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가 깡패임-46화 (47/53)

제 46화

깡패가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방법 (17)

1.

“아니 하리라 네가 왜 여기에······.”

하리라의 등장은 그렇게 길길이 날뛰던 금덕수조차도 순간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로 뜬금없었다.

아니 뜬금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하리라의 존재 자체가 지금의 금덕수에겐 너무나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분명 떨어지는 걸 봤고,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걸 봤는데. 구급차에 실려 가는 것까지 봤다고. 크게 다친 게 아니었어?

건물 3층에서 떨어져 머리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있는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크게 다친 사람의 모습이었다.

오늘 골드선 크루의 정기회의(긴급)를 열었던 것도 바로 하리라의 가족이 이 사건을 경찰에 넘겼을 때 어떻게 꼬리를 잘라야할지 결정하기 위함이었다.

자살한 것도 아니고 머리에 분명히 상해가 있는 여학생이 밀쳐져서 떨어졌으니, 금일파의 힘을 써도 쉬이 넘어갈 수는 없을 터.

강제전학까지 당하면서도 학생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꿀을 빨고 있던 금덕수가 학생임을 포기하고 깡패의 길로 들어서겠다 결심한 데엔 이런 이유 때문도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하리라가 멀쩡히 살아있어. 전혀 다친 사람처럼은 안 보이고 말이야.

갑작스런 하리라의 등장 때문에 생긴 당황이 옅어지고 평정을 되찾은 금덕수의 두 눈엔 뱀같이 비열한 눈빛이 깃들었다.

평소 자신의 딱까리들을 시켜 하리라를 괴롭히고, 그 꼴을 뒤에서 지켜볼 때 내보이던 바로 그 눈빛이었다.

·····어차피 깡패로 살기로 결심한 거. 이제 진짜 눈치 볼 필요도 없겠다 그냥 해버려?

마지막 집단폭행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학교폭력의 범주에서만 하리라를 압박해왔던 금덕수였다.

왜냐면 그는 학생이었고, 그의 아버지 또한 그가 고등학교 정도는 졸업하길 원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 전과 상황이 달랐다.

이미 금일파의 두목 금일수는 금덕수가 미성년자 성매매를 알선하며 재물을 불렸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를 계속 학생신분으로 놔두기엔 그가 저지른 짓이 너무나도 컸다.

이 나라에서 깡패의 아들이 미성년자를 이용하여 성매매를 알선한다는 건 나라가 흔들릴 정도의 대사건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자신의 직속 칼잡이까지 대동해 사건 전체를 묻기로 결심했고, 아들만큼은 고등학교를 졸업시켜야한다는 다짐을 접으며 금덕수에게 오늘 자신의 증명을 행하라 명한 것이었다.

‘금덕수, 이 아버지처럼만 해라. 그러면 내가 쌓은 모든 게 네 것이 될 테니까.’

금일파의 후계자로서, 주먹 하나로 이 자리까지 오른 자신의 후계자로서 잘 해낼 수 있을지를 증명하라는 그 말.

금일수의 그 말은 금덕수가 그나마 넘지 못하고 있던 마지막 선을 넘게 만드는 격려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 씨발, 애미도 없고 애비라곤 태권도 사범따리인 좆도 아닌 년 하나 납치한다고 아무 일도 안 생겨. 나는 금일파의 차기 두목이니 유일한 가족인 애비 따위가 지 딸 찾겠다고 나서봤자 묻는 건 일도 아니야.

선을 넘기로 결심한 직후, 금덕수는 갑갑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함을 느꼈다.

그가 가진 힘, 그리고 그가 가질 힘을 사용하면 하리라처럼 백도 없고 힘도 없고 얼굴이랑 몸매만 반반한 년 따윈 너무나 쉽게 가질 수 있었다.

씨발 상상만 해도 벌써부터 군침이 싹 도는데 이거? 그 건방지기 짝이 없는 하리라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니······!

