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8화 (178/930)

코린트의 황궁 ‘피의 궁전(Blood Palace)’의 중심에 위치한 중앙 홀에는 대규모 연회가 벌어지고 있었다. 가지각색의 우아한 옷들을 입은 처녀들과 최대한 늠름하게 보이려고 애쓰는 청년들. 수백 명에 이르는 남녀들로 연회장은 붐비고 있었지만, 황궁의 중앙 홀이 원체 넓다 보니 거의 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중앙 홀의 한쪽에는 거의 1백여 명으로 이루어진 악단이 자리를 잡고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고, 금은과 각종 보석으로 아름답게 치장된 천장과 벽은 금은 세공에 뛰어난 실력을 가진 드워프들의 작품답게 호화찬란했다. 바닥은 아름다운 문양을 가진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어찌나 잘 다듬었는지 거의 거울 같아서 얼굴이 비칠 지경이었다. 거기에다가 대리석의 곳곳에 각종 보석으로 모자이크를 만들어 놓았다. 수백, 수천의 보석 알갱이들을 마법사들을 동원하여 정확한 위치에 집어넣은 것은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코린트가 가진 엄청난 부(富)를 과시하는 것이었다.

물론 바닥 모자이크에 사용된 보석은 비싸지는 않지만 그래도 보석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마노, 홍옥, 청옥, 갖가지 색의 수정 따위였고, 중앙 홀의 엄청난 넓이를 생각한다면 거기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홀이 너무 넓은 데다가 모자이크의 규모가 매우 크기에 바닥 위에서 대충 봤을 때는 뭐가 그려져 있는지 알기 힘들었지만, 2층이나 3층 현관에서 내려다보면 전쟁의 신이자 코린트가 그들의 수호신(守護神)으로 받들고 있는 아레스(Ares)의 비호 아래 코린트의 군대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매우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거기에 그려져 있는 전쟁의 주 무대는 그 땅을 획득함으로써 코린트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크로나사 평원이었다.

참혹한 전쟁터가 그려져 있는 홀에서 무슨 파티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모자이크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바닥 바로 위에 서서는 무슨 그림이 그려져 있는지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 하물며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으니, 그 위에 서서 파티를 즐기는 인물들에게 있어서 이 홀은 단순히 엄청나게 호화롭고 아름다운 장소로만 보였을 뿐이다. 홀에서 무도회를 즐기고 있는 남녀들의 거의 대부분은 코린트 시민이 아닌 타국에서 참석한 귀족, 혹은 왕족들이었기에 이곳에 그려진 그림이나 이 모자이크가 그려진 배경 따위를 알고 있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이곳에 있는 청년들의 상당수는 상당한 미모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는 ‘로닌그레이’ 황녀의 남편감 후보로서 초청된 인물들이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코린트 황실의 사위가 된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었기에 각국의 왕실에서는 황녀를 획득(?)하기 위해 앞 다투어 그 초청에 응해 왕자들을 파견했다. 또 수많은 왕자들이 참석하는 연회인 만큼 그들을 사냥하기 위해 각국에서 온 공주들도 많이 있었다. 또 코린트의 귀족들도 타국의 왕자나 공주를 사귀기 위해 참석하기도 했다.

수많은 왕족과 귀족들이 득실거리고 있는 연회장이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3층 현관에서 재미있다는 듯이 그들을 보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짧은 콧수염을 가진 상당한 멋쟁이였는데 그는 보통의 귀족들이 그러하듯 탐스러운 금발을 상당히 길게 기르고 있었다.

“제법 무대가 갖춰져 가는 것 같군 그래. 초청에 불응한 국가는?”

그의 말에 뒤편에 서 있던 화려한 복장의 젊은이가 재빨리 대답했다.

“없사옵니다, 대공 전하. 오히려 로닌그레이 전하께 선택되지 않은 왕자나 귀족들을 사윗감으로 삼기 위해 각 국에서 공주들까지 파견하는 바람에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추가되었기에, 그 인원을 위한 준비가 힘이 들 지경이옵니다.”

대공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하긴 그래. 저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참석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말이야. 그런데 누가 크라레스의 왕자이지?”

청년은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예, 바로 저쪽에서 춤을 추고 있는 건장한 젊은이이옵니다. 오른쪽에서 일곱 번째.”

