열기 위해 당시 밤을 지배하던 뱀파이어들을 정말 쥐 잡듯이 때려잡았으니까.

그 사건을 겪은 이후 뱀파이어들은 7레벨 이상급의 강한 개체들을 모조리 잃고 몰락하였으며, 밤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밤에 숨어 사는 종족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오죽하면 류레이아 엘마이넨이 이끄는 이종족 연합에 뱀파이어의 이름은 없을 정도로 말이다.

“나도 놀랐어. 설마 이렇게 약해빠진 뱀파이어가 진조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으니까.”

“저기요…….”

세이라가 볼멘소리로 항의하였지만 네르하는 한 귀로 흘려 버렸다.

솔직히 당시 2레벨이었던 세이라의 수준으로는 진조는커녕 조금 오래 산 뱀파이어들의 먹이가 되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뭐, 오히려 약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세이라는 너무나 약했기에 되려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진조의 특성을 발현한 것은, 북방의 일이 끝나고 베리타스에서 류레이아가 네르하를 찾아왔을 시기였다.

―뭐야? 너 진조를 데리고 있었어?

―진조라고요? 얘가?

―맞아. 하긴, 피를 이용한 혈계유전은 마력적인 봉인과는 달라서 너라 해도 눈치채기 어려웠을 테지.

―진조라면 라데우스와 비슷한 은색 머리카락과 붉은 눈이 특징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 녀석은 적발입니다만.

―과거엔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진조도 있었어. 아니, 오히려 로열 블러드라 불린 진조들의 우두머리들은 대부분 붉은 머리카락이었지.

―이렇게 약한데?

―아니, 제가 약한 건 맞지만 아까부터 말이 너무하시네요!

―이 시대 뱀파이어들은 어중간하게 강하면 곧바로 마탑의 실험체로 끌려가는 운명이니까. 차라리 완전히 병신으로 만들면 관심을 벗길 수 있었겠지.

―그렇다면, 앞으로 강해질 수도 있을 수도 있다는 거군요.

―글쎄… 피의 유전자에 각인된 능력을 깨우는 방법은 오래전에 사장돼서 나도 잘 모르겠는데?

―윽!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아마 조건은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 하지만 뭐가 됐든 그 방법을 알았다곤 해도 지금 수준으로는 피에 담긴 힘을 깨울 순 없어.

세이라가 본격적으로 마법 훈련을 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혈통이 좋아서인지 세이라는 네르하의 지원 아래 빠른 속도로 강해졌다.

그리고 5레벨에 준하는 수준에 오른 순간, 진조로서의 힘을 각성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끄어어어!”

“크으! 주, 군!”

“괴, 괴로워! 아파!”

세이라는 혈통만큼은 그야말로 최강급이었다.

루드빅의 권속이 된 뱀파이어들이, 별다른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뿌리까지 뽑혀 나가기 시작했다.

루드빅은 빨려들어가는 부하들의 모습에 이를 악물었다.

“순혈 진조의 특징 중 하나인가?”

“그렇지. 뱀파이어 만큼 계급화가 심한 종족은 거의 없으니까.”

관습이나 제도가 아닌 진정한 의미로 혈통에 의한 강제가 가능한 신분제 사회.

그것이 뱀파이어라는 종족의 본질이었다.

“아, 으아…….”

세이라는 당황했다.

자신의 손끝에 대체 얼마만큼이나 힘이 모이는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벌써 5레벨급 마법사 수십 명분의 마력이 모였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그 힘을 제어하는데 그다지 부침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무, 무서워!’

그야말로 무적이라 착각할 법한 어마어마한 힘. 생전 처음 느껴보는 전능감이 그녀의 몸에 쾌감이란 이름으로 두들겨대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주제를 잘 알았다.

한 2~3천 년 전이라면 모를까, 라데우스가 지배하고 있는 이 시대에선 설마 마왕이라 해도 잘못 찍히면 갈려나가는 세상이다.

무한해 보이는 이 거대한 음마력도 사실 고작(?) 도시 하나 부수면 끝나는 힘일 뿐이다.

그녀는 이대로 힘이 계속 쌓였다간 자신이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아 두려웠다.

지금이야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지만, 힘에 잘못 취했다간 이성적인 판단 정도는 금방 날아간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몇 분이 지난 뒤, 네르하가 물었다.

“어때?”

