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을 위한 작전
때늦은 점심 식사를 끝내고 천인대장 이상급 간부들이 모여 작전 회의를 시작했다. 첫 번째 대회전에서 철진천의 몽고군을 이루고 있던 것은 대부분 타 부족의 지원군이었기에 이 정도로 뛰어난 기동력이 없어 흑풍단이 간단히 승리를 거둘 수 있었지만, 막상 철진천의 주력 부대와 부딪치고 보니 무식한 몽고 놈들이라고 깔보던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다. 옥영진 대장군은 전군을 파멸에서 구해 낸 마길수 상장군을 치하하고는 침중한 어조로 말했다.
“적의 전력이 생각 이상으로 강하니, 이것 참. 제장들의 의견은 어떻소?”
옥영진 대장군의 말에 마길수 상장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철진천은 이렇다 할 병법 책을 읽은 위인도 아니고, 그의 전술적 감각은 수많은 실전 경험에서 얻어 낸 겁니다. 거의 짐승과 같은 예리한 감각이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그러니 속 보이는 함정보다는 아주 치밀한 함정을 준비해야 합니다. 감각은 있되 그 감각을 쓸 수 없도록, 그러니까 뻔히 알고도 당하도록…….”
마길수 상장군의 말에 귀가 솔깃해진 옥영진 대장군이 물었다.
“어떤 방책이 좋겠소?”
마길수 상장군은 일부러 말을 약간 늦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천천히 설명했다.
“일단은 장군과 멍군을 불러 서로 비긴 셈이니, 오늘은 이만 작전을 종료하고 천인대 하나만을 동원해서 야습을 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정면 승부가 아니라서 전과는 그리 크지 않겠지만 동맹인 몽고병들의 사기를 올리는 데는 도움이 될 겁니다.”
“흐음, 그도 그렇군.”
“그러면서 이 전투를 장기전으로 끌고 나가는 척하는 겁니다.”
옥영진 대장군은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척?”
“예, 흑풍단의 두 개 천인대를 뽑아서 부근의 몽고족 마을들을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드는 겁니다. 그러면 철진천은 우리가 장기전으로 나가며 자신의 주력 부대를 이곳에 잡아 두고 휘하 부족들을, 그것도 남자들은 거의 빠져나간 허약한 부족들을 쳐서 자신의 세력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생각하겠죠. 그리고 휘하의 부하들도 가정이 박살 나니 사기도 떨어질 겁니다. 그러면 방법은 하나뿐……. 일부 병력을 뽑아 내어 우리의 약탈 부대를 치기 위해 병력을 분산할 것이고…….”
“아하! 그때 적을 완전히 박살 낸다. 그것 꽤 괜찮은 생각이군.”
그 말에 관지 장군이 말을 이었다.
“대장군, 소장의 생각으로는 철진천의 동맹 부족의 마을에는 손대지 않는 것이 더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왜?”
“동맹 부족의 본거지를 공격하지 않으면 동맹 부족들은 자신의 마을로 돌아가지 않을 거고, 그러면 그만큼 철진천에 의해 단련된 병사들의 비율이 적어지는 결과가 나오게 되죠. 그러면 이번과 같이 신속한 대응 능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의 의견에 감탄했다는 듯이 옥영진 대장군이 무릎을 쳤다.
“그것도 묘책이로다.”
그 말에 장각 장군이 대꾸했다.
“하지만 대장군, 이건 너무 비겁한 술책인데요? 무식한 몽고병들을 상대로 이토록 비겁한 방책을 써야만 합니까?”
장각 천인대장은 정통적인 무인 가문 출신의 무장인지라 무엇보다 의를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리 상대가 악하다고 해도 자신은 정통적인 수법으로 적을 상대해야만 그 공명정대함에 상대도 무릎을 꿇는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친구다. 이에 대해 노영(盧英) 장군이 반론을 제기했다.
“흐흐, 소장은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몽고 오랑캐를 치는 데 꼭 정공을 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건은 그쯤 해 두고, 그래 이 부근에 있는 철진천의 부락은 조사를 했소?”
마길수 상장군이 답했다.
“예, 가장 먼저 이곳에 도착한 소장이 10개 십인대를 투입하여 부근을 조사했습니다. 몽고 부족 몇 명을 납치하여 고문도 했고…, 이리저리 모든 정보를 종합해 본 결과 부근에 네 개 부락이 있는 걸로 밝혀졌습니다.”
“좋아, 그럼 각 부락에 5개 백인대씩 보내기로 하지. 그들은 그 부락들을 멸하고 나면 회군하지 말고 주변의 또 다른 몽고 부락들이 있는지 조사하여 모두 없애 버리는 것이 좋겠군.”
“누구를 보내시겠습니까?”
“공지! 노영!”
“예!”
“너희들은 지금 수하들을 거느리고 출발하라! 자세한 위치는 마길수 상장군이 지시할 것이다.”
“예.”
제7, 10천인대장들이 막사에서 나가자 마길수 부단장이 물었다.
“오늘 밤의 야습은 실행합니까?”
“그렇지! 오늘 야습은 꼭 해야겠군. 관지!”
“예.”
“너는 지금 본대에서 이탈하여 기회를 노리다가 밤에 기습을 감행하라.”
“예.”
“물이 있는 곳까지 뒤로 80리(약 32킬로미터) 정도 이동해야 하니까 오늘 밤 장작불을 여기저기 피워 놓고 동시에 야습을 감행하면 적은 그 소란통에 우리가 빠져나갔는지조차 알기 힘들 거야.”
“좋은 작전입니다.”
“오늘 저녁에 일정 거리 후퇴하여 다시 진지를 구축한다고 몽고 족장들에게도 통보해 두게.”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