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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가문의 무신이 되었다-232화 (232/237)

232화

<라데우스 후계 전쟁 (11)>

마하가 막 자리를 박차려던 때였다.

“저도 함께 가도 되겠습니까?”

“셀로미엔, 당신이?”

자신의 활을 쓰다듬던 셀로미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까지 갈 필요는 없는데?”

“네르하 라데우스는 전대께서 특히 눈여겨보던 분이었죠. 직접 본 건 한 번이지만 전투하는 모습을 본 건 아니라서요. 그가 어느 정도의 인물인지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흐음.”

“그리고… 사실 네르하 라데우스는 자처하더라도, 입장상 클로이아 블루벨벳은 반드시 한 번은 봐둬야 합니다.”

“클로이아 블루벨벳을?”

“가능하면, 죽여야 하거든요.”

셀로미엔의 눈에 살짝 살기가 맺혔다. 마하는 그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그렇지. 북방 서리 일족은 대륙 구분상 이종족으로 분류되니까.”

“그렇죠.”

셀로미엔 엘마이넨은 단순히 엘프들을 대표하는 걸 넘어 대륙 전체의 이종족을 대표하는 ‘로드’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런 와중 같은 항렬에 클로이아라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들어왔으니 저런 경계심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라고, 마하는 생각했다.

“좋아요. 다만 죽이는 건 추천할 수 없습니다. 바스텔과 싸우기 위해서는 고위계의 전력은 가능한 품어야 하니까요.”

“물론입니다. 당신의 입장은 당연히 이해합니다.”

그렇게 네르하를 암살할 전력 위저드 킬러 백여 명.

거기에 신(新) 오현자, 셀로미엔 엘마이넨이 추가되었다.

* * *

네르하가 주도를 나서기 직전.

리브라에서 정식으로 조기졸업을 이룬 수하들이 네르하를 찾아왔다.

“형님!”

“주군!”

“오랜만이다, 너희들.”

알페온이 웃으면서 네르하를 껴안았다.

“몇 달 만에 보는 건데 몇 년 동안 멀어져 있었던 것 같군요.”

바스톤 역시 한 마디를 보탰다.

“루시아 양의 얘기는 들었습니다. 이제 함부로 그분의 이름을 부를 수도 없겠군요.”

네르하는 수하들의 오라를 느끼며 속으로 제법 감탄했다.

‘다들 그새 더 강해졌군.’

비록 리브라로 돌아갔다고 해도 그들의 성장이 멈춘 건 아니었다.

오히려 북방에서 얻은 걸 차분하게 소화할 시간을 가진 덕에 그때보다도 더 강력한 진보를 이룬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네르하 님.”

그런데, 조기 졸업자는 바스톤, 알페온, 배커만이 있는 게 아니었다.

“너는… 소니아인가?”

“넵!”

소니아 이즈넨. 과거 마나 블래스터라는 영약의 재료를 찾아다닐 때 같은 조에 속했던 소녀였다.

아니, 이젠 소녀티를 완전히 벗고 성숙한 여인의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는, 네르하를 향해 장난스럽게 경례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도 조기졸업하고 네르하님에게 인생 배팅하러 왔답니다!”

“놀랍군.”

소니아 이즈넨은 다른 수하들보단 수준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5레벨에는 확실하게 이른 듯 보였다.

“헤헤헤, 저도 꽤 노력했거든요.”

분명 북방에 가기 전에 치른 중간 이론시험에서 네르하 바로 밑의 2위에 랭크한 이론의 천재.

물론 이론에 불과하니 실전에선 그 랭크가 하락할 것이라 예상되었는데, 그녀는 그런 평가를 뒤집고 고학년이 되기도 전에 5레벨에 이르렀다.

이 정도면 라데우스 본가에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재능이었다.

“재능있는 인재는 언제나 환영이지만, 지금은 하나라도 특출난 재주가 있어야만 데려갈 수 있어. 소니아, 네가 지금 가장 자신 있는 분야는 뭐지?”

소니아가 자신 있게 외쳤다.

“독살이요!”

“…….”

“…….”

순식간에, 주변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하지만 소니아는 당당했다.

“연금술 가문이 당장 전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골렘 제작과 포션 제작. 그리고 독의 제조가 있죠. 저는 그중에서 독과 해독 분야에서 특기 전력이 될 수 있습니다.”

