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5화 (175/930)

드래곤과 인간의 결투

“잠깐!”

모두들 바쁘게 코린티아시로 이동하던 중, 갑작스레 아르티어스가 손을 들어 일행을 제지했다.

“왜 그러십니까?”

“갑작스럽게 기척이 사라졌다.”

아르티어스는 ‘용언의 힘’이라는 말 대신 일행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기척’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여태껏 코린티아시에서 느껴지던 두 개의 용언의 힘은 서로 만나더니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용언의 힘을 쓸 줄 아는 자들이 갑작스레 죽음을 당했을 가능성은 없으니, 그 둘이 함께 공간 이동했을 가능성이 컸다.

“일단 위치를 찾아봐야겠으니, 너희들은 잠시 기다려라.”

“예.”

아르티어스는 두 눈을 감은 채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길고 긴 룬어로 이루어진 주문을 읊는 동안 그의 주위로는 방대한 양의 마나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아르티어스가 주문을 외우며 마나를 끌어 모으자, 그를 수행하고 있던 마법사의 눈에 일순간 공포가 어리기 시작했다. 아르티어스가 사용하는 주문은 7사이클급은 됨직한 고도의 마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엄청난 마나의 집중에 경악을 넘어 공포심까지 느꼈던 그 마법사는 곧이어 존경심을 가득 담은 눈으로 젊디젊은 아르티어스를 바라봤다. 자신의 생전에 이렇듯 강력한 대마법사를 직접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했고, 또 전 대륙을 통틀어도 다섯 명이 안 된다는 대마법사들 중 한 명이 자신들의 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 것이다.

조금씩 헛되이 시간이 지나가고 마법을 이용해서 검색하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아르티어스는 점점 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아들의 능력을 믿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상대는 드래곤이었다.

‘잘못되면……?’

마법을 사용하는 도중에도 계속 잡념이 일어나자 아르티어스는 자신이 드래곤이라는 존재, 즉 무지막지한 정신력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에 짜증이 났다. 이 정도 고급 마법을 사용하게 되면 거의 모든 지적 생명체들은 정신력이 모자라 허덕이게 된다. 그런데 드래곤인 자신은 그러고도 정신력이 남아서 잡생각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안 좋은 방향으로……. 하지만 아르티어스는 거기서 상상을 멈췄다. 그 뒷부분의 해답을 꺼내 놓기가 겁이 났던 것이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엄청난 마나의 폭풍을 일으키던 아르티어스는 감고 있던 눈을 갑자기 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주위에 들끓고 있던 마나의 움직임 또한 한꺼번에 흩어져 버렸다. 아르티어스는 사라진 이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냈지만, 일단 동족에 관계된 일이었기에 자신들을 안내해 온 일행들을 그 장소로 데려가는 것이 망설여졌다.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려라.”

“예? 어디로……?”

여태껏 그를 안내했던 기사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르티어스의 주위에 순간적으로 마법진이 나타나더니 그와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기사는 이제 당황을 넘어서서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잠시 아르티어스가 사라져 버린 지점을 응시했다.

“어떻게 된 일이냐?”

질문을 받은 마법사 역시 멍청한 표정으로 힘없이 대답했다.

“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공간 이동 주문을 사용했습니다. 어떻게 인간이 그렇게 빨리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가는군요.”

마법사의 대답에 지휘자인 기사는 한숨을 푹 쉬었다. 자신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단독 행동을 한 아르티어스를 향해 원망이 서린 한숨이었다.

“휴∼ 공간 이동을 했다면 여기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군. 이봐. 모두들 휴식을 취해. 일단 여기서 대기한다.”

“경치가 좋은 곳이군.”

자신에게 등을 돌린 채 주변의 경치를 감상 중인 소녀를 어이없는 눈으로 보고 있던 카드리안은 쌀쌀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는 이곳에 경치 구경하러 온 것이 아니야.”

“아… 실례, 깜빡했군. 그래 어떻게 싸울 텐가? 마법? 검?”

소녀의 말에 카드리안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마법이지. 흐흐흐흐…….”