“으음, 일단 할 수 있는 힘은 모두 흡수한 것 같은데요?”

“소화할 수 있겠어?”

“워낙 불순물이 많아서, 이것저것 걸러내면 한 10%쯤?”

저 음마력의 근원은 순수한 뱀파이어가 아닌 인간을 흡혈종으로 개조한 결과물. 당연히 세이라 입장에선 온갖 불순물로 점철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좋아, 그 정도면 충분해.”

네르하가 정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거랑 싸우고 있을 동안 힘을 갈무리하고 있으라고.”

네르하의 눈앞에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루드빅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유사 진조라 그런지 세이라의 지배가 먹히지 않는군.’

그렇다곤 해도, 이렇게 늦게 반응한 걸 보니 세이라의 지배를 떨쳐내는데 꽤나 심력을 소모했을 것이다.

“네르하, 네놈!”

“나쁘지 않은 반응이야.”

“내 연구를, 알고 있었나? 그게 아니라면 절대 이렇게 영역을 펼치자마자 카운터를 날릴 수는 없었을 텐데!”

“솔직히 말하면 운이 좋았지. 설마하니 정말로 음마력을 사용할 줄은 몰랐으니까.”

세이라를 데려온 건 일종의 보험이었다.

그런데 그 보험이 대박을 쳤다.

다만, 그 와는 별개로.

“혼자 왔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다.”

“하, 건방진 놈.”

촤촤촤촤!

마치 사슬이 긁히는 묘한 소리와 함께 네르하의 발아래에서 검은 그림자가 솟구쳐올랐다.

“저년이 흡수한 힘은 내가 모은 힘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네르하는 담담하게 말했다.

“알고 있다. 정말로 네 힘을 모조리 흡수했다면 영역 자체가 무너졌겠지.”

천년성 블라드 체페슈는 여전히 건재했다. 그 말인 즉 루드빅에겐 여전히 영역을 유지할 수 있는 마력이 남아 있다는 뜻.

“하지만 부하들을 다시 소환할 수는 없겠지.”

“크윽!”

네르하는 그대로 양손에 마력을 발현하며 마법을 영창했다.

―고유계통 : 속성 통합

―이중속성 마법발현

―광류화(光流火)

빛의 불길이 그림자를 가볍게 몰아낸다.

불길 자체는 큰 파괴력은 없었지만, 루드빅의 그림자는 불길에 닿는 것만으로도 비닐이 사그라들 듯 순식간에 없어져 버렸다.

“확실히 짜증 나는군. 모든 속성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고유계통이라니.”

정확히는 다룰 수 있는 역량하에서만 가능한 일이었지만, 루드빅의 말이 크게 틀린 건 아니었다.

“그래도 상관없다. 애초에 힘으로 짓눌러 줄 생각이었으니!”

화악!

거대한 음마력이 루드빅의 양손에 응집되기 시작한다.

7레벨을 넘어 8레벨의 위력을 내기에 충분한 힘.

영역 바깥으로 펼쳐졌다면 거대 도시 베리타스의 구역 한두 개는 통째로 소멸시킬 수 있는 힘이었다.

“이 성안에서 나는 무적! 이 안에 들어온 걸 후회하며 죽어라, 네르하!”

지이잉!

전신을 집어삼킬 크기의 거대한 음마력 광선이 쏘아졌다.

피할 수도 없을 정도로 빠른 일격이 쇄도한다.

네르하가 가볍게 피하려던 찰나.

“고작 이 영역의 힘이 이것만인 줄 아느냐!”

화악!

‘……어?’

네르하는 한순간 시야는 감각 전체가 차단되었다는 걸 자각했다.

‘천년성이란 영역에 이런 공능이 있었나?’

눈앞은 시커먼 암흑.

음마력이 돌아가면서 내던 시끄러운 소리도, 코끝에서 느껴지던 흙냄새도 느껴지지 않는다.

날카롭게 주변에 대응하던 피부 역시 갑자기 뭔가를 뒤집어쓴 느낌이 드는 걸 보면 통각도 차단된 모양.

‘사람의 감각을 통째로 빼앗는 힘이라, 확실히 위력적이군.’

이러면 격하의 존재들은 뭔가를 하지도 못하고 몰살당할 것이다.

그러나, 네르하는 위축되지 않았다.

“말했잖아. 상처 하나 없이 제압해 주겠다고.”

스윽!

