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5화 (65/930)

소림사의 흉계

머리를 빡빡 밀어 버린 민둥머리의 스님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곳을 이름하야 ‘절(寺)’이라고 부른다. 그중 어떤 곳은 가련한 민생들을 현혹하여 주머니를 털어 개고기나 처먹고 계집질이나 하는 못된 놈들이 모여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진짜 ‘스님’이라고 불리어 마땅한 인물들이 사이좋게 모여 불도(佛道)를 닦는 곳도 있다.

하면 그 ‘스님’이란 양반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을 말해 보라고 한다면 그건 지나가는 삼척동자도 다 알 듯이 저 숭산의 소실봉 중턱에 위치한 소림사(小林寺)라는 절이다. 소림사가 언제 창건되었는지는 분분한 설들이 많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북위의 효문제 때 인도에서 온 발타선사가 창건했다는 설이다. 그 이후로 증축에 증축을 거듭하여 지금에 이르러서는 거의 8천을 헤아리는 승려들이 쥐 떼마냥 바글거리고 있는 거대한 사찰로 발전해 왔다.

소림사의 경우 일반의 사찰과는 달리 불법(佛法)보다는 무술로 더 유명한 수상한(?) 곳이다. 원래는 오랜 면벽수련(面壁修練) 따위를 하다 보니 발생하는 체력의 저하를 막기 위해 간단한 육체 수련이나 하던 것이 달마조사 어르신이 역근(易筋)과 세수(洗髓)의 두 진경(眞經)을 전하면서 급속히 무공이 발전하여 지금에 이르러서는 무림의 태두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는 강대한 폭력 집단으로 변모해 왔다.

소림사는 승려라는 점을 들어 무림에 골치 아픈 일이 있을 때는 불법을 익힌다는 구실로 밖으로 나오지 않다가 무림이 안정되면 겨울잠을 마친 곰마냥 곳곳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수많은 혈겁(血劫)이 무림을 휩쓸었지만 아직도 수많은 노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무림인들이 뒤에서 욕지거리를 하기도 하지만 소림사라고 이에 대해 변명거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사실 소림의 무공은 72종이나 되는 방대한 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모두가 불법에 기초하여 상승무공으로 갈수록 광명 정대하여 괴이악독(怪異惡毒)한 살초(殺初)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것은 전적으로 소림의 무예가 심신의 수양에 있고 살생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대변해 주고 있다. 또 소림의 승려들도 그 점을 들어 될 수 있으면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드는 것이다.

하지만 소림사의 무예로도 사람이 죽어 나갈 수 있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소림사는 세칭 속가제자도 받는데, 그들의 경우 소림의 상승무공까지 익히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무공의 맛은 보고 나올 수 있다. 그들 중에는 군관들도 있고, 무림에서 활동하는 고수들도 있으며, 타락하여 산도적 나으리가 된 놈들도 있다. 그 사람들이 광명 정대한 소림의 무공을 사용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으니, 소림사의 주장이 온전히 맞다고 보기도 힘들다.

소림사는 여태껏 수많은 고수들을 배출했고, 그중에서 무림을 풍미했던 초고수들도 몇몇 있었다. 그들의 대부분은 소림사의 이름에 어울리는 선행과 덕행을 베풀어 세인들의 찬사를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거기에는 소림사의 무공이 지니는 독특한 특성이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이 사실이다. 뭔 말인가 하면, 소림의 무공은 상승의 경지로 올라갈수록 불도와 연관이 크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상승의 무공을 익힐 수 있다는 말은 곧 불심이 깊다는 말이 되고, 그 때문에 소림의 초고수들은 모두들 대자대비(大慈大悲)한 고승(高僧)들이었다.

소림의 무예들 중에서 가장 익히기가 난해하다는 역근, 세수의 두 진경. 그렇기에 그것을 깨달은 고승들이 자신이 창안한 무공에 그 무공의 일부를 토막 쳐서 삽입하여 불도에 깊게 빠져 들지 못한 젊은 승려들을 가르쳤다. 그러다 보니 소림의 무공은 어떤 면에서 봤을 때는 퇴보에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거기에 어쩌다 한 번씩 나타나는 불세출의 기재가 정말 대단한 무공을 개발했을 때는 너무 패도적이라느니, 너무 잔인하다느니, 불심이 얕다느니, 마도(魔道)에 빠졌다느니 별의별 트집을 잡으면서 그 무공을 배척했다.