그와 동시에 카드리안의 몸은 밝은 청색 광채에 쌓이면서 엄청난 크기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웜급의 드래곤에게서나 찾아볼 수 있는 강대한 마나의 폭풍이 주위를 휩쓸기 시작했다. 카드리안은 인간인 상태로도 싸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상대에게 엄청나게 강력한 마력검이 있었고, 또 그의 무술 실력이 엄청났기에 그런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드래곤으로 변신한 후 이 무례하기 그지없는 계집애를 재빨리 없애 버리고 왕궁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이때 카드리안이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발생했다. 공간이 열리면서 날렵하게 생긴 타이탄이 튀어 나왔던 것이다. 카드리안은 오랜 세월 코린트에서 타이탄의 생산에 관여해 왔기에 그것이 카프록시아와 매우 유사하게 생겼지만 카프록시아와는 달리 매우 날씬하게 생겼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 어깨 높이는 5.2미터 정도로 상당히 높은 편이었지만 매우 날씬한 것으로 보아 80톤도 나가지 않을 것 같았다. 방패도 없이 그저 검만을 가진 공격용 타이탄. 카드리안은 그 타이탄이 자신이 최근에 몇 대만 제작한 실험용 타이탄인 적기사처럼 아예 방어 따위는 생각도 안 하고 만들어졌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걸 몰고 다니는 것을 보면 이 소녀는 검술에 매우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타이탄의 본체에 새겨져 있는 검은 드래곤과 ‘Ⅱ’라는 숫자. 카드리안은 이 문장이 상당 부분 자국이 자랑하는 코란 근위 기사단의 문장을 모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란 근위 기사단의 문장과 이 문장의 차이는 드래곤의 색상이 적색과 흑색이라는 것, 그리고 불을 뿜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차이점. 그 둘을 제외하고는 모양이 거의 똑같았다.

다크가 타이탄을 끌어내어 탑승하는 매우 짧은 시간, 그동안에 카드리안 역시 오랜 세월을 살아온 노련한 드래곤답게 이미 변신을 끝마친 상태였다. 거대한 푸른색의 금속성 광택이 나는 아름다운 몸체. 그 거대한 날개를 접은 채, 키드리안은 이마에 단 하나만 삐죽하게 솟아 있는 거대한 뿔 양쪽 아래에 붙어 있는 눈으로 다크가 불러낸 타이탄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봤다. 그 타이탄은 그렇게 강해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정격 출력인 1.0은 상회하는 엑스시온이 탑재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정도 출력의 싸구려 타이탄은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 없었다.

카드리안은 뇌전의 기운을 천천히 끌어 모으면서 상대방을 향해 의사(意思)를 보냈다. 드래곤인 상태에서는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크라레스에서 왔나?>

“그건 몰라도 돼. 안 그래도 눈에 띌 것 같아서 타이탄을 한 번도 써먹지 못했는데 잘되었군. 어디 맛 좀 봐라.”

상대방 타이탄 속에서 이죽거리는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타이탄은 천천히 검을 검집에서 뽑았다. 얼핏 생각하기에 매우 멋있는 장면이었지만, 그걸 보면서 카드리안은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타이탄은 매우 무거웠기에 가급적이면 가볍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물론 필요한 부분은 충분한 두께와 무게를 줄 필요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은 최대한 가볍게 만들었다. 몸체가 완전히 철로 만들어져 있는 타이탄에게 있어서 검집은 정말이지 쓸모없는 것이었다. 상대방의 앞에서 폼을 잡으며 검을 천천히 뽑는 것은 아주 멋있어 보이고, 또 검을 호화롭게 장식한 검집에 넣어 두는 것은 매우 모양이 나는 게 사실이었지만, 검집이란 것은 너무나도 무거웠다. 최소한 1톤의 무게는 들여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겉멋만 잔뜩 든 녀석, 맛 좀 봐라!>

그와 동시에 카드리안의 이마에 솟아 있던 그 거대한 뿔에 스파크가 번쩍이더니 곧이어 엄청난 뇌전의 기운이 타이탄을 향해 뿜어져 나갔다.

