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화
이제부터는 어른끼리 해결할 문제니까. (6)
1.
금일파의 두목 금일수.
주먹 하나로 그 높은 자리에 오르고, 두 주먹만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전부 이뤄온 그에게 곤란함이란 거리가 먼 개념이었다.
타고난 장사체형과 체형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강한 두 팔은 그를 가로막는 수많은 장해물들을 손쉽게 박살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기에 그의 끔찍할 정도로 강한 두 팔과 주먹은 지금까지 꺾이지 않은 그의 자부심이자 자존심의 근원이었다.
빠악! 빠각! 팡! 파앙! 츠팡!
하지만 지금 금일수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에 수없이 많은 실금이 새겨지고 있었다.
“크, 으으극!”
“좆도 아닌 깡패새끼가 감히 내 딸한테! 지 부하 깡패들을 처 보내 이 씨발롬이!”
공중에서 세 바퀴나 회전하며 날아든 1080도 회축은 어떻게든 막아냈지만, 하혁수의 발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큰 공격이 막혔음에도 그의 몸은 되려 더욱 빠르게 회전하며, 백전연마의 금일수가 틈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발차기가 이어졌다.
팡! 파팡! 팡! 츠팡!
“폭력으로 다 될 줄 알았겠지! 돈 없고 빽 없는 애새끼 하나 담그거나 납치하는 건 좆도 아닌 일이라고 생각했겠지!”
하혁수의 발차기가 금일수의 팔에 수놓을 때마다 경쾌한 파열음이 장내에 울렸다.
“근데 씨발아! 우리 리라 빽은 나야! 나랑 저기 있는 강진혁이 빽이라고! 누굴 건드린 건지 오늘 뼈 부러지게 느끼게 해줄게!”
처음보다도 빠르고 강력하게, 무한히 가속이라도 되는 양 빠르게 쏟아지는 발차기는 금일수에게 방어를 강제시켰고 그의 단단한 두 팔에도 충격은 쌓이고 있었다.
대, 대체 뭐하는 새끼야 이건?! 태권도? 태권도를 이렇게 한다고? 고작 동네 태권도장 사범이 이런 발을 가지고 있다는 게 말이나 되는 건가?
아래층에서 부하들에게 받은 보고와 cctv로 확인한, 금일상사 정문 앞에 불법주차된 노란색 태권도차로 하혁수가 어떤 사람인지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금일수는 하혁수를 말 그대로 동네 태권도장 사범, 신이 들린 듯한 싸움실력을 가진 강진혁만 믿고 따라온 그저 그런 아저씨라고 판단했다.
1층에서 자신의 부하들을 때려눕힌 건 강진혁이었고, 하혁수는 그런 강진혁의 뒤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놀란 눈으로 그의 등만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별 거 아니다 생각했고, 강진혁이 아닌 하혁수가 싸움을 걸어왔을 때는 속으로 쾌재까지 부른 금일수였는데.
파아아앙!
“너 하나 제대로 조져보려고 씨발아! 내가 내 딸이 맞짱 뜨고 있다는 산에도 못 올라갔어 이 새끼야! 작은 동산 하나 탈 힘까지 다 아껴서 너 조지려고!”
“크윽!”
“뒤져! 뒤져! 씨발 뒤져!”
츠팡! 팡! 파바방! 파아앙!
“막아? 막아? 막는 건 니 몸 아니야? 씨발롬이 언제까지 버티나 한 번 보자!”
그런 방심 탓에 금일수는 끝없이 이어지는 맹공에 반항조차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몸을 회전시키며 발을 날린 지 벌써 5분은 지났지만, 하혁수의 몸은 빠르면 빨라졌지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크, 크으윽, 끄으으으! 이, 이 씨바아알! 작작해라 이 버러지 새끼야!”
이대로 가다간 죽도 밥도 안 되고 처맞기만 하다 질 것 같아 가드를 단단히 굳힌 채 소리를 치며 발악하는 금일수였지만 당연하게도 소리만으로 발차기가 멈출 리는 없었다.
“작작은 지랄! 니 뒤질 때까지 팰 거다 이 깡패새끼야!”
오히려 하혁수의 분노와 발차기의 기세만 더욱 거세질 뿐.
콰과과과과과!
하혁수의 멈추지 않는 발차기는 계속해서 가드 위만을 난타해도 전혀 상관없다는 듯 집요하게 때린 부위를 계속해서 가격해나갔다.
“크으으아아아!”
아무리 팔이 단단하고 튼튼해도 하혁수의 발차기 수십 번이 같은 부위만을 가격하니 금일수의 얼굴에 떠오른 난색이 점점 짙어져만 갔다.
이, 이대로 가다간 부러진다! 어, 어떻게든 해야 돼······. 몇 대 맞는 걸 감수하고 태클로 그라운드 싸움을 노릴까? 아니, 안 돼. 위력은 팔로 제대로 막아도 몸이 흔들릴 정도고, 계속해서 같은 곳만 팰 정도로 정확하게 찰 수 있는 놈한테 빈틈을 주면 바로 털린다!
수많은 싸움을 해오고, 수많은 위기를 넘겨온 금일수의 머리로도 이 고착된 형국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젠장······ 가오는 좀 상하겠지만, 지는 것보다야 낫겠지······!