이런 식으로 세월이 흐르자 소림의 상승무학이 실전(實戰)과는 점차 거리가 먼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지금에 이르러서는 무림태두의 자리를 무당(武當)이나 서문세가에게 위협받기에 이른 것이다.

숭산의 중턱에 위치한 거대한 사찰, 소림사. 그 소림사의 구석진 곳에 위치한 방장실에 다섯 명의 고승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들 안광이 정순한 것이 상당한 수준의 무예를 닦은 인물들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은 자그마한 다과상을 놓고 빙 둘러앉아 모두들 차를 한 잔씩 들면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놀랍게도 불법에 관한 것이 아닌 살인에 관한 모의였다.

40대 중반의 근엄한 얼굴의 승려가 차를 홀짝이더니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덕진(德津) 사형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제가 지객당(知客當)을 책임지다 보니 세상의 소문이라든지 여러 가지 소식에 빠릅니다. 여태껏 모은 정보들을 종합해 보면 그의 무공 수위로 봤을 때 그들만으로는 역부족일 것입니다.”

그러자 5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인자한 얼굴을 가진 덕혜(德慧)가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108나한(百八羅漢)과 12금강(十二金剛)에 32수좌승(三十二首座僧)까지 포함시켜 대정(大正) 사숙께 드린다면 그를 없애기에 충분하지 않을까요? 32수좌승이라면 소제가 거느린 8대호원 최고의 정예니까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가장 상석에 앉은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인자한 얼굴의 승려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흐음, 덕진 사제의 말대로 그들의 힘은 웬만한 문파를 순식간에 허물 수 있는 강대한 것이지만…….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네만 본사의 승려들은 썩 실전 경험이 많다고 볼 수가 없네. 하지만 상대는 무림에 수많은 피바람을 불고 온 장본인. 개와 늑대의 차이지. 설혹 그를 응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대가는 엄청난 것이 될 것이야.”

그러자 덕호(德浩)가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어떻게 말이냐?”

“방장 사형께서 금제(禁制)된 12진경(十二眞經) 중 세 가지만 해제해 주십시오. 그들에게 그것을 익히게 한다면 훨씬 더 피해가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자 상석에 앉은 방장 사형이라 불린 그 승려는 침울한 목소리로 답했다.

“흐음, 나도 덕호 사제가 말한 그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사실 나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네. 설혹 장생전(長生殿)에서 그것이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그 위력만큼이나 익히기가 힘들지. 그것을 익히는 데 도대체 몇 년이 더 흘러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네…….”

“정 안된다고 하더라도 항정멸법신공(抗正滅法神功)만은 금제가 해제되어야 합니다.”

항정멸법신공이란 말에 어떤 충격을 받았는지 경악한 표정의 방장 스님이 말했다.

“자네는, 자네는 그 사악한 마공이 뭔지 알고나 입에 담는 것인가?”

상대가 경악해서 물어봄에도 덕호는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자미(慈嵋) 사조(師祖)께서 남기신 뛰어난 무공이죠. 그 자체가 가지는 위력도 놀라운 것이지만 그 최고의 장점은 소림무예의 극성(極性)이라는 것에 있지요. 72종 절기를 토대로 그 허점을 교묘히 공격하여 파해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니 그것은 당연한 것인데도, 그 자체가 지니는 뛰어난 점은 망각하고 극성이라는 이유 단 하나 때문에 본사(本寺)에서도 극비로 치부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그것만은 꼭…….”

그러자 그의 왼편에 앉아 있던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평범한 얼굴의 덕진이 찬성하고 나섰다.

“덕호 사제의 말이 맞네. 방장 사형, 소제는 거기에 최소한 파마멸혼검법(破魔滅魂劍法)까지 금제를 풀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자 장문인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툴툴거렸다.