이 뇌전의 기운은 당연히 카드리안의 전력을 다한 공격은 아니었다. 그냥 건방진 인간에게 ‘이 위대하신 본인의 힘은 이 정도니까 알아서 기어라’하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앞에서 뿜어지는 엄청난 뇌전의 기운을 보고도 타이탄은 피하지도 않고 그대로 마나를 이용해 방어막을 쳤다. 겨우 그따위 뇌전의 기운은 피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뇌전의 기운이 방어막에 밀리면서 옆으로 굴절되어 흘러갔지만 비교적 방어막의 강도가 낮았던 밑 부분이 깨지면서 곧 그곳으로 엄청난 뇌전의 기운이 흘러 들어갔다.

하지만 전기란 것은 전기가 통하기 쉬운 방향으로 흘러가는 성질을 가졌다. 따라서 그 뇌전의 기운은 타이탄의 위쪽으로 흐른 것이 아니라 대지를 향해 곧장 흘러 버렸기에 다크에게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 그러나 타이탄의 발에서 대지로 엄청난 양의 뇌전이 흘러나갔기에 그 부분의 강철이 벌겋게 달아오르다 못해 녹아 버렸다.

물론 카드리안의 공격은 몇 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걸쳐 벌어진 것이었고, 그 공격이 끝나자마자 타이탄은 자신의 주인의 마나를 흡수하여 곧장 다리를 수리해 버렸다. 다크가 의외로 강력한 공격을 퍼부은 상대에 대해 ‘썩어도 준치’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있을 때, 카드리안은 아무리 자신이 봐주면서 살살 공격했다고 해도 상대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차츰 열 받기 시작했다.

<훗, 그래. 믿는 게 있으니까 까불었겠지. 이제는 죽어 봐랏!>

카드리안은 이번에는 상대를 끝장낼 생각으로 있는 대로 뇌전의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카드리안의 머리 쪽에는 뇌전이 포화 상태에 이르도록 집중되기 시작했고, 그의 머리 부분의 곳곳에서 번쩍번쩍하는 스파크가 쉴 새 없이 일어났다. 그러다가 일순간 폭발적으로 뇌전의 기운이 뿜어져 나갔다.

다크는 드래곤의 힘이 어느 정도로 강한지 알아보고 싶은 욕망 때문에 어리석게도 그 막강한 브레스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자신이 지닌 모든 공력을 쏟아 부어 방어벽을 형성하면서 뇌전의 기운을 정면으로 받아 낸 것이다.

타이탄이 뿜어낸 거대한 방어막을 뚫고 들어오려는 뇌전의 기운은 먼저 공격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력했다. 그 때문에 다크는 방어막에 자신이 가진 공력을 있는 대로 집어넣고 있었고, 카드리안 또한 브레스에 뇌전의 기운을 있는 대로 쑤셔 넣고 있었다.

주변에 있던 나무와 돌들이 무지막지한 전류의 흐름에 흔적도 없이 녹아 버리거나 불에 타 버리면서 방어막이 형성된 타이탄 주변으로 반월형의 거대한 도랑을 형성해 나가고 있었다.

한 1분 정도 뇌전의 기운을 뿜어냈을까? 카드리안은 전력을 다한 브레스를 막아 낸 상대를 향해 감탄 어린 눈길을 보냈다.

<웜급에 올라선 나의 브레스를 견디다니 대단하군. 아마도 타이탄이 좀 더 좋은 것이었다면 마나의 소모가 그렇게 많지 않았겠지만……. 인간으로서 이 정도 버틴 것만 해도 대단한 거야. 나는 너희 인간들의 시간으로 3천 년이 넘는 시간을 살았지만 그대처럼 강한 인간은 보지 못했다. 어때? 지금이라도 용서를 빈다면 살려 줄 용의는 있다.>

드래곤의 풀 파워 브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다. 처음의 공격이 가졌던 강도만을 생각하고 ‘저따위 도마뱀쯤이야…’라고 생각하며 정면으로 브레스를 받아 낸 다크는 지금 후회 막심한 심정이었다. 한낱 미물(微物)의 힘이 그렇게 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덕분에 그녀는 브레스를 막아 낸다고 엄청난 공력을 소모했다. 물론 그걸 다시 채워 넣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걸 기다려 줄 상대가 아니었기에 어떻게 할까 궁리 중인 그녀에게 ‘도로니아’가 경고성을 보내왔다.

