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6화 (36/930)

본대는 아직도 그 자리에 주둔 중이었다. 국광이 도착하자 마화가 뛰어나와 국광을 반겼다.

“모두 무사하군요. 정작 패잔병 본대의 싸움은 싱거웠던 모양이죠?”

국광의 떨떠름한 표정에 옆에 있던 임충이 거들었다.

“몽고병들이 마을에서 야영 중인 것을 새벽에 기습했으니 싱겁다뿐이겠어? 그래 술은 구했어?”

“말도 마. 그 술 구한다고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또 마유주(馬乳酒)? 난 그놈의 마유주 냄새만 맡아도 올라올 것 같아. 어떻게 그걸 마시고 사는지 원…….”

마유주란 몽고 전통의 토속주로 말의 젖을 발효시켜 만든다. 비교적 약한 술로 이상야릇한 냄새가 나고 맛이 시금털털해서 중원 사람이라면 도저히 맨정신에 마시기 힘들다. 그걸 몽고인들은 사발로 벌컥벌컥 들이켰고 거의 주식(主食)처럼 늘상 입에 달고 살았다.

“언제 맛으로 마셨냐? 취하는 기분에 마셨지. 그게 아니고 고량주야. 꽤 오랫동안 여기 머물렀으니까 가까스로 구할 수 있었다고. 어때?”

고량주라는 말에 임충이 꿀꺽 군침을 삼키며 힐끗 국광의 눈치를 보았다. 역시나 국광의 목젖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걸 보니 모두들 술에 굶주리기는 매한가지인 모양이었다. 중원의 술에…….

국광은 주변을 한동안 살피더니 마화를 돌아보았다.

“인원이 많이 준 것 같은데?”

“예, 4개 천인대가 주변을 돌며 마을들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어요. 연일 몽고 계집들과 약탈품들이 쏟아져 들어온다구요. 내가 생각해도 너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잔소리 말고 나중에 만나자. 나는 먼저 단장 나으리를 만나 봐야겠어.”

“그럼 나중에 보죠. 임충의 막사로 오세요.”

“알겠다.”

오랜 시간 고생한 수하들에게도 고량주를 보내고 나서, 대장급들은 임충의 막사에 모여들어 술맛은 이래야 한다고 외치며 서로 장시간의 노고를 위로하고 치하하면서 마셔 댔다. 점심때가 조금 지나서 시작된 술자리가 해가 진 후 끝이 나자 국광은 임충과 함께 나가 떨어진 네 명의 십인대장들을 한 팔에 한 명씩 집어 들고 나왔다. 마화를 먼저 옆의 막사에 던져 넣으며 임충에게 투덜거렸다.

“이 계집들은 술도 약하면서 왜 이렇게 마셔 대는 거야.”

그의 말에 임충도 맞장구를 쳤다.

“글쎄 말입니다. 여자만 아니면 그냥 같이 뒤엉켜 자도 상관없는데, 원… 날 잡아 잡수 하면서 먼저 뻗어 버리니. 그런데, 대장!”

“왜?”

“빨리 안 가시면 하부르한테 두들겨 맞지 않을까요?”

“하부르?”

잠시 국광은 하부르가 뭔가 생각했다. 곧 하부르가 사람의 이름이라는 것과 그 애가 자신의 막사에 있다는 걸 떠올리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군. 주워 왔으면 돌봐 줘야 되는 건데……. 정말 얻어터지지나 않을지 걱정이군.”

“빨리 가 보시죠.”

국광은 왼팔에 쥔 사람을 막사에 집어 던지며 인상을 썼다.

“그래야겠지. 잘 자게나, 내일 보세.”

임충의 웃음 섞인 말이 등 뒤에서 들려왔다.

“대장도 잘 주무십시오. 내일 일 보시려면, 오랜만에 만났다고 너무 힘쓰시면 안 됩니다.”

“…….”

국광이 막사에 도착해 보니 하부르는 자지 않고 국광을 기다리고 있었다. 국광이 도착해서 수하를 시켜 보낸 그의 갑주와 말만이 도착했을 뿐, 정작 사람은 밤이 되어서야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들어오니 얄미울 만도 하련만……. 하부르는 국광이 들어오는 걸 보고 쪼르르 달려와 국광에게 안겼다. 국광은 그런 하부르를 마주 안고 토닥거렸다.

“얌전히 있었냐?”

“…….”

“밥은 제때 먹었어?”

“…….”

“너 괴롭히는 사람은 없었냐?”