눈을 감은 네르하가 가볍게 발을 놀렸다. 그러자 서 있던 자리로 루드빅이 터트린 음마력의 탄환이 공기를 꿰뚫으며 지나갔다.

“아, 아니?!”

“한 대 맞아주고 공격 방향을 알아내는 것도 괜찮겠지만, 상처가 있어선 곤란하지.”

이 천년성은 근본적으로 타인의 심상을 빌려온 것.

그것을 제대로 쓰는 법도 모르는 상대에게 당해줄 정도로 네르하가 쌓은 수양이 얕진 않았다.

“저기구나.”

네르하가 눈을 번뜩이며 루드빅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어, 어떻게 알았지?!”

“당연히 알지. 내 감각만 뺐는다고 끝인 줄 알았나?”

오감을 뺐는 건 아주 잘했다.

하지만 몸뚱아리만 믿고 날뛰는 기사도 아니고, 마법사는 감각을 빼앗긴다고 대응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딱!

네르하가 손가락을 튕기며 가벼운 마법을 영창했다.

“서몬, 콜 오브 패밀리어.”

네르하의 눈앞에 자그마한 구체가 생겨났다.

마법으로 불러낸 최하급 바람의 정령이었다.

“사역마! 사역마를 통해 감각을 연결했구나.”

“정답.”

“제, 젠장. 저런 파훼법이 있었나?”

영역의 힘이라면 사역마의 감각도 봉인할 수 있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역소환하고 또 불러내면 그만이니까.

“너무 머리가 한쪽으로 굴러가 있군. 북방에서 내 싸움을 보고 정면으로 들이받는 무식한 전투마법사라고 생각했나 보지?”

움찔!

루드빅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아무래도 정곡인 모양이었다.

“정말 그때라면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나도 이젠 하나의 당당한 마법사거든. 육체 능력을 제외한 마도전만으로도 충분히 6~7레벨의 마법사들과 싸울 수 있어.”

“그렇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다!”

철컥철컥철컥!

직선 공격이 먹히지 않자, 루드빅이 다음으로 사용한 건 수백 개가 넘는 광탄을 이용한 다중 폭격.

“감각을 공유했다 해도 시점의 차이는 존재하기 마련. 그것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

루드빅은 확실하게 허점을 간파했다.

“죽엇!”

“역시, 여전히 능력을 제대로 쓰는 법을 모르는군.”

퍽!

“컥!”

루드빅의 입에서 침이 튀어나왔다.

복부에 가볍게 박힌 네르하의 주먹이 숨구멍을 막아 버린 탓이었다.

“어, 어느새?”

“진조가 되며 전투마법사의 기본조차 잊었나? 앉은 자리에서 하하호호하며 마법을 영창하며 싸우라고 리브라에서 가르치진 않았을 텐데?”

네르하가 저 힘을 얻었다면 철저하게 게릴라전으로 몰아가 괴롭혔을 거다.

하지만 루드빅은 그러지 않고 여전히 정면 대결을 고수했다.

‘도망갈 때만 해도 나름 한 수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본질적인 면은 변하지가 않았군.’

네르하는 그대로 반대쪽 팔로 루드빅의 머리를 후려쳤다.

“크아악!”

이번엔 침이 아닌 피가 튀어나왔다.

루드빅이 꼴사납게 나가떨어지자, 오감을 차단하는 권능이 자연적으로 풀렸다.

“쿨럭! 쿨럭!”

“확실히 몸이 질겨. 원래 네 육체라면 구멍이 뚫렸을 텐데.”

“죽여, 버리겠다!”

“아니, 여기까지다.”

뿌득!

네르하가 수도를 들어 그대로 루드빅의 목을 쳤다.

위력을 조절했기에 머리가 분리되진 않았지만,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루드빅은 정신을 잃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주군!”

시전자인 루드빅이 무너지자, 주변 공간을 뚫으며 남은 루드빅의 수하들이 네르하에게 달려들었다.

세이라에게 힘을 빨릴 위험에도, 주인이 위험에 처하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죽일까?’

네르하가 죽인다는 건 저 수하들이 아닌 루드빅 본인이었다.

제압은 했으니 이제 루드빅의 생살여탈권은 이쪽에 있는 셈.

네르하의 눈가에 살기가 맺히려던 찰나였다.

“거기까지만 하지, 동생?”

“바스텔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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