<너의 마나는 방금 전 무리한 방어로 인해 거의 바닥에 가까운 상태다. 될 수 있다면 상대의 의견을 듣는 게 좋을 것이다. 너는 지금 휴식이 필요하다.>

원래 시키면 더욱 안 하는 다크의 성질을 모르는 도로니아의 조언 덕분에, 그녀는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 기분 내키는 대로 정해 버렸다.

“닥쳐. 네 녀석은 내가 하는 대로 따라 하면 돼. 겨우 이따위 공력 소모는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후 건방을 떨고 있는 드래곤을 향해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충분한 마나가 실려 있었기에 멀찍이 떨어져 있는 드래곤의 귀에는 거의 우렛소리만큼이나 잘 들렸다.

“네 녀석이나 용서를 빌어랏!”

<훗! 죽고 싶은 모양이군. 소원이라면……. 죽어랏!>

그와 동시에 무시무시한 뇌전의 기운이 다시금 대기를 가르고 다크에게로 뿜어져 나갔다. 하지만 다크는 이번에도 그걸 피하지 않았다. 자신의 마나는 거의 고갈된 상태, 그리고 상대는 아직도 생생했기에 피하면서 싸운다면 그 공력의 소모를 어떻게 대체할 방법이 없었다. 대신 그녀는 이번에는 뇌전의 기운을 막는 것을 포기하고 흡수하기로 작정했다.

무공비급에도 쓰여 있듯 ‘천지(天地) 간에 가장 강한 힘은 뇌(雷)의 기운(氣運)’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북명신공을 통해 대자연의 기(氣)를 흡수할 줄 아는데, 대자연의 기운들 중 한 가지인 뇌의 기운을 흡수하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 기운이 좀 강하다는 것 외에는…….

다크의 강력한 의지에 의해 도로니아의 엑스시온은 역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상시에는 증폭되지만, 이번에는 역으로 외부의 강력한 기를 타이탄의 외부에서 흡수하여 엑스시온을 통해 축소했고, 그걸 곧장 엑스시온 위에 앉아 있는 다크에게 전달했다. 밑에서 뿜어져 나오는 뇌전의 기운이 곧이어 다크를 감싸기 시작했다. 다크는 온몸이 찌릿찌릿한 이 뇌전의 기운을 필사적으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크으으으으으…….”

지독한 고통 때문에 그녀의 악 다문 입에서는 피가 조금씩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도로니아의 엑스시온은 그 와중에도 다크의 마나를 일정량씩 빼앗아 무지막지한 전기의 흐름에 의해 손상된 부위를 복구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역작용까지 해냈다.

카프로니아는 그 모태가 되는 근위 타이탄들 중에서도 상당한 걸작이라는 카프록시아의 심장을 가지고 있었다. 즉, 출력 1.3이나 되는 강력한 엑스시온이 있었기에 이러한 작업이 가능했던 것이다. 도로니아의 엑스시온은 4천만 기간트라에 이르는 강력한 마법에 의해 만들어져 있었기에, 외부에서 뿜어져 들어오는 지독한 뇌전의 기운을 견뎌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의 풀 파워 브레스를 뿜어낸 카드리안은 아직도 상대가 살아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마나의 양이 자신과 싸우기 전보다도 더욱 많다는 것에 거듭 놀랐다. 원래가 마나란 것이 싸우면 싸울수록 소모되는 것이 정상인데, 상대는 이번 브레스를 자신의 마나로 흡수해 버린 것이 분명했다.