처음 이 산을 오르게 되었을 때만 해도 금덕수는 가슴속에서부터 타오르는 분노에 갑갑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부하라고 있는 것들은 무능하기 짝이 없어서 습격이나 당하고, 그걸로도 모자라 납치까지 당하니 그들의 수장인 금덕수로서는 화가 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하리라가 등장하고부터는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금덕수는 방금 전까지 짐승처럼 길길이 날뛰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답지 않게 느끼한 목소리로 여유롭게 말했다.

“뭐, 무슨 이유든 이렇게 다시 봐서 정말 반갑네. 그때 뒤지거나 병신이 될 줄 알았는데 말이야.”

금덕수는 그날, 크루원 중 하나가 흐름에 휩쓸려 밀친 하리라가 3층에서 떨어진 그날을 떠올리며 아련한 눈빛을 보냈다.

물론 그딴 눈빛 따위는 하리라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때는 뭔 그때야. 미친 새끼가 진짜 개좆같게 존나 아련한 척 하네 그래봤자 어제 벌어진 일인데.”

하리라의 말마따나 그녀가 골드선 크루원들에게 다구리를 맞고 3층 창문 밖으로 떨어진 건 고작 하루 전, 그러니까 어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리라가 언제나처럼 가시세운 고슴도치처럼 나오든 말든 금덕수는 그 면상에서 더럽기 짝이 없는 느끼한 표정을 유지하며 주둥이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냐? 그래 뭐 고작 하루지만, 네가 죽었다고 생각하니까 하루가 일 년 같아서 말이지. 첫눈에 반한 여자가 망가지는 꼴을 보니 마음이 찢어지는 줄 알았어.”

“우욱씹.”

정말 느끼한 걸 넘어서 역겨울 정도의 언변에 하리라는 아침에 먹은 것들이 역류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은 토악질에 힘을 뺄 여유 따윈 없었고, 그녀가 가진 모든 힘은 오롯이 한 대상을 향해서만 쏟아내야 했다.

그렇기에 하리라는 구역질을 꾹 참고, 구역질을 할 힘으로 주먹을 꽉 쥔 채 자신의 몸을 핥는 듯한 진짜 개역겨운 눈빛을 보내고 있는 금덕수를 마주보았다.

“그래 뭐, 어느 정도는 나도 공감해. 나도 너처럼 어제에서 오늘로 넘어오는 그 하루가 일 년처럼 느껴졌었거든.”

그리고는 이 말을 내뱉는 것과 함께 금덕수에겐 처음으로 상쾌한 미소를 지어보인 후.

“니 존나 패고 싶어서 이 씨발롬아!”

곧바로 안색을 바꾸며, 힘껏 땅을 박차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뒤져 이 사회의 암덩어리 같은 씨발 양아치 새끼야!”

꽉 쥔 주먹, 뒤로 당긴 어깨와 팔꿈치 잔뜩 돌아간 허리와 앞으로 내딛은 디딤 발까지.

하리라가 달려들며 잡은, 의도가 훤히 보이는 이 자세는 그녀가 금덕수의 안면에 주먹을 내지를 것이라는 결과를 이미 알려주고 있었다.

병신 같은 년, 고작해야 애새끼들 다니는 태권도장 사범따리 애비한테 태권도 좀 배웠다고 설치더만. 그래봤자 계집이라는 거지 뭐.

하리라는 분명 빠르고 경쾌했지만, 그저 그뿐이었다.

태어나길 깡패로 태어나 타고난 싸움꾼인 아버지의 재능을 이어받고, 그 걸로도 모자라 직접 싸우는 방법까지 배운 금덕수에겐 하리라의 움직임은 하품이 나올 정도로 뻔했다.

하긴, 저렇게라도 과장스러운 자세를 잡지 않으면 여자로서 남자한테 유의미한 타격을 입힐 수 없을 테니. 어찌 보면 좋은 선택인가?