“어, 음… 그렇군.”

그녀는 실제로 졸업 시험에서 교관 두 명을 중독시켜 시험을 통과했다고 한다.

네르하가 다른 주제를 찾고 있을 때, 지금까지 말이 없었던 배커가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얘기는 들었다. 성주나 도시의 시장들을 만나서 그들을 설득하겠다고?”

“그래. 그래서 너희들을 기다린 거다. 괜히 본가 소속 마법사들을 대동해서 상대를 자극할 수는 없을 테니.”

갓 리브라에서 졸업한 이들을 데리고 나간다면 단순한 외유 정도로 치부될 수 있었다.

물론 그 의도를 전부 숨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가림막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후후, 아주 좋은 생각이다.”

“오?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물론. 특히 나와 알페온 녀석을 부른 건 특히나 잘한 짓이지.”

아, 딱히 계산에 넣진 않았지만, 알페온과 배커는 라데우스의 ‘바깥’에 상당한 힘이 있었다.

알페온이 자신 있게 가슴을 두드리며 외쳤다.

“리브레히트 가문이 특별한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제국 동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책임지고 아버님을 설득해 모두 형님 밑으로 넣어버리겠습니다!”

“오?”

리브레히트 가문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이라면, 적어도 도시 수십 개 정도는 될 것이다.

배커 역시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방계 연합 역시 마찬가지. 장로들이 장악하고 있는 라데우스 중앙에 큰 힘을 떨칠 수는 없어도 바깥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비록 일부가 바스텔에게 돌아서긴 했지만 남은 전력 역시 만만치 않았다.

“나와 알페온, 둘이 합쳐서 적어도 성 백여 개 정도는 네게 들려주도록 하지.”

“……든든한데?”

배커 역사상 이렇게 든든했던 적은 지금이 처음 아닐까?

“뭐, 그 부분은 너희들에게 맡기지. 하지만…….”

네르하는 얼마 전 익명……을 가장한 누군가가 보낸 정보를 입에 올렸다.

“나와 함께 돌아다니고 싶다면, 너희도 어느 정도 각오를 해야 한다.”

“각오?”

“누가 내 암살을 모의하고 있거든.”

“……!!”

암살이란 말에 주변인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마하 공녀로군.”

“그렇지.”

배커가 입가를 가리며 말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은밀하게 일을 벌인다 해도 내부관리국과 외부지원국은 만만한 게 아니야. 이건 무조건, 100% 걸릴 거다.”

“기존에 드러난 전력이라면 그렇겠지.”

10여 명 이내의 호위 규모라면 이해는 가지만, 그 정도로 네르하를 암살할 순 없다.

결국에는 백 단위의 집단이 되겠지만, 정식으로 전투마법병단을 육성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장로와 삼마자들 뿐.

“설마, 마하 공녀가 가문의 법률을 어기고 사설 병력을 육성했다는 말이냐?”

“그래. 그것도 꽤나 위험한 놈들을 말이지.”

“미쳤군. 이건 그냥 본가에 제보하면 끝나는 거 아니냐?”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렇겠지만, 이게 쉽지는 않아. 일단 나도 그놈들의 실체를 아직 보지 못했거든.”

제보자의 말에 의하면 그들은 로열 에어리얼에 있는 바멜의 저택까지 침입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용의주도한 놈들이니, 아무리 본가라 해도 쉽게 그 꼬리를 잡긴 힘들 거다.”

“위저드 킬러…….”

“마하 공녀가 미쳤군요.”

사정을 듣자 배커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 역시 표정이 변했다.

타인의 마력장에 간섭해 마법을 제한하는 수법은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런 종류의 고유계통을 각성하거나, 다른 하나는 상대와의 역량이 2단계 이상 차이가 나거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몸에 마나 무효화 마법진을 새겨 고유계통과 비슷한 효과를 발현하거나.’

문제는 세 번째 방법을 실천했다간 높은 확률로 시전자의 수명이 뭉텅이로 깎인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위저드 킬러는 사도(邪道) 취급을 받으며 라데우스에서 육성이 금지되었지만, 마하는 그걸 어겼다.

나름 이론에 빠삭한 소니아가 말했다.