타이탄 도로니아는 카드리안의 공격이 끝나고 나서 잠시 가만히 서 있다가 이윽고 앞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로니아가 움직이는 데 따라서 도로니아에 씌워져 있는 장갑판들이 흔들리며 그 사이사이에서는 미세한 전기 스파크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 주인이 뇌전의 힘이 주축인 마나를 공급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었다.

“좋아. 이제 마나도 모였고…….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는 일만 남았군. 호호홋!”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낄낄거리는 그녀의 이빨 주위로 전기 스파크가 튀는 것을 그녀 자신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검을 위로 치켜들며 도로니아가 전투태세에 들어가자, 카드리안은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풀 파워 브레스가 두 번이나 무위로 끝난 것이다. 이제 한 번 정도 브레스를 더 쓸 수 있었지만 그걸 쓴다고 해도 상대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법을 쓰자니, 상대는 웬만한 마법은 통하지도 않는 마법 병기 타이탄에 타고 있는데, 그게 통할 리 없었다.

자신이 직접 타이탄을 만들어 봤기에, 타이탄의 대마법 방어 주문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잘 알고 있었다. 브레스도 막아 내는 저 정도 인물이라면 단일 표적에 대해 최고로 강력하다는 금지된 마법인 헬 파이어를 쓴다고 해도 끄떡없을 게 뻔했다.

원래 타이탄의 대마법 주문은 주인의 마나를 흡수하여 발동하기에, 주인의 능력에 따라 그 방어력에서 상당한 차이가 났다. 카프록시아 같은 근위 타이탄의 경우 7사이클급의 마법은 웬만한 기사가 타고 있어도 막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보통 근위 기사급이라면 8사이클급 정도도 막아 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저놈은? 9사이클로도 힘들었다.

천천히 검을 들어 올리며 공격 준비를 하는 상대를 보며 카드리안은 헬 파이어를 날릴 준비를 했다.

‘먼저 헬 파이어 세 방을 날린 후 그다음 놈의 행동을 보고 더 날리기로 하지.’

본체로 돌아간 카드리안에게 헬 파이어쯤이야 용언 마법으로 순식간에 날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한 방 정도로는 놈이 꿈쩍도 안 할 테니까 그는 물량 공세를 취할 작정이었다. 헬 파이어를 이곳에서 열 번 정도 쓴다면 주위가 완전히 묵사발 나겠지만, 일단은 자신의 생명이 더 소중했다.

이렇듯 작정을 하고 대치하는 중에 카드리안은 드래곤 한 마리가 자신의 주위에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카드리안이 그쪽을 향해 시선을 슬쩍 돌리자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거의 1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드래곤과 타이탄의 말도 안 되는 싸움이 벌어진 것을 발견하고는 구경할 준비를 하는 것이 보였다.

그 드래곤은 카드리안의 이웃에 사는 레드 드래곤이었는데, 아마도 밖이 소란스러우니까 무슨 일인가 하고 나온 모양이었다. 자신의 망토를 벗어서 바닥에 깔고는 느긋하게 앉아서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헛된 꿈을 꾸는 인간이 떡이 되는 것을 구경하려고 마음먹은 그 이웃집 드래곤을 향해 카드리안은 다급하게 의지를 보냈다.

<이봐, 빨리 여기서 피해. 조금 있으면 이 주변은 완전히 폐허가 될 거야. 저 녀석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아마도 헬 파이어를 열 번 정도 연속으로 써야 할 것 같으니까 말이야.>

그 말에 ‘이웃’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재빨리 마법으로 방어벽을 치기 시작했다. 놀란 김에 그 붉은 머리의 아가씨는 용언 마법으로 간단한 방어벽을 친 후, 이제 조금 시간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주문을 외워서 결국은 막강한 방어벽을 형성하고야 말았다.

인간으로 트랜스포메이션했다고 하더라도 드래곤이 지닌 그 강인한 정신력은 변함없기 때문에, 9사이클급까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물론 이때는 다소 긴 주문을 외워야 한다는 불리함을 안고 있었지만 말이다.