청년이 가리키는 곳에는 젊고 잘생긴 젊은이가 어떤 아름다운 여인과 춤을 추고 있었다. 키에리 드 발렌시아드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피식 미소 지으며 말했다.

“크라레스의 왕자가, 본국이 크라레스와의 전쟁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전쟁의 홀(Hall of War)’에서 계집들과 춤을 춘다. 크흐흐흐, 매우 재미있지 않나?”

“옛!”

발렌시아드 대공은 반쯤 농담 삼아 미소를 흘리며 말했지만 그 말을 듣고 있는 청년 무관은 얼굴에서 긴장을 지우지 않고 즉시 답했다. 그런 부하를 살짝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본 다음 발렌시아드는 또다시 시선을 크라레스의 왕자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제법 잘생겼군. 하지만 아직 풋내기야. 그런데 그레지에트 왕과는 별로 닮지 않았는데?”

“예, 전하. 그 때문에 그의 신분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를 했사옵니다만 아무런 이상도 발견하지 못했사옵니다. 부계보다는 모계 쪽에 가까운 얼굴을 지닌 것으로 조사되었사온데, 나이에 비해 상당한 실력을 갖춘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아마도 크라레스 왕가 자체가 뛰어난 무사들의 혈통을 지닌 만큼, 나중에는 제법 괜찮은 기사가 될지도…….”

그 말에 대공은 비웃듯 싱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저 녀석의 호위들은 어디에 있나?”

“예, 3-22호 숙소에 묵고 있습니다. 금십자 기사단 소속의 기사 몇 명이 감시 중인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크루마와 전쟁을 벌이려면 후방이 튼튼해야 한다. 크라레스에게 뒤통수를 맞지 않으려면 철저히 대비를 해야겠지. 알파레인 경에게 명하여 그래듀에이트를 몇 명 더 파견하여 동태를 감시하라 일러라.”

“옛, 전하.”

공작은 청년 무관에게 명령을 전달한 후 이제 더 이상의 볼일은 없다는 듯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려한 복장의 청년은 자신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무관 두 명 중의 한 명에게 무언가 지시를 내렸다. 청년의 지시를 받은 무관은 즉각 금십자 기사단장 프레드 드 알파레인 후작에게 대공의 지시를 전달하기 위해 달려갔다.

불쌍한 신의 실패작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오신 거예요?”

소녀의 말에 아르티어스는 빙긋이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나와 봤지. 또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구경해 보고 싶기도 했고…….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는 거냐?”

“일단은 부하 녀석들을 데려와야 하니까요.”

“부하?”

“예. 견습 기사 두 명인데 코린티아에 있어요.”

“견습 기사라고? 그런 녀석들 데리고 있어 봐야 아무런 도움도 안 되고 성가시기만 할 텐데? 좀 실력 있는 녀석들을 데리고 오지 않고 말이야. 크로돈에 가 보니 꽤 쓸 만한 녀석들이 많던데…….”

“크로돈이라구요? 거기에는 왜 갔어요?”

“당연히 네 녀석이 거기 있는 줄 알고 갔지. 그다음은 치레아로 갔고 거기서…….”

이때 다크는 아르티어스의 표정이 슬쩍 바뀌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엄청난 분노. 하지만 자신이 아르티어스에게 뭐 잘못한 것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곧이어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자신이 장난쳐 놓은 것을 봤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헤헤, 치레아 총독부 건물이 꽤 근사하게 생겼죠? 물론 코린티아에 있는 피의 궁전보다 못하지만 말이에요. 저것 봐요. 얼마나 큰지 여기서도 보이네요.”

“말 돌리지 마!”

아르티어스가 시큰둥하게 말하자 다크는 아르티어스가 아예 말을 꺼낼 시간을 주지 않고 선수를 쳐 버렸다.

“말 돌리는 게 아니라니까요? 붉은색의 장엄한 궁전이잖아요? 그럼 나중에 나는 금빛 나는 궁전을 하나 지을까요? 아름다운 호반 주변에 지은 다음 아르티어스궁이라고 이름 지으면 좋을 것 같죠?”

“글쎄…, 그렇겠지.”

“그런 다음 궁전 기사단은 모두 다 금빛 나는 옷을 입혀 놓고 ‘골드 드래곤’ 기사단이라고 이름 붙이는 거예요. 그렇다면 타이탄도 모두 금도금을 해야겠네요. 안 그래요?”