“덕진 사제, 자네까지……. 그 악마의 무공까지 거론하다니 자네들에게 마가 끼인 모양이군. 아미타불…….”

장문인의 말에 오른편에 앉아 있는 덕진이 반박했다.

“아미타불, 상대는 악마입니다. 그런 자를 상대로 정통 무공을 사용해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습니다. 원래가 파마멸혼검법은 혜인(蕙忍) 사조께서 사마외도(邪魔外道)를 멸하기 위해 오랜 세월을 들여 완성한 본사의 하나뿐인 검법. 그런 무공이 사장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자 여태까지 말없이 왼쪽 뒤에 앉아있던 4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날카로운 인상의 덕수(德修)가 말했다.

“덕진 사형의 말씀이 틀렸습니다. 본사에는 또 달마삼검법이 있지 않습니까?”

그의 반박을 덕진이 아닌 덕혜가 대답했다.

“그건 자네가 틀렸네. 달마삼검법은 말이 달마삼검법이지 실은 불가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도가(道家)의 검법이야. 원래 본사에는 검법이 없었는데 백옥봉이란 도사가 각원 사조님의 인품을 높이 사 그가 지닌 검법을 전했는데, 이것이 달마삼검법이라네. 헌데 도가의 무예를 배운다는 것이 본사의 명예에 누를 끼치게 되는 것이기에 달마조사께서 창안하신 것이라고 거짓 소문을 퍼트린 것이지.

사실 달마삼검도 완전한 것이 아닐세. 1검에 3로, 2검에 3로, 3검에 2로……. 왜 3검에만 2로겠는가? 원래는 1로가 더 있었지만 너무 도가적인 것이기에 제외되었는데, 전체를 물려받았던 각원 사조님의 검법과 그 1로가 빠진 후대의 것과는 위력에서 엄청난 차이가 생겨 버렸지.

달마삼검법은 자네도 익혔겠지만 뭔가 허전한 감이 있고 또 제대로 펼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 그것은 달마삼검법 자체가 오로지 내공만으로 펼치는 검법이 아니기 때문이야. 그렇기에 본사에 하나뿐인 검법이 파마멸혼검법이라는 말이 맞는 것이지. 이것은 본사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라서 장경각에서 본사의 일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자네는 잘 몰랐을 거야.”

“예,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일단의 말다툼이 정리가 되자 덕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에 들어 본사의 위상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재가 모자라서도 아니고 뛰어난 무공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뛰어난 것이 있음에도 금제를 가해 익히지 못하게 하니 당연한 결과가 아닙니까? 이번 사건도 그렇습니다. 그가 무림을 설치고 다닌 것이 하루 이틀도 아닌데 아직도 요절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본사에 고수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를 없애기에 적합한 무예를 익힌 사람이 없어서가 아닙니까? 사실상 그와 일대일로 싸워 이길 수 있는 고수는 본사에 없습니다. 지금 은거 중이신 대사숙조께서 나서신다 해도 승산이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청부를 해서 암살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다소 편법을 쓰더라도…….”

“흐음, 자네들의 의견은 잘 알겠네. 장생전을 설득하도록 노력해 보지. 하지만 자네들이 말하는 무공들이 원체 문제가 있는 것들이라 허락이 떨어지려면 시일이 약간 걸릴 거야.”

“지금까지도 참아 왔습니다. 조금 더 기다린다 하더라도 달라질 것은 없지요. 그리고 금제가 풀리더라도 그들이 무공을 익히려면 최소한 5년은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장생전의 사숙들이 반대하신다 하더라도 그 무공들을 익혀야 될 필요성과 익히는 자의 수를 소수에 국한시킨다면 아마도 허락이 떨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알겠네. 아미타불, 부처님의 뜻대로 되겠지.”