일단 마법을 이용한 두터운 방어벽을 형성하고 나자 그 붉은 머리의 아가씨는 다시 느긋하게 앉아서 싸움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물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드래곤으로 현신하면 된다는 그 뒷배경 덕분에 생긴 느긋함이었지만…….

타이탄은 자신의 주위에 깊게 파여 있는 반월형 도랑을 간단하게 건너뛴 다음 어떻게 공격을 감행할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드리안 역시 용언 마법을 날릴 준비를 한 채 상대가 먼저 움직여 주기를 기다렸다. 일단 몸이 움직이기 시작한 상태, 즉 동(動)의 상태로 들어서면 적의 앞에서 만반의 대비를 하고 기다리는 정(靜)의 상태보다 상대의 공격에 대한 회피가 조금 더 힘들다는 것은 뻔한 이치다. 그렇기에 이 둘은 만반의 공격 준비와 방어 준비를 한 채 상대가 먼저 움직여 주기를 기다렸다.

카드리안의 뿔에서 또다시 전기 스파크가 번쩍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이제 남은 최후의 브레스를 쓸 생각인 모양이었다. 블루 드래곤은 드래곤 중에서 유일하게 입이 아닌 이마에 길게 솟아 있는, 하나뿐인 뿔을 통해 브레스를 뿜는다. 그 덕분에 블루 드래곤은 브레스를 쓰는 중에도 용언 마법이나 기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입을 따로 놀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카드리안은 바짝 긴장한 채 이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을 향해 자신이 가진 힘을 있는 대로 뿜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블루 드래곤 앞에서 검을 겨누고 있는 타이탄의 몸체 곳곳에서도 역시 전기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다크 역시 자신의 마나를 최대한 끌어 모은 채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둘이 대치하고 있는 곳 거의 1백 미터쯤 상공에서 흰 빛이 번쩍이더니 아르티어스가 튀어 나왔다. 그는 자신의 몸이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비행 마법을 시전하여 곧장 아래로 내려왔다. 아르티어스는 재빨리 푸른색 드래곤과 타이탄 사이에 위치한 후 외쳤다.

“이봐, 싸움은 그만 두라고. 한 식구끼리 싸울 필요가 있나? 응?”

카드리안은 아직도 브레스를 언제든지 발사할 수 있는 준비를 한 채 대꾸했다. 상대는 만난 적은 없었지만 느껴지는 존재감만으로도 거의 에인션트급에 다다른 골드 드래곤이었기에 그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한 식구라니요? 저 녀석은 드래곤이 아니라 인간이라구요.>

“대신 내 양자(養子)이기도 하지. 나이가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자네가 참게나.”

카드리안은 슬쩍 허공에 떠 있는 아르티어스를 향해 눈길을 준 후, 다시금 시선을 타이탄 쪽으로 돌리며 천천히 머리에 몰려 있는 뇌전의 기운을 몸통으로 돌려보내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머리 쪽에서 푸직거리며 방전되던 전기의 기운은 급속도로 사라졌다. 하지만 카드리안은 상대를 향해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전환한 것은 아니었다. 끊임없이 상대를 향해 주의를 하며 언제든지 용언 마법을 연속으로 날릴 준비는 하고 있었다.

카드리안은 그런대로 아르티어스의 말을 들어줬지만, 그놈의 방탕한 아들 녀석은 듣지 않았다. 타이탄 속에서 들려온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그녀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좀 있으면 끝나니까 기다려요. 여기서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아주 높게 쳐 주는 모양이던데, ‘드래곤 슬레이어의 아버지’라고 하면 좋지 않아요?”

“뭐? 당장 그 고철 덩어리에서 못 내려? 내가 드래곤인데, 내 종족을 죽인 아들을 두란 말이냐?”

그러자 들려오는 퉁명스런 목소리.

“종족은 아니잖아요? 아버지는 금색이지만, 저 녀석은 푸른색인데?”

“하지만 같은 드래곤이잖아. 잔말 말고 못 내려?”

“제길! 좋다 말았네…….”

