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가 깡패임-50화 (51/53)

제 50화

이제부터는 어른끼리 해결할 문제니까. (4)

1.

쿵쿵쿵쿵쿵!

계단 위에서.

두두두두두!

계단 아래에서.

띵-.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언뜻 보기에도 수십은 넘어 보이는 정장깡패들이 개떼처럼 1층 로비로 밀려들어왔다.

호출을 받고 손에 서류가방을 든 채 몰려든 그들은 말없이 나와 하혁수 씨를 바라보고는 자신들을 호출한 원래 있던 깡패에게 시선을 돌렸다.

“꼴랑 두 명 때문에, 회사에 있는 전원을 호출한 거냐?”

호출을 받고 모인 이들 중 가장 지위가 높아 보이는 듯한, 얼굴에 선명한 칼자국이 나있는 덩치 하나가 대표로 그리 물었다.

“정장 입은 저놈은 그렇다 쳐도, 남은 하나는 술이나 퍼마실 것 같은 동네 아재인데. 꼴랑 깡패 나부랭이 하나랑 아저씨 하나 처리 못해서 긴급호출을 해?!”

마치 돌격대장 같은 얼굴을 한 깡패, 아니다. 그냥 돌격대장이라고 부르자.

돌격대장의 목소리에 담긴 분노는 우리가 아닌 자신들을 호출한 깡패에게 향하고 있었다.

인상을 일그러뜨리고, 턱에 힘이 들어가며 꽉 쥔 주먹이 부르르 떨리는 것이 곧 있으면 자신을 호출한 부하에게 손찌검을 할 것처럼 보였······.

“죄, 죄송합니다 형님! 하지만 저 녀석 평범한 녀석이 아닌 것 같······.”

짜악!

음, 그래. 이 깡패의 스테레오타입을 그대로 투영한 듯한 놈들. 어째 7년 전이랑 변한 게 없냐. 겉보기에만 으리으리하지 속은 구린내 진동하는 게 여전하단 말이야.

“이 띨빵새끼가 금일파 가오가 있지······.”

내가 너무나 전형적인 ‘개처발린 다음 도와달라고 부탁한 부하를 오히려 가오가 상한다며 직접 조지는 돌격대장’을 보고 한숨을 내뱉으려는 그때, 돌격대장의 손이 다시금 위로 올라갔다.

한 대로 끝내지 않으려는 건가. 하긴, 이런 상황에서 싸대기는 여러 대 조져야 또 맛이 사는 법이니까.

돌격대장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지만 그 뻔한 시추에이션을 굳이 볼 이유는 없었다.

“크흠! 크흠흠!”

나는 치켜든 손을 부하의 아구창을 향해 다시금 휘두르려는 돌격대장을 향해 헛기침을 했다.

신경을 건드리는 헛기침 소리에 놈들의 시선이 다시금 내 쪽으로 돌아왔고, 나는 모든 이들의 시선을 받은 채 작은 목소리로 뒤에 있는 하혁수 씨에게 말했다.

“하혁수 씨는 그 뒤에 있는 안내원 좀 맡아주세요.”

“뭐, 뭐? 지금 너 혼자 가겠다고?”

“금방 끝날 테니까 조금만 고생하시고.”

“잠깐만 이 미친······!”

그 말을 끝으로 등 뒤의 하혁수 씨가 뭐라하든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채, 나는 평소처럼 평범한 발걸음으로 돌격대장을 향해 걸어갔다.

“······허.”

깡패들의 명물 ‘도와달라는 부하 싸대기 조지기’를 나라는 불청객에 의해 방해받은 돌격대장은 손을 내리고,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래, 지가 지 명줄을 알아서 당기겠다는데 그렇게 간절하면 들어줘야지.”

그리고는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과장스럽게 풀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은 뒤 자신의 부하 깡패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손바닥을 치켜들었다.

“일단 그 싸가지 없는 눈깔부터 고치자. 뒤지는 건 그 다음······!”

쾅! ······쿵!

돌격대장이 턱을 후려맞고 더 이상 돌격을 할 수 없는, 그래서 그냥 대장으로 바뀐 채 바닥에 널브러지자 침묵을 주도하는 주체가 대장에게서 나로 바뀌었다.

날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시선엔 경악이 서려 있었다.

“뭐 어디서 배우는 건지. 족보 같은 게 있는 건지. 어째 7년을 쉬었는데도 똑같냐 니들은.”

말, 행동, 그리고 한 대 맞고 지 동료가 쓰러지면 생기는 경악의 눈빛까지.

이 깡패새끼들은 내가 깜빵에서 쉬던 7년 동안 전혀 변한 게 없었고, 그 사실이 지금껏 참아왔던 화를 더욱 크게 키웠다.

이런 발전 하나 없는 새끼들 때문에. 이딴 뭣도 아닌 쓰레기들 때문에 리라가 반항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죽을 뻔했다는 거지. 리라가 벌벌 떨면서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금덕수 그 병신새끼한테 제대로 된 저항을 못 했다는 거고.

내가 지금까지 화를 참은 건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을 면한다느니 뭐니 하는 거창한 이유 때문이 아닌, 화를 낼 사람이 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금덕수에게 화를 내는 건 리라의 몫이고, 놈의 뒷배인 금일파의 두목 또한 내가 아닌 다른 이의 몫이었으니까.

그래서 지금까지는 그 어떤 분노도 내 몫이 아니었기에 리라가 자신의 분노를 방해받지 않은 채 온전히 쏟아낼 수 있도록 가슴 속 분노를 참았었다.