공주의 수난

이곳은 안휘성의 북쪽 천림산(泉淋山). 천림산은 예로부터 산수가 수려하고 곳곳에 온천이 발달한 아름다운 관광지다. 천림산 중턱에 위치한 남악산장(南岳山莊)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여관에 공주 일행이 머물기 시작한 것은 정확히 스물일곱 시진 전이다. 남악산장도 이곳에 있는 거의 모든 여관이 그러하듯이 여러 개의 온천탕(溫泉湯)을 가지고 있어 여행자들의 피로를 풀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진영 공주는 며칠 동안 마차를 타고 오며 시달린 몸을 푸근한 온천욕을 즐기면서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며 푼 다음 산뜻한 남빛 옷으로 갈아입은 후 후원(後園)으로 나왔다. 공주가 묵고 있는 별채는 특별한 손님들을 위해 마련된 곳으로, 고풍스런 멋을 풍기는 자그마한 건물에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후원이 달린 비싼 숙박료를 요구하는 장소였다.

공주는 후원에 나올 때까지는 아주 기분이 상쾌했다. 자신이 바라는 대로 재미있는 여행이었고, 그녀가 지나온 곳은 모두 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들이었다. 그녀는 절경으로 유명한 소주에 잠시 머문 다음 아직 둘러보지 못한 안휘성의 남쪽을 거쳐 명소들을 훑으며 돌아갈 예정이었다. 다음에 갈 곳은 또 얼마나 근사한 곳일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멋진 여행이었다. 거기에 여태껏 거쳐 온 지방 관청 수령들의 대접은 또 얼마나 근사했었나, 또 앞으로 도착할 관청들의 수령들은 나한테 어떤 선물들을 줄까, 이런저런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공주가 후원을 둘러보자 담장 가까운 곳에는 황군 몇 명이 부동자세로 창날을 곧추세운 채 경계에 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후원의 한 구석에 검정색 옷을 입은 남녀가 먼저 와서는 뭐가 좋은지 쑥덕거리며 헤실거리고 있는 장면을 보고는 그녀의 좋았던 기분이 한순간에 엉망이 되고 말았다. 이곳은 자신을 위한 자신만의 장소였다. 저런 천박한 것들이 더럽힐 장소가 아닌 것이다. 그녀는 곧바로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무장에게 냉랭하게 외쳤다.

“저들은 누구냐?”

상대는 공손하게 읍(揖)하며 답했다.

“마마, 옷차림을 보아하니 위사들이옵니다.”

“위사?”

“예, 그러하옵니다.”

“황군들만 해도 충분한데 위사는 또 뭐냐?”

“저들은 무림의 고수들이옵니다. 이번 마마의 여행을 호위하기 위하여 고용한 자들로서 상당한 실력을 갖춘 무리들이옵니다.”

“흐흥, 그럼 저자들은 호위를 하기 위해 저곳에 있다는 말이냐? 호위를 하는 것들이 저렇게 웃고 떠들면서 어떻게 호위를 한다는 것이냐? 저것들의 태만을 물어 엄히 벌주고 당장 이곳에서 내쫓아라.”

“예, 속히 마마의 명령을 받들겠사옵니다.”

그 무장은 뒤에 서 있던 호위병들에게 눈짓을 했다. 그들이 서 있는 위치가 가까웠기에 대화를 엿들었을 테니 지시할 필요도 없었다. 그와 동시에 네 명의 황병들이 그 무례한 연놈들을 향해 몸을 날렸고, 그것들을 후원에서 끌고 나갔다. 당연히 공주의 상쾌하지 못한 기억은 여기서 끝났고, 또다시 자신만의 즐거움을 즐기기 시작했다. 이번 일로 인해 이빨을 갈게 된 아주 무서운 적을 하나 만들게 되었다는 것도 모른 채…….

묵향은 멀어져 가는 황병들의 뒷모습을 보며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기랄, 후원을 구경하는 게 무슨 큰 죄라고 본좌를 이렇게 업신여겨? 감히…….”

“참으세요, 부교주님. 상대는 공주 마마라구요.”

“흠, 이 수모를 어떻게 갚으면……. 마화! 석진을 불러와라.”

“예? 예.”

무슨 일을 벌일지 불안해진 마화였지만 묵향의 명을 어길 수는 없었다. 그녀가 석진을 불러오자 묵향은 다짜고짜 예를 행하는 석진에게 말했다.