“…….”

“말을 해라. 고개만 끄덕이지 말고……. 어디 얼굴 좀 볼까?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잊어버렸군. 이게 며칠만이지?”

국광이 살며시 턱을 잡고 올리자 아직 앳된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자신의 후광이 있어 옆에서 괴롭히는 녀석이 있을 리는 없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늑대 같은 살벌한 남자들과 같이 있는다는 사실 자체가 소녀에게는 고역이었을지도 모른다. 국광으로서는 이 아이를 빨리 어디론가 보내고 싶었지만 마화의 말대로 4개 천인대가 주변을 돌며 마을들을 쑥대밭으로 만든다면 이 아이를 맡길 만한 마을을 만나기는 힘들 것이다. 국광은 한숨을 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저녁은 먹었니?”

고개를 가로젓는 걸 보니 국광을 기다리느라 아직 안 먹은 모양이었다.

‘이미 수하들과 배 터지게 음식과 술을 먹었지만 그래도 이 녀석이 나를 위해 장만해 놓은 음식이니 같이 먹어야겠지. 가만… 더 먹어도 될까?’

슬쩍 배를 한번 찔러 보고 그나마 가능성이 보이자 국광은 하부르에게 손짓을 했다.

“그럼, 같이 먹자.”

하부르는 재빨리 몽고식으로 준비해 놓은 음식들을 가져왔다. 뼈째 삶은 양 다리, 그리고 뭐로 만들었는지 모르는 걸쭉한 국물이 작은 그릇에 담겨 있다. 아마 여기에 고기를 찍어 먹는 것이리라. 그리고 마유주……. 작은 식탁 위에는 작은 칼 두 자루가 놓여 있었다.

‘이걸로 썰어 먹는 모양이지? 그건 그렇고 내 위장이 버틸지 모르겠군…….’

국광은 어색한 표정으로 식탁을 바라보면서 잠시 망설이다가 마음을 굳게 먹고 용감하게 식탁으로 달려들었다.

‘저 아이를 데리고 있는 내가 멍청한 놈이지…….’

국광이 식탁에 앉자 하부르는 국광에게 칼을 건네줬다. 그리고 자기도 국광 옆에 앉아 칼을 잡았다.

몽고인들은 짐승을 잡으면 어떤 때는 통째로, 어떤 때는 적당히 토막을 쳐서 삶아 먹는다. 토막이 크니까 칼은 식사할 때의 필수품이다. 서로 칼을 든 채 식사를 하다 보니 이놈의 식사 때 문제가 생기곤 한다. 종종 식사하다가 살인이 벌어지기도 하기에 식사를 같이 했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상당한 신뢰의 표시였고, 또 담력이 크다는 징표였다.

양 다리는 두 개……. 한 개씩 집으면 딱 맞는 숫자다. 국광이 양 다리를 들고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자 하부르가 살며시 웃으며 양 다리의 드러난 뼈 부분을 잡고 자신의 소매 위에 올렸다. 국광이 따라하자 칼날을 자신의 쪽으로 오도록 칼을 잡고서 고기를 썰어서 입으로 가져갔다. 고기가 덜 익어서 핏기가 배어 나오는 걸 보고 국광은 멈칫했다.

‘맙소사, 설익은 고기군. 그래, 몽고족은 유목 생활을 하지……. 저 큰 고깃덩이를 푹 익히려면 시간이 적잖게 들어가니 당연히 겉만 대강 익혀 먹을 수밖에. 그래도 한 번 칼을 들었으니…….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국광은 모진 결심을 하고 하부르가 하는 대로 고기를 썰어 입속에 쑤셔 넣었다.

‘오, 신이시여. 이걸 먹어야만 합니까……. 아마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죄를 많이 졌나 보군.’

속마음이야 어떻든 국광이 맛있는 듯 먹자 하부르는 기뻐했다. 둘은 간단한 얘기를 나누며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고통은 한 번에 끝내는 게 낫다는 생각에 자신 앞에 놓인 마유주를 한 번에 쭉 마셔 버리자 하부르가 다시 잔을 채워 주었다.

“마유주를 좋아하시는군요.”

“그래…….”

‘돌아가시겠군.’

“천천히 드세요.”

너무 안 마시고 고기만 먹는 것도 힘들어서 이번에는 간간히 마유주도 입도 대면서 앞으로의 살길을 찾아 우회적으로 질문했다.

“몽고에서는 고기를 언제나 삶아서만 먹냐?”

“아뇨, 구워서도 먹어요.”