그런데 이 깡패새끼들, 이 쓰레기들한테는 참을 이유가 없잖아.

거기에 더해 지금까지는 싸울 때 항상 등 뒤에 하안이나 리라처럼 반드시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하는 사람이 있었다.

손속을 두지 않으면 그녀들의 공포를 살 수도 있기에, 폭력적인 장면은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마무리를 지어야만했다.

하지만 지금, 이 금일파 본거지엔 내가 눈치를 봐야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까. 마음껏 화내고, 마음껏 날뛰어도. 아무 지장 없다 이거야.

“덤비라고 했는데 안 덤빈 건 니들이고, 계속 기다려봤자 안 덤벼줄 것 같으니. 그냥 내가 덤빌게. 알겠지?”

나는 깡패들의 깡패쑈를 보느라 굳었던 목을 한 바퀴 돌리고, 어깨를 빙빙 돌려 스트레칭을 마쳤다.

그리고 주먹을 꽉 쥔 뒤, 그대로 팔꿈치를 당기며.

“이 씨발새끼들아.”

화풀이를 시작했다.

※※※

“후. 끝났네. 마음 같아서는 더 철저하게 하고 싶었는데 하혁수 씨가 기다리니까 간결하게 마쳤어요. 그래도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죠?”

“······.”

“하혁수 씨?”

두 주먹을 피로 잔뜩 물들인 채 그리 묻는 강진혁에게 하혁수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하나 뿐이었다.

“너, 너 대체 뭐하는 새끼냐······?”

분명 언뜻 보면 수십, 아니 단위가 백을 넘어갈지도 모를 정도로 많은 깡패들이 로비에 서있었는데 강진혁 한 명이 움직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로비에 서있을 수 있는 사람은 세 사람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싸움을 잘한다는 건 알았고, 그 싸움실력이 그냥 싸움을 잘한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도 대충 예상은 했는데······ 이건 예상이고 나발이고 말이 안 되잖아.

팔다리 중 최소 두 곳이 반대로 꺾인 채 바닥에 널브러진 깡패들은 하나하나가 금일상사 본사에서 일하는, 최소한의 실력은 갖고 있는 깡패들.

전원이 개인 연장을 지니고 있었고, 처음 다섯 명이 한 순간에 당했을 때 그들은 분명 서류가방에서 각자의 연장을 꺼내들었었다.

처음엔 방심해서 당했다고 쳐도 동료가 당하는 꼴을 봤기에, 그들의 정신은 아주 또렷했고 전신을 긴장시키며 머리와 몸속에서 방심이라는 단어를 지워냈다.

나였으면 저 새끼들 중 다섯 명만 칼 들고 덤벼도 죽음을 각오했을 텐데. 강진혁 저놈은 상처 하나 없잖아.

하지만 전신의 감각을 긴장시키고 방심을 완벽히 없앴다한들 딱히 결과가 바뀌진 않았다.

그들 중 그 누구도 수없이 많은 칼날 사이로 뻗어오는 주먹을 막을 수 없었고, 수놓아지는 칼침들 사이로 편안히 지나다니는 그를 멈출 수 없었다.

아무도 막을 수 없고, 아무도 멈출 수 없으니 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이 없는 법.

한 사람당 세 방, 팔과 다리를 하나씩 분지르는데 한 방씩, 그리고 고통에 울부짖는 입을 닫게 만드는데 마지막 한 방을 사용했고, 그렇게 이 로비에 있는 모든 깡패는 공평한 최후를 맞이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태연하게 해버린 강진혁은 하혁수의 물음에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뭐 그런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대답했다.

“저야 당연히 매니저죠. 뭐 그런 걸 물어요 갑자기?”

그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대답에 순간 굳어있던 하혁수의 입에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하, 이런 개미친또라이새끼······.”

강진혁은 분명한 아군이었고, 만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아는 강진혁이라는 사실이 변하지 않았기에 하혁수는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그래, 싸움을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잘하면 뭐 그냥 좋은 거지. 다른 놈도 아니고 우리 리라 매니저할 놈인데. 이 정도는 돼야 우리 리라를 지켜줄 수 있지 않겠어?

굳어있던 하혁수의 얼굴이 풀어졌고, 강진혁 또한 그런 그의 얼굴을 보고 피식 실소를 뱉었다.

“어때요. 이제야 좀 믿을만해요?”

“그래 임마.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태연하게 해버리는데 믿을 수밖에 없지.”

“그럼 절 믿고 제게 등을 맡길 수 있게 됐으니 이제 진짜 걸리는 거 하나 없이 전력으로 싸울 수 있겠네요?”

“······.”

전력으로 싸울 수 있겠냐. 그 질문에 하혁수는 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이내 방금 전 눈앞에서 본 강진혁의 모습을 떠올리고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래, 네가 너 자신을 증명했으니까. 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증명해야겠지.”

그 말과 함께, 하혁수는 오늘 처음으로 강진혁보다 먼저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씹새끼한테 지 애새끼 빽이 더 쎈지 우리 리라 빽이 더 쎈지 알려주러 가자.”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뒤에 서있는 강진혁에게 따라오라는 말까지 했다.

지금까지 뒤에서 오또케 오또게만 반복하던 하혁수라고는 상상조차 되지 않을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강진혁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그의 옆에 나란히 섰다.

“그래요. 우리 리라 빽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저 위에 있을 씹새끼들한테 직접 알려주러 갑시다!”

이번에는 우리 리라 뒤에 (진)을 붙이라는 태클 같은 건 들어오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애들 싸움특) 어른 싸움으로 번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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