다크가 자신이 듣기에 좋은 말만 골라 하는 것을 아르티어스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그게 싫지는 않았기에 은연중에 그도 그녀가 말하는 것에 따라 이것저것 상상을 하며 대답했다.

“음…, 글쎄다. 그러는 게 짝이 맞겠지.”

“타이탄의 모양도 골드 드래곤처럼 멋지게 만드는 거예요. 하지만 거기에 금을 입히려면 돈이 많이 들 테니까, 한 10대만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골드 드래곤이라는 게 원래 강한 데다가 지혜를 상징할 정도니까 문과 무를 함께 지닌 상징이잖아요?”

“그거야 두말하면 잔소리지.”

“저는 나중에 궁전을 짓는다면 이왕이면 저따위 붉은색보다는 금색이 좋을 것 같아요. 저 녀석들이 붉은색을 칠해 놓은 것은 레드 드래곤이 최강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모양이지만, 사실 레드 일족은 힘만 세고 머리는 텅 빈 녀석들이잖아요? 골드가 최고죠. 안 그래요?”

슬쩍 레드 드래곤 이야기를 끼워 넣자 평소에 ‘무식한’ 그 녀석들하고 감정이 많던 아르티어스는 열을 올려가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하지. 지혜하면 골드 드래곤 아니겠냐? 무식한 레드 일족 따위는 상대도 안 되지. 그런 무식한 놈들을 만든 것은 신께서 실수하신 거야. 멍청한 놈들! 또 원래가 금이란 것이 영원을 상징하는 신의 선물 아니겠냐? 영원한 제국을 뜻하는 말이 될 수도 있지. 왕궁을 짓는다면 금색을 입히는 게 최고야.”

“그렇죠?”

빙그레 미소 지으며 다크는 지혜롭기는커녕 단순하기 그지없는 이 골드 드래곤을 어떻게 요리해 나가는 것이 좋을지 대충 감을 잡기 시작하고 있었다.

다크와 아르티어스는 수정궁이라는 여관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 물어서 찾아갔다. 다크도 아르티어스도 이곳 코린티아에 온 것은 처음이었기에 둘 다 지리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기예요.”

“호, 꽤 근사한 곳이군.”

둘은 안으로 들어간 다음 일행들이 있는 방으로 갔다. 문 앞에 도착하자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무사 두 명이 그들에게 조심스런 눈빛을 던지며 말했다.

“일행을 만나러 오셨습니까?”

“응.”

“모두들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들어가십시오.”

무사들 중의 한 명이 문까지 열어 주며 친절을 베풀어 왔다. 하지만 아르티어스와 다크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는 동료에게 말했다.

“소녀와 함께 온 녀석은 또 누구지? 여기는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 자네는 빨리 죠드 경에게 연락해.”

“알았어.”

그의 지시를 받은 무사가 죠드라는 마법사를 찾기 위해 달려간 사이 남은 한 명은 문에 살짝 귀를 대면서 내부의 동정을 엿보기 시작했다.

다크와 아르티어스가 안으로 들어서자 지미와 라빈이 그들을 반겼다.

“어서 오십시오. 그런데 그분은?”

“응, 내 의부(義父)야. 그건 그렇고 인원이 좀 모자라는 것 같은데?”

“아, 예. 파시르하고 드워프는 잔뜩 먹고는 방에서 자고 있어요. 둘 다 신경의 굵기가 이루 말할 수 없더군요.”

“그 녀석들 깨워서 데려와.”

“예.”

지미가 그들을 깨우러 들어간 후, 다크는 아르티어스를 향해 생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

소녀가 아르티어스를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르자 아르티어스는 그 속셈 뻔히 안다는 듯한 표정으로 심드렁하게 답했다.

“왜 그러냐? 너는 꼭 무슨 부탁할 게 있을 때만 그렇게 부르잖니?”

“꽤 성가신 놈이 있어서 그러는데 우리들을 이곳에서 멀찌감치 이동시켜 주실 수 있어요? 예? 부탁드려요.”

“성가신 놈이라니?”

아르티어스는 수상쩍은 듯 의심이 가득한 눈동자를 소녀에게 던지면서 말했다.

“네 실력에 그런 녀석이 있다면 살려 뒀을 리가 만무하고, 또 상대가 그러고도 아직 살아 있는 걸 보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 아니냐?”