“구워? 그럼 내일은 구워 먹자.”

“왜요? 맛이 없으세요?”

“아니야, 맛있어. 아주 잘 삶았는데… 그래도 계속 삶아 먹기만 하면 아무리 맛있어도 질리잖니. 가끔은 바꿔야지.”

그러자 하부르는 빙긋이 웃었다.

“예, 마유주 더 드세요. 많이 구해 놨어요.”

국광은 억지로 미소 지었다.

“그래, 잘했다…….”

‘내가 못 살아……. 얘를 빨리 내보내야 제명대로 살 수 있겠군.’

국광에게는 장도를 들고 전장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것보다 더 지옥 같은 식사가 끝난 후 자신의 강력한 비위(脾胃)를 믿고 쑤셔 넣은 반 생고기와 마유주가 반역을 일으킬 것이 더 걱정이었다.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부르는 오랜만에 만난 말 상대를 향해 알아듣건 못 알아듣건 재잘거렸다. 전체 내용의 반도 못 알아듣는 국광은 점점 인내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으나 이 멍청한 아가씨는 그걸 알아채지 못했다.

국광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려다가 마음을 돌려 구석에 놓인 검을 집어 들고 다시 하부르의 옆에 앉았다. 그러고는 요즘 들어 사용하기 시작한 청성검과 장도를 정성껏 닦으면서 건성으로 하부르의 말에 맞장구를 쳐 줬다. 하부르는 갑자기 국광이 검을 꺼내자 움찔하기는 했지만 그가 곧 검을 손질하기 시작했으므로 또다시 쉴 새 없이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있는 대로 시간을 끌던 검의 손질까지 끝나자 국광은 자리를 펴고 잘 준비를 했다. 그러자 하부르가 국광의 손에서 가죽을 빼앗아 정성껏 깔고는 국광을 눕히고 자기도 그 옆에 누웠다. 국광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만 자신을 완전히 남편이나 남편 대용품쯤으로 생각하는 이 아가씨를 설득할 수도 없었다.

‘에이, 될 대로 되라지.’

국광은 오른팔을 뻗어 하부르에게 팔베개를 만들어 주고는 옆에서 속삭이는 하부르의 말을 들으며 잠이 들었다. 오랜 시간 뛰어다니며 거의 잠을 자지 못했기에 그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옆에서 속삭이던 하부르는 곧 국광의 편안한 숨소리가 들리더니 더 이상의 형식적인 대꾸도 없자 살짝 국광을 찔러 보았다.

“이봐요…….”

국광에게서 아무런 반응도 얻지 못한 그녀는 살며시 웃으며 국광의 품에 기대 잠을 청했다. 어쩔 수 없이 함께하게 되었지만 그녀는 자기에게 꽤나 신경을 써 주는 이 알 수 없는 이상한 남자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또다시 마화가 국광을 깨우러 왔다. 그녀는 다짜고짜로 막사 안으로 쳐들어왔다.

“대장.”

반쯤 눈을 뜬 국광은 누운 채로 마화를 올려다보았다.

“왜 그래?”

그러자 마화는 국광을 내려다보며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계속 잠만 자면 어떻게 해요? 할 일이 많은데…….”

“할 일?”

“예.”

“어떤?”

“그러니까…….”

“어떤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임충하고 둘이서 해결해. 잠을 오랫동안 못 잤더니 피곤하군.”

“안 일어날 거예요?”

“야, 잠 좀 자자. 지금이 도대체 몇 신데…….”

“벌써 해 떴다구요.”

“벌써는 무슨, 해 뜬 지 1각도 안 됐잖아. 나중에 보자구.”

일어날 생각은 안 하고 국광이 가죽을 좀 더 높이 끌어 올리자 마화가 다가오더니 가죽을 확 걷었다. 국광은 저녁에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입은 채였다. 그 옆에 역시 옷을 입은 채 누워 있던 하부르는 겁먹은 눈으로 마화를 훔쳐보며 국광을 살며시 껴안았다. 설마하고 있던 마화는 그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

국광은 그사이 내공의 운용으로 능공섭물해 마화가 쥔 가죽을 뺏어서 다시 덮고는 졸린 듯한 목소리로 냉랭하게 말했다.

“나중에 보자구. 쫓아내기 전에 빨리 나가.”

“그러죠.”

국광이 또다시 하부르를 껴안고 잠을 청하자 순순히 물러난 마화는 임충의 막사로 향했다. 마화는 망설임없이 임충이 뻗어서 자고 있는 막사 안으로 쳐들어갔다. 마화는 자고 있는 임충을 툭툭 차서 깨웠다.