“수하 30명을 돌려보내라.”

“예? 무슨 말씀이신지?”

“그들을 모두 본타로 돌려보내라. 그런 다음 금 사령에게는 20명은 20리 앞에 전진 배치했고, 10명은 20리 뒤에 퇴로 확보를 위해 배치했다고 일러라. 그러면 그 멍청한 녀석은 갑자기 30명이 없어진 것을 문제 삼지는 않겠지. 흐흐흐, 고수 30명이 돌아간 것을 확인하면 곧바로 그놈들이 사고를 치겠지. 흐흐…….”

“예? 무슨 말씀인지 이해는 못 하겠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다시 재고를…….”

“너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네 녀석이 본좌의 안전을 생각한다는 거냐? 설마 네놈이 본좌의 무공 실력을 얕보는 것은 아니겠지?”

그러자 석진은 식은땀을 흘리며 변명했다.

“그럴 리가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 주시기를…….”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라. 남은 수하들에는 평소와 같이 호위 임무를 행하도록 해라.”

“존명!”

석진이 멀어져 가는 것을 보며 음흉한 미소를 흘리고 있는 묵향에게 마화가 물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나 없이도 소주 구경하는 데는 무리가 없겠지?”

“그럼 타주께서는…….”

“조금 지나면 본교의 무사들이 줄어든 것을 알아내고 놈들이 습격을 가해 올 거다. 한 20명 정도 남겨 둔다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고는 멍청하게 습격을 해 오겠지. 그때 너는 내 지시에 따라 석진과 함께 바로 소주로 가서 관광이나 하다가 본타로 돌아가라. 나는 남아서 할 일이 있으니까 함께 가지는 못하겠구나.”

“어쩌려고 이러시는 거예요.”

“흐흐흐, 이제부터 복수의 시작이지.”

“아무리 그래도 상대는 공주라구요.”

“나도 알아. 그러니까 내가 손을 쓰겠다는 게 아니잖아. 이제부터는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다음 본좌의 복수는 그놈들이 다 해 주게 되어 있다구. 흐흐흐…….”

묵향의 기다림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상대의 움직임은 정확히 7일 후 공주 일행이 안휘성에서 강소성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태을령(太乙嶺)을 지나갈 때 벌어졌다. 태을령은 오백산과 마진산이 만나는 지점에 형성된 골짜기로 그 높이가 330길(약 7백 미터) 정도에 형성되어 있는 군사, 상업적으로 중요한 도로였다. 그리고 그 도로 양 옆으로는 1백 길(약 212미터) 이상 높이의 절벽이 솟아 있어 오백산과 마진산에 구축되어 있는 어림군 요새에 소수의 병력만 배치하면 능히 10만의 대군을 간단히 막을 수 있는 군사적인 요충지이기도 했다.

갑자기 퓽퓽 하는 파공성(破空聲)이 들리더니 선두와 후미에 있던 황병들이 쓰러지기 시작했고, 곧이어 “적이다!”하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곧이어 금 사령의 우렁찬 외침에 묻혀 버렸다.

“밀집대형(密集隊型)! 공주 마마를 보호하라!”

그러자 수십 기의 황병들이 공주의 마차 주변에 뛰어들며 안장에 매여 있던 두텁고 큰 방패를 들어 마차를 보호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말에서 내려 위쪽의 화살을 막고 있는 동료들의 아래쪽을 방패로 막았고, 또 다른 이들은 그들의 아래쪽을 막아 주었다. 순식간에 방어 진형을 갖춘 것으로 보아 평소에 얼마나 피땀 어린 훈련을 받아 왔는지 알 수 있는 기쾌한 몸놀림이었다.

모두들 목숨을 걸고 있는 이 상황에서 마차 안에서 나직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무슨 일이냐?”

그러자 금 사령은 주위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도 마차 안으로 공손하게 답했다.

“공주 마마, 적들이 나타났사옵니다. 조금 위급한 상황이지만 너무 염려는 하지 마시옵소서.”

“알아서 처리하라.”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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