단 하나, 자신의 부하에게 손을 빌린다는 더럽고도 치사한 방법을 제외하고는.
“이, 이 씨발새끼들아 뭐하고 있어! 내가 잡고 있을 때 빨리 이 새끼 쑤셔버려!”
말투는 깡패답지 않게 그럴듯하고 얼굴 또한 엄격 근엄 진지했던 금일수지만 그 근본이 애들 싸움에 두목 직속 칼잡이 열을 붙여 보내는 비열한 깡패새끼라는 건 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저 일방적으로 압도되고, 잡기는커녕 막기도 버거우면서 잡고 있다는 말을 하며 필사적으로 부하들을 불렀다.
그 싸가지 없는 새끼가 괴물 같은 놈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내가 직접 뽑은 내 직속 칼잡이들도 만만치는 않아. 혼자서 스무 명이나 되는 칼잡이들을 전부 커버할 수는 없을 테고, 한 두 명만 와줘도 이 싸움은 내 승리다······!
그리 생각하며 금일수는 끊어질 것 같은 팔에 간신히 힘을 주며 지원을 기다렸다.
파바바바바바박!
“크으으으으윽·······!?”
그러나 하혁수의 발이 일곱 번이나 금일수의 팔등을 후려칠 때까지 그 어떤 칼잡이도 그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지 않았다.
“대체 뭣들 하고 있는······!”
결국 더 이상 막았다간 팔에 버티지 못할 것을 직감한 금일수는 하혁수에게서 한 순간 자신의 부하들이 있던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
그러자 그의 시야에 보이는 건 팔다리가 하나씩 반대 방향으로 꺾인 채 바닥에 쓰레기처럼 널브러져있는 자신의 부하들과 그 널브러진 부하 셋을 한 곳에 쌓아 의자처럼 앉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강진혁의 모습이었다.
뒤나 봐.
강진혁과 눈이 마주친 순간 그의 입이 뻐끔대며 입술을 움직였다.
금일수가 소리 없이 입모양으로만 전해진 그의 메시지를 읽은 순간, 등 뒤에서 서슬 퍼런 목소리가 낮게 흘러들었다.
“한눈을 처 팔고 있네. 씹새가.”
그 말에 급히 고개를 돌렸지만, 금일수가 볼 수 있는 건 전력으로 회전하는 하혁수의 몸과 그 모든 회전력을 받은 채 날아드는 그의 다리였다.
콰직!
날아드는 다리를 보고 급히 가드를 올린 금일수였지만 이미 한계에 달해있던 그의 팔은 한눈을 파는 동안 제대로 자세를 잡고 날린 하혁수의 발차기를 버틸 수 없었다.
뿌드득!
결국 금일수의 오른쪽 팔꿈치에 제대로 꽂힌 하혁수의 발뒤꿈치는 그의 관절을 완전히 박살내버렸다.
“끄으아아아아악!”
두 팔로도 간신히 막아냈었던 하혁수의 발을 한 팔로 막을 수 있을 리는 만무했고, 팔의 방향이 반대로 꺾일 정도로 제대로 박살이 난 탓에 금일수에겐 방어를 할 겨를조차 없었다.
“아직 한 대 남았어 이 새끼야!”
쩌억!
“커윽······.”
그 결과 금일수는 쏜살같이 날아든 하혁수의 발등에 얼굴 옆면을 직격 당해버렸고 그 일격을 마지막으로 그의 싸움은 끝을 맺었다.
털썩.
턱을 제대로 맞은 탓에 의식이 끊겼고, 그렇게 금일수는 실 끊어진 인형처럼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하혁수의 완벽한 승리였다.
“하아······ 하아······. 야, 이 정도면 어떠냐.”
그렇게 완벽한 승리를 자신의 힘으로 쟁취한 하혁수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금일수에게서 시선을 올려 깡패들의 무덤 위에 편히 앉아있는 강진혁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애비노릇 제대로 한 거겠지?”
하혁수의 물음에 강진혁은 흣. 하고 실소를 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혁수에게 다가간 뒤 주머니에서 꺼낸 핸드폰 카메라 렌즈를 향했다.
“하아, 하아······ 뭐냐 갑자기?”
대답은 안 하고 다짜고짜 카메라를 들이대니 하혁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살짝 짜증을 냈지만, 강진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혁수 씨 장례식 때 매드무비에 넣게요. 그러니까 그 깡패새끼 등이나 머리 위에 발 올리고 이쪽 보고 브이하세요. 이런 개쩌는 장면은 사진으로 남겨야지.”
“하, 하핫! 그래 그러자!”
하혁수가 바랐던 것보다도 더 완벽한 대답에 그는 크게 웃으며 강진혁의 말에 따라 금일수의 커다란 대가리에 발을 올리고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었다.
“그런데 브이보다는 갸루피스인가? 그게 요즘 유행이라던데. 어차피 리라한테 보여줄 거 조금 최신식으로 해보는 게 어떠세요?”
“으, 응? 갸루피스? 처음 들어보네. 뭐, 리라가 좋아한다면야 괜찮지만······.”
“좋아요. 그럼 이렇게 손목을 아래로 꺾고······,”
금일수를 조지는데 걸린 시간보다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와 구도를 정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건 강진혁과 하혁수 둘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공모전도 끝!!!!!!! 금일파 조지기 에피소드 끝!!!!!! 모두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파페포포님 후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