이제 공력도 회복되었겠다, 또 상대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대강 감을 잡았겠다, 신나게 한판 벌이는 일만이 남았는데, 그걸 방해받았기에 다크는 투덜거리면서 타이탄에서 뛰어내렸다.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다크는 아르티어스가 자신에게 보여 준 사랑이 있었기에 그의 말을 거역하기는 힘들었다.

소녀가 타이탄에서 뛰어내리고, 그 타이탄이 공간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본 후에야 카드리안은 마음을 놓았다. 정말 잘못하면 오늘로 생의 종지부를 찍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험한 상대였다. 하지만 타이탄이 없다면 아무리 인간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한숨 돌린 후 오늘 처음 만난 골드 드래곤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했다. 자신보다 훨씬 연장자였기에 그 정도 대접은 해 주는 게 드래곤들 간의 예의였다.

<저는 카드리안이라고 합니다. 현명하신 골드 일족의 후예시여.>

“아, 그런가? 나는 아르티어스라고 한다네.”

<오,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말토리오 산맥의 지배자시여. 그런데 요즘은 유희를 거의 즐기지 않으신다고 들었는데요?>

그 말에 아르티어스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자네도 내 나이쯤 되면 이해할 걸세. 요즘은 그냥 조용하게 지내고 있었지. 저 아이 때문에 나왔어. 웬만한 동족쯤은 상대가 안 되기에 저 녀석은 꼭 드래곤과 한판 하고 싶어 했거든. 그래도 상대가 자네였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드래곤 슬레이어의 아버지’로 역사책에 기록되는 걸 막을 수 없을 뻔했다네. 그렇게 되면 골드 일족의 개망신이지……. 그런데 저기 있는 아가씨는 또 누군가?”

아르티어스는 거의 1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곳에 망토를 펴 놓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붉은 머리카락의 아가씨를 가리켰다. 카드리안이 채 대답하기도 전에, 그쪽에 앉아 있던 드래곤은 벌써부터 마법을 사용해서 이쪽의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재빨리 날아와서 아르티어스에게 사뿐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바미레이드라고 합니다, 아르티어스 님.”

그녀의 이름을 통해 아르티어스는 그녀가 레드 일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레드 일족의 이름 첫 자는 ‘B’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흠, 레드 일족은 참 만나기 힘든데……. 아무튼 반갑군. 소개하지, 저기 있는 녀석은 내 양아들인 다크야. 인간들의 성은 자주 바뀌니까 외울 필요는 없겠지만 지금은 로니에르라고 하더군.”

“성이 자주 바뀐다면 귀족인가요?”

“공작이라고 하더군.”

제법 궁정 생활을 오래했기에 그쪽으로는 지식이 많은 카드리안이 끼어들어 그녀에게 설명했다.

<저 아이 정도의 실력이면 그랜드 마스터 정도 될 거야. 마스터급은 훨씬 상회하니까 말이지. 그 정도라면 어떤 나라에 가도 공작 소리를 들을 수 있지.>

바미레이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고, 아르티어스는 그 모습을 힐끗 쳐다본 후 아들에게로 시선을 돌려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들은 과거 자신과 있을 때와는 달리 요즘은 너무나도 자신감에 넘치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기야 드래곤과도 상대할 수 있는 인간이라면 그 엄청난 능력에 따른 패기와 자신감이 밖으로 은근히 노출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표정은 그렇다 치고 그녀의 머리카락은 꼭 번개라도 맞은 것 모양 사방으로 삐죽이 서 있었다. 그녀는 솟아오른 머리카락을 제자리로 돌리려고 애썼지만 잘 되지 않고 있었다. 그녀가 머리카락을 쓰다듬을 때마다 미세한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정말 오래간만이구나. 으갸갸갸갹!”

아르티어스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는데, 그녀의 몸 쪽에서 엄청난 전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자신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기에, 갑자기 감전된 것처럼 비명을 질러 대는 아르티어스를 보고 다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왜 그러세요?”

“아그그, 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왜 몸에서 전기가 흘러나오지?”