“글쎄요. 아마도 저를 좋아하는 모양인데…, 여기 온 것도 그녀석이 꼬셔서 온 것이거든요. 하지만 본격적으로 흑심을 드러낸 것도 아니고, 또 나를 좋아한다는데 없애 버릴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부탁드려요.”

“흐흐흐, 하기야 좋다고 따라다니는 놈을 어떻게 손봐 주기도 좀 그렇지? 그럼 어디로 가고 싶냐?”

“경치 좋고, 조금 색다른 곳이면 좋겠는데, 어디 아는 곳 없어요?”

“흠, 예전에 내가 여행했던 곳이 있는데 거기는 어떨까?”

“좋아요.”

소녀는 아직 잠에서 덜 깬 얼굴로 방 안에서 걸어 나오는 두 명을 아르티어스에게 소개했다.

“이쪽은 파시르라는 용병이고, 저쪽은 뭐라더라? 어쨌든 드워프예요.”

말도 안 되는 소개에 파이어해머는 발끈해서 외쳤다.

“뭐야? 나는 엄연히 지크레아 파이어해머라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근사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어쨌든 드워프’라는 요상한 이름이 아니란 말이야.”

화내는 이유야 어찌되었든 드래곤의 입장에서 드워프란 존재는 심심할 때 ‘간식거리’ 내지는 간혹 가다가 일이나 시키는 ‘노예’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존재가 감히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향해 짜증스런 어조를 내뱉자 아르티어스는 슬쩍 노기를 담은 눈을 드워프에게 돌리며 중얼거렸다.

“감히 신의 실패작인 드워프 주제에 내 아들한테 대들다니, 그렇게도 죽고 싶냐?”

딱 벌어진 어깨를 도전적으로 내밀고 수염을 푸들거리며 화를 내던 파이어해머는 ‘신의 실패작’이라는 어디서 많이 들어 봤던 표현을 사용하는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인간을 향해 분노에 찬 눈길을 던졌다. 서로의 눈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파이어해머는 상대의 눈 깊숙한 곳에 감춰져 있는 순수한 난폭함, 광기, 분노 따위를 읽을 수 있었다. 만약 사람이 저런 눈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은 정신이 바로 박힌 인물일 가능성은 아예 없었다. 저 정도 눈을 가지기도 전에 미쳐 버렸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파이어해머는 저런 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치지 않은 가증스런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 인간들조차도 자신들의 뛰어난 손재주를 인정하는데, 한 번씩 자신들을 노예처럼 부려먹으면서도 자신들의 능력을 결코 인정하려 들지 않는 자들. 거기에다가 신의 실패작이라고 모멸스런 표현으로 비웃는 놈들. 그 놈들은 바로…….

“당신은 드…, 드…….”

처음의 호전적인 태도는 완전히 사라지고 완전히 고양이 앞의 쥐같이 무력해지며 파이어해머는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런 중얼거림도 곧 끝났다. 머릿속을 울리며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더 이상 말하면 죽여 버릴 테다. 내 정체에 대해서는 입 다물고 있어. 알았어?>

사람들은 파이어해머가 “당신은 드, 드…”하고 말하다가 갑자기 고개를 맹렬히 위아래로 흔들어 대자 수상한 듯한 시선을 보냈다. 잠이 덜 깨서 헛것을 봤나? 하면서…….

다크는 방 안 공기가 약간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며 재빨리 입을 열었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빨리 가자구요.”

“그러자꾸나.”

아르티어스는 몇 마디 주문을 외우다가 말고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

“참, 잠시 잊고 있었는데 너를 만나겠다고 나를 따라온 녀석들이 있는데 만날 거냐?”

“따라오다니요?”

“왕이 보낸 녀석들이지. 아마도 눈치를 보아하니 그쪽에서도 너를 필요로 하는 것 같던데?”

“흠, 벌써 일을 벌이려고 그러나? 이상하네, 아직 때가 아닐 텐데……. 어쨌든 그리로 가죠. 어디로 갈 건지는 그 녀석들과 만나서 무슨 일인지 알아본 후에 결정하기로 해요.”

“알겠다.”

아르티어스는 재빨리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곧이어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모습은 순간적으로 사라져 버렸다. 역시나 아르티어스는 드래곤답게 이동용 마법진 따위는 사용하지도 않고 곧장 이동 마법을 시전했던 것이다.

2