여자와 남자의 신체적 차이는 명확하다.

근력, 체중, 골격까지 여자는 남자에게 신체적으로 무엇 하나 이길 수 없는 게 상식.

거기에 더해 태권도로 단련되어있다고 하더라도 원체 비율이 좋고 군살이 없어 평균체중에조차 못 미치는 하리라와 그저 싸움을 잘하기 위해 먹고 단련해온 금덕수의 피지컬은 하늘과 땅 차이나 다름이 없었다.

운동을 배웠고, 가벼워서 빠르긴 하다만 그런 다 보이는 주먹은 눈 감고도 피할 수 있다 이거야.

격투기 선수와 길거리에서 붙어 이긴 경험까지 있었던 금덕수였기에 그에겐 자신이 질 거라는 예상 따윈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딴 예상이 생긴 적도 없었다.

그 알량한 태권도 하나 믿고 깝치던 년이 주먹 한 방에 엎어질 거라고 생각하니까 존나게 꼴리는 데 이거?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금덕수는 자신의 왼뺨을 향해 날아들 주먹을 잡기 위해 오른손을 펼쳐 왼뺨 옆에 가져다 댔다.

이미 저렇게까지 당긴 주먹을 중간에 회수할 수는 없는 법, 캐치볼을 하는 것처럼 가볍게 잡고 그대로 한 방 먹여주면······.

훅!

“어?”

없어졌······.

자신의 아구창을 향해 주먹을 휘둘러야할 하리라의 상체가 순간 금덕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쒜애애액!

그 직후 갑자기 사라진 하리라의 상반신에 당황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운동화를 신은 하리라의 왼발 뒤꿈치가 바람을 가르며 채찍처럼 휘어졌다.

아버지인 하혁수에게 전수받은, 한껏 당긴 상반신을 전력으로 회전함과 동시에 옆으로 숙이고 그 모든 회전력을 모두 발에 담아내는 필살의 비기.

쩌어어어억!!!!!!

하리라가 모든 힘을 담은 전력의 뒤후리기는 그렇게 가드가 텅 비어버린 금덕수의 목에 완벽히 적중했다.

쿠당탕탕탕탕!!!!

전혀 예상치도 못한, 그리고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일섬의 뒤후리기.

그 예술과도 같은 뒤후리기에 금덕수는 그대로 고꾸라져 흙바닥과 하나가 되었다.

“끄, 어어······ 어억······?”

금덕수는 여전히 자신이 뭐에 당한 줄도 모른 채, 뺨으로 선명하게 바닥을 핥고 있었다.

그런 금덕수를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내려다보며, 하리라는 반년동안 응어리진 분노를 내뿜었다.

“다구빨 없으면 뭣도 아닌 병신찐따새끼가!”

그 외침에 반박할 수 있는 이는 이 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이제부터 내가 니 인생 최대한 빡세게 조질 거니까. 한 번 뒤져봐 이 씨발새끼야!”

그동안의 한, 고통, 슬픔, 절망, 분노가 모두 담긴 외침과 함께 하리라는 완벽히 무력화된 금덕수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쩌억! 콰직! 쩌어억! 쾅!

참으로 상쾌한 분노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본선 마지막날에 딱 '깡패가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방법' 에피소드도 끝!

아니 이럴 생각 없었는데 왜 이렇게 길어지는 거냐구 젠장!!!

그래도 덕분에 하혁수 씨나 리라를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기분은 좋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있을 에피소드들은 이렇게까지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빡세다!

그래도 독자님들께서 재밌게들 봐주신다면 저는 빡세도 좋습니다. 으하하.

+++

이번화엔 앞선 화들에 나와있던 복선들의 회수가 담겨있습니다. 복수물 클리셰나 무협물 클리셰를 조금 사용해봤지요. 전부 맞추시는 분이 계신다면, 추천을 눌러드리겠습니다.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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