“원래 위저드 킬러는 마법사의 마력장을 무효화하는 데만 특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은밀함을 추가로 갖췄다면, 기본적인 전투력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겠죠.”

“맞아. 내가 너희들에게 위험하다고 한 이유가 그거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쫄은 이는 없었다.

배커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괜히 겁주지 마라. 위저드 킬러가 무서운 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기습을 당했을 때 대응할 방도가 없다는 점이니까.”

“그 말대로, 미리 알고 있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뭔가를 생각하고 있기에, 그런 말을 한 거겠지?”

네르하는 피식 웃었다. 녀석들이 눈치가 꽤 많이 늘었다.

“나는 이번 기회에 그놈들만이 아니라 마하를 잡고 싶다.”

“그 말은 즉?”

“놈들을 죽이지 않고 사로잡아야 한다는 거지. 그것도 자살하지 못하게 확실하게.”

“으음, 그게 가능할까요?”

“원래는 그냥 때려잡을 생각이었는데, 소니아가 합류해서 가능성이 올라갔다.”

모두의 시선이 소니아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서 약병 하나를 꺼냈다.

“앞으로 저희 이즈넨 가문을 애용해주… 아니, 잘 부탁드립니다.”

* * *

그렇게 2주일 후.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중년의 사내가 네르하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저 코브렐의 성주 제임스 코브렐 남작은 네르하 님께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날 믿어줘서 고맙습니다. 반드시 실망하지 않을 거라 장담하죠.”

제국 북방에 위치한 코브렐 영지.

그 영지의 중심에 있는 성은 라데우스 가문이 지정한 계승 전쟁에 선택된 곳 중 하나였다.

“뭐, 저희 같은 하급 귀족이 등을 돌린다고 해도 마하 공녀는 눈에도 깜짝하지 않을 겁니다.”

코브렐 남작의 말에는 마하에 대한 약간의 분노가 함유되어 있었다.

“거기에 데인 녀석의 설득에 넘어간 이유도 있지만요.”

“후후, 데인 시장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군요.”

네르하는 쓰게 웃었다.

사실 네르하가 코브렐 남작에게 뭔가 큰 걸 약속하거나 자신의 그릇을 보여준 게 아니었다.

북방 최전선 도시 아르지엔의 시장 넥스 데인.

과거 네르하에 대한 지지를 천명했던 그가, 이미 북방에 영지를 가진 귀족들을 상당 부분 설득해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개 시장에 불과한 넥스 데인이 이렇게까지 다수의 귀족을 설득할 만한 역량은 없었다.

코브렐 남작이 곧바로 고개를 숙인 건, 여기에 다른 이가 추가로 개입했기 때문이었다.

코브렐 남작이 속삭이듯 작게 입을 열었다.

“사실 대공 전하께서 네르하 님을 지원하라는 특명을 내리셨거든요.”

그가 말하는 대공이란, 제국의 재상이자 원로원주, 르브론 대공을 일컬음이었다.

“대공 전하께서 절 좋게 보시는 모양이군요.”

“하하하. 뭐,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마하 공녀가 아닌 다른 이를 지지하라는 소리였지만, 지금 이 행동도 딱히 틀린 건 아니었다.

“아마 마하 공녀에게 분배된 영지에 가신다면 쉽게 지지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거, 좋은 말씀이군요.”

코브렐 남작과의 만남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충성 맹세를 받은 네르하는 곧바로 코브렐 영지를 나서 다음 장소로 향했다.

“어, 생각보다 훨씬 협조적인데요?”

말 안장 위에서, 알페온은 뭔가 찝찝함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 코브렐 남작령은 리브레히트 가문과 라데우스 방계 연합의 영역에 포함된 곳이 아니었다.

꽤나 격렬한 조율 과정을 거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남작은 고작 십여 분도 되지 않아서 진영을 갈아타 버린 것이었다.

“함정, 인가?”

워낙 일이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녀석이 밑밥을 잘 깔아놨군.’

사정을 아는 네르하로선 이런 진행은 이미 예상한 바였다.

스스슥!

-어떤가, 주인님. 이 몸의 활약은?

그림자 속에서 뭔가 교태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르하는 그 목소리의 주인, 마계 백작 아스타로스를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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