“글쎄요……. 저 드래곤이 뿜어내는 전기를 흡수해서 그런가?”

“전기? 맞아. 블루 일족은 전기의 힘을 사용하지. 그걸 흡수했다는 말이냐? 드래곤의 브레스는 흡수할 만큼 만만하지가 않은데…, 그 녀석이 도와준 건가?”

“그 녀석이라뇨?”

“으음, 나이아드 말이다. 그건 그렇고…….”

아르티어스는 다시 카드리안에게로 시선을 다시 돌렸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본체인 상태로 있었기에 아르티어스는 한참 위쪽으로 고개를 꺾어야만 했고,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봐. 카드리안.”

<예?>

“내가 인간인 상태인데 자네 계속 드래곤으로 있을 건가? 목이 아프잖아.”

<아…, 실례했습니다.>

카드리안은 곧이어 여태껏 인간 세상에서 생활해 왔던 긴 검은 머리의 미청년으로 변신했다. 이렇게 놔두고 보니, 머리카락의 색상은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들 미남미녀라서 그런지 어떻게 보면 꼭 형제자매들이 모인 것 같은 느낌마저도 들었다. 특히나 아르티어스는 타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이었고, 바미레이드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조금 짙은 검붉은 머리카락이었기에 둘은 정말 남매처럼 보였다.

“아르티어스 어르신.”

“왜 그러나?”

“저 아이의 검을 직접 만들어 주셨습니까?”

그 말에 아르티어스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럼. 아주 멋있지 않나? 꽤 신경 써서 만들어 줬지.”

“그 얘기가 아니라구요. 저 검에 새겨진 주문은 헬 파이어. 거기에다가 저 아이는 그 주문을 발동시킬 정도의 능력이 있어요. 인간이 가지고 있기에는 너무 위험한 물건입니다.”

카드리안의 불만에 가득 찬 말에 아르티어스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물론 8사이클급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력검은 매우 위험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아르티어스가 미소를 지은 것은 카드리안이 아직도 다크가 그것보다 더 위험한 물건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준 물건은 그렇게 위험하지 않아. 사실 그때 너무 정신이 없어서 아들 녀석에게 시동어도 안 가르쳐 줬거든. 저 녀석은 저 검이 그냥 모양만 잔뜩 내 놓은 튼튼하고 멋진 검 정도로밖에는 생각하지 않고 있지.”

아르티어스의 의외의 답에 카드리안은 멍해져서 되물었다.

“시동어를 안 가르쳐 주셨다구요?”

“응, 하지만 그건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아. 저 녀석이 끼고 있는 반지는 ‘아쿠아 룰러’니까 말일세. 그걸 사용하면 헬 파이어 정도는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지.”

카드리안은 아르티어스의 정신 상태를 의심했다. 아쿠아 룰러는 정말이지 욕심 많은 인간이 가지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한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설마…, 그것까지 저 아이에게 주신 것은……?”

“내가 준 것은 아니야. 카렐이라고, 그 키아드리아스하고 같이 살고 있는 엘프가 준 것이지.”

“카렐이라고요? 그 검에 미친 엘프가 설마……. 진짜 미친 것 아닙니까? 그런 물건을 인간에게 주다니…….”

“미친 것 같지는 않더군. 그런데 왜 여기서 싸우기 시작했나?”

아르티어스의 말에 카드리안은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아드님이 저한테 시비를 거는 바람에…….”

하지만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 아르티어스로서는 아들보다는 카드리안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아르티어스의 눈에는 아직도 다크가 사랑스런 소녀일 뿐이니까 말이다.

“쯧쯧, 좀 더 오랜 시간 살아온 자네가 참았어야지, 원…, 어린 애가 시비 건다고 싸울 것은 또 뭔가? 뭐 다행히 잘 끝나기는 했지만……. 그건 그렇고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어디 딴 곳으로 가서 얘기를 나누기로 하지.”

“제 레어로 가시죠. 여기서 멀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그러세나.”

『<묵향8 : 외전-다크 레이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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