“야, 빨리 일어나.”

“으응…, 왜 그래?”

“왜 그래고 자시고 빨리 일어나.”

“끄응…….”

신음 소리와 함께 다시 모포를 뒤집어쓰는 임충을 보고 마화는 이번에도 바로 모포를 뺏어 들었다. 무심했던 국광과는 달리 임충은 비록 바지 안으로지만 아침을 알리는 양물이 마화 앞에 드러나자 황급히 가리면서 당황해 얼굴을 붉혔다.

“야, 빨리 나가.”

“쳇, 꼴에 남자라고…….”

마화는 앞을 가린 손을 발로 툭 차면서 말했다.

“밖에서 기다릴 테니 빨리 나와, 죽고 싶지 않으면.”

“야, 너 정말 여자냐? 아침부터 미치겠군…….”

팽창한 양물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간수를 잘한 임충이 투덜거리며 나오자 마화가 임충에게 따지듯 물었다.

“야, 대장이 왜 몽고 계집하고 같이 사는 거지?”

“그걸 몰라서 묻냐? 왜 잘 자는 사람 새벽부터 깨워서 헛소리야. 냄새나는 몽고 계집하고 같이 산다면 이유야 뻔한 거잖아.”

“뭐? 성교?”

여자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묻자 임충은 얼굴이 벌게지면서 더듬거렸다.

“그, 그렇…겠지.”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아.”

“왜?”

“하부르하고 살기 시작한 다음부터 새벽마다 내가 깨우러 갔는데…….”

놀란 임충이 외쳤다.

“너 미쳤냐?”

임충이 경악하든 말든 마화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멀쩡해. 그런데… 그때마다 둘 다 옷을 입고 있더라구. 그건 서로 성교를 안 했다는 말이잖아. 남자가 그럴 수도 있냐? 전에 보니 양물에도 이상이 없는 것 같던데…….”

대화가 이상한 방향으로 진행되자 임충은 얼굴이 더욱 벌게져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는 도저히 이런 마화를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은 기분도 아니었다.

‘제기랄, 도대체 누가 우리 대화를 들으면 이게 아침부터 웬 개망신이냐…….’

“아침부터 헛소리하지 말고 잠이나 좀 더 자. 너야 오래전에 돌아와서 푹 쉬었으니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죽을 지경이라고. 30기만으로 벌판을 헤맨다는 게 보통 일인 줄 알아. 대장은 거의 한숨도 못 잤고, 나도 그렇다구. 그러니 제발 잠 좀 자자…….”

마화는 막사로 들어가려는 임충의 뒷덜미를 잡고 버둥거리는 그를 말이 마실 수 있도록 임시로 물을 받아 둔 곳으로 끌고 갔다. 그 물통 속에 임충의 얼굴을 처박았다가 꺼내고는 다시 말을 시작했다.

“이제 정신이 좀 드냐? 그래서 난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몽고와는 식생활이 달라서 하녀로 부려먹을 수도 없고…….”

임충은 물이 뚝뚝 떨어져 옷을 적시고 있는데도 소매로 쓱 눈만 닦고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마화를 돌아봤다.

“젠장, 들을수록 가관이군.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의 요점이 뭔데?”

“그러니까 내 말은, 그러니까, 왜 하필이면 몽고 계집을……. 대장이 원한다면 여기도 여자는 많은데…….”

그러자 멍한 표정으로 임충이 마화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많은 여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아니라니까…….”

마화가 발끈하자 임충이 놀리듯 빙글거렸다.

“흥, 네가 아무리 애태워 봤자 너하고는 격이 다른 분이야. 냉수 먹고 속 차리라구. 대장이 몽고 계집을 껴안고 자든 요나라 계집을 껴안고 자든 너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야. 그럼 나는 잠이나 좀 더 자야겠다. 일 생기면 네가 알아서 처리해.”

임충이 돌아서자 그 뒷모습을 보면서 마화가 소리를 질렀다.

“야, 잘 생각만 하지 말고 내 말도 좀 들어 보라니까…….”

임충은 막사 안으로 들어가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헛소리하지 말고 잠이나 좀 더 자. 잠이 모자라니까 정신이 헷갈리고 입에서 헛소리가 나오는 거야.”

약이 오른 마화는 임충이 들어가고 나서 펄럭이는 막사의 휘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흥! 내가 말을 말아야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